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한 주였다. 보통 “바쁘다”는 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내게 있어서 바쁘다는 것은 점심을 챙겨먹지 못할 정도로 꾸준하게 일이 이어지거나 시간이 걸리는 일들의 연속을 말한다. 하루에 한 두번 일이 있어 나가는 것을 바쁘다고는 할 수 없고, 최소 세 번 이상 일이 있고 그것도 계속해서 이어져 밥 먹거나 쉴 시간이 없으면 바쁜 날이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바쁜 한 주 였고, 특이하게도 모티스 볼트, 그러니까 래치형 latch 모티스가 아니라 상가나 사무실 등에 쓰는(알미늄 문틀과 유리문) 모티스 관련 일이 몰렸다. 보통 1년에 몇번 정도 있는 일인데 한 주에 여러 건의 작업을 했으니 특이할 수 밖에.

모티스는 mortice라고 하며 문의 앞뒤가 아니라 옆면을 통해서 분해 조립을 하는 제품을 가리킨다. 블로그에서도 수십번 이상 소개했던 내용으로, 장점이라면 매우 안전하고 여러 가지 기능을 약간의 설정이나 변경만으로 구현 가능하지만, 치명적으로 일단 고장이 나면 매우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문이 잠긴(혹은 닫힌) 상태로 고장이 나버리면 문을 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애시필드 Ashfield, 올림픽파크 Olympic Park, 피어몬트 Pyrmont에서 총 4개의 모티스를 다루거나 교체했다. 모티스 볼트는 볼트의 길이에 따라 22mm와 36mm가 있고, 옆으로 밀어서 여는 슬라이딩에 쓸 수 있는 고리 hook 방식의 28mm를 포함해서 총 세 가지다.(흔하지 않음) 거래하는 세 회사에서 모두 판매하지만 약간씩 크기와 특징, 구조 등이 달라서 저마다 특징이 있다.

너무 오래된 제품은, 꼭 모티스가 아니더라도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유리할 때가 많다. 먼지와 물기, 벌레 등 찌든 때가 있어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심지어는 분해도 어려우며, 열쇠나 실린더만 바꾸는 비용에 비해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작업도 쉽고) 비용면에서도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모티스를 두 개 교체했는데, 하나는 너무 오래되어 찌들어 나사도 풀리지 않았다. 오랫만에(?) 그라인더로 양쪽 실린더를 잘랐지만 그래도 빠져나오지 않아 옆면 틈으로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자르고 꺼내고 하면서 거의 30분 정도를 쓴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어려운 제거 작업은 별도의 비용이 있지만 이번에는 청구하지 않았다.

나무 문과 마찬가지로 알미늄 문도 너무 오래되면 경첩(hinge)이 늘어지거나 문이 움직여서 닿는 면이 생기게 되고 문이 잘 열리고 닫히지 않는다. 잠금 장치는 후순위, 문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때는 먼저 문을 손본 후에 나머지를 작업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깔끔하게 작업을 하더라도 나중에 문을 조절해서 위치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잠금 장치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년에 몇번은 영업을 시작하려는데 문이 안 열려서(잠금 장치 고장, 특히 모티스 볼트) 급하게 부르는 현장에 달려가곤 한다. 평소같으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이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잠금 장치가 매우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다. 그러니 늘 같은 말 반복 강조,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거나 불편하면 사람을 불러서 서비스를 받거나 직접 점검할 것을 권한다. 그것이 비용도 아끼고 작업 효율도 올리고 경제적으로 사는 방법이니까. *

지난번에 작업한 내용을 소개해 본다. 한 주택에서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방문했다. 현관문에 설치하는 일은 일상적이라 평소처럼 진행, 차고로 출입하는 슬라이딩 sliding 그러니까 옆으로 열고 닫는 문제 추가로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해 달라는 내용이다. 다행히 최근에 쓰고 있는 제품은 고리 hook 방식이라 어떤 환경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슬라이딩 문에 디지털을 설치할 경우 한 가지 단점이라면 실내외쪽 본체를 설치했을 경우 문을 완전히 다 열 수 없고 딱 그 본체만큼 열어야 한다는 것. 그 이상 열리지도 않고 문을 세게 열다 자꾸 부딪히면 본체에도 무리가 갈 수 있어 이전보다 조금 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차고에서 뒷마당으로 나가는 잠금 장치는 아예 고장이다. 특히 저렴한(쉽게 말해 싸구려) 장치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으로, 개인적으로는 1년에 3-4번 정도 경험하는 사례다. 손잡이를 돌렸을 때 연결된 부분 래치 latch가 당겨져야 하는데, 싸구려는 이 부분이 약해서 쉽게 끊어지고 또 조잡해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가끔은 돌려주는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부러지는 일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손잡이를 이용해도 문이 열리지 않게 되니, 이 경우는 전체를 뜯어내야 한다. 드릴 등으로 처리한 후 공구를 써서 부품을 조금씩 뜯어내고 당겨주면 된다.

