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좀 아팠던 며칠 전의 새벽이었다. 보통은 저녁을 급하게 먹고 소화도 되기 전에 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잠이 들곤 하면 체한 듯이 아프면서 토하는 일이 반복되곤 했는데, 그래도 이사를 하고 나서 여기로 들어오고는 바로 잠드는 일은 없고 중간에 일을 다시 나가거나 아예 일찍 저녁을 먹고 이것저것 둘러보다 자게 되어 한동안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그 날도 평소와 같이 일찍 먹고 잘 쉬다가 충분히 소화를 시키고 잤는데 새벽에 일어나니 엄청난 두통과 함께 괴로운 시간의 시작, 처음으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구토와 함께 위액이 나오며 몇 번 토한 후에야(당연히 소화가 다 되어 나오는 것도 없음 @.@) 조금 진정이 되었다.

가족들을 보내고 혼자 살게 된지 10개월 정도가 지났다. 시간이 너무 빨라, 일이 바쁜게 아니라 이것저것 챙기며 사는 일상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벌써 2024년의 끝자락에 다가서는 중이다. 일은 일대로 (불황속에서도) 꾸준하게는 진행중이고, 그쪽에서도 뭔가 일을 진행해야 하기에 양쪽을 오가며 일과 가정에 집중하느라 더 바쁜 2024년이었던 것 같다. 혹자는 혼자만의 일상이 자유를 되찾은 행복한 시간일거라 생각하겠지만, 역시 혼자 지내 보니 일에 주로 집중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지만 일을 제외하고는 취미없는 인생의 외로움이라든지 특히 먹거리를 챙기는 일은 쉽지 않은데다 그 구두쇠 정신이 발휘되어 돈을 쓰지 않으니 부실한 먹거리가 이제는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지난번에는 지인과 함께 일식집을 방문했는데 혼자 살게 된 후 그렇게 많은 야채를 한번에 먹은건 처음인 듯 하다. 평소에 야채를 많이 챙겨먹으면 좋겠지만 지금 지내는 곳이 부엌을 오래 쓰기도 불편하고 식기를 따로 둘 곳도 마땅치 않아 아예 사지를 않고 있는데, 과일이라고 해봐야 사과 몇 개 사다 먹는게 전부이니 이렇게 하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전 인류가 행복할 듯 싶다. 소문이나 기대만큼은 맛이 좋은 집은 아니었다는 개인적 소감…

오래전의 어린 시절엔 아예 튀김류를 먹지 않았으니 지금에 와서 맥도날드나 KFC에 종종 들르는 것을 누군가는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고 표현하지만, 실은 매번 간단하게 챙겨먹는 일상이 지겨워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특별한 외식으로 가는 것일 뿐이다. 그러면 식당에 가서 뭔가를 사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식비가 너무 올라 많이 부담스럽고 혼자서 가는 것도 불편하고 해서 식당은 지인을 만나거나 해서 뭔가 행사(?)가 있을 때만 가는 곳이다.

주거비를 포함하여 식비 등을 합해 한 달에 개인적으로 드는 비용을 최소 수준으로 맞추려고 한다. 사실 그렇게까지 살아야 할 이유는 없고 누구도 내게 강요하거나 부담을 주지는 않지만 당분간은 그렇게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게 살아온 습관인지라 당분간은 그렇게 산다. 지내다 보면 또 뭐든 계기가 있고 변화가 있을 것이니.

집에 가는 회수를 늘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너무도 광범위한 계획이라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미래와 일, 가족에 대한 부분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조금씩의 변화와 노력을 하다 보면 그 끝에는 달라진 내일이 있지 않을까. 실은 우리가 살아온 오늘의 시간도 그렇게 준비된 어제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