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구입하고 쓴지가 5년이 지나고 10만km를 넘어가면서, 특히 상당히 무거운 짐을 오래 싣고 다니다 보니 엔진에 부하가 걸리고 부품들도 노후가 진행되어 엔진에 누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점검에서 보통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누출”이나 “유출”인데, 예를 들어 펌프가 터져 물이 샌다거나 연결관이 터진다거나 오늘같이 기름(오일)이 샌다거나 하는 것들은 계속 미루지 말고 가급적 점검을 받고 수리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엔진은 내부에 복잡한 부품들이 들어가 있어 그 아래위를 조립하면서 중간에 압착을 위해 얇은 고무판 같은 재질의 부품을 덧대어주는데 이게 바로 개스킷 gasket이다. 이게 오래되면 엔진의 열과 오일의 화학 성분 등에 의해 점차 변하고 딱딱하게 되어 틈을 제대로 막지 못해서 그 사이로 미세하게 엔진 오일이 스며 나오면서 누유가 발생한다. 이를 수리하려면 전체 분해 후 부품 교체 및 재조립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의 입장에서야 가끔 하는 일이니 무난하지만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 하겠다(물론 더 복잡한 엔진 분해도 있지만).

작업비와 재료비를 포함 비용은 대략 500불 정도가 들고 시간도 3-4시간은 잡아야 하니 차를 맡기고 다른 일을 보다 가져가야 하거나 아예 하루 정도를 맡기는 것도 괜찮다. 일에 쓰는 차라 하루 종일 맡길 수도 없어 오전에 일찍 가서 맡긴 후 다행히 빠른 작업 덕분에 오후에 찾아왔지만, 주행 거리가 누적되고 차가 조금씩 노후되어 감에 따라 하나둘씩 손봐야 하는 것들도 늘고 있다.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따라 자동차 부품의 가격도 당연히 올라 이제는 작은 부품 하나도 몇십불은 줘야 하고 예전에 파격적으로 가격 할인을 하거나 몇 불만 주면 구입할 수 있는 것들도 거의 두배 이상 올라서 보통의 부품들은 20불 이상을 줘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엔진에 불을 당겨(정확히는 분사된 연료에) 구동시켜주는 점화 플러그 spark plug도 4개를 한번에 교체하면 100불대 중반을 줘야 한다. 교체는 간단하지만(공구 있으면 직접 가능) 부품이 비사져서 그냥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전체 비용 대비 저렴해보이는 인건비?).

브리즈번까지 장거리 운전도 자주 하다 보니 앞으로 부품 교체 주기는 더 빨라지고 관리 비용도 더 들듯. 10만km 주기에 더 손봐야 하는 것은 없고(차종에 따라 벨트류 교체 필요) 다음에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할 때 브레이크액 fluid만 추가로 교체하기로 결정. 당분간 큰 돈 들일 없기를. *



가족이 이사를 가고난 후 매월 방문하고 있지만 이번 방문은 처음으로 “힘들었던” 경험이다. 그동안 2019년부터 시작해서 거의 20번 이상 브리즈번을 방문했고(99%는 자동차 운전) 여전히 심야의 어두움은 낯설고 한낮의 산길 주행은 지루하지만, 매번 어떤 목적과 동기가 있었기에 별다른 생각없이 달렸던 것과 달리, 지난 두달의 바쁜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온 현재의 방문은 다시 현실을 직시하고 많은 과제를 떠안아야 했던 탓인지 마음이 복잡한 며칠이었다.

처음 밤 12시에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나섰을 때의 경험을 여전히 기억한다. 가로등이 없는 호주의 고속도로는 아무리 운전을 좋아하고 익숙한 나로서도 당황스러웠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캄캄한 길을 바닥(도로)만 보고 주행해야 하는 탓에 한 30분 정도만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멀미가 날 지경으로 머리가 아팠던 기억 뿐이다. 이제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해도, 여전히 시드니를 벗어나 센트럴 코스트로 넘어가는 고속도로의 입구는 캄캄하고 불편하다.

