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파트 등에서 디지털도어록, 혹은 스마트록을 당연하게 써오고 있다. 호주는 최근 들어서야 사람들이 전자식 잠금 장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규정이 까다로워 아파트나 유닛에서는 아무 제품이나 쓸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여러 회사들이 규정에 맞도록 화재 시험 등을 거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도 많이 미흡한 모양새다. 그 사례 하나.

얼마전 고객 요청으로 아파트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했다. 예전에 비해서 조금 늘어난 제품군이 있지만 그럼에도 디자인이나 기능 가격 등이 여전히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나 유닛은 공동주택 규정이 있어 화재 시험을 거친 인증이 되어야 하기에 들어가는 부품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별도 회사의 비싸고 성능 좋은(!) 제품을 따로 구해서 작업을 했다. 일반적인 목문용과 달리 약간의 구멍을 뚫는 등 추가 작업이 약간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래치 latch를 설치하고 스핀들 spindle을 넣으려니 맞지 않는다. 손잡이를 움직일 때 중간에 들어가는 막대(스핀들)가 움직이면서 문을 열어주는 것인데 이 굵기가 다른 것이다!

당장 그 크기가 다른 것을 몰랐던 나도 문제지만, 갑작스레 추천받아 가져온 것이라 그걸 비교해볼 시간은 없었다는게 변명같은 이유고, 제품을 소개해준 도매 담당자는 물론이고 아무도 그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쓸 수는 없어 결국은 업체에 이에 대해 항의를 하고 개선품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한 후 제품은 그라인더로 갈아서 굵기를 맞춰 마무리 했지만 씁쓸한 결과다.

대개의 일들이 그렇다. 규정이란게 있어 막 따져대지만 실제로 물어보면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도 없고 담당자나 관리자라고 해서 어떤 규정을 확인하고 제품을 물어봐도 내용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주 아파트나 유닛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기 어려운 것은, 일단 제품과 설치비가 너무 비싼 탓도 있고 아파트 회사 자체에서 거절하는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가 관리 주체나 담당자가 내용 자체를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매 업체도 잘 몰라 자기들끼리 묻고 확인하는 등 헤메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개념이 없는 관리자가 그 내용을 잘 알리 없다. 이런 답답한 규정이…

제품 자체에는 딱히 정해진 메뉴얼도 없고 간단한 메뉴얼에 있는 내용을 따라 해봐도 제대로 동작이 되지 않는다. 나중에 이에 대해 도매에 가서 물어보고 메뉴얼 개선을 요청했지만, 정작 그들도 그리고 다른 직원들도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앱으로 하면 잘 된다”는 식의 답변으로 대충 넘기고 있다. 엄격하고 융통성없는 규정과 법에다 뭔가 해보려고 시도한 업체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며 회피하는 것은 호주에서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제발, 규정을 만들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도 준비하고, 또 시장을 형성하고자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판매한다면 좀 더 책임감있게 메뉴얼이나 고객 응대를 해줬으면 한다. 앞으로는 나아지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