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이라면 집안 구석구석 여러 가지 할일들이 쌓이게 마련이다. 지난번 입주 전에 실내 페인트를 큰 돈 들여서 했지만 불과 6개월만에 페인트가 더러워지는 일도 발생했고(집안 공사 및 짐 옮기는 과정) 욕실과 부엌 등 틈이 생기고 갈라진 곳에 실리콘도 발라야 한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일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고 할줄만 안다면 간단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시간을 내서 마무리를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건 담당자(!)로서 귀찮고 성가신 과제다.

먼저 오랫동안 바닥에 눌러붙은 스티커 자국을 지워보자. 이 스티커는 아래층 화장실을 레노베이션 하면서 문 밖으로 먼지가 나오지 않게 하려고 사다리를 두고 문 전체와 그 근처에 비닐막을 붙이기 위해 투명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인 후의 흔적이다. 고급 제품(예를 들어 3M?)이라면 접착제 화학물질이 좋아서 자국이 잘 남지 않겠지만 이사할 때 썼던 싸구려 버닝스 투명 테이프는 8개 들이 한 묶음을 샀던 것으로 접착력도 별로인데다 오래 붙여두면 그 끈적한 화학물질(접착제)이 바닥에 남아 골치가 아프다. 오래되어 더럽게 때까지 탄 것을 지워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스티커 제거제를 사서 쓰면 된다. 원리는 화학물질을 뿌려 끈끈한 부분을 녹인 후 이것을 화장지나 걸레로 닦아 내는 과정이다.

버닝스에는 가장 저렴한 스티커(혹은 얼룩이나 찌든 때) 제거제가 있으니,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스티커 근처에 잘 뿌려서 불린 후에 티슈나 화장지로 힘을 줘서 깨끗하게 지우면 된다. 오래되어 잘 녹아나지 않으면 여러번 뿌려서 제거하면 되고 잘 닦아내면 100% 깔끔하게 처리 가능하다.

다음은 부엌 싱크대 상판에 문제가 되면서 틈이 생겨 물이 스며드는 문제와 오래된 욕실 세면대 주위에 갈라진 틈에 실리콘을 발라보자. 버닝스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욕실 및 부엌용 실리콘을 사면된다. 이렇게 틈새를 메꾸는 제품들을 gap filler 종류로 볼 수 있고 그 중에서도 실리콘은 실리콘 재질로 된 것, 욕실 타일 빈 틈을 메꾸는 백시멘트와 플라스틱 합성도 있는가 하면 완전히 끈끈한 접착제처럼 된 것도 있다. 일반적인 용도에는 무난한 실리콘을 쓰면 되고 가격도 저렴하고 가장 흔하다. 색상은 배경에 따라 투명(clear), 흰색 white, 검정 black, 갈색 brown, 회색 gray 등이 있으니 배경에 어울리는 것으로 하면 된다. 보통 욕실과 부엌에는 투명색으로, 특히 욕실 전용 제품을 사면 된다.

예전에 실리콘 바르는 요령을 정리한 적이 있지만, 준비물은 칼(실리콘 앞부분 절단), 실리콘 작업용 도구, 쓰레기봉투, 그리고 비누나 세제를 약간 섞은 물통과 테두리를 긁을 공구를 준비하면 된다. 작업 공간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물기를 닦은 후 적당한 양의 실리콘을 짜서 바른 후, 전체 면에 비눗물을 뿌리고 모양에 맞게 잘 긁어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긁어진 실리콘은 이미 비누가 묻어 재사용이 불가하니 화장지 등으로 잘 닦아서 버린다. 틈이 균일하지 않을 때에는 여러번 작업해야할 수도 있다. 욕실 세면대는 다음에 레노베이션을 할 예정이지만 일단 당장 현재 틈이 너무 벌어지고 지저분해서 작업을 했다(흰색 사용). 부엌 역시 레노베이션 대상이지만 당장 물이 흘러 스며들고 있어서 적당하게 마무리.

마지막 작업은 실내 페인트다. 간단한 페인트는 대단한 공구가 필요하지 않다. 버닝스에 손바닥만한 롤러(셋트로 판매)와 밀대(롤러를 끼우는 봉)를 구입하고 페인트는 기존에 작업 후 남은 것을 이용한다. 만약 페인트가 많이 필요하다면 기존 작업 과정에서 남겨두었던 색 이름으로 구입하면 된다. 더러워지거나 다른 색이 묻은 곳은 가급적 약간 닦아낸 후에 칠하면 좋지만 지워지지 않으면 그냥 덧칠한다. 진한 곳은 여러번 덧칠하면 좀 더 낫다. 벽에 페인트를 덧칠하면 얼룩져 보이지만 어느 정도 마르고 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페인트가 충분하다면 단순히 더러운 곳이 아닌 좀 더 넓은 면적을 다시 칠하면 얼룩져보이지 않으니 훨씬 도움이 된다.