돌아오는 길은 또한번의 색다른 경험이었다. 브리즈번에서부터 시작한 밤안개는 해안 도로와 산악 도로를 가리지 않고 짙게 껴있어 시야를 방해했고, 이건 뭐 어둠보다 더 불편한 상태에서 밤길을 100km 이상으로 주행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가 많지 않은 시간이라 가능했다는 것.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안개도 걷히고 시야는 넓어졌지만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짧지 않은 시간에 여러번 브리즈번을 오가며, 웬만한 길은 거의 기억하고 중간 쉼터와 휴게소, 지역과 특징 등도 하나둘씩 기억하게 되고 있다.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그 과정들을 모두 자세히 기록하여 하나의 여행기처럼 남겨두고 싶지만 그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시도는 하지 않는다. 사실 쉼터만 해도 작고 지저분하고 어두운 곳이 있는가하면 널찍하게 잘 차려서 편하게 되어 있는 곳들이 있어 어느 정도의 구분이 필요하다.

거의 주말을 끼고 4일 정도를 방문했던 일이, 4월 방학을 맞아 일주일을 지냈고 5월은 레노베이션 문제로 2주간, 그리고 6월에도 이어서 레노베이션 마무리 일주일. 그러다 보니 4일은 너무 짧고 일주일은 길어서 일에도 영향이 큰데 앞으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생각 등, 현재 상황을 고민하면 답은 없지만 분명 생각을 해야할 과제로 다가왔다. 지난번 코비드 이후 체력은 더 떨어지고 회복이 잘 안되는 등 면역력 감소나 기본 체력 저하 등의 원인이 대충 때우는 식사 습관에도 있을 것이니, 과연 현재와 같은 상태와 체계를 얼마나 더 버티며 유지할 수 있으려나?

여전히 낯익은 거리 풍경 사람들의 모습, 시드니에서의 편안함과, 비록 가족과 집이 있지만 낯선 사람들의 태도와 같은 나라임에도 많이 다른 느낌의 브리즈번은 아직까지도 그저 잠시 방문하는 여행지 같은 곳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서서히 일을 늘리기 위한 시도를 해야할 시점이지만 과연 지금의 선택이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시간은 잘 흘러 벌써 7월.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언제 오는 것인가… *



전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커지고 있음에 따라 석유나 원자력을 대체하는 에너지원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양열 발전으로, 비교적 맑은 날이 많고 겨울이 짧고 해가 강하게 비치는 호주에서의 태양열 발전은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지역에 따라서는 지원금이나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잘만 선택하면 친환경 에너지를 쓰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후 간단히 솔라로 표기)

이 솔라 설치에 있어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여러 업체를 알아보고 정보를 구해본 결과는,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부품들이 중국산이고(중국 업체들이 시장 우위) 한국이나 유럽산은 구하기도 어렵고 사업을 접거나 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커지는 등의 단점이 많아서, 고민 끝에 기왕 중국산으로 모두 진행할 바에는 가격이나 적당한 곳을 찾는게 좋겠다는 결론이었다. 실제로 한국산 부품이나 배터리를 취급하는 곳은 거의 없고, 유럽산은 너무 비싸고, 같은 중국산을 취급함에도 업체에 따라서 가격이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니, 비슷한 중국산이라면 가격이라도 싼 곳이 좋은 것이다.