어제는 급하게 요청받고 오래된 주택의 열쇠를 바꿔주러 갔다. 열쇠를 바꾸는 일은 흔한 작업이지만 환경에 따라서는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열쇠 변경을 위해서는 반드시 현재 열쇠가 있어야 하지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작업 시간이 좀 더 걸리고(열고 분해해야 함) 때에 따라서는 기존에 설치된 제품이 작업 불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산 싸구려 제품의 경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열쇠의 두께가 다르다거나 내부에 들어가는 핀의 크기가 미세하게 다르거나 혹은 핀을 넣는 구멍이 좁거나(핀 지름 얇음) 여러 이유로 작업이 불가하다.

어제의 경우 한 문에서는 데드래치 deadlatch를 작업해야 하는데 처음보는 제품이 쓰였다. 10여년을 작업해 왔지만 처음보는 제품으로 앞부분도 분해가 안되고(새 실린더로 교체 후 열쇠 변경) 뒷부분도 너무 복잡하게 조립되어 있어 이걸 작업할 경우 새로 사는 비용에 근접하는 작업비가 나올 수 있는 상황. 많은 사례를 보면, 특히 중국인들이 자국 제품을 좋아해서 사다가 쓰는 경우가 많은데, 조립이나 구조가 조잡하고 재료가 부실해 보이고 표준과 유사하지만 정확하게는 다른, 중국산 제품을 쓸 경우는 내구성이 떨어져 오래가지 않고 고장나기 쉬우며 향후 열쇠 변경 등의 작업을 하려 해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니, 늘 강조하듯이 보안과 안전에 관한 제품은 제발 좀 가급적 표준 제품이나 호주에서 흔히 쓰이는 제품을 쓸 것을 권하고 싶다.

특이한 현관문. 상단에는 데드볼트를 하단에는 손잡이 놉셋 knobset을 설치해 두었다. 열쇠를 바꿔달라고 해서 열심히 뜯고 작업을 마치고 보니, 너무 서둘렀던 탓일까? 위의 데드볼트는 앞뒤 본체만 달려 있네? 중간에 잠궈주는 볼트 부분이 아예 없다. 왜 달아 두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가짜 fake 잠금 장치로, 전문가인 나도 모르고 작업을 해줬을 정도이니(청구는 안함) 외부인에게는 너무도 안전한 집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일을 하다 보면 참 다양한 환경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현관문에 3개 이상의 잠금 장치를 달아둔 곳을 포함해서… *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나이가 들어가는 일이다. 모든 것이 그대로는 아니지만, 나의 생각은 지금 그대로, 좀 더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가진 상태로, 곁에서 느껴지는 모습은 조금씩 세월에 빛바랜 외모로, 돌아보면 어린 시절의 그 생각에 시간의 경험을 더해 사회적으로 바라보여지는 “숫자로서의 나이”만 변하며 인생이 그렇게 흘러간다.

나이가 더 들어 중장년을 넘어 노년이 되면 기력도 떨어지고 사회에서는 거의 밀려나게 되며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더 짧게, 어쩌면 인생을 살며 한번이라도 했을지 모를 죽음에 대해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 인생은 참으로 짧고 그것을 너무 뒤늦게 깨닫는 것 조차도 인생의 과정이 아닐까.

이사를 나와서 이제 자주 보기도 힘든 할머니를 거의 한 달에 한 두번 보러 간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는 나도 깜짝 놀라는 상황을 접했다. 차고에 세워둔 할머니의 차가 상당히 심하게 파손된 것.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마침 할머니는 외출중이라 집에 없었다.

며칠 후 다시 방문해서 잠깐 대화를 해보니, 라운드어바웃(round about) 그러니까 원형 교차로에서 기다리던 중 반대편(호주 기준 우측)에서 차가 오지 않아 바로 출발을 했는데 그 앞의 차가 출발하지 않고 있어서 그 뒤를 박았다는 것. 보통 차를 출발하면 가속을 하게 되니 그 힘이 온전히 앞차에 전해지며 내 차의 보닛이 찌그러질 정도의 충격이 생긴 듯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상인 상황은 분명 아니다.

할머니는 왜 앞차가 가야 하는데 안 가서 사고가 생겼냐며 불평을 하시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는 100% 할머니의 실수일 수 밖에 없다. 운전을 할 때는 차가 오는 방향(우측)은 물론이고 앞과 다른쪽 옆 등 모든 사방을 살피면서 해야 하는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결과다.

당분간은 보험 회사에서 빌려주는 차를 쓰고 있지만 차가 없이는 생활이 안되는 호주이기에 급하게 다른 차를 구해야 했다. 파손된 차는 이미 오래되어 보험 처리를 해도 비용이 너무 들어 회사에서는 폐차로 결정되었고 시장가 정도를 받는 선에서 보험 처리가 마무리 되면 할머니는 새로 차를 구해야 한다.

