예전에 작업한 고객의 집을 재방문한 일이 있었다. 오래된 주택이라 목재의 상태가 좋지 않아 문틀 고정 작업을 해준 것인데, 그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가보았다.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 잠금 장치의 위치가 바뀌면서 문이 닫히지 않는(잠기지 않는) 상태로, 아래 사진을 보면 문틀의 스트라이커와 문의 바디(body)가 일치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나이트래치 night latch는 오래전에 데드래치만큼의 정교한 제품을 만들 기술이 부족하기도 했고 비용이 비싸서 저렴하게 쓰던 간이(!) 잠금 장치로 볼 수 있다. 래치 latch라는 것은 스프링에 의해 잠기는 부분이 움직이는 방식인데,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는 편리함이 있다. 나이트래치는 이 기능만 이용해서 문을 간단하게 잠그는 것이다. 손잡이가 달려 있지 않고 오직 잠그는 기능만 있기에 매우 단순하고, 어떤 면에서는 조잡하기까지 하다.

보통 주택에서는 창고의 잠금이나 옆문 후문 등과 같은 경우에 주로 쓰고 이것 역시 대부분 오래되거나 낡은 주택에서 볼 수 있다. 20여년 전만 해도 데드래치가 일반화되기 시작해서 그 이후 지은 집에는 보통 데드래치가 달려 있다. 하드웨어 전문점인 버닝스 기준으로만 해도 데드래치는 140불, 나이트래치는 20불 선이니,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쓰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는(!) 저렴한 잠금 장치인 것이다. (실제 소매가는 훨씬 더 비싸다)

이 나이트래치의 문제점은 이번에 작업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1) 스트라이커 구멍 및 제품의 크기가 작아 약간만 비틀어져도 문이 안 잠긴다. 작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정교하게 정확한 위치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2) 역시 크기가 작고 조잡한 점이 있어 열쇠 실린더 뒷쪽의 금속 부붙 테일 tail이 고정되지 않고 비어 있어 실내쪽 장치(body)에 정중앙으로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으면 열쇠가 어느 한쪽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즉 정확한 위치를 맞추지 않으면 열쇠를 돌리기 어려워 문제가 되는 상황이 흔히 발생한다. 역시, 작업자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더 까다롭다. (3) 보안성에 있어서도 문제다. 실내쪽 장치를 나사 3개로만 고정시키는 구조이다 보니 큰 힘을 받거나 강한 힘으로 충격을 줄 경우 고정 상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고객들을 방문해보면 저렴하게 보조 형태의 잠금 장치를 원하면서 이 제품을 사다놓고 설치만 원한다거나 혹은 인터넷 결과를 보여주며 저렴한 제품이니 해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늘 똑같은 설명을 적었지만, 보안에 있어서는 너무 저렴한 것을 찾지 말고 제대로 투자하기를 권하고 싶다. 안전하고 또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원한다면 적당한 비용 투자는 필요해 보인다.

위 사례의 경우는 (원인은 모르지만) 문이나 문틀이 약간 움직인 것으로 보여 위치 조절이 필요했다. 아쉽게도 이미 구멍을 크게 뚫어놓고 기존에 쓰던 것이라 정확한 위치를 잡아주는 일이 상당히 어려웠고 한 시간 정도 걸려서 겨우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뒷쪽 고정 나사는 원래 제품에 있던 것을 빼고(품질이 안 좋음) 훨씬 더 긴 나사로 단단하게 고정시켰으며 열쇠로 좌우 돌려 잘 동작함을 확인 후 작업을 마쳤다. *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만 해놓고 나면 별 것 아닌 듯 해도 막상 실제 진행 과정은 힘들고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쉬운 일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일이란 것은 어렵고 힘들다. 만약 모든 일이 쉽고 간단하다면 돈벌기가 쉽다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타인에게 맡길 이유 자체도 없어지니 실은 돈벌기가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오래전에 일을 하던 정부주택 업체의 사장이 연락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투자해둔 집이 한 채 있는데 다음날 바로 세입자가 들어올 예정이라 무조건 저녁까지 일을 마쳐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겠냐고. 급하게 연락하면 급행비를 받아야 하겠지만 이 업계에 그런 것은 없고, 언제 어떤 일이든 일단 받고 보는, 그리고 가급적 최대한 잘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개인적 성향에 따라, 일은 받았지만 생각해보니 해결이 쉽지는 않다.