지붕의 면적에 따라서 설치할 수 있는 솔라 패널(태양열 발전을 위한 판)의 개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로 내가 원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업체의 견적은 6kw와 10, 13kw 등으로 나누는데, 가장 기본적인 6kw의 경우 4-5천불대에 형성된다(최저가 수준). 솔라만 설치할 경우 13kw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데, 한 업체에서는 2천불 정도를 더 주면 6에서 13으로 올릴 수 있다. 즉 13kw 정도를 설치하면 대략 6-7천불 정도에 가능하다. 솔라 패널 한 장이 최대 440w를 생산하니 이게 30장이 되면 13kw가 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몇 장의 패널을 설치하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낮에 해가 떠 있는 동안 솔라를 이용한 절감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가족들이 출근하고 학교를 가는 등, 낮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지 않다면 낮에 발전량이 많은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이야기 하면, 해가 떠 있는 낮에 비교적 많은 전기를 써야지만 솔라 설치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낮에 쓰는 것이라고 해봤자 하루 종일 돌아가는 냉장고에 더해서 요리하는 오븐, 세탁기, 드라이어, 에어컨 등이 전부이니, 발전량이 많다 해도 실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다. 가족들이 모두 집에 모이는 오후 혹은 저녁부터가 솔라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해가 낮아지고 지는 저녁 시간에는 솔라 효과를 볼 수가 없다. 보통 7시 정도부터 약하게 시작되는 발전은 오후 4시(겨울 기준)가 되면 끝나게 되고 여름에도 6시 정도 이후면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으니,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낮에 발전한 전기를 모아두는 배터리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 솔라 패널의 설치만 6-7천불(13kw 기준)이라면 배터리는 여기에 두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 2만불 가까운 비용이 든다. 내 경우는 13kw 패널과 15kw 배터리를 합해서 16k에 계약을 해서 비용을 좀 아꼈다. (5k 배터리 3개, 최대 용량 기준)

배터리를 설치할 경우 남는 전기를 회사에 되파는 외에도(실제 소득 효과는 적음) 배터리에 축적했다가 저녁부터 새벽까지 이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발전량 자체가 적어서 배터리 충전할 여유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날씨가 맑다는 가정하에 낮에 충분한 발전을 해서 전기를 다 쓰지 않고 모아두면 여름에는 저녁 이후 에어컨(열대야 대비) 겨울에는 히터를 모아둔 전기로 쓸 수 있어 효과적이다. 게다가 온수 시설이 가스가 아닌 전기로 이용하는 것이라면 아침 저녁에 온수를 쓸 때에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어 좋다.

솔라를 설치한 경제적 계산법은, 패널과 배터리의 보증이 보통 7년에서 10년 정도 되니 7년으로 잡고 16k를 나누면 1년에 2500불 정도, 즉 1년 전기 요금이 이를 넘는다면 솔라 수명을 7년으로 잡는다 해도 투자 효과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보통 여름에 에어컨 겨울에 히터를 쓰게 되어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오는데, 연간 전기 요금이 2-3천불 되는 집이라면 솔라 설치 효과는 분명하고, 이는 주택 가치에도 더해지니 여건이 된다면 솔라 설치를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계약 업체의 담당자는 대부분 인도계인지 발음이 그쪽 분위기였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저렴한 업체는 실제 일할 때 값싼 중국 노동자를 보내서 대충 설치하고 실제 전기 연결만 전문가가 와서 하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한다 했지만, 작업 당일에 보니 제대로된 현지(서양인) 업체가 와서 이틀이나 일을 했고, 일 자체도 생각처럼 쉽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즉, 소문을 다 믿을 것은 아니라는 뜻.

현재 전기 단자함(meter box)의 상태, 배터리 설치 여부, 패널 설치 개수 및 위치 등에 따라서 이 전기(직류 DC)를 집에서 쓰는 교류(AC 240V)로 변환해주는 인버터(inverter)를 설치하는데, 내 경우는 일반제품 하나와 하이브리드 제품 하나를 설치했고, 그 중 일반 제품에 오류가 있어 며칠 후 교체 재설치를 했다. 집의 와이파이에 연동시켜 인터넷으로 어디서든 회원 로그인을 하여 발전량 및 소모량 등을 비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장치 등록 과정이나 와이파이 연결 등은 약간 어려울 수 있으니 가능하면 작업 당일 설치 기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솔라 업체에서는 기본 견적을 준 후 환경 변화 등에 따라서 추가 요금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자면 전기 회사가 관리를 위한 장치 설치라든지 전기 단자함 구조를 바꾸는 비용 등에 대해 추가로 몇백불을 얹어서 나중에 이야기 한다. 물론, 처음에 이야기된 내용이 아니기에 모두 거절했고 그만큼의 할인을 포함해서 최종 16k에 계약을 해서 진행했다.

