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상점에 커머셜 commercial, 즉 상업용 수준의 볼트를 설치했다. 기본적인 잠금 장치가 있는 외에 추가로 안전하게 하고자 하는 경우에 설치하는 것으로, 특수키를 넣을 수도 있어 극단적으로 전문 공구나 그라인더로 자르기 전에는 해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장치다. 그라인더로 자르면 쉽지 않냐고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도둑들은 공구를 써서 해제하는 방법은 쓰지 않는다. 소음은 물론이고 약 5분 정도 준비 및 작업하는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망치로 때리거나 해서 쉽게 고장나지도 않는다.

볼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더블형(양문 구조) 다른 하나는 싱글형(바닥에 고정)이다. 사무실이나 상점의 문이 단일 구조라면 보통 콘크리트나 타일 바닥에 구멍을 내고 충분한 깊이로 볼트를 박는다. 장치 본체는 지면에서 너무 높지 않게 설치하는 것이 보통으로, 지면과 장치 사이의 틈이 넓을수록 그라인더 등의 공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대로 보통 침입자는 전문 공구를 써서 파괴하는 방법은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높이의 설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블형은 좀 더 복잡하다. 보통은 접어서 여는 폴딩 방식의 문을 고정할 때 사용한다. 폴딩의 경우 단순히 문을 잠그는 볼트는 뒷쪽의 문을 접어서 열면 풀려 버리므로 반대쪽에서 볼트를 넣어 잠구고 고정시킨다. 볼트가 양쪽 본체를 잡고 있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중간 문이 열리거나 접히지 않는 구조다.

이 더블형은 설치가 좀 더 까다롭다. 양쪽 본체가 일직선이 되어야 하고 높이도 정확히 같아야 볼트를 넣고 뺄 때 부드럽게 동작이 가능하다. 만약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하면 볼트가 매우 뻑뻑해지거나 들어가지 않으므로 사용이 불가해서 높이와 위치를 맞추는 작업이 매우 정교해야 한다. 요령은 나서 구멍을 조금 여유있게 크게 뚫은 뒤에 볼트를 넣고 빼면서 위치를 맞추고 뒷쪽에는 안전을 위해 팩커(packer, 보충재)를 대어주면 된다. 나사 구멍이 커도 보충재가 받쳐주므로 훨씬 더 튼튼하게 설치가 가능하다.

아래 사진은 상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접는 구조의 문에서 아래위로 볼트를 연결해서 쓰는 잠금 장치가 자주 고장나기 때문에 추가로 설치한 가정용 볼트다. 대형 상가의 경우 기본적으로 외부로 통하는 문이 충분히 안전하여 각 상점의 잠금 장치가 조금 부실하기도 하고 공간이 좁아서 이런 접는 구조의 문을 쓰는게 흔한데, 고장이 나면 수리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가정용 볼트로 대신하여 볼트 구멍에 이용하면 충분히 효과적이다. *

날씨가 변덕이 너무 심한데다 한여름이 지나고 슬슬 해도 짧아지고 있어서 며칠씩 혹은 일주일 내내 비가 오는 날이 있으면 빨래를 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집에는 건조기가 있지만 아무래도 혼자 지내다 보니 건조기가 아니라 세탁기를 쓰는 것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 보통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 수건과 검정(진한) 세탁물을 번갈아 돌리고 있는데, 비가 많이 오면 말리기가 쉽지 않아 집 근처 코인세탁을 이용하곤 한다.

예전에 처음 이용해 보았을 때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사업성도 있겠다 싶었지만, 최근들어 단점도 보이는 중이다. 사업성에 대해 찾아보니 사람이 많이 살고 특히 학생, 직장인,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그럭저럭 괜찮다지만 장비의 점검이나 고장 등으로 인한 유지비가 꽤 들기 때문에 일반 주택가에서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보인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이용했을 때는 좋아 보였던 것이 최근에 방문하면서 느끼는 점은, 일주일 혹은 이주일씩 빨래를 모았다 가져와서 빨고 건조하는 사람들을 보니, 과연 이 시스템이 청결하게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점차 방문을 줄이려고 하는 중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쓰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그들이 어떤 상태의 옷을 가져다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르는채 그저 세탁을 해주니 당연히 청결할 것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는 것. 예를 들어 집에서 가족끼리 쓰는 세탁기도 오래되면 곰팡이가 피고 더러워져서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줄 필요가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쓰는 세탁기와 건조기의 상태가 과연 깨끗할 것인가.

며칠 전에 방문해서(보통 주말 새벽을 이용, 24시간 가동) 건조기를 이용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와서 한참 돌아가던 세탁기에서 빨래더미를 가득 꺼내더니 건조기마다 넣는 것을 봤다. 오호… 직업이 뭔지는 몰라도 아마도 청소 관련업을 하는 외국인으로 보이는데, 청소용 걸레를 잔뜩 넣어서 돌리고 있다. 그 말인 즉, 걸레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는 말이고 이걸 건조기에 다시 넣은 것인데… @.@

언젠가는 집에서 쌓아둔 빨래를 가득 가져와서 이용하는 사람들을 봤다. 내 경우는 비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소량의 빨래를 가져다 건조기만 이용하곤 하는데, 혼자 살거나 또는 평일에 시간이 없는 이들은 일주일 이상의 세탁물을 모아다 코인세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보통 대형 세탁기는 8불, 건조기는 6불 정도이니 한달에 4번을 써도 60불 정도면 된다는 것. 수도 전기 장비 이용료를 생각하면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기에 특히 혼자 사는 이들에겐 괜찮은 조건인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자주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세탁물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뚜껑을 열어보면 각종 먼지에 더러운 자국도 남아 있고 사람들이 실제로 넣는 세탁물을 보면 같이 이용하기가 꺼려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운영자가 청결하게 잘 관리하면 좋겠지만 24시간 가동하는 곳에서 운영자가 문을 닫고 청소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또 관리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으니.

