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기간을 제외하고 입주한지도 벌써 10개월이 된 상황에, 아래층 화장실 레노베이션을 무사히 잘 마치고 급하게 손봐야 할 것들은 대충 마무리 했지만, 윗층 레노베이션과 같은 큰 일을 제외하고 마음에 걸리는 두 가지 과제가 더 남아있다. 물론 하나는 급하게 해야할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니 과제가 된 셈이다.

예전 사진을 보면 마당에 그다지 나무도 없고 적당히 잔디로 관리한 듯 하지만, 전 주인이 약간 특이한 성향이었는지 잡다한 잡목들을 잔뜩 심고 좀 어수선하게 해두었던터라 이사하기 전에 사람을 불러 큰 나무 두 그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 버렸지만, 마당 자체에 특별히 뭐가 있는게 아니다 보니 수시로 잡초가 올라오고 잡목의 뿌리를 거의 제거했지만 아직도 죽지 않고 버티고 있다.

화단 조성이나 정원 관리는 영어로 랜드스케이핑 landscaping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비용이 들고 집의 가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는 주제다. 아쉽게도 집의 구조가 진입로 경사 때문에 작은 공사 차량이 진입하기 어렵다 보니 만약에 마당을 다듬어 뭔가 작업을 하려면 사람을 불러 시간과 비용이 꽤나 많이 들 것 같은 상황에서, 일단 마당 한 쪽의 작은 돌을 걷어내고 거기에 나무 바닥(deck)을 깔아보려고 계획했다.

일반적으로 지붕이 있는 구조는 신고를 해야 하고 크기나 환경 등에 따라 카운슬에 신고를 해야 하냐 아니냐의 구분이 있지만, 그 보다는 덱(deck)을 설치하는 작업 자체가 결코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닌게 문제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덱 설치에 대해 조사해보니, 적당한 깊이로 땅을 파서 걷어내고 그 위에 잡초 방지용 비닐을 깔고 그 다음에 잔잔한 자갈을 깐 후 기본 뼈대 목재를 설치하고(수평 맞추기) 다시 바닥 목재를 깔면 되는 일이다. 말이야 쉽지만 각 단계별 일 자체도 시간과 비용, 특히 노동이 제법 드는 일이다.

목수들에 따르면, 그리고 구글에 따르면 이 덱을 설치하는 비용은 대략 7-8천불 정도가 드니, 실제 재료비를 계산해보면 일반 나무가 아닌 단단한 수입 목재(hard wood)를 사용할 경우 재료비만 대략 2천불 정도다. 통장에 돈이 넘친다면야 그냥 사람 부르는게 간단한 일이지만, 직접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해서 천천히 단계별로 해보기로 했다. 기존의 돌을 걷어내는게 먼저 해야할 일인데, 삽으로 대충 해보니 쉽지가 않아 큰 것들만 한 쪽으로 걷어내고 마무리. 문제는 이렇게 돌을 걷어내고 나면 흙바닥이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고이거나 땅이 패인다. 그나마 돌이 깔려 있어서 땅이 패이지 않았던 것이지, 돌을 걷어내고 바닥을 다지고 비닐을 깔고 다시 자갈을 덮는 정도까지는 한번에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쉽지 않네… @.@

다른 한 가지는 수영장 위로 늘어진 뒷집 나무다.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점점 더 자라 수영장 위쪽으로 늘어지다 보니 거기서 작은 씨앗, 벌레, 먼지 등이 떨어져 수영장 필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일반적 관행에 따르면, 이웃에서 넘어온 가지는 허락없이 그냥 자를 수 있고 그 잔해를 이웃에 가져다줄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자를 수 있느냐의 권한이 아니라, 나무가 너무 높게 위치해 있고 수영장 바로 위라 뭔가 도구를 이용해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것. 가지 치기를 위해 사람을 불렀을 때 물어보니 이웃에 요청해서 잘라달라고 하는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지난번에 집에 갔을 때 혹시나 해서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려고 찾아갔지만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어 포기했고, 편지를 써서 넣어볼까 했지만 아직 시도는 못했다. 우리가 생각한 다른 해결책은 높은 사다리를 수영장 안에다 놓고 그냥 그 위에서 긴 전기톱(예를 들어 pole saw)을 이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 이를 위해 에어태스크 airtasker에 올려 보았지만 환경이 별로 안 좋아서인지 응답이 거의 없다. 그냥 좀 더 높은 사다리(3미터?)와 전기톱을 사서 직접 해볼까 생각중이지만 아직 결론은 없다.

주택에 살면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자유와 땅값 상승이라는 경제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이처럼 할 일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주택을 택한 이유는, 예전 공동 주택에서의 이웃과의 마찰은 물론이고, 아무리 아파트나 유닛이 점점 더 일반화되어가는 호주라 해도 결국 부동산의 가치는 “땅(land)”에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과제들이 더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기회가 되면 하나씩 해봐야 할 것 같다. 돈을 수만불 벌어도 직접 처리하는게 결국은 남는 장사이다 보니… *

평생 써본 적 없는 수영장이 생기니 일거리가 엄청나게 늘었다!