이번 작업의 목적은 당장에 눈에 보이는 불편함이나 더러움을 대략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살다보면 벽에 상처도 생기고 뭐가 묻고 틈이 벌어지거나 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한다. 집은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지만 사람이 살면서 그 환경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완벽함은 없으니 필요할 때마다 적당한 선에서, 불편하거나 더럽지 않은 선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면 좀 더 깔끔하고 편한 환경을 갖출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볼만한 일들이다. *

얼마전에 태양열 발전 시스템(이하 솔라)을 설치해서 쓰고 있다는 소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 솔라 예약과 설치도 생각외로 오래 걸렸지만(담당자의 잦은 실수, 가격 흥정, 일정 변경 등), 전체적으로 종합하면 호주에 10여년 살면서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잦은 실수와 부족한 실력, 책임 의식을 느끼면서, 전문가를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블로그에서 옵터스 텔스트라(통신업체)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 AGL(전기 가스 업체) 심지어는 우체국과도 싸우며서 살아온 과정들을 가끔씩 올렸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내용이다. 이번에는 솔라와 곁들여 현재 전기 업체인 오리진(Origin)의 문제를 정리해본다.

솔라를 설치한 후 대략 보름 정도 후에 전기 업체에서 보낸 전문가가 방문했다. 목적은 스마트 미터를 설치하기 위함이다. 원래 집에는 두 개의 전기 미터(계량기)가 있었고 솔라 설치 과정에서 하나는 제거했는데(온수 전용), 이 온수 히터가 의외로 전기를 가장 많이 먹는 것이고, 솔라 설치를 하면서 솔라 시스템에 연동시키는 것으로 대체했다는 것이 설치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업체에서 와서 폐기된 미터(계량기와) 불필요한 부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전기 업체인 오리진의 계약직 전문가는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스마트 미터를 설치하고 갔는데(마침 브리즈번을 떠나기 전날) 그 후부터 솔라가 제대로 동작이 안되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 하루에 30-40kw 정도 만들던 전기를 20 이하로 만든다. 즉 생산량 저하. 이는 특별히 태양열 발전기나 패널의 문제는 아닐테고(갑자기?) 뭔가 연동된 시스템을 건드려서 실제 생산량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 문제로 보인다. 둘째, 거의 만불이나 하는 돈을 들여 배터리를 설치한 이유는 저장한 에너지를 밤에(발전 정지 시간) 아껴서 쓰려는 것인데 밤에 배터리가 완충(100%) 임에도 불구하고 업체의 전기를 끌어다 쓰는 것으로 나온다? 심각한 문제다… @.@

이에 대해 솔라 업체와 전기 업체 모두에게 항의를 했더니 솔라 업체는 제품 제조사에 기술적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했다(대략 일주일 소요). 그 후에 원래 설치한 담당자를 보내주겠다고는 했지만 아직 무소식이다. 전기 업체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전기 계약자가 아니라는 관계로 답변을 거부했고(전기 계약은 아내 명의로 되어 있음, 그러나 나는 집의 소유자이자 솔라 소유자로 항의할 권리가 있음) 아내의 연락처 등 개인 정보를 넘겼지만 무시하고 종결…

할 수 없이 지난번과 같이 에너지 문제를 담당하는 옴부즈맨에 신청해둔 상태다. 아내가 굳이 오리진과 하청업체(스마트 미터 설치업체)에 통화를 했지만 서로 “문제없어 보인다”는 주장만 하는 상태. 결국 돈은 받아가고 일은 하지만 전문가라고 보기에는, 전문 업체라고 보기에는 뭔가 하자가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이번에도 얻은 결론. 경과는 다음에… *

지난번에 웬디 할머니가 사고를 내서 오래타던 차를 폐차시켰다는 내용을 올렸었다. 당시 급하게 차가 필요하다는 할머니 부탁에 따라 중고로 나온 매물을 알아보고 다음날 보러가기로 약속까지 잡았지만, 갑자기 몸이 안 좋다는 연락에 취소를 하고 결국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 시간내어 이것저것 알아보고 했는데 그 며칠 후에 갑자기 이미 차를 샀다는 연락을 받고 뭔가 좀 허전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게 부탁을 해놓고 또 아무런 사과나 말없이 대뜸 다른 곳에서 구입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도와드리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 시간내서 신경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사버렸다는? 진작 이야기라고 해주면 좋았을텐데…

