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아닌 일로 한동안 좀 바빴다. 예전에 올린 글을 보면 연초에 입주한 집의 2층 욕실에 문제가 있다고 적었는데, 그래서 큰 집에 욕실이 하나 밖에 없다 보니 아주 불편한 상황이라, 지난번에 견적을 본 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1층(호주 기준 ground floor)에 있는 세탁실을 욕실 겸용으로 바꾸는 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살고 있는 집에서 수리나 공사를 하게 되면 먼지나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생기니, 기왕이면 2층은 한번에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 물론 돈도 많이 든다!

집 수리, 그러니까 이번의 경우에는 개조인데, 간단히 영어로 레노(renovation)라고 적겠다. 이 레노를 할 때의 가장 중요한 일이자 출발이 되는 지점이 바로 “견적에 맞게 사람을 구하는 일”인데, 쉽지 않았다는 것이 결론. 한인업체나 외국업체가 여럿 있지만, 브리즈번의 경우에는 시드니와 달리 인력이 훨씬 더 부족한 탓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고 우스개로 “부르는게 값”인 경우가 많다. 요즘 시세로(2024년 5월 기준) 욕실 하나에 보통 3만불, 부엌은 5만불이 보통이고, 이는 가구 및 기타 부속물(세면대 변기 등)을 제외한 순수 인건비다! 그러니 집에 욕실 3개 부엌 등을 고치려면(레노) 보통 15만불 정도를 써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속설… 게다가 이 비용은 대출이 안된다 @.@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그냥 견적 본 곳이 시간도 맞고 비용이 적당해서 진행하기로 결정. 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빌더를 중간에 두고 관리하는 역할은 빼기로 했다(대략 10% 절감). 이 역할을 아내에게 맡겨서 하려 했으나 도저히 진행도 안되고 내용도 모르니 할 수 없이 5월초부터 약 2주간 가서 직접 보고 관리하기로 결정. 그 덕분에 일이 아닌 일로 바빴고, 직업도 아예 당분간 묻어두고 그냥 시간만 보낸 듯 하다. (너무 쉬어서 일에 대한 감이 떨어지려나?)

원래 세탁실이지만 공간이 상단히 넓고 입구에 미는문(슬라이딩)이 있고 중간에 벽이 있어 그 안에는 화장실(변기)과 작은 세면대가 있는 구조인데, 집 전체에 욕실이 부족하니 거기에다 샤워 공간을 하나 넣고 세면대 위치를 옮기는 등의 작업을 하기로 했다. 세탁실로 쓰는 쪽도 구조가 너무 오래된 탓에 벽장이나 세탁조 등을 조금 손보기로 하고, 세탁실에서 출발한 공간을 전체적으로 욕실처럼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배관 작업도 추가로 필요하고 벽 전체를 타일로 두르는 일도 필요해져 전체적인 비용이 좀 오른다.

과정의 시작은 기존의 것들을 뜯어내는 일. 호주에서 주택가를 다니다 보면 가끔 볼 수 있는 쓰레기통(skip bin)을 먼저 집 앞에 가져다두는 일부터 시작이다. 직접 업체에 연락해서 예약할 수 있지만(대략 중간 크기 600불선) 이것은 작업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대략 1000불 증가… (크기에 따라 비용 다름) 집 앞이 언덕 구조라 할 수 없이 길 가에 두었는데 약 3주 정도 쓸 것으로 보인다(이미 2주 이상 경과).

공정별 업체를 직접 연락하고 일정을 짜야 하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 않다. 목수를 통해 연락처를 받고 대략적인 일정은 정리한 상태라 좀 더 수월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속 일정이 바뀌다 보니 작업자들 역시 일정이 좀 꼬인 상태. 원래 2주에서 약간 더 늘어지면 끝날 것 같았던 일정이 결국 완전히 꼬여 중간에 시드니로 와야만 했다는 사실.

기존의 벽과 바닥 타일을 모두 뜯어내고 나면 뼈대만 남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호주의 주택이란게 이처럼 나무 기둥을 세우고 서로 연결한 다음에 벽체를 만들고 거기에 석고보드(유명한 지프락, gyprock 이건 브랜드명임)를 붙이면 방이나 욕실 등의 공간이 완성된다. 정말 낡은 집이나 벽을 들어낸 뼈대, 혹은 무너져가는 집을 보면 호주에서의 주택이 비싸다는게 참 허무하다. 이런 나무 구조에 판자 붙인게 집이라니… (잡초가 우거진 언덕이나 벌판에 집을 짓기로 하고 개발하는걸 보면 더 허무함, 이런 벌판이 수백만불이 된다니 @.@)

기본 뼈대를 남기고 모두 걷어내고 다면 다음으로는 내부에 들어가는 일들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전기 스위치 등의 위치를 변경하기 위한 배선 작업, 혹은 새로운 위치에 세면대나 욕실 등을 만들기 위한 배관 작업(배관공, 플러머 plumber)이다. 이런 작업을 마치고 나면 다시 빌더나 목수가 새로운 재료를 붙여 벽을 만든다.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일반 실내는 석고 보드이고 욕실 등에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콘크리트 보드를 쓴다고…

이 과정에서 여러 공정의 일을 살펴보았지만, 호주에서 역시 가장 좋은(!) 직업은 플러머다. 투자 시간 대비 보수가 가장 좋고, 재료비도 많지 들지 않는다. 단점은 힘을 쓰는 노동이 많다는 것. 전기와 목공은 혼자서 하지 못하고 일을 나눠서 하거나 함께 해야 하는 과정이라 추가 인건비가 들고 시간도 제법 걸린다. 배선 등을 하는 전기와 달리 목공의 경우는 벽을 붙이고 틈을 메꾸는 등의 세세한 작업까지 해야 해서 생각 외로 오래 걸린다.

이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면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한(?) 욕실이 완성된다. 다음 단계는 타일러 tiler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