사실 현재 지내는 곳에서 쓰는 세탁기도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불편한 마음이 있는데 공용으로 쓰는 장비의 청결 상태는 말할 것도 없을 듯… 문득 생각나 자세히 살펴본 후기를 남겨본다. *



며칠 째 북부에서 내려온 싸이클론 알프레드 Alfred 이야기로 영향이 있는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그리고 NSW 북부 지역에 재해 경보가 내려져 있고 뉴스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들로 많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태풍(싸이클론)은 50년 만에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호주에 오기 전 들은 바로는 호주에는 태풍과 사자 호랑이 등의 큰 육식 동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실은 호주에도 작은 싸이클론이 자주 지나가지만(더운 지역에서 추운 지역까지 걸쳐있는 큰 섬나라) 이번처럼 직접 영향권에 들지도 않고 그 영향도 적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겠다.

전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더 심해지면서 당장은 물론 앞으로도 태풍이나 돌풍, 폭우나 눈 등에 관한 기사가 흔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능력도 안되지만) 이런 이유에서 바다나 강에 너무 가까운 지역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이번 태풍으로 해안 지역은 이미 큰 파도와 바람으로 어느 정도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고 호주 주택의 특성상 심한 바람에 지붕, 울타리, 나무 등에 피해가 예상되기도 한다. 영향이 있는 지역 뿐 아니라 브리즈번 전체에서는 휴교나 휴업 등의 소식도 들리고 도매 업체에서도 브리즈번 지점을 당분간 닫는다는 연락이 왔다.

보통 싸이클론은 바다에서 발생해서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에도 북쪽에서 내려오다 바다로 향하는가 싶더니 브리즈번 근처에서 육지로 상륙할 듯 말 듯 하다 드디어 위성 사진으로는 거의 QLD와 NSW 딱 중간 정도 지점에 상륙한(혹은 곧 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이번주 중반이후 주말까지 휴양지는 거의 개점 휴업 상태…

호주는 2019년에 너무 더운 날씨가 이어지며 특히 QLD 지역에서 자연 발화가 되어 많은 화재가 발생한 과거가 있다. 그 후 몇년이 지나 지금은 조금 되살아나고 있지만 자연 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비록 극복한다 해도 많은 상처를 남기는 무서운 현상이니, 평소에도 관심을 갖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혹은 피해가 적도록)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근처 동네 마트에서는 최소 며칠 정전이 되면 안되니 여러 가지 식음료와 생활용품들을 사재기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물건도 동났다는 소식이다. 이미 코비드 현상에서 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또 당시의 공포를 떠올리며 대비하는 것이다. 사실 현대 사회는 그 어떤 것으로부터 누군가가 혹은 국가가 나와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불확실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국가 간의 약속도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국가의 정책이나 전통도 언제든 달라질 수 있으며 결국 나 자신 외에는 믿을게 없는 신뢰 상실로 자기 보호가 필요한 시대다. 열심히 성실하게 그리고 공동의 규칙과 법에 따라 살아간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모두들 각자도생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한 편에서는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는 흐름이 있는가하면 여전히 고전적 보수적 가족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이도 있고, 그럼에도 성실한 자세가 예전처럼 밝은 미래와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 시대인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은 휴교 덕분에 집에서들 쉬는 중이다. 태풍이 오든 눈보라가 치든, 어릴 적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영향이 없다. 그러나 현실의 위험은 다가오는 중이다. 특히 호주의 특성상 나무가 많아 강한 바람으로 인한 피해는 커진다. 별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바랄 뿐, 자연 재해 앞에 약해지는 인간은 세기말을 보는 듯한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 인간의 문명과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는 없음을 너무도 분명하게 경험하는 중이다. *

아파트에 주로 사는 한국과 달리 아직까지는 단독 주택(하우스 house)에 사는 인구가 많은 호주에서는 그만큼 할 일도 늘어난다. 수영장이 있을 경우 일이 많다는 이야기는 여러번 글로 올렸지만, 단순히 호주에 곤충이나 벌레가 많다는 수준을 넘어, 집을 관리하는데 있어 해충을 잡는 일은 물론이고 마당이 있으면 잔디를 깎는 것이 아니라 잡초를 주기적으로 제거해주어야 한다.

하루는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쉬는 중인데 아내가 깜짝 놀라 소리를 친다. 냉장고 뒤쪽에 아주 작은(콩알보다 작은) 거미 새끼들이 몰려 다니는 중이다. 혹시 냉장고 아래나 뒤쪽에 알을 깐 것은 아닌가 해도 그런 것은 아니고 청소기를 이용해 계속 빨아들이고 없애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상황. 창고에서 벌레약을 가져다 근처에 뿌려보아도 끝없이 아마도 수백마리 이상 되는 듯 계속 이어진다.

