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유닛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티스 mortice는 문 옆면으로 나무를 파고 거기에 잠금장치 lock의 본체를 넣는 구조를 가리키는 용어다. 다양한 방법으로 기능을 제어하거나 조절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일단 고장나면 처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 된다. 부동산에서 모티스 설치에 대해 문의를 해와서 견적을 주고 진행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세입자가 문제를 일으켜 문 자체를 교체했지만 일반 손잡이를 달아두고 떠났다는 것.

이런 경우에 그냥 있는 것을 떼고 설치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문이 닫히는 반대쪽(문틀)에 이미 스트라이커 strike 구멍이 나 있는데 이곳이 콘크리트와 철제로 되어 있어서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여기에 문이 닫히도록 모티스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신규 설치라면 몰라도 이렇게 뭔가를 수정하거나 바꾸는 작업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치수를 정확히 재어도 나중에 조금씩 오차가 생길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먼저 현재의 손잡이를 떼어낸다. 손잡이나 단순 잠금 장치는 54mm 큰 구멍을 뚫어서 쓰기 때문에 모티스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이 구멍난 부분은 부동산에서 페인터를 보내 메꾸고 다시 칠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나마 일을 덜었다. 만약 구멍까지 메꿔야 한다면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스트라이커 위치에 맞도록 모티스를 대고 추가 작업 위치를 표시한다. 모티스를 넣기 위해 모티스 지그 mortice jig를 이용해 위치를 잡고 전용 비트 bit를 조합해서 아래위로 긴 구멍을 파내야 한다. 보통 이 작업은 30분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문이 방화문이고 안쪽으로 철판이 있어서 쉽지 않았다. 비트도 철판에 닿아서 많이 마모된 상태, 아마 다음 번에는 새 비트를 사야 할 것이다.

구멍을 뚫고 나면 큰 작업은 마친 셈이지만, 앞 뒤로 손잡이와 실린더를 넣는 위치 등 추가로 구멍을 내야 한다. 심지어는 손잡이 체결용 나사 구멍도 정확히 뚫는다. 그 어떤 작업에서도 실수가 발생하면 구멍을 메꿔야 하기 때문에 항상 두번 확인해서 문제가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모티스 본체를 넣고 앞뒤로 손잡이를 연결하고 앞쪽은 실린더 뒷쪽은 문 열고 잠그기 위한 장치를 부착하고 나면 거의 모든 작업이 끝났다. 이제 문을 닫아서 제대로 잠기는지 확인하면 된다. 스트라이커가 아래위로 약간 닿으면 조금 잘라주거나 콘크리트 부분을 콘비트로 약간 파내어 정확히 동작하도록 맞춰 주면 된다.

작업 후의 사진을 부동산에 보내주고 마무리 한다. 2시간을 예상하고 작업을 시작했지만 중간에 의도하지 않았던 변수들이 있어 3시간에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새로운 세입자에게 열쇠를 전달하고 사용 방법을 알려준 후 마무리. 부동산에는 빠른 시간 내 페인터를 보내서 구멍을 메꾸고 새로 칠해야 한다고 요청해둔 상태다.

참고로 호주에서는 이 방화문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소방 점검 fire inspection을 할 때에도 방화문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어떤 곳은 문에 작은 상처가 생기거나 파손된 경우 문 전체를 갈도록 요구하기도 하고, 이 방화문은 주요 부위에 철판이 들어 있고(잠금 장치 근처) 안쪽으로는 돌가루같은 재료들이 채워져 있어서 상당히 무겁고 불에 타지 않는다. 문 하나에 수천불 하니 절대로 우습게 보고 대충 관리하면 안된다. 벌금이 상당히 세다는… *

호주에 살면 다양한 환경을 접해보게 되는데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시스템, 그리고 똑같은 집이나 사무실, 창고 등이라도 여러 가지 형태의 환경을 볼 수 있다. 이번에 작업한 곳도 비슷한 사례로, 보통 창고로 쓰는 웨어하우스(warehouse) 단지 내 사무실의 입구다. 알미늄 문틀과 유리로 된 문이 있지만 거기에 안전을 위해 철망을 씌웠고 흔히 쓰이는 9050 볼트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편한 관리를 위해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려는 고객의 요청.

