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10여년 해오면서 여러 전동 공구를 써왔다. 초기에는 선생님이 알려주신 공구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특히 한국에서 초기에 쓰이던 예전 방식의(크기가 큰 배터리) 제품이 유일한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리고 기술 발전과 더불어, 최근에는 다양한 회사의 여러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고 또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너무 다양한 제품들이 또 신기술을 가지고 출시되다 보니 무조건 저렴하거나 적당한 가격의 고성능 공구가 최고인 것으로만 홍보되고 있다는 것.
물론 하루에 수백개의 못을 박거나 일처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못을 박을 때 0.1초라도 덜 드는 빠르고 효율적인 제품이 있으면 좋겠지만, 자 생각을 해보자. 우리가 나무나 벽에 못을 박을 때 못을 일렬로 줄줄이 세워놓고 바로 시작 땅!하면서 전동 공구를 갖다대고 드르륵 지나면서 처리하는지? 절대 아니다. 못(나사)을 하나 손에 들고 원하는 위치에 놓고 공구를 쓰고 또 다음 위치로 가고 등등. 기본적인 작업 과정이 모두 전동화가 되거나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특히 유튜브에서 이야기하는 공구의 힘(파워)이나 작업 시간 단축은 어쩌면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게 이 글의 핵심이다.
주로 쓰고 있는 디월트 DeWalt 브랜드의 임팩트와 드릴에 대해서 잠깐 예를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임팩트 impact를 가지고 임팩트 드릴 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정확하게는 임팩트 드라이버, 즉 때리는 충격을 주는 드라이버 공구라는 의미로, 밀어주는(때리는) 힘이 있어 좀 더 강력하게 빠르게 나사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용도다. 단순히 회전을 위주로 하는 드릴(드릴 드라이버 drill driver)와는 그러한 차이가 있다.
디월트는 DCD996을 넘어 999 시대로 갔다가 최근에 1007이라는, 크기가 약간 작지만 훨씬 더 강력한 드릴을 발표해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의 최대 효과를 위해서는 물론 전용 배터리인 54V(신형) 배터리를 써야 하고, 큰 힘을 오래 쓰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 용량이 높은(9A 이상) 것을 장착하는게 좋다. 그런데 우리가 현장에서 작업을 할 때 과연 무거운 고용량 배터리를 가지고 항상(!!!) 최대의 힘을 내야 하는 것일까? 내 경험으로는 아니다. 비교적 공구를 많이 쓰지 않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철판이나 콘크리트 바닥을 뚫거나 하는 일을 한다치면 그 동안은 강한 힘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제품이 가진 최대의 힘을 얻어야 할 이유는 없다. 거꾸로 말하면 구모델인 DCD996으로도 충분하고(실제로 이것 사용중) 가벼우면서 약간 힘이 떨어지는 DCD796 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만약 단단한 콘크리트에 큰 구멍을 내려면 큰 힘이 필요한게 아니라 아예 장비를 전용 로터리 해머 드릴 등으로 바꾸는게 더 효율적이다.
임팩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DCF887이 매우 대중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었지만 그후로도 850, 845를 거쳐 최근에는 강력한 860을 출시했고 동시에 크기가 작으면서 소음을 줄인(그리고 성능도 좋다는) 870까지 출시했다. 그러면 처음 살 때 이런 최신형을 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천만에... 저렴하고 적당한 제품이 최고라는 것이 개인적 견해다. 가정용이 아니라 직업에서도 소형인 DCF809나 구형인 DCF787 등도 충분하고 이 정도로 작업이 안된다면 그건 공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일머리나 경험을 탓해야 할 일이다.
예전에는 매장에 전시된 제품을 헐값에 파는 것도 쉽지 않은 비용이라 3-400불을 주고 드릴과 임팩트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성능이 높아짐과 동시에 제품의 가격도 올라(물가 인상 및 신제품 가격 상승) 프리미엄 키트는 670불이나 한다(1007 860 셋트). 문제는 전문가라고 해서 꼭 이 제품을 써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주장하는 공구의 성능이나 힘이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 결국 공구의 성능은 유튜브나 이야기꾼들의 심심풀이 소재일 뿐,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경험과 일머리에서 나오는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똑같은 공구를 써도 너무 센 임팩트를 써서 나사 머리만 뭉개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아무 때나 최대 힘으로 돌려 약간 목공 나사 머리만 끊어먹는 일도 흔히 발생할 수 있다. 내 경우는 보통 임팩트를(886 쓰다가 지난번 셋트 구입 후 작은 850으로 바꿔 사용중, 개인적으로는 887이 최고 모델이라 생각함) 2단계로 쓰고 있으며 이것도 문틀에 나사를 박을 때는 너무 세게 갑자기 돌려서 머리를 끊어먹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일하다 나사 머리가 끊어지면 할 일이 두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실수를 줄이는 것이, 공구의 힘이 좋다고 믿다가 엉뚱하게도 내부가 단단한 나무에다 나사를 힘으로만 박으며 머리 날려먹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사가 잘 안 들어갈 때는 나무 재질이 단단한 탓이니 힘으로만 돌리지 말고 풀었다 조였다 여러번 하면서 서서히 구멍을 만들어 박아야 하고 그래도 안되면 다시 꺼내어 가는 드릴 비트로 적당한 깊이까지 구멍을 낸 후 좀 더 굵은 나사로 박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디월트 공구를 써오면서 배터리를 공유하기 위해 여러 제품들을 구입해왔고 그 하나하나가 다 일에 있어서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임팩트 드릴 그라인더 세 가지가 가장 주류이고 그 밖에 멀티커터 다이그라인더 정도가 보조다. 직업이나 분야, 일의 내용에 따라 쓰이는 공구는 달라지고 꼭 필요한 공구가 있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공구의 성능이나 힘에 너무 얽메일 필요는 없다는게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다. 제법 오래 썼고 또 필요하면 할인 시기에 맞춰 교환(trade in)해보려고 예전 제품을 한 쪽에 치워두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작업에서 DCD796 드릴과 DCF787, 886 등의 임팩트도 충분하다는 것. 유튜브에서 긴 나사를 양쪽에 쥐고 몇 초 걸리니 힘이 세니 하는 건 결국 제품 홍보해주고 광고비 받는 컨셉일 뿐, 내가 과연 그 나사를 하루에 몇개나 박을 것이며, 그리고 거기서 차이가 난다 해서 작업 시간이 몇 시간 차이나거나 일에 손해를 볼 정도가 아니면, 공구의 성능에 대한 강박증 또한 너무 앞서가려는 욕구나 좋은 신형 공구를 쓴다고 스스로 자랑하기 위한 과시욕은 아닐지.
새로운 제품을 구입할 때 기왕이면 신형을 사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오래된 공구가 지겨워 한번 바꿔보는 것도 문제되지는 않을 듯 하다. 그냥 필요성에 의해 선택하는 전동 공구이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손에 쥐는 감각으로는 비록 DCF850이 작지만 실제 느낌은 887이 낫고, 임팩트의 무게 차이가 몇백 g 정도 된다 해도 큰 차이는 없다. 드릴도 마찬가지. 성능 좋은 신형은 상당히 무거워지고, 두손으로도 벅차게 느껴진다면 그 이상은 무리다. 드릴로 두꺼운 출판을 뚫어보면 비트가 멈추며 본체가 돌아가 손목이 휘어지는 상황을 가끔 겪게 되는데 그럴 때 다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작업할 수 있는, 자신에게 맞는 공구가 가장 효율적인 공구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
Hello world!
Pic of the week: Sunset at margate beach
The first day’s journey was through the pink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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