가만 살펴보니 벽에 설치한 전기 콘센트 안쪽에서 나오는 상황 @.@ 호주의 벽은 석고 보드로 보통 되어 있고 그 안쪽에 벽돌이 있거나 집 밖에만 벽돌이 있어 사이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고, 벽돌 자체는 집 외부에서 통하게 되어 있다 보니 그 사이에 벌레가 살거나 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 전기 배선 주변으로 안쪽에다 거미가 알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부품을 분해하고 안쪽으로 사방에 약을 한참 뿌려주었다. 집거미는 본능적으로 천정으로 기어 올라가 구석에 붙어 있는 특징이라 다음날 새벽까지도 한 두번 천정에 붙은 거미들을 잡아 주어야 했다는…

브리즈번은 좀 더운 지역이라 바퀴벌레 보다는 개미가 더 문제가 된다. 특히 집 근처에 흰개미가 있으면 매우 곤란하니 주기적으로 전문가를 부르기도 한다. 흰개미는 집 외부에서 땅 속으로 접근해 작은 풀 등을 걸쳐 벽돌을 타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 갉아먹기 시작하고 중간에 발견하지 못하면 기둥을 먹어 치우기도 한다는… 어쨌든 이 흰개미 뿐 아니라 작은 여러 종류의 개미들이 더운 날씨만큼이나 엄청나게 번식하는데, 개미를 잡는 전문적인 약이 있지만 개미 바퀴벌레 거미 할 것 없이 다양한 벌레들이 집 근처에 상주하니 주기적으로 소독을 해주어야 한다. 예전에는 여름이 시작될 9-10월 경부터 한달에 한번 벌레약을 뿌려주었고, 이제는 집이 더 크고 넓어서 한번에 약을 세통이나 섞어 쓰는데도 부족하다.

다음에 좀 더 효과적인 것을 찾아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버닝스 Bunnings에서 파는 가장 저렴한 벌레약을 세 통 사서 오래전에 샀던 자동(배터리) 분무기를 이용해서 소독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정도? 겨울이라 해도 따뜻한 날씨라 거의 일년 내내 뿌려주어야 할 것 같다. 입주 초기에 소독 업체를 불러 개미를 잡았고 개미집으로 보이는 곳에 집중 소독을 해서 한동안 작은 개미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대략 3개월 이상 지나면 슬슬 보이기 시작하니, 땅속에 엄청나게 숨어 있는 이 녀석들을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참고로 우리 집의 경우는 이웃에서 울타리 fence를 타고 넘어와 차고 지붕을 거쳐 한참 이동하는 녀석들을 찾아 전문가가 집으로 보이는, 그리고 출발점이라 생각되는 곳에 강하게 약을 쳐서 한동안은 괜찮았지만 결국은 다시 나타난다.

마당에 잡목과 작은 화초들을 모두 없애 버리고 맨땅이 되었지만 이것을 평평하게 정리한 후에 잔디나 인조 잔디를 깔려고 계획중인데, 아무래도 비어있는 땅이다 보니 자초가 매우 빠르게 자라나는 것도 과제다. 날씨가 덥고 비가 자주 오니 잡초는 무서운 속도로 자라서 한 두달 정도 정리를 안하면 지저분한 잡초들로 가득해진다. 평평한 땅이라면 제초기를 쓰면 되지만 언덕처럼 울퉁불퉁해서 장비를 쓰기가 쉽지 않고 잡초 종류에 따라서는 길게 자라는 질긴 녀석이 있어 제초기 정도로는 절대로 정리가 안되기도 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땅이 약간 젖어 있는 시점을 이용해서 하나씩 뽑아주는 것이다.

지난 12월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후 엄청나게 자라난 잡초를 거의 절반은 며칠에 걸쳐 하나씩 뽑았다. 물론 완전히 제거하면 그 자리에서는 다시 자라지 않지만 맨땅이라 결국은 씨가 날려 다시 자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것 역시 제초제를 쓰면 완전히 제거가 가능하기는 한데(다시 자라는 속도를 늦추는 수준) 버닝스에서 파는 복합 제초제를 한통 부은 후 물을 타서 한통 가득 만들어 집 전체에 뿌려주면 최소한 두달 정도는 잡초가 자라지 않는다. 이렇게 제초제를 뿌릴 경우는 비용이 좀 들고, 죽은 잡초들이 하얗고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보기 흉하고, 땅에도 약이 남아 좋지 않지만, 요즘 제초제는 땅에 흡수되어 독성을 남기지는 않는다고 하니(광고) 믿어볼 수 밖에.

날씨가 좀 풀려서 선선해지면 지난번에 사다둔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좀 고르게 펴서 걷어낸 후에 좋은 흙을 깔고 새 잔디를 깔아볼까 싶다. 마당 관리도 집의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요소라 무조건 방치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런 잡다한 일이 귀찮으면 주택에는 살 수가 없다. 세상 일이 모두 장단점이 있듯이 넓은 마당에서 이웃과의 사생활 간섭이 없도록 쾌적하게 살려면 어느 정도의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그나마 호주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

호주에 와서 살다 보면 오래된 선배들이 하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남자는 낚시 아니면 골프 둘 중의 하나는 꼭 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서 보면 이 말은 하나의 진리다. 자연 환경이 좋고 선진국인 호주라고는 해도 취미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고, 특히 남자들끼리 어울리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거나 게임(카드, 컴퓨터, 돈내기 취미 등)을 하는게 아니라 골프나 낚시를 꼭 배우는게 좋다. 많은 이민자들이 이런 취미를 가지고 야외로 나가거나 어울리며 지내고 반대로 이런 일에 취미가 없다면, 정말 할 일이 없고 지루하다.(물론 개별 취미는 더 있기는 하다)

한 지인은 호주에 와서 낚시를 조금씩 즐기다 완전히 취미로 굳혀서 친한 사람들끼리 가끔 낚시를 다닌다고 한다. 여성들의 경우 지루한 낚시를 대부분 싫어하지만 때로는 함께 가서 어울리기도 하고, 달리 할 일이 없는 호주에서 낚시 취미를 제대로 인정해주기도 하기에, 적당한 장비에, 적당한 시간에, 그리고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다니는 이들이라면 호주에서의 낚시는 즐길만해 보인다.

