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이어오던 이사 과정을 거의 마쳤다. 가족들이 나간 후로 혼자 비싸게(!) 지내던 집을 빨리 정리해야하는 부담이 있어 급하게 집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전체적으로 렌트비가 오른 탓에 1인실도 너무 비싸고 주위에서는 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지인께서 방이 하나 비어 있다고 임시로 혹은 계속해서 거주해도 되니 들어오라고 제안을 하셔서 옮기기로 했다.

일단 당장 나가던 주당 렌트비의 부담은 덜고 확실하게 비용 절감이 되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일을 하는 사업장이기도 했던 근거지를 방 하나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여기저기 남아 있는 짐을 정리해서 방 하나에 다 넣는다는 것도 힘들었다. 결론적으로는, 창고에 있던 재고와 쓰지 않는 짐은 일단 웬디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창고에 보관 후 점차 줄여가기로 했고 쓰지 않는 짐은 조만간 집으로 배송 예정, 그리고 실내에 있던 짐들은 이사용 종이상자에 넣어 그대로 보관하며 급한 것만 꺼내 쓰는 정도로 지내보기로 했다. 사실 그 외에 달리 방법도 없고.

창고에 10년 가까이 쌓여 있던 짐을 정리하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였고 어느 정도 버릴 것을 버리고 정리한 후 다시 이사를 나가는 것도 또한번의 스트레스다. 주거지가 안정이 되어야 뭐든 해볼텐데 머리는 복잡하고 생각이 많다 보니 의욕도 별로 없이 한 달을 보낸 것 같다. 어쨌든 지인들의 도움으로 짐도 옮기고 버릴 것도 정리하고 보관용 짐도 잘 맡기고 방도 얻었으니, 모든 분들에게(읽지는 않겠지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도와줄 분들 없이 헛살지는 않았구나… @.@

며칠동안 조금씩 더 정리를 하며 이제 거의 마쳤고, 좁은 방에 모든 것을 늘어놓고 살 수는 없어 꼭 필요한 것만 꺼낸 상태로 나머지는 쌓아두고 살기로 했고, 그러다 보니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기나긴 이사 과정은 끝에 와 있다. 웬디 할머니 창고에 있는 보관용 짐들을 가족들에게 보내는 일이 남았지만 어차피 보관용 짐이란 것은 말그대로 보관용이고,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하며 사는 것을 생각하면 이사 과정은 거의 마쳤다고 볼 수 있겠다. 남은 것은?

새 거주지에서 그동안 묻어놓고 지냈던 일에 대한 부분들,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의 새로운 일 시작 등 앞으로 해야할 새로운 일들을 제대로 해야할 시점이다. 집을 수리하는 일도, 심지어는 정원을 관리하는 일도 제대로 안되고 있지만 “이사”라는 큰 과제는 마무리를 했으니 앞으로는 새로운 기반에서 뭐든 더 잘 될거라 믿고 또 그렇게 노력해야 할 듯.

그럭저럭 집 구매와 이사 등에 신경을 쓰느라 벌써 3월도 다 가고 4월이다. 6개월 이상을 이 일에 매달려서 무난하게 잘 마무리 했으니 다행이랄까?

끝으로 살던 집을 나오면서 겪은 부동산 직원에 대한 그리 좋지 못한 기억들. 살던 집은 아이들이 자란 시간, 내 일을 키워가는 과정 등 여러 가지로 내 가족에게는 호주에서의 삶에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 늘 그렇듯이 우리는 집을 깔끔하고 문제없이 쓰도록, 그리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해가며 살았고, 중간중간 주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도 받곤 했지만, 정작 마지막으로 이사를 나오는 내게 있어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10년 전 이사를 들어가는 시기에 주인은 아직 짐을 비우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당연히 집 청소도 해두지 않고 나갔으며 우리는 전체 청소는 물론이고 그 전 주인인 할머니가 살던 시절부터 묵은 벽의 때도 벗겨내며 전체를 청소했다. 주인과는 “나갈 때 청소 안한다”고 약속을 했지만 그렇게 동의하던 주인은 친구라며 데려온 부동산 직원(새로 집 관리를 맡기기로 한 친구)과 사전 모의를 했는지 “카펫 청소는 안해도 되지만 여기저기 먼지가 쌓였다”는 것을 핑계로 목소리를 높이며 청소비를 내라고 했다.

이사 일주일 전에 마당도 쓸어주고 앞마당 잔디도 깎아 주었지만 구석구석에 난 풀을 뽑지 않았다고 지적하는가 하면(물론 안 뽑은 것은 잘못이지만 입주 당시에는 더 관리가 안되었음) 이것저것을 핑계로 결국 880불을 본드비(예치금)에서 깎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마무리 했다. 안 그래도 바쁘고 머리 복잡한데 논쟁하기 싫은 상황도 한 몫을 했지만 결정적으로 의지를 꺾은 일은 중개인이 한 말. “안 그래도 거의 5년 전부터 주인한테 너 쫓아내고 더 올려서 사람 받으라고 했는데 주인이 사람 좋아서 너 오래 살게 해주었으니 나갈 때 청소 등은 최소한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 이것들이 인간이야? 내가 이렇게 무시받고 거지처럼 얹혀산거야?하는 생각… 집 관리 열심히 하면서 살아도 결국 남는 것은 없고, 코비드 이전에는 어차피 시세도 높지 않았으며, 주인과 합의해서 “잘 관리하는 대신 싸게 살기로”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우리를 “봐줬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니,

쥐뿔 돈 버는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오직 부모 잘 만나 그 덕분에 일찍 집 사서 계속해서 세입자한테 돈 받아서 대출갚는 주제에 무슨 특급 부자라도 되는 듯 으시대는 꼴이란, 그대들이여, 호주란 곳은 정말 자본주의 극치, 돈이 없으면 집이 없으면 그렇게 서럽게 살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열심히 벌고 모아서 꼭 집 사라 더러운 꼴 보기 싫으면.

오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껏 살아보니 인생은 돌고돌아 뿌린대로 거두고 노력한만큼 이루고 사는 것 같다. 더럽고 치사하게 행동하는 그들에게 어울리는 결과가 언젠가는 되돌아갈 것을 생각하며, 그냥 조용히 잊고 나는 또 나의 살아온 인생에 맞게 여전히 노력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갈길 가려 한다. 아직도 길은 멀고 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