문제는, 멀리에서 인터넷으로도 관리를 원한다는 것. 일단 호주에서 와이파이 등으로 제품을 관리하려면 한국 제품은 되지 않고 정식으로 호주에 수입된 제품만 가능하다. 또한 알미늄 문틀의 경우 작업 공간이 좁아서 제품 자체도 그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최근에 호주에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된 것들로, 비록 호주 회사나 수입사가 별도의 상표를 붙여서 판매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품질은 생각만큼 좋지는 않다.

고객 요청에 맞는 제품을 찾아서 준비하여 설치를 진행했다. 먼저 기존의 제품과 손잡이 등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다음은 디지털도어록 설치를 위해 필요한 구멍을 뚫고 기존 구멍을 확장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보통 신규로 설치하는 것보다 기존의 작업을 수정해서 진행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렵고 힘들다. 래치 스트라이커 볼트 등이 움직이는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야 하고 구멍이 여러개 뚫려 있을 때는 가급적 이를 덮을 수 있도록 위치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 배치를 잡는데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러 과정을 거쳐 작업은 무사히 마쳤다. 제품의 문제라기 보다는 생산 과정에서의 문제가 약간 있기도 해서 의외로 도매업체에 다시 갔다와야 하는 두 시간 정도의 시간 손실은 있었지만 다행히 설치도 마치고 사용도 잘 되어 무난하게 마친 일이다. 물론 비용도 제법 든다.

호주도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해서 이용하기 원하고 있다. 시장이 조금씩 커지고 있어 기업은 다양한 제품을 들여오려고 하는 중이고 사람들은 그 중에서 좋은 제품을 골라 내기 위해 상담하곤 한다. 실제로 써보면 전용 앱까지 준비되어 있어, 예전 초기에 전자키나 지문을 이용하던 것보다 훨씬 더 편리한 세상이 되고 있다. 현재는 카드, 지문, 얼굴 인식 정도까지 나와 있고 앞으로는 더 편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

브리즈번은 시드니와 달리 여러 층으로 된 상가 건물이 아닌 평지의 넓은 주차장에 단층으로 된 상가가 많다. 보통은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곳으로 한 고객이 여기에 스시샵(김밥집)을 열 계획이라고 연락을 해왔다. 간밤에 뒷문쪽에 매달아둔 키박스(열쇠를 넣어두는 상자)를 뜯어서 가져갔다는 것. 그래서 열쇠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영업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인테리어를 하는 도중에 이런 일이 생겨 전체적으로 보안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앞쪽은 옆으로 여닫는 문이라 걸쇠(hook) 방식의 잠금 장치가 달려 있고 여기에 실린더를 교체해주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후문으로, 아주 오래되어 낡은데다 눈으로 보기에도 튼튼해 보이지 않는다. 아래 손잡이는 잠금 기능도 없고 위의 데드볼트 deadbolt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열쇠만 바꾸기에도 불안하다.

위의 데드볼트는 새 제품으로 교체, 아래 것은 잠금이 되는 손잡이로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낡은 문에 작업을 할 때는 완료 후에 빈 틈이 보이거나 고정 상태가 흔들리지 않도록 잘 확인하면서 꼼꼼하게 작업해야 한다. 그리고 문틀 쪽의 스트라이커 위치도 안 맞거나 너무 낡아서 나무가 떨어지거나 부서질 수 있으니 튼튼하게 버틸 수 있도록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과정에 비해서는 신경쓸 일이 좀 더 많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신경써서 하면 고객에게는 더 안도감을 주고 신뢰를 쌓을 수 있기에 항상 정확한 결과가 될 수 있도록 처리할 필요가 있다.