얼마전까지 한국에서는 골프가 유행했다고 들었다. 돈이 있건없건 뭔가 “있어 보이는” 취미로는 골프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골프를 친다면 사실 꽤나 비용이 들긴 하는데, 호주에서는 그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실제 골프장에 가서 게임을 하는 정도의 비용은 몇 십불 수준에 불과하고 좋은 골프장에 간다해도 그리 비싸지 않다(친한 친구 잘 사귈 것). 물론 저녁 식사 등의 추가 비용까지 감안하면 조금 더 돈을 써야 하고, 결정적으로 골프를 위해 하루 빠질 수 있는 정도의 시간적 여유, 이 여유를 위한 경제적 여유를 갖춰야 하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호주에 와서 알게된 이들 중에서 이제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은 딱 세 명이고, 그 중 한 사람은 낚시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들로 산으로 다니는 산책(부시 워킹 bush walking)을 운동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아예 다른 취미도 없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골프도 하지 않는 이는 나 밖에 없다는 결론…

얼마전에 지인이 골프를 좀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연습용 그물을 구입했다. 보기에는 작고 별거 아닌 듯 한 제품이 도착해서 설치를 도와 드렸는데 시간이 꽤 걸릴 정도로 크기도 크고 조립이 쉽지 않았다. 호주의 장점이라면 뒷마당이 있을 때 이런 장비를 내 집에 설치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니 본격 취미로 배우고 즐기기에 호주는 모든 면에서 뒷받침을 해준다. 단 경제적으로 여유만 있다면…

가만 생각해보면 다른 또 취미를 할만한게 있을까 고민해도 도저히 답이 없다. 영화를 봐도 드라마를 봐도 한 때일 뿐, 취미라고 하기에는 좀 낯설고, 지난번에 지인들과 어울려 당구를 해본답시고 시도했지만 무슨 규칙이나 시스템을 배우기에는 머리를 쓰기 싫고, 또 뭐 엄청나게 잘하고 싶은 욕심도 없는데다 이제 길이 보이고 회전이나 이것저것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으니 벌써 지루해지려고 한다. 당구 큐는 안 사기 정말 잘했다…

누군가 묻는다 너의 취미는 뭐냐고. 농담삼아 하는 내 취미는 돈벌이다… 뭔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일처리를 해주고 좋아하는 운전을 해서 돌아오며 돈까지 받는 일이니, 이보다 더 좋은 취미는 아직 못 만났다. 객관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논리지만 그만큼 즐기면서 일하는 내게 있어 아직까지 이보다 더 짜릿한 취미는 못 만난 듯 하다. 시간은 그렇게 가고 언젠가는 좀 더 여유롭게 취미를 찾아볼 수 있을까. 그래도 골프는 정말 하고 싶지 않네 @.@ *

가족들이 브리즈번(이하 블번)으로 이사를 하고난지 1년이 넘었다. 시드니에서 꽤 오래 살았고 이사도 여러번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블번으로의 이사는 정말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힘들었으며 특히 이사 당일 많은 비가 오는 속에 초고속 질주를 하며 블번으로 달린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거리가 너무 멀어 점심에 출발하면 자정이 되어야 도착한다는 부담으로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의 인생에 또 얼마나 이사를 자주할지는 모르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들어온지도 1년이 되어가고, 가족들을 보러 블번에 10회 이상 방문하면서 보니, 약간의 장단점이 공존하는 듯 해서 남겨둔다.

블번은 한국의 제주도 이상으로 훨씬 더 적도에 가까운 지역이다. 연중 따뜻하고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제주를 지상낙원으로 생각하지만, 블번은 그보다 훨씬 따뜻하고 하나의 큰 섬이라는 호주의 특성답게 전반적으로 온호환 호주 날씨에 더해, 겨울에도 봄처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블번의 모습이다. 지인의 이야기로는 블번 사람들은 겨울을 가장 좋아하고 즐긴다는데 약간 쾌적하고 따뜻하고 운동이나 야외 활동을 하기에도 아주 적합한 그런 날씨가 이어지니 겨울이 싫을 수가 없는 것이다. 너무 추워서 난로를 켜야 하는 날은 거의 없고 밤에 쌀쌀함이 있지만 적당한 침구와 난방을 쓰면 충분한 수준인 것.

반면 최근 몇달 사이에 느낀 블번의 여름은, 특히 이상 기후가 심해지고 있는 요즘, 한국의 덥고 습한 그 날씨를 연상시키는 불쾌함이 있다. 바다에서 멀지 않은 지역이라 바람이 상쾌하게 불지만, 구름이 끼고 흐리면서 더운 날은 바람도 불지 않거나 끈적하고 집안에서도 답답함을 느낀다. 블번의 한여름은 그야말로 타는 듯 더워, 저 멀리 서호주의 40도를 넘는 여름과는 또 비교할 수 없는 끈끈하고 불쾌한 시간들이라 하겠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도 더위가 가지 않아 따듯한 공기가 실내를 맴도니 어느 정도의 냉방 시설을 갖추고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 그 덕분에 일년 내내 에어콘을 이용하는 전기요금 부담은 커진다. 여기서 다행히, 솔라를 설치한 혜택은 많이 보고 있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블번 사람들의 성향도 시드니와는 많이 다른 듯 하다. 서양 사람들조차 성격이 너무 급하고 전화 상담을 해도 빨리 말하고 빠른 결론을 원하며 그다지 기다리지 않고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대부분이다. 같은 호주땅이지만 느리게 말하고 오래 기다려주고 포용하는 시드니와는 또다른 모습이랄까.