매번 남은 인생 벤츠 하나 뽑아서 타보는 것 어떠냐고 제안하곤 했는데 아껴쓰는 것이 생활인 할머니 성격에 그렇게 하지는 않으실테고, 그냥 적당한 중고차 하나 사서 타려는 계획이라 해서 차 구입을 도와드리기로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번 암 재발 진단 후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가끔씩 아파서 드러눕기도 하고 또는 병원 방문이나 기타 일정으로 시간이 맞지 않기도 하고…

할머니를 알고 지낸 것이 벌써 13년이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그 동네에 가서 살게 되었고 둘째가 태어나기 전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벌써 13년. 내 가족 특히 아이들에게 너무 잘 대해주는 할머니는 내게도 가족같은 분인데, 언제나 활기차고 건강하던 그 모습도 세월이 가면서 바뀌어 이제는 언제 어느 시점에 만나더라도 늘 지쳐있고 나이들고 힘없는 노년의 모습 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살아계실지 모르지만 힘들지 않게 아프지 않게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내시기를… *

호주의 많은 주택이나 건축물이 나무로 지어진 것과 달리 상가나 소규모 유닛, 아파트 등은 콘크리트 구조에 철제 재료들을 이용해서 짓는다. 나무를 바탕으로 하는 목공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철제로 된 구조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구멍을 메꾸거나 때우거나 할 수 없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

나이트래치 night latch는 예전에 데드래치 dead latch가 흔하지 않았고 가격이 비싼 탓에 후문, 창고문, 화장실 등 비싼 제품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문에 간이(simple) 잠금장치로 설치하는 제품이다. 구조도 매우 간단하고 특히 가격이 비싸지 않아 요즘도 종종 쓰이는데, 문제는 이 제품이 간단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고장이 잘 나고(닫힌 상태로 고장나서 안 열림) 보안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탓에 주요 출입문에는 별로 권하지 않는다는 것.

블로그를 통해 아주 많이 강조했던 사실 하나는, 모든 잠금장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품 그 자체(lock body)가 아니라 문을 잠그고 잡아두는 스트라이커(strike)다. 잠금장치를 얼마나 안전하고 튼튼하게 잡아주느냐에 따라 실제 보안성이 제대로 효과를 내는가 하면 혹은 아무리 비싸고 좋은 제품이라 해도 스트라이커 작업이 부실하면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의 현장은 철제로 된 상가 구조의 문틀 frame인데,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문이 휘어져 위에서 아래까지 일자로 바르지 않다 보니 가운데 부분이 바깥쪽으로 휘어진 탓에 문을 닫아도 가운데가 밖으로 볼록 튀어나온다. 즉 문틀에 문이 최대한 가깝게 닿아야 잠글 수 있는데 바깥으로 휘어지다 보니 잠금 상태를 잡아주기가 쉽지 않다. 두번째로 그런 탓에 간이 나이트래치를 억지로(문과 문틀에 가깝게) 철판을 잘라 구멍을 내어 만들었는데 그 얇은 철판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찢어져 버렸다는 것. 다시 말해 문이 안 잠기는 상태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른 철판이나 부속을 갖다 붙여도 나사로 박는 정도로는 원래의 철판 강도보다 약할 수 밖에 없고, 특히 문이 밖으로 휘어진 상태라 밖으로(열리는) 힘을 받고 있어 단순 수리 정도로는 해결이 안될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바로 경첩. 현장을 가보면 상당히 많은 비율로 경첩이 빠지거나 떨어지거나 약해지거나 하는 상태인데 고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문이 안 닫히거나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잠금장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문의 열리고 닫히는 상태와 경첩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경첩 자체가 오래되어 고장났다면 같은 크기의 제품을 교체하고 단순히 나사가 헐거워지거나 빠졌다면 구멍을 메꾸면서 더 굵고 긴 나사로 단단하게 고정시켜야 한다. 우습게 보이지만 이 경첩에서 나사를 0.5mm만 당겨주어도 문을 닫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진다. 거꾸로 말하면, 경첩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라 이를 교체하고 고정하는 일은 매우 정교한 과정이라 의외로 힘들다… @.@

이미 문도 거의 망가져 있고(틈이 많이 벌어짐) 문틀에도 여러번 나사를 박고 해서 구멍이 숭숭 뚫린 탓에 쉽지 않았다. 세 개의 경첩을 하나씩 모두 제거하고 새걸로 교체 완료. 평평한 땅이라면 경첩을 아래에서 위로 진행하며 교체하고 마지막 맨 위의 것을 할 때는 문이 약간 벌어질 수 있으니(무거워서 내려앉음) 미리 문 아래에다 받쳐두고 진행해야 한다. 이번 현장은 평지가 아니다 보니 직원에게 요청해서 문을 잡아주도록 부탁해서 진행했다. 혼자 작업할 때 어려우면 문틀에다 경첩을 미리 고정하고 문 아래에 받친 상태로 나사를 두 개만 고정해도 충분하다.

