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사람들이 항의하는 내용이 있어 자세히 읽어보니, 시드니 서부의 한 지역 둔사이드 doonside란 곳에 있는 컴뱅 지점을 곧 폐쇄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예전 내가 살던 동네의 컴뱅(CommonWealth Bank) 지점은 고객 대응 창구를 3개나 운영했는데 10년 동안 거기 살면서 결국 모두 그만두고 한 창구만 계속 운영하고 나머지는 지점장과 다른 직원이 번갈아 참여하며(바쁠 때만) 운영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은행측에서는 창구를 찾는 고객이 별로 없는데 굳이 상시 근무하는 직원을 두는 것이 비용 부담이라며 절감 차원에서 직원을 자르거나 지점을 폐쇄하지만, 글쎄다… 과연 이게 옳은 정책일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지불에는 카드, 이체에는 앱을 쓴다. 컴퓨터의 은행 홈페이지를 통한 거래보다 모바일 핸드폰에 앱을 깔아서 쓰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창구에서 직접 입출금하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를 켜서 로그인하는 것마저 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현지 고객들을 만나보면 물론 신용 카드로 많이들 결제하고자 하지만 송금을 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컴퓨터를 쓰는 경우가 더 많고 심지어는 은행에 가서 보내주겠다거나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객들일수록 그 차이가 커져서, 젊은 고객층은 앱으로 바로 송금하지만 노인들의 경우는 여전히 카드나 현금, 컴퓨터 송금을 하며 가끔은 은행에 가서 출금해 오겠다는 고객도 보인다.
전세계적인 고물가로 미국 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호주 RBA도 어느 정도 따라잡아 금리를 단기에 많이 올렸으며, 이로 인해 은행들은 몇년 동안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기업이란 것은 수익이 목적이고 그 나름대로의 배경 사정이 있겠지만, 속된 표현으로 돈 놓고 돈 먹기하는 은행의 경우, 저렴한 이자로 돈을 모아 그걸 높은 금리로 빌려주거나 운용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니 지난 몇 년은 과거 어느 시대 못지 않은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비용 절감을 핑계로 직원을 자르고 지점을 폐쇄한다.
정치에 있어 국민이 주권자이고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나라 위해 봉사하라”고 뽑아놓고 일을 시키지마 어느새 시대가 변해 그들이 국민 위에 있는 “고위직”이 되어 버렸다. 물물 거래에 있어서 편한 도구를 쓰고자 “돈”이란 것을 만들었지만 그 돈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부의 축적 수단이 되어 역시 사람들 위에 있는 존재다. 사람들의 돈을 받아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며 돈을 모으는 은행은 이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하는 추세이고, 예전에 만난 어떤 관계자는 “은행의 대부분의 직원과 고객은 은행에 돈을 벌어주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즉 푼돈을 맡기는 고객이나 단순히 청구서를 지불하는 등 은행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이들이 결국에는 은행에 큰 수익을 주는 대상은 아니라는 의미다. 은행은 돈을 굴려 수익을 내거나 큰 돈을 맡기는 이들만 환영하는 추세인 것이다.
호주의 4대 은행 중 하나인 컴뱅 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은행을 방문하려면 제법 먼 거리를 찾아가야 하고 늘 사람이 몰려 한참 기다려야 하며 서비스도 뭐 그저 그렇다. 어린 시절 은행을 방문하면 깍듯하게 인사하며 모두에게 친절과 서비스를 제공하던 그 은행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렇게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시대상은 돈을 중심으로 하는 은행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고 결국 지점 폐쇄와 직원수 줄이기 등을 통해 고객의 불편을 만들어가고 있다.
만약 전기나 인터넷이 끊어지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줄어든 지점과 앱 등을 통한 신용 거래 중심에서 결국 정부는 빈틈없는 거래를 강요하며 돈을 제어하려는 것은 아닌지, 편리함의 이면에 있는 더 큰 불편함의 시대를 사는 요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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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world!
Pic of the week: Sunset at margate beach
The first day’s journey was through the pink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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