일부이긴 해도 자산의 규모나 생활 수준도 다른 듯 하여 시드니는 어떤 결과를 만들기 위해 조율하거나 협의하는 편인데 반해 블번은 비용에 무관하게 그냥 진행하거나 반대로 약간의 비용 부담만 느껴져도 협의나 조율보다는 그냥 포기하고 잊는 듯 하다. 고객의 성향을 보니 지난 6개월간 느낀 점은 그러하다. 이는 비교적 한국과 비슷한 성향의 시드니 사람들과 달리, 일을 하느냐 마느냐로 간단하게 결론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훨씬 더 호주다운 방식이랄까. 가격 협상과 칭찬 비평에 집중하는 시드니와 달리 블번은 대체로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아마도 인구가 더 적고 일할 사람이 훨씬 더 부족한 지역에서의 일반적 성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블번은 물가가 저렴하다고 느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느낌이다. 일할 사람이 적다 보니 간단하고 사소한 일에도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고, 그마저도 제대로 실력을 갖춘 이들보다는 입으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것. 시드니는 많은 인구 중에 사기꾼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는 통계적 상황에 따른다면, 블번은 전반적으로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고 일 적당히 하고 많이 받으려 하는 사람도 상당 수 있다는 느낌이다. 빌더를 구해봐도 간단한 가드너를 구해봐도, 일을 제대로 하겠다는 프로의식보다는 바쁜 중에 시간 쪼개어 적당히 하고 돈은 확실하게 받으려는 사람이 다수라는 점에 놀라게 된다. 에어태스커나 하이페이지 등을 통해 사람을 구해보면 시작 가격부터 너무 높고 일이 조금만 더 힘들어지면 훨씬 더 비싸게 부르고 아니면 아예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더운 날씨에 힘든 일 안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의 치열한 시장 경쟁 보다는 부족한 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배짱 영업이나 의식없이 적당히 먹고 살려는 이들도 상당 수 있는 듯 하여 아쉬움이 있다.

반대로 제대로 전문적인 면을 갖추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시장이라는 점도 되겠지만, 블번은 앞서 소개한대로 사람들이 너무 급하고 빨리 결론짓기를 원하며 시드니에 비해 타 인종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배타적인 부분이 있어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하다. 하다 못해 교민 사회에서도 원래부터 부족한 인력을 인식해서인지 한인 외인 가리지 않고 일을 맡겨서 쓰는 경향이 있어 한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한인 사회에 정착하기(비지니스) 쉬운 점은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서 블번에서 제대로 살려면 어느 정도의 영어를 바탕으로 현지 사회에 정착할 각오는 해야 한다는 말.

시드니의 지역마다 많이 늘어난 식당 마트 병원 등과 달리 블번은 식당 등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 맛집이라고 가보면 별볼일 없거나 서비스가 별로이고 거의 고자세로 장사를 하거나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단점이라 하겠다. 앞으로의 인구 유입이 되면 제대로된 경쟁이 될까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대형 매장을 가봐도 작은 식당을 가봐도 그냥 그런 정도의 수준에, 사람들은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반면에 사람들은 특히 쇼핑 센터에 차고 넘쳐서 늘어나는 인구를 과연 이 작은 도시가 미래에도 감당할 수 있을지 부담스럽다. 큰 쇼핑센터가 많지 않아 대부분은 단층에 넓게 퍼진 주차장과 쇼핑 센터로 구성되어 있고, 그렇다 보니 여러 층으로 된 복합 쇼핑몰에는 엄청나게 사람이 몰려 박터지게 돈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집이든 학교든 항상 모든 일의 중심은 쇼핑센터 근처가 가장 인기있고, 지역 개발에도 이런 쇼핑센터의 입주가 가장 큰 뉴스거리라 하겠다.

블번 도시 자체는 작지만 골드코스트와 북쪽의 선샤인 등 꽤 넓은 지역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통합 대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상태라 전체 면적 대비 인구는 여전히 적은 편이어서 도로는 쾌적하고 특히 개발이 되지 않은 지역의 산길을 다니다 보면 무서울 정도다. 그러나 도시 자체의 중심은 항상 M1 이어서, 출퇴근 시간에 엄청 막히고 사고라도 나면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도시 개발은 우회하는 여러 주요 도로의 개발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복합 쇼핑몰도(인구 증가만큼) 여러 지역에 나누어져서 인구 분산을 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시드니가 파라마타 강을 따라 바다로 이어지는 형태이고 바닷가에 도심이 자리하는 것과 달리 블번은 강 자체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누어져 개발되었기에 특성은 완전히 다른 듯 하다. 파라마타 강 보다는 동부 바다쪽이 더 발달한 시드니와 달리 블번은 골코를 제외하고는 블번 강 하류에 따로 관광지나 해변이 없어 강을 중심으로만 되어 있어 도시의 특성 자체가 다르다. 이는 마치 서울이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개발된 것과 같이 블번은 강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지는 도심이 전부고 동부 해안가가 더 발달하거나 비싸거나 인구가 몰려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 강을 따라 선착장이 있어 도심을 오가는 사람들이 대중 교통으로 배를 이용하기에는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다(city cat).

앞으로의 미래는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감, 그리고 산업화의 미래까지 더해 도시가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지만, 경제적 여유를 갖고 따뜻하게 그리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생을 즐기며 살고자 한다면 블번은 분명 매력적인 도시인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시원하게 에어컨 틀고 적당히 일하면서 살 수 있다면 말이다. 반대로 밖에서 일년내내 땀흘리며 바쁘게 뛰어다녀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매우 힘든 인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부족한 인력 시장에서 충분히 영업과 기술로 인정받을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볼 가치는 있는 일이겠고.