누군가 문을 발로 차서 문틀까지 다 깨졌다 @.@ 일단 파손 부분을 잘라낸다

먼저, 문이 깨지거나 파손된 것은 구멍을 메꾸거나 덮는 재료가 있다. 문이 휘어지거나 심각하게 파손된 경우는 문을 교체하는 것이 낫지만, 이렇게 급한 경우에는 일단 메꿔서 쓰고 나중에 천천히 교체하는 쪽으로 진행한다.

문틀이 깨지거나 파손된 것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문틀은 보통 벽과 문을 연결해주는 부분에 있다 보니 여러 개의 나무가 덧대어져 있고 이 중 어떤 것이 파손되면 심하게는 전체를 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사진으로 보니 문틀 자체가 깨져 힘을 받을 수 없어, 견적을 좀 여유있게 내고 현재의 문틀 부분 나무를 잘라낸 후 새로 붙이기로 했다. 말은 쉽지만 이 과정이 매우 어렵다. 이유는?

두껍고 긴 각목을 사다 안쪽을 파내고 붙여준다

하나의 통나무로 된 문틀 자체는 전체를 들어내지 않고 잘라내기가 쉽지 않다.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중간중간을 자른 후 깔끔하게 하기 위해 끌 등을 이용해서 긁어낸다. 완전하게 뜯어내고 나면 그 자리에 맞는, 더 굵거나 큰 나무를 덧대어준다. 단순히 나무를 덧대는 것은 의미가 없고, 강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못으로 고정시켜야 한다. 덕분에(?) 100mm가 넘는 긴 못을 여러 개 박아 주었다, 실제로는 흔히 쓰는 못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잘라낸 나무 위치에 맞게 새 나무를 덧대는 과정이다. 그냥 통나무가 아니라 굵은 나무를 산 다음 안쪽을 기역자로 파내야 한다. 기둥 위에 덧대는 것이라 기존에 있는 부분에 맞게 나무(각목)의 안쪽을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혼자 일하기 힘들어 다른 분과 함께 갔는데, 우리는 이 부분을 (1) 그라인더로 적당히 잘라낸 후 (2) 끌로 전체를 다듬어가며 모양을 만들고 (3) 필요한 부분은 세밀하게 끌과 목공용 줄 등을 이용해서 다듬었다. 당연히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고 저녁 늦게 이웃의 불평도 있었고… @.@

6개월 후 허물고 새집을 지을 예정이라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 것이다 문이 깨인 곳도 재료를 이용해서 새 제품을 설치

보통 손으로 하는 일은 전문가다운 기술력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일의 대부분은 공구가 한다. 공구의 중요성은 이런 경우에도 분명 알 수 있는데, 만약 원형 전기톱 circular saw이 있었다면 10분 이내에 마칠 수 있는 일이었다. 각목의 반대쪽을 한쪽으로 길게 자른 후 (깊이 지정) 반대쪽을 똑같이 깊이 지정해서 자르면 기역자로 만들 수 있으니, 평소에는 전혀 쓸 일이 없는 전기톱이 이렇게 절실한 날이 있을 줄이야… 목공을 한다면 전기톱은 필수로, 당장은 아니겠지만 이 일을 계기로 목공 일이 늘고 전기톱을 쓸 일이 늘 것이라는 전망을 해본다. 그렇게 하는 일도 경험도 기술도 늘어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