지난주에 방문해서 대화를 해보니, 할머니는 차가 급하게 필요하긴 했나 보다. 몸이 아파서 차를 보러가지 못하게 된 다음날, 친구와 함께 집 근처 매장을 둘러보았고 거기서 소개 받은 차가 바로 다른 어떤 할머니가 타던 차였다. 일본차가 아니라 한국산 현대차 그것도 약간 커진 i30를 구입하셨단다. 원래 작은 차를 탔는데 약간 커진 셈이고, 조건도 매우 좋았다. 2017년에 대략 17000정도를 주고 샀는데 주행 거리도 17000 정도 밖에 안된다고? 원 주인이 거동이 불편해져서 이제 차를 거의 쓰지 않게 되어 가족이 대신해서 내놓은 것을 매장에서 소개받아 구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괜히 도와줬다가 애매하게 되어버렸던 내 입장은 소식을 듣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가격은 적당하고 연식이나 주행거리는 아주 좋은 것이니 앞으로 10년을 타도 될 상태가 아닌가 말이다.

시간이 되면(바쁘지 않으면) 거의 일주일에 한번 정도 들러서 쓰레기통을 내놓는 일을 도와드리는 정도지만 가족이 없는 할머니에게는 그것도 약간은 도움이 될 일이라 본다. 주위에서는 자녀도 가족도 없는 할머니가 안되었다고 하지만 그걸 떠나서 내 가족에게 너무 진짜 가족같이 잘 대해준 할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지만,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신경써보려 한다. 물론 내게 큰 도움을 기대하지도 않는 분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주위에서 사람들이 나이들고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또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 인생 참 짧다. 호주에 와서 산지도 벌써 10여년, 그나마 젊은, 많지 않은 나이에 왔다고 생각했지만 먹고 사느라 열심히 지내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도 다 커가고 인생이 거의 지나버린 느낌이다. 훨씬 더 훗날 좋은 기억을 가지고 떠날 수 있으려나. 할머니를 비롯해서 어른들도 짧았던 인생의 끝자락에서 바쁘게 지내온 기억들을 되돌아보며 어느새 나이들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다. 잠시라도 머무는 하루에 좀 더 의미있게 충실하게 지내야하는 이유다. *



가족이 이사를 가고난 후 매월 방문하고 있지만 이번 방문은 처음으로 “힘들었던” 경험이다. 그동안 2019년부터 시작해서 거의 20번 이상 브리즈번을 방문했고(99%는 자동차 운전) 여전히 심야의 어두움은 낯설고 한낮의 산길 주행은 지루하지만, 매번 어떤 목적과 동기가 있었기에 별다른 생각없이 달렸던 것과 달리, 지난 두달의 바쁜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온 현재의 방문은 다시 현실을 직시하고 많은 과제를 떠안아야 했던 탓인지 마음이 복잡한 며칠이었다.

처음 밤 12시에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나섰을 때의 경험을 여전히 기억한다. 가로등이 없는 호주의 고속도로는 아무리 운전을 좋아하고 익숙한 나로서도 당황스러웠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캄캄한 길을 바닥(도로)만 보고 주행해야 하는 탓에 한 30분 정도만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멀미가 날 지경으로 머리가 아팠던 기억 뿐이다. 이제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해도, 여전히 시드니를 벗어나 센트럴 코스트로 넘어가는 고속도로의 입구는 캄캄하고 불편하다.

돌아오는 길은 또한번의 색다른 경험이었다. 브리즈번에서부터 시작한 밤안개는 해안 도로와 산악 도로를 가리지 않고 짙게 껴있어 시야를 방해했고, 이건 뭐 어둠보다 더 불편한 상태에서 밤길을 100km 이상으로 주행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가 많지 않은 시간이라 가능했다는 것.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안개도 걷히고 시야는 넓어졌지만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짧지 않은 시간에 여러번 브리즈번을 오가며, 웬만한 길은 거의 기억하고 중간 쉼터와 휴게소, 지역과 특징 등도 하나둘씩 기억하게 되고 있다.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그 과정들을 모두 자세히 기록하여 하나의 여행기처럼 남겨두고 싶지만 그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시도는 하지 않는다. 사실 쉼터만 해도 작고 지저분하고 어두운 곳이 있는가하면 널찍하게 잘 차려서 편하게 되어 있는 곳들이 있어 어느 정도의 구분이 필요하다.

