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정도 집을 오가며 느끼는 것은, 10여년 전만해도 어디든 화창하고 맑았던 호주의 날씨가 최근들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호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자연 환경이 좋고 날씨가 쾌청해서 늘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강과 바다에 가까이 살지 않아도 파란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고 서늘한 바람까지 불면 햇살 아래 느끼는 살아있음의 감흥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지나간 과거일 뿐인 이야기다. 시드니의 날씨는 이상기후로 인해 냉온탕이 반복되어 며칠은 아주 추운가 하면 다시 며칠은 땀나게 더워진다. 올해 한국의 날씨가 유난히 더웠고 최근들어 갑자기 추워진 것이 문제라면 호주의 시드니도 다르지 않다. 이는 전체 지구를 볼 때 딱 이 정도에 위치한, 예전에는 사계절과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던 지역이 이상기후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시드니 역시 여름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초겨울같은 추위가 있는가하면 어느 날은 너무 더워지고 또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퍼스 Perth야 멀리 떨어진 서쪽 지방으로 원래 뜨거운 열기가 강했던 지역이라고는 해도, 시드니를 중심으로 근처의 캔버라, 그리고 남쪽(남극에 가까운)의 멜번 등은 냉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차가운 날씨를 보여준다. 물론 지구의 남반구는 여름을 향해 가면서 태양에 많이 노출되니 더워지는게 당연하여, 정상 날씨에서는 뜨거운 날씨를 보여주지만 가끔씩 냉기가 퍼지면 가을, 아니 초겨울 같은 날씨가 된다. 즉 지구의 자연 환경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니 앞으로의 세상은 더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의 호주는 더 뜨겁고 더 추워질 것 같다. 가족들을 멀리 보내면서 앞으로의 5년 후에는 시드니에도 눈이 오고 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벌써 몇년 전이니(집 구입 준비 시작)향후 몇년 내에 정말 눈이 오고 얼음이 언다면 언덕이 많은 호주 지역의 특성상 차량 정체는 물론이고 나무로 지은 집이 극한 냉기와 열기를 오가는 날씨를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라 다양한 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바닷가 지역이 언젠가 소멸할 것이라는 이야기와는 또다른 문제거리가 될 것이고.

도시화가 진행되어 콘크리트 아파트와 우중충한 하늘, 탁한 공기와 매연이 가득한 대도시 중심의 환경이라면 자연 환경의 변화를 그다지 빨리 느끼지 못하겠지만 호주는 선진국이면서도 하늘과 숲과 땅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 친화적 나라인지라 기후 변화와 이상 기후를 더 빨리 피부로 느끼게 된다. 뉴스에서 떠드는 지구 온도 1도의 상승과 플라스틱 줄이기, 자연 친화적 에너지 사용 등은 말그대로 표면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 친환경 에너지라는 전기 역시 원자력이든 화력이든 수력이든 뭔가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니, 결국 인간의 변명과 회피에 불과한 자연 환경의 파괴와 오염은 몇년 내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큰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10월이 끝나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서늘한 가을 날씨와 싸늘한 초겨울의 바람을 맞는 시드니에서, 앞으로의 기후 변화를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안타까움이 든다. 더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철새들의 심정을 인간도 이제 이해하게 되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