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일이 많았던 2023년을 보내며, 이사를 앞두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이사란 것이, 특히 주(state)를 넘어 이사하는 큰 일을 앞두고 마음이 오랫동안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연말에 처음으로 막내 처제 가족이 조카 유학을 앞두고 둘러볼 겸 놀러왔다. 그 덕분에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불꽃쇼도 보았지만.

2024년이 되어 이사를 며칠 앞두고 우리 모두는 분주했다. 정말 오랜만의 이사인데다 주를 넘어서 이동하는 일이라, 온 집안에 짐을 정리할수록 더 복잡해지는 상황을 맞았다. 예전같으면 렌트를 일주일 정도 겹치게 계약해두고 옷이나 식기 등의 물건들은 차로 여러번 나누어 옮긴 덕분에, 정작 이사 당일은 업체를 통해 큰 짐만 옮기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미리 옮길 수 없는 탓에 내 짐을 제외한 모든 것을 제대로 싸야 했고, 게다가 주 이동이라 업체로부터 바구니나 상자도 얻을 수 없어 이사용품 구입에만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렇게 힘든 준비 과정을 마치고 정작 이사 당일, 미리 포장해둔 짐을 싣는 것은 대략 2-3시간 만에 마무리 되었고, 트럭이 떠남과 동시에 우리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그리고 깨순이까지!) 브리즈번을 향해 떠났다. 2019년에 집을 사려고 결정한 후, 이런저런 일로 자동차를 이용해 브리즈번을 거의 10번은 방문한 듯 싶다. 그만큼 질리면서도, 또 떠나면 마음이 흥분되는 장거리 여행이다. 아, 이사 당일에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 남은 짐을 가득 실은 탓에 그다지 쾌적하지는 않았다.

대략 11시경에 출발한 우리는 중간중간 주유를 하고 식사와 휴식을 겸하며, 엄청나게 비가 오는 지역도 지나서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으니,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서둘러 운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러 취침… 입주를 앞두고 전체 청소는 물론, 실내외 소독과 실내 페인트까지 마무리를 한 덕분에 그다지 더럽지 않은, 나름대로는 쾌적한 환경에서 첫날을 맞은 셈이다.

힘든 일은 다음날부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대충 챙겨먹고 준비하니 오전 7시가 넘어 이사짐이 도착한다. 이 분들은(사장님과 직원) 브리즈번 입구 근처에서 하루 자고 일찍 출발해 이사짐을 내리기 위해 온 것이다. 짐을 내리는 과정은 실을 때보다 더 간단하다. 다행히(?) 이사한 집은 시드니보다 더 넓고 커서 짐을 대충 적당히만 내려 놓기로 했고, 2층을 들락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친절함(?) 덕분에 옷과 이불 등의 짐도 1층 거실 한쪽으로 쌓아서 짐 내리기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 끝났고, 물론 그 짐은 내가 다 들어서 2층으로 옮겼다 @.@

본격적인 이사 과정은 짐을 풀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물론 짐을 싸고 옮기고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짐을 풀어서 제 위치에 넣는 그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내는 그릇과 이불 의류 등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잡다한 주변 정리와 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정리한다. 애초에 계획한 시간은 대략 일주일. 그 사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략 마쳐야 시드니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필요한 것을 사느라 버닝스를 들락거리고 지인을 만나 식사도 하고 물건을 알아보러 외출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빠르게 지났다.

그 사이에 지난번 발생한 폭풍 영향으로 누수 발생하고 나무가 쓰러진 것을 치우는 등, 이미 신고된 보험 협력 업체에서도 방문해서 몇 가지 작업도 했고, 다시 더러워진 수영장도 정리했으며, 마당에 잡다한 것들을 없앤 후에 휑하니 지저분한 마당의 흙도 파서 대충 정리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주문한 블라인드를 설치한 것도 포함…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할 일은 끝이 없고, 일단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왔지만 다음에 가서도 해야할 일들은 여전히 줄을 서 있다는, 이것이 주를 넘어 이사한 것과 집을 사서 해야할 일들이 많다는 것, 그 목록은 끝이 없는 과제라는 현실을 너무도 분명히 보여준다.

꼬박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정리를 하고 새벽 3시경에 다시 출발해서 시드니로 돌아왔다. 그 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