아직 최초 청구서가 오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솔라 설치 후의 전기 사용량은 매우 줄었고, 맑은 날은 발전량이 소모량을 넘어 배터리 충전을 100%까지 하게 되는데다 밤 시간의 소모량도 적어 대부분의 일상적 전기 소모량을 솔라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만약 발전량이 적은 6kw 정도로 한다면, 집에서 온수 에어컨 히터 드라이어 등을 많이 쓰는 경우 솔라만으로는 감당이 안되는데다 배터리도 없으면 솔라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집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전기를 쓰는지, 그리고 밤 시간에도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확인해서 기왕 투자하는 비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나이가 들어가는 일이다. 모든 것이 그대로는 아니지만, 나의 생각은 지금 그대로, 좀 더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가진 상태로, 곁에서 느껴지는 모습은 조금씩 세월에 빛바랜 외모로, 돌아보면 어린 시절의 그 생각에 시간의 경험을 더해 사회적으로 바라보여지는 “숫자로서의 나이”만 변하며 인생이 그렇게 흘러간다.

나이가 더 들어 중장년을 넘어 노년이 되면 기력도 떨어지고 사회에서는 거의 밀려나게 되며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더 짧게, 어쩌면 인생을 살며 한번이라도 했을지 모를 죽음에 대해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 인생은 참으로 짧고 그것을 너무 뒤늦게 깨닫는 것 조차도 인생의 과정이 아닐까.

이사를 나와서 이제 자주 보기도 힘든 할머니를 거의 한 달에 한 두번 보러 간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는 나도 깜짝 놀라는 상황을 접했다. 차고에 세워둔 할머니의 차가 상당히 심하게 파손된 것.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마침 할머니는 외출중이라 집에 없었다.

며칠 후 다시 방문해서 잠깐 대화를 해보니, 라운드어바웃(round about) 그러니까 원형 교차로에서 기다리던 중 반대편(호주 기준 우측)에서 차가 오지 않아 바로 출발을 했는데 그 앞의 차가 출발하지 않고 있어서 그 뒤를 박았다는 것. 보통 차를 출발하면 가속을 하게 되니 그 힘이 온전히 앞차에 전해지며 내 차의 보닛이 찌그러질 정도의 충격이 생긴 듯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상인 상황은 분명 아니다.

할머니는 왜 앞차가 가야 하는데 안 가서 사고가 생겼냐며 불평을 하시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는 100% 할머니의 실수일 수 밖에 없다. 운전을 할 때는 차가 오는 방향(우측)은 물론이고 앞과 다른쪽 옆 등 모든 사방을 살피면서 해야 하는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결과다.

당분간은 보험 회사에서 빌려주는 차를 쓰고 있지만 차가 없이는 생활이 안되는 호주이기에 급하게 다른 차를 구해야 했다. 파손된 차는 이미 오래되어 보험 처리를 해도 비용이 너무 들어 회사에서는 폐차로 결정되었고 시장가 정도를 받는 선에서 보험 처리가 마무리 되면 할머니는 새로 차를 구해야 한다.

매번 남은 인생 벤츠 하나 뽑아서 타보는 것 어떠냐고 제안하곤 했는데 아껴쓰는 것이 생활인 할머니 성격에 그렇게 하지는 않으실테고, 그냥 적당한 중고차 하나 사서 타려는 계획이라 해서 차 구입을 도와드리기로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번 암 재발 진단 후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가끔씩 아파서 드러눕기도 하고 또는 병원 방문이나 기타 일정으로 시간이 맞지 않기도 하고…

할머니를 알고 지낸 것이 벌써 13년이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그 동네에 가서 살게 되었고 둘째가 태어나기 전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벌써 13년. 내 가족 특히 아이들에게 너무 잘 대해주는 할머니는 내게도 가족같은 분인데, 언제나 활기차고 건강하던 그 모습도 세월이 가면서 바뀌어 이제는 언제 어느 시점에 만나더라도 늘 지쳐있고 나이들고 힘없는 노년의 모습 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살아계실지 모르지만 힘들지 않게 아프지 않게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내시기를… *

집에 가 있던 어느 날 한 고객이 전화를 해왔다. 문자로도 긴 사연을 보내고 뭔가 수리가 필요한데 도와줄 수 있겠냐는 내용.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자면, 사연이 길고 말이 많은 고객일수록 실제로 일을 맡길 가능성은 낮고 그냥 이것저것 정보만 원하거나 가격만 비교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긴 통화 후의 결론은, 방충망 잠금 장치가 고장나서 수리를 원한다는 것. 이 고객의 특징이라면 마치 “증거”를 만들듯이 “요약하면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 너의 견적은 이만큼”이라고 확인 문자를 보낸다는 것.

