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올렸듯이 가족들이 주를 넘어 브리즈번으로 이사를 하게 되니 이제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는 혼자 남은 셈이다. 약간의 에피소드도 있는데, 알고 지내던 이웃들은 대놓고 내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웬디 할머니를 통해 들은 바로는, 혹시 우리 부부가 헤어지게 되어 이제 따로 사는 것이냐고 걱정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

가족들이 이사를 한 1월 이후로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돌아와서 조금 바쁘게 지냈고(일도 하고 창고 정리도 하고) 지난번 쓰레기를 모두 버린 후(대형 폐기물 수거일, 2월초!) 지난주에 다시 브리즈번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번 방문은 더운 지역으로 간 가족들이 물을 많이 먹게 되었음에도 수도 시설의 고장으로 지난번(이사 직후) 정수기 설치를 못했기에 정수기 설치를 비롯해서 정원 관리 등을 처리하고 여기 남겨두고 간 것들 중에서 내게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짐들을 차에 싣고 가서 자동차까지 완전히 이전 처리를 한 후에 돌아온 것이다. 차 이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소개… (며칠간 많은 일을 했네!!!)

요즘은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늘고 미혼이나 기혼 세대에서 혼자 사는 이들이 늘고 있다지만, 그래서 나 역시 여기에 합류한 (유행을 따르는) 사람처럼 되어 버렸지만 실은 혼자 산다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마음으로는 자유롭고 홀가분하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특히 가족들과 같이 살다가 헤어져 살게 되는 것은 외롭고 힘든, 현실적으로는 먹고 사는 일도 쉽지 않아지고(끼니 걱정) 일이 없는 비는 시간에 도저히 할 일이 없는, 밤에 잘 때 외로운 것은 둘째치고(어차피 자는 시간이 달라 혼자 잠…)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 별로 권할 일은 되지 않는 듯 하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현실적 문제는 먹는 일이다. 두집 살림이 되면서부터 생활비와 지출이 크게 늘어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법을 택했고, 그래서 예전같으면 반찬 가게에 가서 일주일에 두번씩 먹을 것을 사왔지만(나물이라든지 마른 반찬류)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물가가 너무 오른 탓에 데워먹을 수 있게 파는 국거리도 한 팩에 15불 정도 하는데 이걸 세번에 나눠 먹는다쳐도 한 끼에 국만 5불, 한달로 계산해서 한 끼에 5불이면 식비만 450불이 드는 셈이니 적지 않은 돈이다(나 혼자를 위한 비용!). 가족 수로 계산하면 국만 데워먹어도 한 달에 거의 2천불이 든다는 뜻이다. 절대 비추(부대찌게 두번 사다 먹고는 너무 비싸서 이제 안 삼).

아내의 권유대로, 정육점에 가서 양념된 고기를 종류별로 사다 일주일에 한 종류씩 먹는 방법을 쓰고 있다. 대략 비용은 일주일에 8-10불, 고기는 2-3끼 정도 먹을 수 있고(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 여기에다 울워스에서 파는 세척 야채 팩을 사서 한번더 씻어 소스를 얹어서 먹으면 된다. 한인 식품점에서 파는 김치류와 자장, 컵라면, 떡볶이 정도가 주 먹거리이고, 그외 기회가 될 때마다 일부러라도 맥도날드 햄버거 정도를 (할인품이나 혹은 포인트 이용) 먹으며 별미로 때우고 있다. 이는 혼자 살이가 아니더라도 너무 오른 물가 탓에 이제 매끼 고기를 사서 야채에 더해 푸짐하게 먹는 식단은 호주에서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개인 월 생활비를 1000불로 잡았다가(전기 등 모두 포함) 이제 500불로 목표를 잡고 더 줄여보려고 노력중이다(식비를 월 300불로 줄여야 함 @.@).

혼자 살고 있으니 특별한 취미도 없는 나로서는 영화를 보지도 운동을 하지도 않고 일하지 않는 시간에 집에서 멍하니 지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물론 최대한 글쓰고 정보를 뒤지고 뭔가를 정리하는 등 다른 일을 보려 하지만, 따로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하는 등의 일이 필요하지 않은 탓에 남는 시간이 많아, 생활이 안정되면 예전부터 계획하던 블로그 키우기와 글쓰기(창작) 독서 등을 제대로 해보려 한다(이사 후 앞으로의 계획).

창고 비우기가 거의 마무리 되었고 어차피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이상의 세세한 창고 정리는 덮어두고, 직업과 관련된 상황만 좀 정리가 되면 바로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할 예정이다. 10년 가까이 살았던 현재의 집을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현실적으로 침실 두개, 넓은 거실, 욕실 하나가 모두 비어 있음에도 큰 돈을 지불하고 있어 절반 정도 되는 원룸 혹은 그 비슷한 수준의 집으로 이사할 예정인데, 근처 동네는 오히려 비싸서 다른 동네로 가야할 듯 싶다. 구글맵에 사업장 주소가 바뀌는 것은 고민이라 방법을 연구중. 이렇게 하면 연간 상당히 큰 돈을 아낄 수 있어(싸구려 차 한대값!)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니 최대한 빨리 알아보는 중.