시기적으로 거의 10년 정도의 과거를 돌아보는 느낌으로 블번에 정착을 시도한다면 시드니에서의 경험들이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길을 달리면서도 스쳐 지나는 텅빈 벌판과 산들이 아직은 시골 마을 같은 순박한 느낌을 주지만 10년 후에는 분명 좀 더 달라진 세련된 모습으로, 어쩌면 통합 대도시의 꿈을 이루어 쾌적하면서도 체계가 잡힌 도시의 삶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

지난번에 올렸던 글에 이어 얼마전 집에 갔을 때 이웃에서 넘어온 나무의 가지 치기를 진행했다. 비용이 꽤 드는 일이라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했지만 결국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높은 사다리(3-5m) 구입, 긴 전기톱 polesaw 등으로 직접 자르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어차피 깔끔하게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어 사람을 부르기로 했지만, 이게 또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시드니보다 사람이 더 귀하고 비싸다 보니 브리즈번의 구인 과정은 상당히 머리 아픈데, 많은 사람들이 쉬운 일만 찾아서 하려고 하고 어려운 일은 너무 비싸게 부르거나, 가격을 결정하고도 일을 본 후에 더 청구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업체에 작업 환경 사진을 올려 한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그는 $400을 원했지만 수영장 청소는 안하고 자른 나무만 걷어가 달라면서 비용을 할인해 달라 했더니 $250으로 다시 견적을 올렸다. 그 정도라도 생각보다는 많이 들지만(지난번 이것포함 다른 가지치기를 $250에 하겠다는 이가 있었고 다른 일만 하고 $150을 받아감) 어차피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 진행하기로 결정. 당일 방문한 사람은 작업 환경을 둘러 보더니 나에게 묻는다. 나무 가지치기만 하고 수영장 청소 안하는 조건으로 $250에 진행하는 것을 재확인, 그러더니 나무 가지를 적당히 자른 후 더 자르면 돈 더 내야 한다고… @.@

기왕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고 불필요하게 말 길어지는게 싫어서(달래면서 일시켜야 함) 전체 작업을 하고 청소까지 다시 $400에 하기로 계획을 변경, 마지막에 나무를 실어다 버려야 하는데 왕복하면 시간과 기름값이 드니 $50을 더 달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은 무난하게 했지만(최고 수준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음) (1) 중간에 말 바꾸며 가격 올리는 것 (2) 고객와 말싸움하며 자기 주장만 하고 (3) 가격이 안 맞으면 나무 쓰레기 두고 갈까하며 협박하듯 진행하는 과정.

그의 말에 따르면 좀 떨어진 지역에 살면서 이미 여러 채의 집도 가지고 있다지만 과연 그것이 합리적이고 원만한 근무 태도에 따른 소득인지 의문이다. 열심히 사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에 대해 방문 후에 말을 바꾸고 자꾸 가격을 더 올리려 하는 그와 굳이 싸우지 않는 것은, 어차피 내 입장에서는 이 한번의 일만 처리하면 더 이상 얼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즉 문제 해결이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물론 중개업체에 신고하거나 페어 트레이딩 등을 통해 다툴 수도 있겠지만 그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보다는 깔끔하게 해결하고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절대로 중개업체를 믿지 말고 거기에 응모하는 사람들도 믿지 말라…

어쨌든 그 과정을 통해 수영장 근처는 깨끗해졌고, 더이상 나뭇잎 벌레 먼지 등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 일년 가까이 귀찮게 하던 것을 없애 버렸으니 수영장 관리가 훨씬 더 쉬워지고 편해졌다. 가끔씩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과 먼지 등만 처리하고 수질 관리만 하면 이제 수영장을 좀 더 깨끗하게 자주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호주는 한국에 비해서 적은 인구로 인건비가 아주 비싸고 시드니보다 브리즈번은 더해서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이고 괜찮은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많은 이들이 적당히 해도 돈을 더 받으며 일하고 있으니 더 잘하려는 의지도 없고 적당한 수준의 기본적인 능력만 갖추고 전문가로 자청하는 이들이 많으며 실제 능력과 노력보다는 대화와 영업력, 말로 먹고 사는 이들도 많다는 것.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평가일 뿐. 이에 관한 해결 방법은 앞으로 서서히 찾아야 할 듯. *

예전 살던 곳을 나온지 벌써 8개월이 다 되어 간다. 가족이 이사를 나온 것을 감안하면 10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할머니의 창고에는 약간의 재고와 일에 쓰는 짐이 남겨져 있고, 매주 화요일에는, 브리즈번 집에 가지 않는 날에는, 항상 방문해서 쓰레기통을 내드리고 간단히 청소를 하곤 한다.

사람들은 내가 아주 친절하고 예의바르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매주 정해진 일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일 자체는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이유는 나 역시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을 내놓는 일 자체는 힘들지 않지만 일부러 방문해야 하기에 때로는 조금 부담될 때도 있다. 그러나 선뜻 차고의 한쪽 공간을 짐 보관용으로 내주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늘 최대한 시간을 내어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

호주에는 유난히 검트리 Gumtree가 많아(유칼립투스 나무) 그 가늘고 바삭마른 잎들이 떨어져 마당에 쌓인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었지만 이제는 익숙하고 오히려 향수를 느끼게 하는 그 낙엽의 향을 맡으며 호주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일반 주택의 경우 이 낙엽들이 지붕이고 마당이고 잔디밭에 쌓여 아주 골치거리라는 것. 혹자는 이게 쌓여 쉽게 불이난다고 걱정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아무리 치우고 쓸고 닦고 해도 끝없이 쏟아지는 낙엽을 정리하는건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일이고 너무 지저분해 보여 짜증도 난다.

예전에 그나마 한 살이라도 젊은 시절에는 자주 마당을 쓸고 정원 관리를 하던 할머니도 이제는 거의 체력이 안되어 집안에서 쉬거나 누워 지내시는 상황인지라 가끔 방문할 때마다 차고 안쪽을 청소하고 뒷마당 앞마당에 쌓인 낙엽을 청소해 드린다. 앞서 밝혔듯이 내가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매달 차고 사용료를 낼 수는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도움을 드리려는 의도다.

