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이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주소 이전 및 서비스 신청을 했었다. 가족들이 모두 떠나게 되니 가스 및 전기를 일정 날짜에 맞춰 끊거나 조절했고 각종 서비스의 주소 이전을 했으며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도 새 주소지로 이전 신청을 했다. 영어로는 리로케이션 relocation, 즉 주소 이전 신청인데 이 과정에서 약간 문제가 생겨 몇 달 동안 골치거리였지만 결국 해결을 하게 되었다.

내용인 즉, 원래 쓰던 업체의 서비스는 250Mb로 월 99불을 지불해왔다. 지금이야 업체의 기본 요금이 99불이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100Mb가 99불이고 250Mb 및 그 이상은 훨씬 더 비싼 서비스였다. 어쨌거나 이 서비스를 새 주소지로 이전하면서 같은 요금에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었고 업체는 당연히 동의를 했다. 다만 새 주소지(브리즈번)의 경우 광케이블이 가설되어 있지 않아 당장은 집으로 들어오는 전화선을 이용한 100Mb가 한계라서 요금을 조금 줄여주고 인터넷 업그레이드를 통해 처리한 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나니 업그레이드는 커녕 인터넷 자체가 처리가 안되었고 결국 이사 며칠 후 전화를 해서 바로 서비스 연결 처리, 그리고 약 한달 주기로 몇번 전화를 했지만 그때마다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신청되어 있지 않다”는 식의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결국 몇 달 간의 짜증나는 통화 끝에 인터넷 서비스 중재 기관에 신청을 했다. 내용은 “같은 품질과 요금의 서비스를 요청했으나 처리가 되지 않았고 낮은 품질의 서비스로 같은 요금을 청구하고 있어 이는 고객 기만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99불을 내고 250 이상을 썼으나 더 낮은 서비스를 계속해서 써야 하는 상황인데다 업그레이드 약속은 지켜지지도 않고 아예 신청 자체가 안되어 있다 하니(그 후에 여러번 요청했음에도 처리 안됨) 고객을 계속 유지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재 기관에서는 TPG 불만 처리 부서를 통해 연락을 해왔고 서비스 업그레이드 등에 대해 통화 후 처리를 약속했지만 역시 한달이 지나도 처리가 되지 않아 재신청을 했다. 그리고 4월말경 드디어 NBN을 통해 인터넷 업그레이드 날짜를 약속받았다. 호주의 인터넷은 NBN이라는 기관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고 각 업체들은 이 회선을 빌려 영업을 하고 사용료를 내는 식이다. 그러니 실제로 다른 듯 해도 모든 업체의 서비스는 같은 내용이고 다만 “영업적인 측면에서” 속도나 서비스 등이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품질은 웬만하면 같다는 뜻이니 그냥 저렴하고 믿을만한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인터넷 업그레이드라는 것은, 집 근처에 있는 허브 hub까지 와 있는 광케이블을 내 집까지 끌어오는 과정이다. 이는 기존의 전화선과 달리 훨씬 더 빠른 속도의 통신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NBN에서 제공하는 기본 장치(NBN박스)의 모양과 케이블을 꽂는 부분의 형태도 달라진다. 전화선을 이용한 속도가 최대 100Mb 정도라면 광케이블에서는 훨씬 더 빠른 속도가 지원된다. 아직까지 1Gb 까지의 서비스는 본 적이 없지만 500Mb 정도는 제공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예전 살던 집에서 한 때 700Mb를 넘는 속도가 난 적이 있는데(물론 당시의 기본 서비스 계약은 250Mb 정도였음) 일반적인 100Mb 가입 상태에서 보통 무선 와이파이로 20-30Mb 정도가 나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허브에서 내 집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을 활성화한 후에 벽에 구멍을 내어 실내로 선을 넣고 거기에 단자함을 설치한다. 그리고 그 단자함에서 NBN 박스를 연결하고 여기에 다시 개인용 모뎀(혹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연결하여 와이파이를 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유선도 가능하고 요즘 유행하는 메시 시스템도 가능하다.

업그레이드 당일, 2시간 정도면 끝날 것 같던 작업이 오후까지 이어져 5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어쨌든 작업은 무사히 끝났다. 아래층 방 한 쪽에 단자함을 넣고 거기서 이더넷 케이블을 이용해 NBN 박스로 연결하고 다시 업체에서 제공한 모뎀을 이용해 접속한다. 메시는 아니지만 신형 모뎀(라우터)의 경우 AX5000 이상의 성능이라 제법 빠른 속도와 넓은 범위에서의 지원이 된다. 당일은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날 측정한 속도는 250Mb가 분명하다. 참고로 모뎀 바로 옆에서 와이파이로 속도 측정을 하면 거의 최대 속도가 나오고 멀리 떨어질수록 이 속도는 낮아진다.

현재 인터넷 업그레이드를 통한 요금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250Mb 다른 하나는 450Mb, 그러나 앞으로 게이밍 스트리밍 등 각종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증가하게 되면 더 빠른 속도의 요금제가 등장할 것이고 기본 요금 역시 서서히 내려갈 듯 싶다. 한국은 1Gb 시대라고들 하는데 호주에서도 (기간 대비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있고 대상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느린 ADSL 때문에 자료 하나 받는 것도 힘들고 동영상 강의도 보기 힘들었으며 온라인 게임은 자주 끊겨서 불편했는데 이제는 10여년 만에 한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 속도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잘못된 서비스 결과에 대해 항의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250Mb를 더 빠른 속도로 바꿔서 이용할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소가족의 경우 충분한 대역폭이라 만족하며 시간이 없어 기존의 오르비 메시는 아직 연결을 못했지만(설정 필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모뎀으로도 충분한 속도를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게 쓰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