일을 브리즈번으로 옮기는 것도 단계별로 하나씩 진행중이다. 그동안 쓰던 법인과 개인 회사를 둘로 나눠 시드니에는 법인만 남겨두고 개인은 브리즈번에서도 가능하게 자격을 취득했으니 그쪽으로 주소를 옮기고 교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나 홍보도 시작해서 서서히 시장을 옮겨야 할 듯. 시장 테스트도 해야 해서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할일은 많은데 시간은 걸리고, 일이란 것이 항상 내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당장은 답답하고 힘든 일이 많지만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진행해야 할 듯.

내년에는 좀 더 나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내일은 더 나을거야”라고 말하며 희망을 갖지만 그 희망의 언저리에는 당장 오늘부터 내일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시간들이 바탕이 됨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다 보면, 그 노력이 쌓여 내일은, 내년에는 좀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삶은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니, 새로운 인생의 단계를 위해 오늘 하루도 또 바쁘게 움직여보자. 스스로에게 화이팅… *

집을 옮긴다는 것은 단순히 위치를 이동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집을 사서 입주하는 상황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평소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을법한 세세한 것들까지 챙겨야 하고 가능하면 깨끗하고 깔끔하고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인지라, 그 점에서는 나와 가족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가족 전체가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게다가 주를 옮기는 것이라 국제 이사만큼이나 일이 많다. 그전에는 근처에서 주로 이동하다 보니 렌트 기간을 겹치게 계약해두고 작은 짐은 상자로 싸서 미리 옮기고(많은 이들이 하는 방법) 나중에는 큰 짐만 업체를 통해 옮기면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된다. 정작 이사 당일에는 부엌이나 방 등의 짐이 거의 정리되어 있어, 집을 청소하거나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를 옮기는 경우에는 짐을 미리 옮겨둘 수가 없어 한번에 짐을 다 싸고 나르고 정리해야 해서 많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건, 현재 사는 곳보다 넓은 집으로 가서 짐을 쌓아둘 공간이 충분했다는 것, 내가 이동하지 않고 집에 남아 있어, 나머지 짐을 다 뺀 후에도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 정리할 시간과 공간이 충분했다는 것. 물론 비용은 더 늘었지만…

이번 이사는 과거와의 이별이었다. 호주에 와서 10여년을 살며 그동안 바쁘다는 탓에 건드리지 않았던 창고 구석의 모든 짐을 다 한번에 정리해야 했는데, 가족들과 함께 브리즈번에 가서 대략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정리한 후 혼자 내려와서 버릴 것을 버리고 정리할 것 정리하면서 거의 2주를 보냈다. 다행히(?) 대형 폐기물을 버리는 날짜가 잡혀 있어 그 전에 모든 것을 확인하고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은 더이상 필요가 없는 과거의 기록이나 흔적들이라 과감하게(!) 버렸다고 할까?

살다보면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껴안고 사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과거의 기록과 흔적이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기억과 추억이겠고(예를 들면 자녀의 학창시절 공부한 흔적, 그림 등) 또하나는 예전부터 해오던 마구잡기 메모가 온갖 메모지에 적혀 있는 그 기록들을 이번에는 그냥 대부분 버렸다. 결혼전부터 기록해두었던 각종 메모와 예전 일하던 시절의 내용들(원고 등)까지 뒤적이며 정리해보니, 그거 참… 옛날부터 참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 뒤처지기 않기 위해 부족한 능력에도 참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였구나하는 생각.

짐을 어느 정도 버리고 나니 창고는 대략 정리가 되었다. 비어 있는 방과 거실을 보며 현재 더이상 여기서 살기에는 렌트비가 너무 아까워서 이사를 나가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구글에 떠 있는 사업장 주소도 바꿔야 하니 그동안 쌓은 리뷰가 아깝기도 하고, 새 주소지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된다.

이사 과정의 첫번째가 주 이동과 짐 정리라면 두번째는 각종 잡다한 사건 사고다. 하필이면 이사를 한 후에 시드니와 브리즈번 모두 많은 비가 내렸고, 10년간 살면서 한번도 겪지 않은 뒷마당 침수 사고도 발생했다. 내용인즉, 뒷마당쪽 길로 이어지는 집들에서 쓰는 하수도가 너무 많은 비로 인해 각종 쓰레기와 나무가지 등이 흘러내리며 막히는 바람에 현재 살고 있는 뒷마당에 있는 맨홀(하수구)을 통해 오물이 넘쳐 뒷마당을 통해 흘러내렸다. 그 덕분에 브리즈번에 있는 동안 시드니로 전화를 해서 지인에게 점검을 요청했고 마침 싱가폴에 여행가있던 이웃도 그 다음날 돌아와 내게 전화를 했으며, 시드니 하수 담당인 시드니워터 Sydney Water에 긴급 전화를 해서 수리 및 복구를 마쳤다는 것.