보통 안전하다는 생각에 번호 등으로 열고 잠그는 키박스 key storage에 열쇠를 넣어두는 일이 흔한데, 만약 도둑이 그라인더나 쇠톱, 절단기 등을 이용해서 끊고 가져가려고 하면 얼마든지 훔칠 수 있으니 너무 중요한 열쇠나 재료는 이렇게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심지어 열기 불가능한 특수키를 쓴다 해도 열쇠 자체를 허술하게 보관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열쇠를 안전하게 가지고 다녀야 한다. 꼭 열쇠를 숨겨야 하는 경우라면 눈에 보이는 곳이 아니라 어딘가 눈에 띄지 않도록 잘 숨겨두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

한국에서는 목문용으로 알려져 있는 래치형 latch 디지털도어록은 보통 문 모서리부터의 거리(간격)를 60mm로 정해두고 있다. 영어로는 백셋(backset)이라고 하는 이 거리는 잠금 장치를 설치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보통 표준은 60이나 70mm이고, 오래된 제품이나 보안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127mm를 쓰기도 한다. 어쨌든 이 표준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니 대부분의 환경에서는 이 기준이 쓰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제품들은 60이나 70이 아니라 대부분 60으로 제작되어 맞춰져 있어서 이를 호주에서 70mm에 맞게 설치하려면 약간의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 양쪽의 손잡이(lever)를 돌려주는 중앙의 쇠막대를 스핀들(spindle)이라고 하는데 이 막대의 굵기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탓에 아무거나 쓸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번 고객 요청에 따라 제품을 설치하려고 보니(현장 확인 안함) 기존의 제품이 70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60이나 70이나 설치해서 쓰는데 크게 문제는 없지만 이미 작업이 되어 있는 70을 60으로 바꾸려면 커다랗게 뚫린 구멍을 덮거나 메꿔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당연히 고객은 이런 덧작업을 싫어한다.

게다가 호주에서 쓰는 많은 60mm 전용 래치가 있지만 디지털도어록에 맞지 않고 스핀들의 굵기가 다르다. 할 수 없이 기존 래치를 그대로 쓰기로 하고, 문제는 디지털도어록 앞판에 달린(고정 부분) 스핀들 역시 굵어서 쓸 수가 없다는 것. 거의 30분 정도 그라인더를 이용해 이를 사방으로 갈아내어 래치에 맞게 조절해야했다. 이런 환경을 미리 알았다면 구멍을 메꾸거나 다른 방법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아예 포기를 하거나 다른 제품을 선택했겠지만 현장에 도착한 후에야 확인 가능한 이런 구체적인 사항들은 전혀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진만으로는 알 수가 없고 고객들에게 치수를 재어달라고 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해도 모든 면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

어쨌든 고생해서 스핀들 굵기를 갈아낸 덕분에 제품은 무사히 조립을 마쳤다. 다른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기에 이렇게 해서 고객에게 작업 완료를 통지했고, 이런 과정들이 하나의 경험으로 쌓여 다음에는 같은 제품을 진행할 때 당연히 간격을 확인해야 하겠고, 혹은 70mm에 맞는 래치를 미리 찾아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험과 배움은 끝이 없다… *

지난번에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출입문 게이트 gate에 편하게 쓰기 위해서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는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오늘은 고객 요청에 따라 좀 다른 형태의 게이트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한 사례다. 보통 일반적인 출입문이나 나무문 등에는 어떤 표준의 잠금 장치를 설치하는게 어렵지 않지만, 다양한 형태의, 일반적이지 않은 문에 잠금 장치를 설치할 때에는 그 전에 사전작업으로 두께를 맞춘다거나 표면을 평평하게 하는 등의 추가 작업이 필요하고, 이런 커스텀 custom 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시간과 비용이 추가된다.

이 고객의 경우 안쪽에 다른 문이 있지만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기 애매한 환경이라 바깥의 출입문 게이트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경우다. 다행히, 게이트는 목재 사이사이에 구멍이 있지만 표면은 평평한 상태라 두께만 보충하면 문제가 없다. 다만 안쪽에 있는 부분을 다듬어야 하고 철판도 덧대야 한다.

잠금 장치용 구멍을 뚫기 전에 미리 앞뒤 표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앞에는 틈을 메꿀 수 있도록 철판을 덧대어 깔끔하게 마무리 하고 뒷쪽에는 나무를 덧대어준다. 이미 달려 있던 부품은 용접이 되어 있어서 그라인더를 이용해 갈아내고 절단했다. 그 위에다 적당한 크기의 나무판을 잘라 덧대고 사방으로 나사를 박아 단단하게 고정시켜준다. 이 목판은 앞뒤에 달리는 잠금 장치에 의해서도 단단하게 한번 더 고정이 된다.