거의 주말을 끼고 4일 정도를 방문했던 일이, 4월 방학을 맞아 일주일을 지냈고 5월은 레노베이션 문제로 2주간, 그리고 6월에도 이어서 레노베이션 마무리 일주일. 그러다 보니 4일은 너무 짧고 일주일은 길어서 일에도 영향이 큰데 앞으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생각 등, 현재 상황을 고민하면 답은 없지만 분명 생각을 해야할 과제로 다가왔다. 지난번 코비드 이후 체력은 더 떨어지고 회복이 잘 안되는 등 면역력 감소나 기본 체력 저하 등의 원인이 대충 때우는 식사 습관에도 있을 것이니, 과연 현재와 같은 상태와 체계를 얼마나 더 버티며 유지할 수 있으려나?

여전히 낯익은 거리 풍경 사람들의 모습, 시드니에서의 편안함과, 비록 가족과 집이 있지만 낯선 사람들의 태도와 같은 나라임에도 많이 다른 느낌의 브리즈번은 아직까지도 그저 잠시 방문하는 여행지 같은 곳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서서히 일을 늘리기 위한 시도를 해야할 시점이지만 과연 지금의 선택이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시간은 잘 흘러 벌써 7월.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언제 오는 것인가… *



가족들을 모두 보내고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된 후의 현실이라면 일이 있을 때 일을 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별로 할 일이 없는, 집안 일이나 가족들에 대해 신경쓸 일이 없는 타의적 여유로움이지만, 몸이 아프거나 하면 문제가 생긴다. 남은 레노베이션을 마무리 하기 위해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갈 예정이던 며칠 전,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다녔던 탓인지 생애 두번째로 코로나에 걸려 버렸다.

원인은 모른다. 그 며칠 사이에 사람들이 많은 환경(쇼핑센터 등)에 다니며 일을 봤던 탓일 수도 있겠고 오랜만의 검진을 위해 치과를 방문했는데 입을 헹구는 과정에서 아주 심하게 역겨운 냄새가 났던 시설 탓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오후, 몸이 너무 피곤하고 쑤시는 듯한 통증이 생겨 일찍 쉬었고 다음날도 여전히 열이 나서 몸살 감기 증세가 있어 혹시나 하고 검사를 해보았더니 코로나 양성… @.@

그 덕분에 이틀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었고 집으로 가려던 계획도 며칠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하고 다니고 있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는 하루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니 그동안 코비드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것일까?

유난히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과 달리 호주 시드니의 겨울은 상당히 쌀쌀하다. 조금은 이른 6월에 한 겨울 날씨가 닥쳐 영상 2도까지 떨어지는 날도 있었고 다음주까지도 차가운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 보일러를 틀어 공기를 데우는 한국과 달리 히터 외에 실내 기온을 올리는 시설이 없는 호주는 밤에 전기장판을 켜는 외에 별다른 난방 대책이 없으며 특히 쉐어를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마음대로 히터를 쓸 수도 없어 예전보다 좀 더 추운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건강이 최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분명해지는 삶의 교훈이다. *



일이 아닌 일로 한동안 좀 바빴다. 예전에 올린 글을 보면 연초에 입주한 집의 2층 욕실에 문제가 있다고 적었는데, 그래서 큰 집에 욕실이 하나 밖에 없다 보니 아주 불편한 상황이라, 지난번에 견적을 본 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1층(호주 기준 ground floor)에 있는 세탁실을 욕실 겸용으로 바꾸는 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살고 있는 집에서 수리나 공사를 하게 되면 먼지나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생기니, 기왕이면 2층은 한번에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 물론 돈도 많이 든다!

집 수리, 그러니까 이번의 경우에는 개조인데, 간단히 영어로 레노(renovation)라고 적겠다. 이 레노를 할 때의 가장 중요한 일이자 출발이 되는 지점이 바로 “견적에 맞게 사람을 구하는 일”인데, 쉽지 않았다는 것이 결론. 한인업체나 외국업체가 여럿 있지만, 브리즈번의 경우에는 시드니와 달리 인력이 훨씬 더 부족한 탓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고 우스개로 “부르는게 값”인 경우가 많다. 요즘 시세로(2024년 5월 기준) 욕실 하나에 보통 3만불, 부엌은 5만불이 보통이고, 이는 가구 및 기타 부속물(세면대 변기 등)을 제외한 순수 인건비다! 그러니 집에 욕실 3개 부엌 등을 고치려면(레노) 보통 15만불 정도를 써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속설… 게다가 이 비용은 대출이 안된다 @.@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그냥 견적 본 곳이 시간도 맞고 비용이 적당해서 진행하기로 결정. 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빌더를 중간에 두고 관리하는 역할은 빼기로 했다(대략 10% 절감). 이 역할을 아내에게 맡겨서 하려 했으나 도저히 진행도 안되고 내용도 모르니 할 수 없이 5월초부터 약 2주간 가서 직접 보고 관리하기로 결정. 그 덕분에 일이 아닌 일로 바빴고, 직업도 아예 당분간 묻어두고 그냥 시간만 보낸 듯 하다. (너무 쉬어서 일에 대한 감이 떨어지려나?)

