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옮긴다는 것은 단순히 위치를 이동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집을 사서 입주하는 상황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평소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을법한 세세한 것들까지 챙겨야 하고 가능하면 깨끗하고 깔끔하고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인지라, 그 점에서는 나와 가족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가족 전체가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게다가 주를 옮기는 것이라 국제 이사만큼이나 일이 많다. 그전에는 근처에서 주로 이동하다 보니 렌트 기간을 겹치게 계약해두고 작은 짐은 상자로 싸서 미리 옮기고(많은 이들이 하는 방법) 나중에는 큰 짐만 업체를 통해 옮기면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된다. 정작 이사 당일에는 부엌이나 방 등의 짐이 거의 정리되어 있어, 집을 청소하거나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를 옮기는 경우에는 짐을 미리 옮겨둘 수가 없어 한번에 짐을 다 싸고 나르고 정리해야 해서 많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건, 현재 사는 곳보다 넓은 집으로 가서 짐을 쌓아둘 공간이 충분했다는 것, 내가 이동하지 않고 집에 남아 있어, 나머지 짐을 다 뺀 후에도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 정리할 시간과 공간이 충분했다는 것. 물론 비용은 더 늘었지만…

이번 이사는 과거와의 이별이었다. 호주에 와서 10여년을 살며 그동안 바쁘다는 탓에 건드리지 않았던 창고 구석의 모든 짐을 다 한번에 정리해야 했는데, 가족들과 함께 브리즈번에 가서 대략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정리한 후 혼자 내려와서 버릴 것을 버리고 정리할 것 정리하면서 거의 2주를 보냈다. 다행히(?) 대형 폐기물을 버리는 날짜가 잡혀 있어 그 전에 모든 것을 확인하고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은 더이상 필요가 없는 과거의 기록이나 흔적들이라 과감하게(!) 버렸다고 할까?

살다보면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껴안고 사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과거의 기록과 흔적이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기억과 추억이겠고(예를 들면 자녀의 학창시절 공부한 흔적, 그림 등) 또하나는 예전부터 해오던 마구잡기 메모가 온갖 메모지에 적혀 있는 그 기록들을 이번에는 그냥 대부분 버렸다. 결혼전부터 기록해두었던 각종 메모와 예전 일하던 시절의 내용들(원고 등)까지 뒤적이며 정리해보니, 그거 참… 옛날부터 참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 뒤처지기 않기 위해 부족한 능력에도 참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였구나하는 생각.

짐을 어느 정도 버리고 나니 창고는 대략 정리가 되었다. 비어 있는 방과 거실을 보며 현재 더이상 여기서 살기에는 렌트비가 너무 아까워서 이사를 나가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구글에 떠 있는 사업장 주소도 바꿔야 하니 그동안 쌓은 리뷰가 아깝기도 하고, 새 주소지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된다.

이사 과정의 첫번째가 주 이동과 짐 정리라면 두번째는 각종 잡다한 사건 사고다. 하필이면 이사를 한 후에 시드니와 브리즈번 모두 많은 비가 내렸고, 10년간 살면서 한번도 겪지 않은 뒷마당 침수 사고도 발생했다. 내용인즉, 뒷마당쪽 길로 이어지는 집들에서 쓰는 하수도가 너무 많은 비로 인해 각종 쓰레기와 나무가지 등이 흘러내리며 막히는 바람에 현재 살고 있는 뒷마당에 있는 맨홀(하수구)을 통해 오물이 넘쳐 뒷마당을 통해 흘러내렸다. 그 덕분에 브리즈번에 있는 동안 시드니로 전화를 해서 지인에게 점검을 요청했고 마침 싱가폴에 여행가있던 이웃도 그 다음날 돌아와 내게 전화를 했으며, 시드니 하수 담당인 시드니워터 Sydney Water에 긴급 전화를 해서 수리 및 복구를 마쳤다는 것.

새 집에서는 거기대로 또 일이 많았다. 지난 연말의 비로 인한 피해 점검을 위해 보험 관련 업체에서 방문해서 집을 말리는 일이 있었고 수영장의 청소와 점검, 그리고 쓰지 않았던 욕실의 하수관이 터져 물이 새면서 못 쓰게 된 일 등,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일이 생기니 정신이 없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마무리된 단계… @.@ *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일이 많았던 2023년을 보내며, 이사를 앞두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이사란 것이, 특히 주(state)를 넘어 이사하는 큰 일을 앞두고 마음이 오랫동안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연말에 처음으로 막내 처제 가족이 조카 유학을 앞두고 둘러볼 겸 놀러왔다. 그 덕분에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불꽃쇼도 보았지만.