때로는 입맛이 없거나 속이 불편할 때가 있다 하여 사골곰탕이나(포장제품) 초코파이 등의 간식을 사가기도 한다. 한국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을 해서라도, 누군가가 내 부모에게 좀 더 잘 대해주면 고마운 일 아니겠나 싶어, 할머니에게 가끔 먹을만한 것을 사드리는데 다행히 초코파이를 아주 좋아하시는 듯. 곰탕은 뼈에 좋다 하여 예전 무릎이 부러진 경험도 있고 얼마전 미끄러져 넘어져 허리를 다친 할머니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가져다 드리지만(햇반과 함께) 사실 사골곰탕이 뼈에 도움이 된다는 입으로 전해지는 내용이라 장담은 못하겠다.

지난번에는 마당 쓸고 정리해줘서 고맙다고 선뜻 돈을 내미신다. 흠… 이러면 내 성의가 오히려 반감되는데? 돈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만, 앞서 밝힌대로 내가 차고를 빌려쓰는 대신에 뭔가 보답을 하는 일인데, 할머니는 내가 돕는 일을 늘 고맙다며 용돈으로 대신하신다. 물론 그 돈은 간단한 먹거리를 사는데 보태기는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다. 호주에 온지 1년만에 그 동네로 이사를 했었고 엄한 이웃 할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둘째의 나이만큼이나 오랜 이웃으로 남은 분이니. 그렇게 인생의 한 쪽이 채워져가며 호주에서의 삶이 흐른다. 많지는 않지만 호주에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다 좋은 분들 덕분이 아닌가 싶은 생각,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따뜻한 하루의 이야기다. *

삼국지는 허황된 역사 이야기라는 평이 많지만 그래도 배울 점이 많은 소설 중 하나다. 삼국지에서 유명한 전투 중 하나인 적벽대전을 앞두고, 오와 연합하여 조조군의 위를 물리칠 계책을 마련한 제갈량이 모든 것을 갖추었으되 동남풍(남동풍)이 빠졌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데, 이는 잘 준비한 전략에서 뭔가 중요한 것이 부족함을 표현하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6월부터 이어진 7월까지는 그다지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민이 많았던 시기다. 대표적으로는 진상 고객과의 마찰로 인해 지불 지연이 되면서 마음 고생이 좀 심했고 날씨가 의외로 추워서 오랫동안 기침이 떨어지지 않고 체력도 저하되어 혼자 사는 처지가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으며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까지 겹쳐 스트레스가 많았다. 다행히랄까 문제는 하나둘씩 해결되었고, 기침은 지난주부터 완전히 그쳐 더이상 하지 않으며, 결제 문제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렇다, 살다 보면 문제들은 시간이 가면서 하나둘씩 해결이 되고 또 그에 대한 대응을 하고 노력해가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거나 혹은 사라지는 법이다. 다만 그 과정이 우리에게 괴로울 뿐.

문제가 해결되어가면서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가 없고 닥친 상황이 없었던지라 지난주말에는 모처럼 일도 없어 이틀을 하루 종일 잠만 잘 수 있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생각만큼 일이 바쁘지 않다는 것. 모든 것이 준비되어 평탄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가지만 정작 필요한 “일”이 없어서 그에 따른 수입이 부족해지고 이게 적자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과제가 생겨날 상황이다. 역시 사람이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노력하지만 정작 결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는 것인가… @.@

호주의 경기가 불황으로 이어지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영세업체는 당장의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하고 규모가 큰 곳들은 고정 지출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고는 쌓여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원재료 인상이 발생한 곳은 가격 할인도 쉽지 않아 고민이 있을 듯 싶다. 얼마전에 방문한 식당은 기본 가격이 20불 전후였는데 예전 같으면 비싼 이곳의 기준은 다른 식당들이 26-30여불을 받고 있는 요즘 시기에는 매우 저렴하고 착한(?) 가격표라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점심 시간은 만석?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2022년경 정점을 찍은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예전에 일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겨울만 되면 광고를 더해야 할까 무슨 지출을 줄일까 혹은 전화기에 문제가 있는지 고민한 적도 있다. 며칠 동안 연락 한통 없는 전화기를 보면 뭔가 나만 세상에서 뒤쳐진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만 빼고 다 잘 되나? 그러나 오래 일을 해보면 이런 등락은 모두에게 똑같은 상황이고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있어서 고객은 들쭉날쭉, 모두가 비슷한 처지임을 알게 된다. 물론 특별히 이슈가 있거나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예외겠지만, 자영업이란 것이 결국 잘 되고 바쁜 날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날도 있어서, 지나고 나서 평균적으로만 유지가 되면 나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 불황에서 오는 전반적인 하락은 단순히 지켜보기에는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이제 시드니에서 브리즈번으로 옮겨서 자리도 잡아야 하는 마당에 당장의 매출 저하나 시장 축소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상황이라 오랜만에 광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어차피 브리즈번으로 옮겨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 준비는 해왔으나(구글맵은 4월부터 가동중) 개인적 일들로 좀 미뤘는데 지인 도움을 받아 브리즈번에서는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좀 크게 광고를 내기로 했고 이미 제작이 완료되어 이번주부터 나올 예정이다.

시드니에서의 상황도 비슷하다. 현재는 온라인 소규모 한 곳을 제외하고는 전혀 광고를 하고 있지 않은데 그에 비하면(마케팅 대비 전환율) 좋은 결과일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매출 상승 없이 소폭 등락 거듭중, 경기 반영 전) 현지인 대상의 광고와 추가 온라인 광고 두 가지를 생각중이다. 모든 광고가 그렇듯이 투자한만큼 혹은 그 이상의 효과는 있음을 알지만 워낙 고정 지출이 커져버린 현재의 상황에서 무리한 부담이 되지 않을지 여러번 고민중에 있다.