일하러 돌아와 일정에 맞춰 방문을 했다. 현장에서 살펴보니 아예 부러져 수리는 불가하고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교체할 경우의 재료비가 비싸 견적이 많이 올라간다. 비용을 알려주니 다른 업체에서는 얼마로 견적을 받았다고 한다. 약간 화가 나서 사람 불러놓고 가격 비교는 안되고 원하면 다른 업체 이용해라 그만 가겠다고 했더니, 그건 그것이고 고장난 추가 재료를 빼고 기본 내용으로만 (견적 내용) 진행해달라는 결론. 지불을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니 “최대한 빨리 할테니 믿어달라”고 한다.

이 집은 투자용으로 운영하는 것인지 세입자가 이미 들어와 있고, 기존에 살던 사람이 나가면서 문제가 확인되어 잠금 장치가 왜 고장났는지에 대한 원인을 대화하면서 거의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고객의 요청인 즉, 가능성에 대한 부분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해줄 수 있냐고 한다. 당연히 해줄 수 있는 내용이라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고 일을 간단히 마무리. 사실 고장난 것을 교체하는 일은 어렵지 않고, 특히 다른 부품을 끼우지 않고 기본 부품만 교체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작업 후 사진을 보내주고 청구서를 보냈더니 “최대한 빨리 very soon” 지불하겠다는 문자가 왔다. 보통 청구서를 보내면 빠르면 당일, 늦어도 1-2일 내에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업체에 따라서는 1-2주 정도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큰 회사일수록 결제일이 정해져 있어 그 주기에 맞춰 처리해주곤 한다.

다음 날이 되어도 지불이 되지 않아 “지불이 안되었던데 확인 후 보내달라”고 하니 엉뚱한 내용을 이야기 한다. 호주 소기업 안내에 따르면 지불 관계는 청구서를 받은 날로부터 보통 30일 이내에 하면 되는거라고 하네? 전화를 했더니 대뜸 화를 내면서 왜 귀찮게 하냐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very soon” 지불하겠다더니 안되어서 물어본건데 언제 지불하거냐고 하니 원칙대로 지불하겠다며 짜증을 낸다.

거의 1년에 한 두번은 진상 고객을 만난다. 진상 고객이라고 해서 특정되어 있지는 않다. 누군가의 행위 자체가 바로 진상 고객인 것이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서로 존중하고 필요한 것을 정당하고 공정하게 거래해야 하지만 일부는 마치 스스로가 더 위에 있는 것처럼 상전 노릇을 하는가 하면 일부는 엉뚱하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또는 억지스럽게 주장하고 강요하고 트집을 잡기도 한다. 정상적인 관계를 벗어나면 바로 그게 진상인거다.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다. 서비스 해준 적도 없는 엉뚱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비난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이미 (문제 가능성을) 설명하고 처리했음에도 왜 문제가 생겼냐고 따지고 다른 일까지 싸잡아 욕하는 이도 있고(자기 뜻대로 안해준다고), 자신이 잘못 생각하거나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매번 전화를 해서 물어보기만 하고 서비스 요청은 안하는 이가 있고 가격 비교만 하고 전화를 끊는(여러번) 사람도 있다. 흠… 왜들 그렇게 사니? @.@

그냥 덮어두고 지나기로 했다. 짧은 인생이지만, 살아보니 인생은 다 자신이 살아가는대로 되돌려받는 듯 하다. 열심히 사는 만큼 보상이 되는 것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막 사는 인생도, 다 결국에는 그것이 돌고 돌아 결론지어지는 것, 그게 인생이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이기적이고 진상 짓을 하는 이도 언젠가는 똑같은 사슬에 걸려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를 망치는 것임을 느끼기는 할까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