나이트래치를 교체하기에는 문틀이 이미 찢어져 좀 더 안전한 데드래치를 쓰기로 했다. 게다가 문이 바깥으로 열리는 상태라(outward) 특별히 외부형으로 제작된 제품을 쓴다. 그래야 회사로부터 제대로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내부형을 뒤집어 외부형으로 쓸 수도 있지만(inward->outward) 이럴 경우 보증이 되지 않는다.

상단에 새로 구멍을 내고 데드래치를 설치한다. 외부형은 특별히 만들어진 스트라이커를 제공하는데, 이를 위해 문틀을 그라인더로 자르고 위치시킨 후 나사로 고정하면 된다. 단순히 문틀 철판에만 의지하는게 아니라 스트라이커 자체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것이라 100배 이상 더 튼튼해지는 것이다. 문이 바깥으로 휘어진 탓에 실내쪽에서 볼 때 문틀과 문 사이에 빈틈이 생기고 스트라이커 고정이 불가능해서 실내쪽 데드래치에다 2겹의 팩커(packer, 두께조절용 부속)를 썼다. 보통 한 개를 쓰는 경우도 흔하지 않은데, 이번에는 문이 너무 휘어져 6mm 정도로 높여준 것이다(종류에 따라 3mm, 5mm, 10mm 등).

이렇게 해서 세 경첩과 데드래치로, 비록 문은 낡고 부서져 가지만 당분간 문을 쓰고 잠그는데는 전혀 문제없는 상황이 되었다. *

호주에 10여년을 살았지만 초기를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이사를 하지도 않았고 살면서 큰 쓰레기를 버릴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대부분은 1년에 두번 정도 있는 무료(!) 수거일에 맞춰 쓰레기를 버려왔기에 지난번 이사 과정에서 침대 등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매우 당황했었다. 당연히, 돈을 주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쓰레기를 버리면서도 돈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 너무 열받고 아까워서 여기저기를 고민하다 결국 좋은 해결책을 찾았다.

한인 사회에도 있고 외국 업체에도 있는 “대형 폐기물 수거 대행 업체”는 솔직히 말하면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장점이라면 (미리 예약할 경우) 언제든지 날짜에 맞춰 와서 직접 쓰레기를 가져간다는 것, 손 하나 댈 필요 없이 사람을 써서 쓰레기를 버릴 수 있으니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업체와 쓰레기의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난번과 같이 침대 1개, 매트리스 1개, 책장 1개 정도로 버릴 경우 저렴하게는 300불 정도, 비싼 곳은 400불대 중반을 불렀다. 두 사람이 와서 약 30분 정도 짐을 실어가고 또 폐기물을 버리는 비용을 감안하면 아주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쓰레기 버리는 것에 드는 비용”치고는 꽤 높은 편이다.

거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유료 쓰레기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지난번 동네는 혼스비 Hornsby 카운슬 소속이라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 보았다. 답변은 “가능하다”는 것.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공무원이나 직원이 하는게 아니라 관련 업체에 “외주”를 주는 일이라 해당 업체 연락처를 알려준다. 업체에 직접 연락해보니 원하는 날짜가 아니라 업체에서 가능한 날짜를 알려준다. 자 이럴 경우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4월 1일에 이사를 나가야 하면 그 전에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업체에서는 4월 5일에 수거 가능하다면 이사를 나오면서 쓰레기를 남겨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4월 1일에 이사를 나온다면 적어도 한달 정도 전에 연락을 해서 적당한 날짜를 미리 확인 후 예약을 해야 한다. 대형 폐기물은 내가 원하는 위치에 내놓을 수 있고(길거리 수거) 그 위치를 알려주면 계약을 맺은 하청 업체(카운슬 대행 업체)가 새벽에 와서 가져간다. 단, 반드시 지정된 날짜 전날 밤에만 내놓아야 하고, 그 전에 내놓으면 벌금을 물게 되니 주의할 것.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이사 과정에서 위와 같은 대형 폐기물을 호주 살이 처음으로 돈을 내고 버렸는데(큰 집으로 가면 안 버렸을 것임) 내 경우는 이웃 지인께 폐기물을 잠기 맡겨두었다가(뒷마당) 수거일 전날밤에 재방문해서 길에다 내놓는 식으로 처리했다. 다른 지인이 두번이나 도와준 덕분에 인건비를 아낄 수 있었고 저렴하게 처리가 가능했지만 사실 두 사람이 두 번이나 움직인 것을 생각하면 크게 저렴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미리 예약을 하고 준비했다면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다음부터는 필요하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업체들이 3-400불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카운슬 계약 업체를 통해 71.50이 들었다. 1/3도 안되는 비용에 쓰레기를 버리니, 물론 70불이라도 돈 주고 버리는 것은 아깝지만 어차피 해결해야 할 일이니(무료 증정이나 판매가 안된다면) 이 방법이 가장 좋을 듯 싶다. 카드 결제 가능… *

