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 세탁실 laundry을 욕실 겸용 bathroom으로 바꾸는 이야기의 두번째 내용이다. 잠시 정리를 하자면, (아무런 이상이 없는) 세탁실이지만 집 전체 크기에 비해 욕실이 부족한 듯(?)하여 샤워실을 하나 만들어 넣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단순히 개조가 아니라 전체를 뜯어내고 새로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은, 먼저 (1) 전체 벽과 천정, 구조물을 뜯어내고 (2) 벽 속에 들어가는 전기 배선, 상하수도 배관 등의 작업을 마무리하고 (3) 벽과 천정을 새로 붙이고 (지난번까지의 이야기) (4) 타일을 붙이고 (5) 전기 배관 등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6) 샤워기 등의 각종 액세서리를 붙이는 일이다. 물론 후반 작업에는 벤치탑이나 세면대(vanity), 보관한 storage 등의 가구 부착 과정도 포함된다.

타일은, 집을 개조하거나 바꾸는데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아무리 다른 부분을 잘 만들고 깔끔하게 하더라도 대부분의 벽과 바닥이 타일로 이루어져 있어(욕실의 경우) 이걸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바닥 배수 공사 등이 충분히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기술적 측면도 있기에 타일 작업은 전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그리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일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우리는, 먼저 아내가 인터넷을 통해 근처 업체를 찾은 후 세일(!) 품목 중에서 마음에 드는 색과 디자인을 골랐으며(요즘 추세에 따른 색과 디자인) 배송을 받아 창고에 보관했다. 타일 업체는 미리 소개 받았었고, 타일 붙이기 전의 바닥을 다지는 작업, 방수, 타일부착 등의 일정에 따라 기본 작업이 대략 5일(일주일) 걸렸으며 타일 줄눈 및 천정 실리콘 마무리 등에 하루이틀,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의 재작업에 또 며칠 해서, 전체적으로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 듯 하다.

이렇게 타일을 붙이고 나면 전체적인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거의 완공된 듯한 느낌이 나고, 지금이라도 바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는 아직 필요한 일들이 많다. 외부가 거의 마무리 되었으니 배관 및 전기 등의 마무리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전등 스위치 등의 처리, 세면대 아래에 들어갈 전원 콘센트(power outlet), 욕실 천정에 부착할 환풍기 겸용 히터(3 in 1) 등을 처리한다

배관 업체의 경우에는 변기를 부착하고 세탁조(bench top)를 연결하고 벽에 샤워기(혹은 키트)를 부착하는데, 물론 이 전에 기본 가구의 부착이 필요하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세면대, 세탁조, 거울장 등은 소개를 받아서 업체에 주문한 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는 가격이 많이 비싸고 다들 바쁜 시기라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그 덕분에 최초 2주 정도의 계획을 잡고 진행한 일은 가구 제작에 필요한 시간을 맞추느라 잠시 쉬었다가 재개하며 전체적으로 약 한달 정도 걸려 마칠 수 있었고, 창고에서 꺼내둔 짐을 쌓아두고 세탁실 및 세탁기를 쓰지 못하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졌다.

진행 과정의 세세한 이야기는 따로 적을 수도 있지만 생략하고, 가구를 뭍이고 배관 및 전기를 붙인 후에는 나머지 필요한 액세서리를 붙이는 것으로 전체 과정이 마무리 된다. 여기에는 샤워를 위한 유리 부착 및 변기 앞의 휴지 걸이, 옷걸이나 수건 걸이 등이 포함되는데, 내 경우는 특정 업체나 품질을 딱히 가리지 않고 적당한 디자인과 색(검정), 그리고 구입이 용이한 곳을 찾아서 그냥 마구잡이로 선택했다. 어차피 대부분의 제품들이 중국산이라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 배송이 오래 걸리거나 재고를 확인해야 하거나, 혹은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너무 비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복잡해지는 것을 배제하고, 그냥 이베이, 혹은 인터넷 업체 등을 통해 주문하고 재료를 확보한 후 진행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변기를 구매한다치면, 물내려가는 방식, 디자인(모양), 배수관의 위치나 규격 등에 따라 다양한 제품들이 있는데, 적게는 3-400불에서부터 수천불에 이르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목적이 “최고 좋은 비싼” 욕실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기존 세탁실을 개조해서 샤워실 겸용으로 만드는 “실험”이었기에 비싼 제품도 필요가 없었고 화려한 디자인이나 기능이 필요하지도 않아 적당한 가격대의 적당한 제품으로 구매하거나 주문해서 진행한 것이다. 가구를 제외한 재료들은 대략 4천불 정도가 들었고, 여기에는 변기 샤워기셋트 세탁조수전 세면대수전 샤워용유리 등이 포함된다.