집에 개인 수영장이 있다는 것은, 개인 수영장을 갖기 힘든 한국에서는 엄청난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고, 심지어는 땅이 귀해지고 주택의 면적이 좁아지는 요즘 추세로는 호주에서도(다른 외국도 아마) 상당히 부러운 일일 수 있겠다. 집의 면적이 200sqm도 안되는 것이 추세이다 보니 건물을 짓기에도 부족하여, 아무리 2층으로 올린다 해도 불필요하게 수영장에 땅을 빼앗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타운하우스나 공동 주택의 경우는 공동 수영장을 통해 이 부러움을 잠재우려 하지만, 혼자(혹은 가족이) 조용히 누릴 수 있는 호사는 개인 수영장만의 몫이다.

반면에, 수영장이 생긴다는 것은 의외로 까다롭고 귀찮은 일거리가 생기는 것인데,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지난번 폭풍우의 영향으로 뒷마당의 시설이 망가진 것은 물론이고 수영장을 덮은 천막도 찢어지고 수영장까지 날려온 (두꺼운) 나뭇가지와 쓰레기를 치웠다는 사실은 지난 글에서 언급했었다.

단순히 수영장(땅을 파서 만든 것 기준, 마당에 얹은 간이는 물을 쉽게 갈 수 있으니 제외!)이 있다고 해서 그냥 무조건 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항상 물을 청결하게 유지하고(청소) 수질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약품 소독 및 산도 등 유지). 수영장 관리에 있어서 첫번째는 물에 뜨거나 가라앉은 낙엽, 나뭇가지 등의 눈에 보이는 큰 쓰레기 청소. 이는 고기를 잡을 때 쓰는 그물망 같은 제품으로 직접 건져올릴 수 있고 대부분의 수영장에 있는 필터링 시스템(모터를 이용해 물을 빨아들이고 걸러서 다시 내보냄)을 통해 정화할 수 있다. 문제는 매일같이(!) 틈만나면 해야 한다는 것. 만약 수영장 근처에 나무가 자라거나 풀이 있으면(우리집!) 하루에도 여러번 청소해주는 것이 나중에 물 속에 더러운 찌꺼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큰 쓰레기를 건져내고 나면 잔잔한 먼지를 걸러내야 한다. 이는 그물망으로는 안되고 오랫동안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걸러주는 동시에(정수기처럼 대형 필터를 통해 걸러줌) 청소 로봇 등을 통해 자주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수영을 하는데 벌레 죽은 것이나 낙엽 찌꺼기, 먼지, 씨앗 등 작은 이물질이 떠 있다면 위생에도 좋지 않고 심하게는 오염된 물로 병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소기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은 실내 청소기처럼 전지(배터리)를 충전해서 쓰는 무선 로봇이 나오고 있으며, 미로찾기와 같이 센서를 이용해 수영장 바닥과 벽을 기어다니며 몇 시간동안 청소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략 중상급 제품이 1000불, 비싼 것은 수천불에 이르니, 수영장 관리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물에 찌꺼기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물의 PH와 산도(산성 염기성), 센물인지 단물인지(칼슘 농도) 등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이는 수영을 하다 물을 마시게 되는 일이 있어서 청결해야 하는 이유도 있고, 물에 사는 세균 등을 소독하는 용도로 일정 수준의 약품 처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버닝스 등의 하드웨어샵에서 간이 시험지를 팔고 있으며, 테스트용 시험지 자체는 비싸지 않지만(대략 40-50장 정도 든 것이 10불, 주에 1-2회 사용) 산 염기 칼슘 등의 다양한 농도를 맞추기 위한 약품이 종류별로 개당 2-30불 정도 하니, 직접 수질 관리를 위해 약품을 구입해서 쓴다면 상당한 비용이 꾸준히(!) 들 수 밖에 없다.

만약 오랫동안 비가 오고 수영장 물이 녹색으로 변하면 많은 약품을 넣어 세균을 죽이고 녹조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100불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 모든 것이 귀찮다면 월 1-2회 정도로 관리 업체에 작업을 의뢰하면 되는데, 보통 방문시에 출장비로 90-100불 정도 들고, 추가 약품이 50-100불 정도 든다. 전문가 방문시 청소, 수질 확인 및 약품 처리, 필터 청소까지 모든 것을 해주니 시간과 노력은 줄일 수 있지만 100-200불 정도의 비용을 써야 하는 일이라 수영장 관리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도 써보지 못한(수영도 못함) 수용장에 제대로 관리를 위해 이것저것(청소용 솔, 거름망, 수동 청소기 등) 구입한데다 나중에 자동 로봇까지 구입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수질 관리는 시도도 해보지 못했으니, 수영장이 있는 집이면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고 없을 경우 새로 만들면 몇만불이 들 정도이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고는 해도, 새로 쌓여있는 일거리를 생각하면 과연 잘한 선택일지, 가끔씩 아이들이 노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