보충재를 모두 설치하고 나면 잠금 장치 위치에 정확하게 구멍을 뚫어준다. 철판과 목재가 있으니 철제용, 바이메탈 홀쏘나 금속전용 홀쏘를 이용하면 된다. 구멍을 내고 나면 나머지 과정은 일반적인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는 것과 똑같이 진행된다. 간격을 맞추고 조립을 이어간다.

항상 모든 잠금 장치에서 핵심은 스트라이커, 즉 잠금 장치가 실제로 잠기는 부분이다. 이 스트라이커가 약하면 의미가 없으므로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잠기는 부분은 두꺼운 철제 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전에 쓰던 구멍이 나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만큼의 새로운 구멍을 뚫어야 한다. 일직선으로 자를 때는 그라인더를 쓰고, 크기가 작은 것은 드릴과 다이드라인더를 써서 다듬을 수 있다. 알미늄 재질과 달리 순수 철(Fe)은 줄로 갈아내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그라인더와 드릴이 최선의 도구라 하겠다. 좁은 구멍은 전동 줄이 있다 해도 작업이 쉽지 않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면 깔끔한 마무리가 되어 보기도 좋고 쓰기도 편한 상태의 디지털도어록이 준비되었다. 게이트의 경우 문이 열리고 닫히는 위치를 정확히 잡아주는 부분이 없지만 실제로 잠기는 부분을 기준으로 해서 쓰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상태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는 업체의 오래된 구형 잠금장치를 일반형으로 바꿔보았다. 50년 100년 된 집이 있는만큼 거기에 쓰이는 잠금장치도 매우 다양하고 특이한 것들이 많고, 그 중 하나는 아래 사진과 같이 방충망에나 쓸법한 것을 일반 유리문(sliding)에 설치해 둔 경우다. 장점이라면 안전한 방식이라는 것, 단점이라면 이제 이런 방식의 제품은 쓰이지 않고 찾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블로그에서 여러번 올렸듯이 보통 유리문에는 아래와 같은 제품을 쓴다. 표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방식의 잠금장치가 쓰이는 이유는 무거운 유리문을 여닫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손에 쥘만한 손잡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으로, 호주에서 쓰이는 여러 회사의 다양한 제품들이 거의 이와 유사한 형태로 쓰인다. 잠기는 부분은 스트라이커 strike이고 반대쪽 문틀에 설치하는데, 약한만큼 나사도 여러개 박고 다른 잠금장치를 추가하여 약점을 보완하는 형태다.

문제는 기존의 잠금장치와는 완전 다른 형태라 구멍을 좀 뚫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바깥 구멍은 덮이지 않기 때문에 얇은 판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별도 재료들은 모두 추가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작업하고 나면 아주 깔끔하고 쓰기에도 편하다. 보안성이 떨어지냐고? 유리문에 할 수 있는 잠금장치는 이것과 볼트 방식 두 가지 밖에 없으니 어차피 더 안전하기를 원한다면 추가로 볼트를 설치하면 된다.

가운데 실린더가 움직이는 부분의 구멍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실린더에 닿으면 열고 잠그는 과정이 매우 뻑뻑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구멍 크기를 여유있게 뚫어야 하고, 두 개의 나사로 고정되므로 단단하게 조여주어야 한다. 물론 설치 후 손잡이가 흔들린다고 해서 보안상 취약점이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

오랜만에 시티에 나갈 일이 있어 새벽에 출발했다. 시티는 보통 길막힘과 주차 문제로 쉽지 않은 환경인데,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에는 최소 한시간 반이 걸리고 막히는 퇴근 시간에는 집까지 두 시간 걸려 움직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갈수록 주차가 힘들어지고 주차 단속도 심해지며 비용도 비싸진다. 꼭 가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가급적 나가지 않는게 좋을 때도 있고, 꼭 가야만 한다면 서둘러 움직이는게 유리하다. 어쨌든 다른 일이 있어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오전 5:30에 출발, 다행히 6기 조금 넘어 도착.