새 집에서는 거기대로 또 일이 많았다. 지난 연말의 비로 인한 피해 점검을 위해 보험 관련 업체에서 방문해서 집을 말리는 일이 있었고 수영장의 청소와 점검, 그리고 쓰지 않았던 욕실의 하수관이 터져 물이 새면서 못 쓰게 된 일 등,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일이 생기니 정신이 없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마무리된 단계… @.@ *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일이 많았던 2023년을 보내며, 이사를 앞두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이사란 것이, 특히 주(state)를 넘어 이사하는 큰 일을 앞두고 마음이 오랫동안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연말에 처음으로 막내 처제 가족이 조카 유학을 앞두고 둘러볼 겸 놀러왔다. 그 덕분에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불꽃쇼도 보았지만.

2024년이 되어 이사를 며칠 앞두고 우리 모두는 분주했다. 정말 오랜만의 이사인데다 주를 넘어서 이동하는 일이라, 온 집안에 짐을 정리할수록 더 복잡해지는 상황을 맞았다. 예전같으면 렌트를 일주일 정도 겹치게 계약해두고 옷이나 식기 등의 물건들은 차로 여러번 나누어 옮긴 덕분에, 정작 이사 당일은 업체를 통해 큰 짐만 옮기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미리 옮길 수 없는 탓에 내 짐을 제외한 모든 것을 제대로 싸야 했고, 게다가 주 이동이라 업체로부터 바구니나 상자도 얻을 수 없어 이사용품 구입에만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렇게 힘든 준비 과정을 마치고 정작 이사 당일, 미리 포장해둔 짐을 싣는 것은 대략 2-3시간 만에 마무리 되었고, 트럭이 떠남과 동시에 우리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그리고 깨순이까지!) 브리즈번을 향해 떠났다. 2019년에 집을 사려고 결정한 후, 이런저런 일로 자동차를 이용해 브리즈번을 거의 10번은 방문한 듯 싶다. 그만큼 질리면서도, 또 떠나면 마음이 흥분되는 장거리 여행이다. 아, 이사 당일에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 남은 짐을 가득 실은 탓에 그다지 쾌적하지는 않았다.

대략 11시경에 출발한 우리는 중간중간 주유를 하고 식사와 휴식을 겸하며, 엄청나게 비가 오는 지역도 지나서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으니,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서둘러 운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러 취침… 입주를 앞두고 전체 청소는 물론, 실내외 소독과 실내 페인트까지 마무리를 한 덕분에 그다지 더럽지 않은, 나름대로는 쾌적한 환경에서 첫날을 맞은 셈이다.

힘든 일은 다음날부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대충 챙겨먹고 준비하니 오전 7시가 넘어 이사짐이 도착한다. 이 분들은(사장님과 직원) 브리즈번 입구 근처에서 하루 자고 일찍 출발해 이사짐을 내리기 위해 온 것이다. 짐을 내리는 과정은 실을 때보다 더 간단하다. 다행히(?) 이사한 집은 시드니보다 더 넓고 커서 짐을 대충 적당히만 내려 놓기로 했고, 2층을 들락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친절함(?) 덕분에 옷과 이불 등의 짐도 1층 거실 한쪽으로 쌓아서 짐 내리기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 끝났고, 물론 그 짐은 내가 다 들어서 2층으로 옮겼다 @.@

본격적인 이사 과정은 짐을 풀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물론 짐을 싸고 옮기고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짐을 풀어서 제 위치에 넣는 그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내는 그릇과 이불 의류 등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잡다한 주변 정리와 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정리한다. 애초에 계획한 시간은 대략 일주일. 그 사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략 마쳐야 시드니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필요한 것을 사느라 버닝스를 들락거리고 지인을 만나 식사도 하고 물건을 알아보러 외출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빠르게 지났다.

그 사이에 지난번 발생한 폭풍 영향으로 누수 발생하고 나무가 쓰러진 것을 치우는 등, 이미 신고된 보험 협력 업체에서도 방문해서 몇 가지 작업도 했고, 다시 더러워진 수영장도 정리했으며, 마당에 잡다한 것들을 없앤 후에 휑하니 지저분한 마당의 흙도 파서 대충 정리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주문한 블라인드를 설치한 것도 포함…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할 일은 끝이 없고, 일단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왔지만 다음에 가서도 해야할 일들은 여전히 줄을 서 있다는, 이것이 주를 넘어 이사한 것과 집을 사서 해야할 일들이 많다는 것, 그 목록은 끝이 없는 과제라는 현실을 너무도 분명히 보여준다.

꼬박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정리를 하고 새벽 3시경에 다시 출발해서 시드니로 돌아왔다. 그 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