지난번 글에 이어서 정원 관리에 대한 두번째 이야기다. 작은 집에 살 때는 별로 필요가 없거나 크게 신경쓸 일이 없지만 정원이 넓어지거나 집 주위에 나무가 많아지만, 특히 여름같이 풀과 나무가 잘 자라는 계절에는 거의 매주, 늦어도 2주에 한번은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집을 사고 벌써 6개월 가까이가 되어 그 동안 딱 두번(집 사고 나서, 중간에 한번) 관리를 했는데,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터라 전혀(!) 관리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https://blog.naver.com/lupin2/223268702633

처음에는 지인의 소개로 정원 관리를 위한 사람을 고용했다. 한국인이라면 조금은 더 저렴하면서도 꼼꼼하게 일을 해주기 때문에(내 경우도 마찬가지, 저렴하지만 꼼꼼하게!) 기대를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더이상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고 포기하고 지내다, 하이페이지 hipages에 구인 광고를 여러번 내어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작업 시간과 비용도 제각각인데다 어떤 경우는 집 전체의 가치지기(hedging)에 거의 1500불 이상을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집 근처의 한 사람을 고용해서 몇 시간만 시켜봤지만, 결과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도 않고… 역시 일이란 것은, 전문가다운 마음과 실제 실력을 갖고 일하는 사람을 써야만 하고, 다만 그에 대한 비용을 합리적으로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는 비용이 너무 쎄고…

최종 결론은, 장비를 사서 직접 정리하기로 했다. 먼저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상태의 집 주위 화단과 나무들 상태.

지난번에 이미 헤지 트리머 hedge trimmer는 구입을 했지만 이것의 단점이라면 길이가 짧아 낮은 나무에만 가능하다는 것. 집에 높은 나무가 있으면 손을 쓸 수가 없다. 사다리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또한 잔디를 자르기 위해서 장비를 고민했으나 무선(cordless) 잔디 기계는 그다지 평이 좋지 않고 잔디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아 유선용 최저가 제품을 그냥 사기로 결정. 그래서 기존의 헤지 트리머에 유선 잔디 기계(lawn mower), 길이가 긴 폴 헤지 트리머(pole hedge trimmer, 장대 가지 치기 기계?)를 갖추고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브리즈번에는 재고가 없어 지난번 시드니에서 구입해서 직접 가져갔다는 후문.

폴 헤지는 앞부분이 앞 90도 뒤 90도까지 해서 180도로 꺾이고 모두 7단계로 각도를 조절하며 쓸 수 있는 장비다. 단점이라면 무게가 꽤나 무겁고(팔 근육 떨림 @.@) 장점이라면 높은 곳 먼 곳, 나무의 상단도 사다리 없이 앞부분을 꺾어 쓰면 보다 쉽게 작업이 가능하다. 아래 사진들은 작업 후의 결과물.

잔디의 경우도 집 앞 먼 곳은 원래 카운슬(council, 동사무소나 구청 정도의 관할 기관)에서 관리해주는 것이지만 너무 대충 깎아놓고 쓰레기까지 내버려두고 가서 그냥 긴 연장선(25미터 2개 연결 @.@)을 사서 한번에 다 해버렸다.

마당 안쪽의 잡초는 일일이 손으로 다 뽑았고(인간 승리!) 한쪽에는 잡초라기 보다는 잔디가 자라기 시작해서 손으로 뽑기 어려워 결국 그냥 라인 트리머(line trimmer, 제초기)를 써서 날렸다. 마무리는 제초제. 다음에도 계속 잡초를 뽑고 정리하고 제초제를 치다 보면 좀 더 깔끔해질 듯.

집 왼쪽의 길가 담장을 따라 나무들이 많이 자랐지만 역시 폴 헤지를 이용해서 나름대로는 다듬고, 수영장 뒷쪽으로 난 나무들도 대략 정리를 해서 완벽은 아니지만 훨씬 더 보기좋게 정리 완료. 한번에 다하기에는 너무 덥고 힘들어서 집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하루에 조금씩 해서 마무리를 했으니, 다음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 조금씩 해도 훨씬 수월할 듯.