오늘의 작업은 작은 유닛(단층 빌라)외 발코니로 나가는 알미늄 문에 달린 손잡이를 교체하는 일이다.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문이 얇아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설치가 안된다. 가끔 일을 주는 중국 친구가 해보려다 안되어 내게 넘긴 일이기도 하다. 첫째 문과 비슷한 색을 써야 해서, 구리빛(copper color) 제품으로 준비했고, 바로 끼워보니 문이 얇아서 설치가 안되어 앞뒤로 두께를 높이는 부품(packer)을 대기로 했다. 양쪽에 두 개씩 대니 적당히 맞지만, 문이 평평하지 않아 그라인더로 잘라야 한다. 별것 아니지만 할 일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간도 더 드는 셈이다.

앞뒤 철판을 대고 조립하니 잘 맞아서 완료. 문이 잠기는 쪽의 스트라이커가 안 맞아 제대로 닫히지 않아 이것도 교체하고 위치를 맞춰 주었다. 주차가 쉽지 않아 차에 오가며 공구와 부품 등을 들고 나르느라, 이 간단한 일을 하는데 무려 한시간 반이 걸렸다. @.@

가끔 문 앞쪽의 방충망이 제대로 안 잠긴다는 불편이 접수되는데, 잠금 장치 자체가 고장났거나 스트라이커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잠금 장치 제품 이름은 타즈만 tasman으로, 문이 제대로 닫혀야지만 잠글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스트라이커가 잘못되어 있는 경우 손을 봐야 하고, 이것만 해결하면 대부분 80% 이상의 문제는 없어진다. 나머지는 자체 고장인 경우로, 단순히 교체하면 그만이다.

지난번에는 외국인 고객의 호출로 방문한 집에서 특이한 환경을 보았다. 누가 해두었는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된 문에 손잡이를 달았고 안쪽에 나무로 대충 처리해둔 것이었다. 문제는 이게 오래되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열쇠가 있어도 문이 안 열려 집에 못 들어오는 상황. 그래서 뒷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 현관을 열어 준 사례다. 항상 강조하는 사항은, 보안이나 안전에 관해서는 절대로 싸구려를 쓰거나 대충 적당히 해두어서는 안된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겨 문을 열 수 없거나 갇히거나 고장날 경우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다면 차라리 전문가를 부르는게 더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호주에서도 디지털도어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고 작업 경험도 늘고 있다. 한국 제품을 들여와 설치해주거나 호주에서 판매되는 대표적인 데드볼트 deadbolt 방식을 설치해주는게 과거였다면 최근에는 트라이락 trilock을 제거하고 대체품을 넣거나 유닛과 아파트에 다양한 제품을 설치하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 이 일은 기술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는 해도 결국 사람들의 성향과 환경이 바뀌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중이다. *

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의외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일이 있다. 보통 공사 현장에는 관계자 외 진입이 불가능한데, 해당 현장에서 필요한 일이 있어 초대(!)를 받아 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문을 열어달라거나 열쇠를 맞춰 달라거나 혹은 부러진 열쇠를 꺼내는 등이다. 지난번에는 특수 차량 열쇠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지만, 사실 모든 열쇠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가장 중요한 사항은 먼저 어떤 열쇠 재료를 쓰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보통 특수 차량의 열쇠는 재료가 없어 못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료가 있으면? 가능성도 높아진다.

인근에서 주택 단지를 공사하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엉뚱한 열쇠를 꽂아서 쓰는 바람에 부러져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진짜 열쇠는 따로 있으니 뽑아주기만 하면 된다는 요청. 일반적인 가정용 열쇠라 해도 너무 깊이 박혀서 부러졌거나 뻑뻑하거나 기타 이유로 꺼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특히 차량용 열쇠는 일단 부러지면 꺼내기가 쉽지 않다. 보통은 앞부분에 덮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가려지기 때문이고, 차량용은 한쪽이 아니라 양날이라 양쪽에서 핀(pin)이 잡고 있다 보니 더 어려운 것이다.

고객과 한참 통화하여 위치를 찾은 후 입구에 있는 교통 통제 직원의 지시에 따라 공사장으로 들어섰다. 사방으로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 현장으로, 각종 특수 차량과 덤프 트럭, 다양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한 쪽에다 차를 세우고 부러진 열쇠를 뽑은 공구를 들고 차량에 올랐다. 날씨도 덥지만 좁은 곳에 있어 자세가 정말 안 나오는, 할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겸손한(?) 자세로 집중했지만 쉽게 꺼내기 어려웠다.