2024년이 되어 이사를 며칠 앞두고 우리 모두는 분주했다. 정말 오랜만의 이사인데다 주를 넘어서 이동하는 일이라, 온 집안에 짐을 정리할수록 더 복잡해지는 상황을 맞았다. 예전같으면 렌트를 일주일 정도 겹치게 계약해두고 옷이나 식기 등의 물건들은 차로 여러번 나누어 옮긴 덕분에, 정작 이사 당일은 업체를 통해 큰 짐만 옮기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미리 옮길 수 없는 탓에 내 짐을 제외한 모든 것을 제대로 싸야 했고, 게다가 주 이동이라 업체로부터 바구니나 상자도 얻을 수 없어 이사용품 구입에만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렇게 힘든 준비 과정을 마치고 정작 이사 당일, 미리 포장해둔 짐을 싣는 것은 대략 2-3시간 만에 마무리 되었고, 트럭이 떠남과 동시에 우리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그리고 깨순이까지!) 브리즈번을 향해 떠났다. 2019년에 집을 사려고 결정한 후, 이런저런 일로 자동차를 이용해 브리즈번을 거의 10번은 방문한 듯 싶다. 그만큼 질리면서도, 또 떠나면 마음이 흥분되는 장거리 여행이다. 아, 이사 당일에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 남은 짐을 가득 실은 탓에 그다지 쾌적하지는 않았다.

대략 11시경에 출발한 우리는 중간중간 주유를 하고 식사와 휴식을 겸하며, 엄청나게 비가 오는 지역도 지나서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으니,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서둘러 운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러 취침… 입주를 앞두고 전체 청소는 물론, 실내외 소독과 실내 페인트까지 마무리를 한 덕분에 그다지 더럽지 않은, 나름대로는 쾌적한 환경에서 첫날을 맞은 셈이다.

힘든 일은 다음날부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대충 챙겨먹고 준비하니 오전 7시가 넘어 이사짐이 도착한다. 이 분들은(사장님과 직원) 브리즈번 입구 근처에서 하루 자고 일찍 출발해 이사짐을 내리기 위해 온 것이다. 짐을 내리는 과정은 실을 때보다 더 간단하다. 다행히(?) 이사한 집은 시드니보다 더 넓고 커서 짐을 대충 적당히만 내려 놓기로 했고, 2층을 들락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친절함(?) 덕분에 옷과 이불 등의 짐도 1층 거실 한쪽으로 쌓아서 짐 내리기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 끝났고, 물론 그 짐은 내가 다 들어서 2층으로 옮겼다 @.@

본격적인 이사 과정은 짐을 풀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물론 짐을 싸고 옮기고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짐을 풀어서 제 위치에 넣는 그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내는 그릇과 이불 의류 등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잡다한 주변 정리와 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정리한다. 애초에 계획한 시간은 대략 일주일. 그 사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략 마쳐야 시드니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필요한 것을 사느라 버닝스를 들락거리고 지인을 만나 식사도 하고 물건을 알아보러 외출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빠르게 지났다.

그 사이에 지난번 발생한 폭풍 영향으로 누수 발생하고 나무가 쓰러진 것을 치우는 등, 이미 신고된 보험 협력 업체에서도 방문해서 몇 가지 작업도 했고, 다시 더러워진 수영장도 정리했으며, 마당에 잡다한 것들을 없앤 후에 휑하니 지저분한 마당의 흙도 파서 대충 정리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주문한 블라인드를 설치한 것도 포함…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할 일은 끝이 없고, 일단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왔지만 다음에 가서도 해야할 일들은 여전히 줄을 서 있다는, 이것이 주를 넘어 이사한 것과 집을 사서 해야할 일들이 많다는 것, 그 목록은 끝이 없는 과제라는 현실을 너무도 분명히 보여준다.

꼬박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정리를 하고 새벽 3시경에 다시 출발해서 시드니로 돌아왔다. 그 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