눈으로 보기에 좋은 것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아니면 돈을 쓰든지… 정원 관리 역시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직접 해보면 (물론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또 할만한 일이다. 라인 트리머를 시작으로 헤지, 폴 헤지, 잔디기를 산데다, 아마도 다음에는 굵은 나무 가지를 자르기 위해 폴 쏘, 전기 톱이 필요하지 않을까… *

지난 글에서 올렸듯이 가족들이 주를 넘어 브리즈번으로 이사를 하게 되니 이제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는 혼자 남은 셈이다. 약간의 에피소드도 있는데, 알고 지내던 이웃들은 대놓고 내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웬디 할머니를 통해 들은 바로는, 혹시 우리 부부가 헤어지게 되어 이제 따로 사는 것이냐고 걱정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

가족들이 이사를 한 1월 이후로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돌아와서 조금 바쁘게 지냈고(일도 하고 창고 정리도 하고) 지난번 쓰레기를 모두 버린 후(대형 폐기물 수거일, 2월초!) 지난주에 다시 브리즈번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번 방문은 더운 지역으로 간 가족들이 물을 많이 먹게 되었음에도 수도 시설의 고장으로 지난번(이사 직후) 정수기 설치를 못했기에 정수기 설치를 비롯해서 정원 관리 등을 처리하고 여기 남겨두고 간 것들 중에서 내게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짐들을 차에 싣고 가서 자동차까지 완전히 이전 처리를 한 후에 돌아온 것이다. 차 이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소개… (며칠간 많은 일을 했네!!!)

요즘은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늘고 미혼이나 기혼 세대에서 혼자 사는 이들이 늘고 있다지만, 그래서 나 역시 여기에 합류한 (유행을 따르는) 사람처럼 되어 버렸지만 실은 혼자 산다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마음으로는 자유롭고 홀가분하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특히 가족들과 같이 살다가 헤어져 살게 되는 것은 외롭고 힘든, 현실적으로는 먹고 사는 일도 쉽지 않아지고(끼니 걱정) 일이 없는 비는 시간에 도저히 할 일이 없는, 밤에 잘 때 외로운 것은 둘째치고(어차피 자는 시간이 달라 혼자 잠…)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 별로 권할 일은 되지 않는 듯 하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현실적 문제는 먹는 일이다. 두집 살림이 되면서부터 생활비와 지출이 크게 늘어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법을 택했고, 그래서 예전같으면 반찬 가게에 가서 일주일에 두번씩 먹을 것을 사왔지만(나물이라든지 마른 반찬류)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물가가 너무 오른 탓에 데워먹을 수 있게 파는 국거리도 한 팩에 15불 정도 하는데 이걸 세번에 나눠 먹는다쳐도 한 끼에 국만 5불, 한달로 계산해서 한 끼에 5불이면 식비만 450불이 드는 셈이니 적지 않은 돈이다(나 혼자를 위한 비용!). 가족 수로 계산하면 국만 데워먹어도 한 달에 거의 2천불이 든다는 뜻이다. 절대 비추(부대찌게 두번 사다 먹고는 너무 비싸서 이제 안 삼).

아내의 권유대로, 정육점에 가서 양념된 고기를 종류별로 사다 일주일에 한 종류씩 먹는 방법을 쓰고 있다. 대략 비용은 일주일에 8-10불, 고기는 2-3끼 정도 먹을 수 있고(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 여기에다 울워스에서 파는 세척 야채 팩을 사서 한번더 씻어 소스를 얹어서 먹으면 된다. 한인 식품점에서 파는 김치류와 자장, 컵라면, 떡볶이 정도가 주 먹거리이고, 그외 기회가 될 때마다 일부러라도 맥도날드 햄버거 정도를 (할인품이나 혹은 포인트 이용) 먹으며 별미로 때우고 있다. 이는 혼자 살이가 아니더라도 너무 오른 물가 탓에 이제 매끼 고기를 사서 야채에 더해 푸짐하게 먹는 식단은 호주에서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개인 월 생활비를 1000불로 잡았다가(전기 등 모두 포함) 이제 500불로 목표를 잡고 더 줄여보려고 노력중이다(식비를 월 300불로 줄여야 함 @.@).

혼자 살고 있으니 특별한 취미도 없는 나로서는 영화를 보지도 운동을 하지도 않고 일하지 않는 시간에 집에서 멍하니 지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물론 최대한 글쓰고 정보를 뒤지고 뭔가를 정리하는 등 다른 일을 보려 하지만, 따로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하는 등의 일이 필요하지 않은 탓에 남는 시간이 많아, 생활이 안정되면 예전부터 계획하던 블로그 키우기와 글쓰기(창작) 독서 등을 제대로 해보려 한다(이사 후 앞으로의 계획).

창고 비우기가 거의 마무리 되었고 어차피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이상의 세세한 창고 정리는 덮어두고, 직업과 관련된 상황만 좀 정리가 되면 바로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할 예정이다. 10년 가까이 살았던 현재의 집을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현실적으로 침실 두개, 넓은 거실, 욕실 하나가 모두 비어 있음에도 큰 돈을 지불하고 있어 절반 정도 되는 원룸 혹은 그 비슷한 수준의 집으로 이사할 예정인데, 근처 동네는 오히려 비싸서 다른 동네로 가야할 듯 싶다. 구글맵에 사업장 주소가 바뀌는 것은 고민이라 방법을 연구중. 이렇게 하면 연간 상당히 큰 돈을 아낄 수 있어(싸구려 차 한대값!)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니 최대한 빨리 알아보는 중.