원래 세탁실이지만 공간이 상단히 넓고 입구에 미는문(슬라이딩)이 있고 중간에 벽이 있어 그 안에는 화장실(변기)과 작은 세면대가 있는 구조인데, 집 전체에 욕실이 부족하니 거기에다 샤워 공간을 하나 넣고 세면대 위치를 옮기는 등의 작업을 하기로 했다. 세탁실로 쓰는 쪽도 구조가 너무 오래된 탓에 벽장이나 세탁조 등을 조금 손보기로 하고, 세탁실에서 출발한 공간을 전체적으로 욕실처럼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배관 작업도 추가로 필요하고 벽 전체를 타일로 두르는 일도 필요해져 전체적인 비용이 좀 오른다.

과정의 시작은 기존의 것들을 뜯어내는 일. 호주에서 주택가를 다니다 보면 가끔 볼 수 있는 쓰레기통(skip bin)을 먼저 집 앞에 가져다두는 일부터 시작이다. 직접 업체에 연락해서 예약할 수 있지만(대략 중간 크기 600불선) 이것은 작업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대략 1000불 증가… (크기에 따라 비용 다름) 집 앞이 언덕 구조라 할 수 없이 길 가에 두었는데 약 3주 정도 쓸 것으로 보인다(이미 2주 이상 경과).

공정별 업체를 직접 연락하고 일정을 짜야 하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 않다. 목수를 통해 연락처를 받고 대략적인 일정은 정리한 상태라 좀 더 수월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속 일정이 바뀌다 보니 작업자들 역시 일정이 좀 꼬인 상태. 원래 2주에서 약간 더 늘어지면 끝날 것 같았던 일정이 결국 완전히 꼬여 중간에 시드니로 와야만 했다는 사실.

기존의 벽과 바닥 타일을 모두 뜯어내고 나면 뼈대만 남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호주의 주택이란게 이처럼 나무 기둥을 세우고 서로 연결한 다음에 벽체를 만들고 거기에 석고보드(유명한 지프락, gyprock 이건 브랜드명임)를 붙이면 방이나 욕실 등의 공간이 완성된다. 정말 낡은 집이나 벽을 들어낸 뼈대, 혹은 무너져가는 집을 보면 호주에서의 주택이 비싸다는게 참 허무하다. 이런 나무 구조에 판자 붙인게 집이라니… (잡초가 우거진 언덕이나 벌판에 집을 짓기로 하고 개발하는걸 보면 더 허무함, 이런 벌판이 수백만불이 된다니 @.@)

기본 뼈대를 남기고 모두 걷어내고 다면 다음으로는 내부에 들어가는 일들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전기 스위치 등의 위치를 변경하기 위한 배선 작업, 혹은 새로운 위치에 세면대나 욕실 등을 만들기 위한 배관 작업(배관공, 플러머 plumber)이다. 이런 작업을 마치고 나면 다시 빌더나 목수가 새로운 재료를 붙여 벽을 만든다.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일반 실내는 석고 보드이고 욕실 등에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콘크리트 보드를 쓴다고…

이 과정에서 여러 공정의 일을 살펴보았지만, 호주에서 역시 가장 좋은(!) 직업은 플러머다. 투자 시간 대비 보수가 가장 좋고, 재료비도 많지 들지 않는다. 단점은 힘을 쓰는 노동이 많다는 것. 전기와 목공은 혼자서 하지 못하고 일을 나눠서 하거나 함께 해야 하는 과정이라 추가 인건비가 들고 시간도 제법 걸린다. 배선 등을 하는 전기와 달리 목공의 경우는 벽을 붙이고 틈을 메꾸는 등의 세세한 작업까지 해야 해서 생각 외로 오래 걸린다.

이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면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한(?) 욕실이 완성된다. 다음 단계는 타일러 tiler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