샤워용 유리의 경우에는 한 가지 설명을 덧붙여야겠다. 최근 추세(?)에 따라 보기 좋게 하려고 크기에 맞는(900-900으로 결정, 문이 있어 크기를 늘릴 수 없음)프레임리스로 선택하여 설치를 했으나 유리문 하단 및 이음새 부분으로 물이 새는 현상이 있어(작업자의 실수보다는 구조적 한계) 떼고 다시 세미프레임리스 방식을 재구입하여 재작업을 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생각지 않았던 비용의 손실이 발생했고 “경험”을 통한(실제로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세미프레임리스도 그다지 디자인 면에서 나쁘지 않고 오히려 깔끔한 느낌이 나니 굳이 틀이 없는 프레임리스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작업비 추가, 유리 중고 떨이 판매로 손해 발생).

약 한달 정도 걸린 세탁실->세탁 욕실 겸용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나니, 집에 거주하면서 공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할 수 있었고,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편함 및 작업자들과의 시간 조절 등 직간접적인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발생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일은 잘 한 듯 하다. 먼저 집을 개조한 것이라 투자 대비 실질적 효과가 분명히 있고, 집의 가치를 높이는 일종의 “투자”라서 비용을 쓴만큼의 가치가 그대로 집에 남아있으니 단순 지출이 아닌 저축 효과를 얻은 셈이고, 부족한 욕실을 하나 더 만들고 각종 선반 등의 보관 장소도 조금 더 여유가 생겨 실생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지출한 비용에 있어서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

처음 견적을 받은 업체로부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종 작업자 및 업체를 직접 연락하고 관리하기로 약속하고 진행해서 구체적 업무 내용을 모르는 입장에서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전체 비용을 약 10% 정도 낮출 수 있는데다 과정을 통해 조금 배울 수 있는 경험적인 측면도 있어 이 방식도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어려움은 분명 있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아예 빌더나 책임자에게 맡기는 방식이 더 나을수도.

이제 인터넷에 뜬 집 소개 정보에 욕실을 하나더 추가(!) 해서 수정 요청하고 그것이 반영되어 새로운 집으로 탄생했다. 앞으로 남은 작업들도 있는데, 언제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비용적인 측면을 감당할 수 있다면 하나씩 바꿔가는 재미랄까, 가치도 충분한 레노베이션 후기였다. *



일이 아닌 일로 한동안 좀 바빴다. 예전에 올린 글을 보면 연초에 입주한 집의 2층 욕실에 문제가 있다고 적었는데, 그래서 큰 집에 욕실이 하나 밖에 없다 보니 아주 불편한 상황이라, 지난번에 견적을 본 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1층(호주 기준 ground floor)에 있는 세탁실을 욕실 겸용으로 바꾸는 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살고 있는 집에서 수리나 공사를 하게 되면 먼지나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생기니, 기왕이면 2층은 한번에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 물론 돈도 많이 든다!

집 수리, 그러니까 이번의 경우에는 개조인데, 간단히 영어로 레노(renovation)라고 적겠다. 이 레노를 할 때의 가장 중요한 일이자 출발이 되는 지점이 바로 “견적에 맞게 사람을 구하는 일”인데, 쉽지 않았다는 것이 결론. 한인업체나 외국업체가 여럿 있지만, 브리즈번의 경우에는 시드니와 달리 인력이 훨씬 더 부족한 탓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고 우스개로 “부르는게 값”인 경우가 많다. 요즘 시세로(2024년 5월 기준) 욕실 하나에 보통 3만불, 부엌은 5만불이 보통이고, 이는 가구 및 기타 부속물(세면대 변기 등)을 제외한 순수 인건비다! 그러니 집에 욕실 3개 부엌 등을 고치려면(레노) 보통 15만불 정도를 써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속설… 게다가 이 비용은 대출이 안된다 @.@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그냥 견적 본 곳이 시간도 맞고 비용이 적당해서 진행하기로 결정. 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빌더를 중간에 두고 관리하는 역할은 빼기로 했다(대략 10% 절감). 이 역할을 아내에게 맡겨서 하려 했으나 도저히 진행도 안되고 내용도 모르니 할 수 없이 5월초부터 약 2주간 가서 직접 보고 관리하기로 결정. 그 덕분에 일이 아닌 일로 바빴고, 직업도 아예 당분간 묻어두고 그냥 시간만 보낸 듯 하다. (너무 쉬어서 일에 대한 감이 떨어지려나?)