일을 브리즈번으로 옮기는 것도 단계별로 하나씩 진행중이다. 그동안 쓰던 법인과 개인 회사를 둘로 나눠 시드니에는 법인만 남겨두고 개인은 브리즈번에서도 가능하게 자격을 취득했으니 그쪽으로 주소를 옮기고 교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나 홍보도 시작해서 서서히 시장을 옮겨야 할 듯. 시장 테스트도 해야 해서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할일은 많은데 시간은 걸리고, 일이란 것이 항상 내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당장은 답답하고 힘든 일이 많지만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진행해야 할 듯.

내년에는 좀 더 나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내일은 더 나을거야”라고 말하며 희망을 갖지만 그 희망의 언저리에는 당장 오늘부터 내일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시간들이 바탕이 됨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다 보면, 그 노력이 쌓여 내일은, 내년에는 좀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삶은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니, 새로운 인생의 단계를 위해 오늘 하루도 또 바쁘게 움직여보자. 스스로에게 화이팅… *

집을 옮긴다는 것은 단순히 위치를 이동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집을 사서 입주하는 상황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평소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을법한 세세한 것들까지 챙겨야 하고 가능하면 깨끗하고 깔끔하고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인지라, 그 점에서는 나와 가족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가족 전체가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게다가 주를 옮기는 것이라 국제 이사만큼이나 일이 많다. 그전에는 근처에서 주로 이동하다 보니 렌트 기간을 겹치게 계약해두고 작은 짐은 상자로 싸서 미리 옮기고(많은 이들이 하는 방법) 나중에는 큰 짐만 업체를 통해 옮기면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된다. 정작 이사 당일에는 부엌이나 방 등의 짐이 거의 정리되어 있어, 집을 청소하거나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를 옮기는 경우에는 짐을 미리 옮겨둘 수가 없어 한번에 짐을 다 싸고 나르고 정리해야 해서 많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건, 현재 사는 곳보다 넓은 집으로 가서 짐을 쌓아둘 공간이 충분했다는 것, 내가 이동하지 않고 집에 남아 있어, 나머지 짐을 다 뺀 후에도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 정리할 시간과 공간이 충분했다는 것. 물론 비용은 더 늘었지만…

이번 이사는 과거와의 이별이었다. 호주에 와서 10여년을 살며 그동안 바쁘다는 탓에 건드리지 않았던 창고 구석의 모든 짐을 다 한번에 정리해야 했는데, 가족들과 함께 브리즈번에 가서 대략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정리한 후 혼자 내려와서 버릴 것을 버리고 정리할 것 정리하면서 거의 2주를 보냈다. 다행히(?) 대형 폐기물을 버리는 날짜가 잡혀 있어 그 전에 모든 것을 확인하고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은 더이상 필요가 없는 과거의 기록이나 흔적들이라 과감하게(!) 버렸다고 할까?

살다보면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껴안고 사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과거의 기록과 흔적이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기억과 추억이겠고(예를 들면 자녀의 학창시절 공부한 흔적, 그림 등) 또하나는 예전부터 해오던 마구잡기 메모가 온갖 메모지에 적혀 있는 그 기록들을 이번에는 그냥 대부분 버렸다. 결혼전부터 기록해두었던 각종 메모와 예전 일하던 시절의 내용들(원고 등)까지 뒤적이며 정리해보니, 그거 참… 옛날부터 참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 뒤처지기 않기 위해 부족한 능력에도 참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였구나하는 생각.

짐을 어느 정도 버리고 나니 창고는 대략 정리가 되었다. 비어 있는 방과 거실을 보며 현재 더이상 여기서 살기에는 렌트비가 너무 아까워서 이사를 나가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구글에 떠 있는 사업장 주소도 바꿔야 하니 그동안 쌓은 리뷰가 아깝기도 하고, 새 주소지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된다.

이사 과정의 첫번째가 주 이동과 짐 정리라면 두번째는 각종 잡다한 사건 사고다. 하필이면 이사를 한 후에 시드니와 브리즈번 모두 많은 비가 내렸고, 10년간 살면서 한번도 겪지 않은 뒷마당 침수 사고도 발생했다. 내용인즉, 뒷마당쪽 길로 이어지는 집들에서 쓰는 하수도가 너무 많은 비로 인해 각종 쓰레기와 나무가지 등이 흘러내리며 막히는 바람에 현재 살고 있는 뒷마당에 있는 맨홀(하수구)을 통해 오물이 넘쳐 뒷마당을 통해 흘러내렸다. 그 덕분에 브리즈번에 있는 동안 시드니로 전화를 해서 지인에게 점검을 요청했고 마침 싱가폴에 여행가있던 이웃도 그 다음날 돌아와 내게 전화를 했으며, 시드니 하수 담당인 시드니워터 Sydney Water에 긴급 전화를 해서 수리 및 복구를 마쳤다는 것.