너무 오래된 차량이라 앞의 덮개 부분이 거의 떨어질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그걸 한 쪽으로 제치고 부러진 열쇠를 꺼냈다. 부러진 열쇠를 다시 제작해야 하는 일이라면 정말 힘들겠지만 다행히 버려도 되는 것이라 조각을 고객에게 보여주고 작업 종료. 이렇게 업무를 위한 일은 작업을 마친 후 지불을 받는 과정도 복잡하다. 다시 찾아올 곳이 아니기에 만약 지불이 제대로 안되면 아주 귀찮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고객에게 즉시 지불을 요청했다. 인보이스는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하고, 회사 회계 담당자와 통화한 후에 내게 즉시 지불하도록 하고 완불까지 기다렸다가 무사히 마치고 나왔다. 사실 업무 자체만큼이나 중요한게 수금 과정이니까.

가끔씩 여기저기서 특수 차량이나 장비(예를 들어 굴삭기라든지 지게차 등) 열쇠를 분실했다고 연락오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작업이 어렵다. 미국산 특수 장비의 열쇠가 없다고 내게 연락한다고 해서, 재료가 일반적인 것이라면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장비인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작업이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사실 이런 일은 장비를 확인하고 재료를 구하는 과정이 상당히 시간소모적이다. 도매에 물어봐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당사자에게는 아주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분실하기 전에 미리 대비해서 여분의 열쇠를 만들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경험상 95% 이상의 고객들이 이미 사용중인 열쇠가 있을 경우 추가로 복제해두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현실… *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파트 등에서 디지털도어록, 혹은 스마트록을 당연하게 써오고 있다. 호주는 최근 들어서야 사람들이 전자식 잠금 장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규정이 까다로워 아파트나 유닛에서는 아무 제품이나 쓸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여러 회사들이 규정에 맞도록 화재 시험 등을 거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도 많이 미흡한 모양새다. 그 사례 하나.

얼마전 고객 요청으로 아파트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했다. 예전에 비해서 조금 늘어난 제품군이 있지만 그럼에도 디자인이나 기능 가격 등이 여전히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나 유닛은 공동주택 규정이 있어 화재 시험을 거친 인증이 되어야 하기에 들어가는 부품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별도 회사의 비싸고 성능 좋은(!) 제품을 따로 구해서 작업을 했다. 일반적인 목문용과 달리 약간의 구멍을 뚫는 등 추가 작업이 약간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래치 latch를 설치하고 스핀들 spindle을 넣으려니 맞지 않는다. 손잡이를 움직일 때 중간에 들어가는 막대(스핀들)가 움직이면서 문을 열어주는 것인데 이 굵기가 다른 것이다!

당장 그 크기가 다른 것을 몰랐던 나도 문제지만, 갑작스레 추천받아 가져온 것이라 그걸 비교해볼 시간은 없었다는게 변명같은 이유고, 제품을 소개해준 도매 담당자는 물론이고 아무도 그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쓸 수는 없어 결국은 업체에 이에 대해 항의를 하고 개선품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한 후 제품은 그라인더로 갈아서 굵기를 맞춰 마무리 했지만 씁쓸한 결과다.

대개의 일들이 그렇다. 규정이란게 있어 막 따져대지만 실제로 물어보면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도 없고 담당자나 관리자라고 해서 어떤 규정을 확인하고 제품을 물어봐도 내용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주 아파트나 유닛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기 어려운 것은, 일단 제품과 설치비가 너무 비싼 탓도 있고 아파트 회사 자체에서 거절하는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가 관리 주체나 담당자가 내용 자체를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매 업체도 잘 몰라 자기들끼리 묻고 확인하는 등 헤메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개념이 없는 관리자가 그 내용을 잘 알리 없다. 이런 답답한 규정이…