원래 세탁실이지만 공간이 상단히 넓고 입구에 미는문(슬라이딩)이 있고 중간에 벽이 있어 그 안에는 화장실(변기)과 작은 세면대가 있는 구조인데, 집 전체에 욕실이 부족하니 거기에다 샤워 공간을 하나 넣고 세면대 위치를 옮기는 등의 작업을 하기로 했다. 세탁실로 쓰는 쪽도 구조가 너무 오래된 탓에 벽장이나 세탁조 등을 조금 손보기로 하고, 세탁실에서 출발한 공간을 전체적으로 욕실처럼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배관 작업도 추가로 필요하고 벽 전체를 타일로 두르는 일도 필요해져 전체적인 비용이 좀 오른다.

과정의 시작은 기존의 것들을 뜯어내는 일. 호주에서 주택가를 다니다 보면 가끔 볼 수 있는 쓰레기통(skip bin)을 먼저 집 앞에 가져다두는 일부터 시작이다. 직접 업체에 연락해서 예약할 수 있지만(대략 중간 크기 600불선) 이것은 작업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대략 1000불 증가… (크기에 따라 비용 다름) 집 앞이 언덕 구조라 할 수 없이 길 가에 두었는데 약 3주 정도 쓸 것으로 보인다(이미 2주 이상 경과).

공정별 업체를 직접 연락하고 일정을 짜야 하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 않다. 목수를 통해 연락처를 받고 대략적인 일정은 정리한 상태라 좀 더 수월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속 일정이 바뀌다 보니 작업자들 역시 일정이 좀 꼬인 상태. 원래 2주에서 약간 더 늘어지면 끝날 것 같았던 일정이 결국 완전히 꼬여 중간에 시드니로 와야만 했다는 사실.

기존의 벽과 바닥 타일을 모두 뜯어내고 나면 뼈대만 남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호주의 주택이란게 이처럼 나무 기둥을 세우고 서로 연결한 다음에 벽체를 만들고 거기에 석고보드(유명한 지프락, gyprock 이건 브랜드명임)를 붙이면 방이나 욕실 등의 공간이 완성된다. 정말 낡은 집이나 벽을 들어낸 뼈대, 혹은 무너져가는 집을 보면 호주에서의 주택이 비싸다는게 참 허무하다. 이런 나무 구조에 판자 붙인게 집이라니… (잡초가 우거진 언덕이나 벌판에 집을 짓기로 하고 개발하는걸 보면 더 허무함, 이런 벌판이 수백만불이 된다니 @.@)

기본 뼈대를 남기고 모두 걷어내고 다면 다음으로는 내부에 들어가는 일들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전기 스위치 등의 위치를 변경하기 위한 배선 작업, 혹은 새로운 위치에 세면대나 욕실 등을 만들기 위한 배관 작업(배관공, 플러머 plumber)이다. 이런 작업을 마치고 나면 다시 빌더나 목수가 새로운 재료를 붙여 벽을 만든다.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일반 실내는 석고 보드이고 욕실 등에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콘크리트 보드를 쓴다고…

이 과정에서 여러 공정의 일을 살펴보았지만, 호주에서 역시 가장 좋은(!) 직업은 플러머다. 투자 시간 대비 보수가 가장 좋고, 재료비도 많지 들지 않는다. 단점은 힘을 쓰는 노동이 많다는 것. 전기와 목공은 혼자서 하지 못하고 일을 나눠서 하거나 함께 해야 하는 과정이라 추가 인건비가 들고 시간도 제법 걸린다. 배선 등을 하는 전기와 달리 목공의 경우는 벽을 붙이고 틈을 메꾸는 등의 세세한 작업까지 해야 해서 생각 외로 오래 걸린다.

이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면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한(?) 욕실이 완성된다. 다음 단계는 타일러 tiler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