새 집에서는 거기대로 또 일이 많았다. 지난 연말의 비로 인한 피해 점검을 위해 보험 관련 업체에서 방문해서 집을 말리는 일이 있었고 수영장의 청소와 점검, 그리고 쓰지 않았던 욕실의 하수관이 터져 물이 새면서 못 쓰게 된 일 등,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일이 생기니 정신이 없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마무리된 단계… @.@ *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일이 많았던 2023년을 보내며, 이사를 앞두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이사란 것이, 특히 주(state)를 넘어 이사하는 큰 일을 앞두고 마음이 오랫동안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연말에 처음으로 막내 처제 가족이 조카 유학을 앞두고 둘러볼 겸 놀러왔다. 그 덕분에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불꽃쇼도 보았지만.

2024년이 되어 이사를 며칠 앞두고 우리 모두는 분주했다. 정말 오랜만의 이사인데다 주를 넘어서 이동하는 일이라, 온 집안에 짐을 정리할수록 더 복잡해지는 상황을 맞았다. 예전같으면 렌트를 일주일 정도 겹치게 계약해두고 옷이나 식기 등의 물건들은 차로 여러번 나누어 옮긴 덕분에, 정작 이사 당일은 업체를 통해 큰 짐만 옮기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미리 옮길 수 없는 탓에 내 짐을 제외한 모든 것을 제대로 싸야 했고, 게다가 주 이동이라 업체로부터 바구니나 상자도 얻을 수 없어 이사용품 구입에만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렇게 힘든 준비 과정을 마치고 정작 이사 당일, 미리 포장해둔 짐을 싣는 것은 대략 2-3시간 만에 마무리 되었고, 트럭이 떠남과 동시에 우리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그리고 깨순이까지!) 브리즈번을 향해 떠났다. 2019년에 집을 사려고 결정한 후, 이런저런 일로 자동차를 이용해 브리즈번을 거의 10번은 방문한 듯 싶다. 그만큼 질리면서도, 또 떠나면 마음이 흥분되는 장거리 여행이다. 아, 이사 당일에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 남은 짐을 가득 실은 탓에 그다지 쾌적하지는 않았다.

대략 11시경에 출발한 우리는 중간중간 주유를 하고 식사와 휴식을 겸하며, 엄청나게 비가 오는 지역도 지나서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으니,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서둘러 운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러 취침… 입주를 앞두고 전체 청소는 물론, 실내외 소독과 실내 페인트까지 마무리를 한 덕분에 그다지 더럽지 않은, 나름대로는 쾌적한 환경에서 첫날을 맞은 셈이다.

힘든 일은 다음날부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대충 챙겨먹고 준비하니 오전 7시가 넘어 이사짐이 도착한다. 이 분들은(사장님과 직원) 브리즈번 입구 근처에서 하루 자고 일찍 출발해 이사짐을 내리기 위해 온 것이다. 짐을 내리는 과정은 실을 때보다 더 간단하다. 다행히(?) 이사한 집은 시드니보다 더 넓고 커서 짐을 대충 적당히만 내려 놓기로 했고, 2층을 들락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친절함(?) 덕분에 옷과 이불 등의 짐도 1층 거실 한쪽으로 쌓아서 짐 내리기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 끝났고, 물론 그 짐은 내가 다 들어서 2층으로 옮겼다 @.@

본격적인 이사 과정은 짐을 풀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물론 짐을 싸고 옮기고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짐을 풀어서 제 위치에 넣는 그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내는 그릇과 이불 의류 등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잡다한 주변 정리와 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정리한다. 애초에 계획한 시간은 대략 일주일. 그 사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략 마쳐야 시드니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필요한 것을 사느라 버닝스를 들락거리고 지인을 만나 식사도 하고 물건을 알아보러 외출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빠르게 지났다.

그 사이에 지난번 발생한 폭풍 영향으로 누수 발생하고 나무가 쓰러진 것을 치우는 등, 이미 신고된 보험 협력 업체에서도 방문해서 몇 가지 작업도 했고, 다시 더러워진 수영장도 정리했으며, 마당에 잡다한 것들을 없앤 후에 휑하니 지저분한 마당의 흙도 파서 대충 정리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주문한 블라인드를 설치한 것도 포함…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할 일은 끝이 없고, 일단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왔지만 다음에 가서도 해야할 일들은 여전히 줄을 서 있다는, 이것이 주를 넘어 이사한 것과 집을 사서 해야할 일들이 많다는 것, 그 목록은 끝이 없는 과제라는 현실을 너무도 분명히 보여준다.

꼬박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정리를 하고 새벽 3시경에 다시 출발해서 시드니로 돌아왔다. 그 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