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바빴던 며칠 사이에 하루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하면서 때로는 평소보다 덜 꼼꼼하게 적당한 선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일을 대충하거나 아무렇게나 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선에서 그친다 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적정선의 수준이 약간 안 맞을 때가 있다는 의미다.
연달아 두번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하나는 새로운 잠금 장치를 설치해주고 나서 잘 동작했는데 며칠 후에 잘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제품을 포함하지 않는 작업이라 보증은 안되지만 작업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요청이라 시간이 되면 들르기로 했는데, 결국 고객이 직접 마무리해서 처리했다고 연락을 해왔다. 결과 사진을 받아 보았는데, 내가 작업한 것과는 약간 달라진 형태였다. 증거는 없지만 페인트를 진행중이던 곳이라 자세히 살펴보니 아마도(!) 페인터가 그 부품을 떼었다 다시 붙이면서 약간 어긋나게 붙인 듯 했다. 사진으로 봐도 이렇게 삐뚫어지게 작업할 리는 없는데 그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고객에게도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다른 한 가지 일은, 고장난 화장실을 손봐주고 온 며칠 후의 일이다. 문을 열 수 없다고 항의하는 고객을 재방문해서 다시 수리를 해주었는데 정확한 원인은 내부에 들어가는 철봉(spindle)이 가운데가 분리되면서 한쪽으로 쏠려버려 문이 안 열리게 된 것. 사실 점검하고 온 상태라 내 실수나 잘못은 아니고 원칙적으로는 그 부품을 교체하거나 전체를 교체해야 할 상황이고 당연히 나의 실수가 아니니 추가로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냥 아무 말 없이 작업을 마무리 해주고 왔다. 물론 원인은 내 탓이 아님을 정확히 설명해주고.
좀 더 꼼꼼하게 작업을 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교체를 권하거나 다른(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방법을 통해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비록 내가 그렇게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전문가다운 자세라면 미리 그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하거나 혹은 제안할 수도 있는 것이니 나의 발전을 위한 한 걸음이라 생각하고 한발 뒤로 물러서 잘 마무리 한 것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예전 같으면 당황하거나 짜증나고 화나고 가끔 논쟁을 하거나 다투기도 했겠지만 지금은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뭐 이 정도야, 얼마든지 해결한다"는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문제 상황의 작은 부분까지 확인하여 뭔가 배울 것이 없을지 찾으려 한다. 정말 전문가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고객이라면 그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게 좋을지, 혹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어떻게 하면 좀 더 철저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더 피곤하게 사는 방법이 아니라 기왕 하는 나의 일에 대해 좀 더 전문가로서의 자세와 태도를 갖도록 스스로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분이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이 다 만족스럽고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일을 대한다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 법이고, 특히 그 문제의 원인이 내가 좀 더 노력하거나 미리 대비한다면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노력하고 미리 대비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자신의 발전에 그리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살다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찾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문제 해결 능력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도 나를 발전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것.
항상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좀 더 겸손해지고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
Hello world!
Pic of the week: Sunset at margate beach
The first day’s journey was through the pink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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