제품 자체에는 딱히 정해진 메뉴얼도 없고 간단한 메뉴얼에 있는 내용을 따라 해봐도 제대로 동작이 되지 않는다. 나중에 이에 대해 도매에 가서 물어보고 메뉴얼 개선을 요청했지만, 정작 그들도 그리고 다른 직원들도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앱으로 하면 잘 된다”는 식의 답변으로 대충 넘기고 있다. 엄격하고 융통성없는 규정과 법에다 뭔가 해보려고 시도한 업체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며 회피하는 것은 호주에서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제발, 규정을 만들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도 준비하고, 또 시장을 형성하고자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판매한다면 좀 더 책임감있게 메뉴얼이나 고객 응대를 해줬으면 한다. 앞으로는 나아지겠지? *

오래써서 낡은 자동차 리모트 쉘을 교체하는 일이다. 보통 버튼을 누르는 부분이 고무로 되어 있거나 플라스틱이 쉽게 깨지거나 해서 제대로 동작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이 때 교체하거나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결국 내부 기판의 버튼 부품이 떨어지거나 손상되어 리모컨 전체를 못 쓰게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낡은 상태라면 미리 케이스(영어로는 쉘, shell)를 교체하거나 적어도 버튼 부분만이라도 수리해야 한다.

자동차 관련 일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세상에 너무도 다양한 자동차 회사와 차종, 연식에 따른 다양한 제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 IT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기 바쁘다고 하는데, 이 자동차 분야도 비슷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칩(chip)이 새로 바뀌고 복제 기술이 달라지며, 다양한 회사의 차종 연식에 따라 다른 모양의, 다른 구조의 리모트와 열쇠가 쓰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적어도 1990년대부터 다룬다면 수백종 이상의 재료와 부품, 그리고 자동차 열쇠를 만드는 경우라면 다양한 경험과 장비, 그에 따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자동차 쉘 중에서 흔히 쓰이는 것들 몇가지는 재고로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현대 기아 전용 3버튼 모델이다. 고객이 두 개의 리모컨을 쓰고 있는데 모두 손상되어 교체 원한다 해서 작업해 주었다. 이 리모트 쉘을 교체하는 것은 간단한 공구와 장비가 있다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어 정리해 본다.

먼저, 정품과 비품(aftermarket)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똑같지 않다. 정품 회사에서 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어, 비품 회사는 똑같은 모양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내부가 약간 다르게 제조하고 현대 등의 스티커나 상표를 붙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블레이드(열쇠 날)를 연결하는 부분에 스프링이 들어가는데 이 구조도 약간 다르고, 리모컨 기판을 얹는 플라스틱의 내부도 약간 다르다. 전반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는 것. 열쇠 날 부분을 그대로 옮겨서 쓸 수 있다면 더 편하겠지만, 끝 부분(스프링 넣는 구조)이 달라서 그냥 열쇠를 새로 깎아서 넣는게 좋고, 그렇다면 전용 장비가 있어야 하니 개인이 직접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험이 없다면 폴딩형(접이형, 영어로 flip) 스프링을 장착하는 일도 쉽지 않다. 반대 방향으로 2바퀴 이상을 돌려서 끼워야 하는데 이 돌리는 과정에서 스프링이 빠지거나 다른 부품이 튀어 약간 짜증나는 일이 생긴다. 원본에서 칩을 꺼내서 옮기는 과정에서도 칩 주변의 플라스틱을 잘 제거하고 조심해서 꺼내야 한다. 칩에 손상이 생기면 시동이 걸리지 않으니 주의.

전체적으로는, (1) 배터리 커버를 연다 (2) 배터리 제거 후 전체 케이스를 연다. 일자 드라이버로 돌아가며 힘을 주는게 유리 (3) 기판을 꺼내어 새 부품에 끼운다 (4) 블레이드 부분과 스프링을 잘 조절해서 넣는다 (5)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해서 전체 커버를 덮는다 (6) 배터리 넣고 커버 덮는다 (7) 열쇠를 다시 깎으면 완료.

지난주에는 연이어 자동차 관련 일들이 좀 있었다. 새로운 리모컨 제작, 닳아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열쇠 다시 만들기, 그리고 리모컨 케이스(쉘) 교체 등이다. 집 근처에 사는 고객 요청에 따라 두 개의 기아 리모트 쉘을 교체하고 시동이 걸리는지, 열쇠가 잘 맞는지, 리모컨이 동작하는지 확인 후 작업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