남은 것은 동남풍…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를 생각중에 있지만 그 중 하나이자 출발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의 한 단계 성장이기 때문에 필요한 과정이다. 계획대로 잘 되어 가기를 바라며, 한편으로는 참고 버티는 것도 하나의 전략임을 생각하고 준비해보도록 하자. *

계약 날짜를 기준으로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우리집의 시세는 현재 얼마나 될까?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매일같이 부동산 시세와 판매된 집들, 그리고 부동산 지수 등을 관찰하면서 시장을 지켜보는 편인데(관심 분야) 지난 2023년 8월 초에 계약을 하고 10월에 집을 넘겨받은 기준으로,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시세는 꾸준히 오른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고, 아직 집을 구하지 않은 매수 대기자들에게 있어서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이었던 셈이다. 보통 겨울(4-6월) 시장이 별볼일 없는 것과 달리, 금리 상승이 막바지에 왔고 렌트비가 급등한 탓에 그냥 집을 사자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시장은 꾸준하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조금은 다른 예지만, 작년과 대비해서 집은 얼마나 올랐을까? 작년 10월경에 올렸던 부동산 지수를 살펴보자. 퀸스랜드(브리즈번)의 경우 170 선에 불과했던 지수가 오늘 기준 190을 넘었다. 그러니까 퀸스랜드 전체 지수로 보더라도 평균 10% 이상 오른 셈이니, 지역에 따라서는 집값이 20-30% 이상 오른 곳도 있다는 의미다. 그것도 1년이 채 안된 시점 기준이고, 부동산 비수기라는 겨울을 막 지난 시점의 지수 비교이니 하반기 9월부터 이어질 성수기를 지난 내년 초의 지수는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집은 사두면 언제든 오를 것이라는 일반론적 기대와 부동산 관련 업체 혹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을 떠나, 지금의 호주 부동산은 다른 어느 나라와 달리, (1) 밀려드는 외국인(이민자), 즉 수요가 매우 강하다. 특히 퀸스랜드같이 기후와 상대적 저렴한 시세 등(그 중에서도 특히 골드코스트 인근)의 요인이 있는 곳은 더 많이 오르고 있다 (2) 중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도 꾸준하다 (3) 국내에서도 타주에서의 유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4) 물가 급등과 렌트비 상승에 따라 대기 수요자들이 실제 구매에 나서고 있다. 침실 3개인 아파트도 700불 이상, 일반 주택은 900불을 넘는 수준이라, 이 정도면 그냥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일반화되고 있다. 물론 시드니의 경우 이 정도 집을 살 경우 가격이 너무 비싸지만 퀸스랜드도 렌트 시세는 크게 다르지 않아 대략 절반-60% 정도 선인 시세에 맞게 실거래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부동산 시세 급등과 렌트비 상승 등이 물가 상승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판단하지만, 현재 호주의 경기는 상당히 침체 상태이고 특히 소매 시장은 많이 힘들다.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빈부 격차가 심해져 호주에서도 돈이 많은 이들은 더 잘 벌고 더 잘 쓰고, 길거리만 봐도 거의 30% 이상이 고급차들로 붐비는데, 반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도 많고 렌트비나 대출 이자, 하다못해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힘든 사람들도 매우 많다. 그러다 보니 식당 까페 등의 소규모 자영업은 더 힘들어지고, 심지어 내가 일하는 곳의 도매도 예전보다 더 많은, 잦은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부자들 혹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하는데, 한국과 달리 부동산 시세는 사그러들지 않아 저가 떨이 수집은 어려운 상황이고, 그럼에도 집을 여러채 보유한 이들이 많고 렌트비는 올라 충분히 감당이 되는 수준이라 앞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 시장 과열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실물 투자다. 물론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가치다 보니 경기와 시장 흐름, 수요자 심리를 반영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땅값과 자재 등의 물리적 실체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거품”을 제외하고는 100만이 50만으로 되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주식도 기업이라는 실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만 거래 자체가 쉽고 심리가 더 많이 반영되어 하루에도 급등락이 가능할 정도이니, 부동산과 주식의 투자 방식은 분명 다르다 보겠다. 최근에 판매되는 집들이 예를 들어 1.5라면 이 가격대에 산 이들은 급하게 처분해야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한 이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할 것이고 웬만하면 이자 및 기타 지출에 대해 떠안고 가려 한다. 그래서 부동산의 가격 하락은 더디고 상승은 빠른 편.

집 근처의 한 주택이 1.8에 팔렸다. 사진으로 보기에 아주 좋은 집은 아닌 듯 하고 적당히 레노를 하고 적당한 땅 넓이와 구조를 가진 집인데 1.8이다. 이제 방이 4-5개 이상인 주택의 기본 가치는 1.5, 상태가 좀 좋으면 1.8, 아주 좋으면 2M를 넘는 것이 시장의 기본 시세로 굳어지는 중이다. 방이 3개인 작은 집이나 유닛도 1M에 육박하는 상황이니, 그리고 예전에 관심가지던 지역은 좋은 집들의 시세가 이미 다 2M를 넘었고, 우리집 근처의 바닷가 동네는 3M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브리즈번에 집을 사기로 결정한 이유는 이미 여러번 밝혔고(기후 변화 1순위) 앞으로 시드니를 넘어서는 시세는 되기 어렵겠지만(여전한 인구 절반 수준) 지난 1년만 돌아보더라도 시드니 대비 브리즈번은 너무 올랐다는 결론이다. 이는 거품이나 올림픽 등의 단기성 호재라고들 말하지만, 내 개인적 평가는 실 수요자 급증 때문이다.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사람들이 더 몰려들고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올림픽을 치르게 되면 좀 더 커지고 확장된 도시는 시드니만큼은 아니지만 지금과는 다른 도시로 변하게 될 듯.

운이 좋았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부동산 거래는 항상 운이 따라야 한다. 물론 그 운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각자의 몫임도 부정할 수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