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날짜를 기준으로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우리집의 시세는 현재 얼마나 될까?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매일같이 부동산 시세와 판매된 집들, 그리고 부동산 지수 등을 관찰하면서 시장을 지켜보는 편인데(관심 분야) 지난 2023년 8월 초에 계약을 하고 10월에 집을 넘겨받은 기준으로,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시세는 꾸준히 오른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고, 아직 집을 구하지 않은 매수 대기자들에게 있어서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이었던 셈이다. 보통 겨울(4-6월) 시장이 별볼일 없는 것과 달리, 금리 상승이 막바지에 왔고 렌트비가 급등한 탓에 그냥 집을 사자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시장은 꾸준하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조금은 다른 예지만, 작년과 대비해서 집은 얼마나 올랐을까? 작년 10월경에 올렸던 부동산 지수를 살펴보자. 퀸스랜드(브리즈번)의 경우 170 선에 불과했던 지수가 오늘 기준 190을 넘었다. 그러니까 퀸스랜드 전체 지수로 보더라도 평균 10% 이상 오른 셈이니, 지역에 따라서는 집값이 20-30% 이상 오른 곳도 있다는 의미다. 그것도 1년이 채 안된 시점 기준이고, 부동산 비수기라는 겨울을 막 지난 시점의 지수 비교이니 하반기 9월부터 이어질 성수기를 지난 내년 초의 지수는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집은 사두면 언제든 오를 것이라는 일반론적 기대와 부동산 관련 업체 혹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을 떠나, 지금의 호주 부동산은 다른 어느 나라와 달리, (1) 밀려드는 외국인(이민자), 즉 수요가 매우 강하다. 특히 퀸스랜드같이 기후와 상대적 저렴한 시세 등(그 중에서도 특히 골드코스트 인근)의 요인이 있는 곳은 더 많이 오르고 있다 (2) 중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도 꾸준하다 (3) 국내에서도 타주에서의 유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4) 물가 급등과 렌트비 상승에 따라 대기 수요자들이 실제 구매에 나서고 있다. 침실 3개인 아파트도 700불 이상, 일반 주택은 900불을 넘는 수준이라, 이 정도면 그냥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일반화되고 있다. 물론 시드니의 경우 이 정도 집을 살 경우 가격이 너무 비싸지만 퀸스랜드도 렌트 시세는 크게 다르지 않아 대략 절반-60% 정도 선인 시세에 맞게 실거래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부동산 시세 급등과 렌트비 상승 등이 물가 상승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판단하지만, 현재 호주의 경기는 상당히 침체 상태이고 특히 소매 시장은 많이 힘들다.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빈부 격차가 심해져 호주에서도 돈이 많은 이들은 더 잘 벌고 더 잘 쓰고, 길거리만 봐도 거의 30% 이상이 고급차들로 붐비는데, 반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도 많고 렌트비나 대출 이자, 하다못해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힘든 사람들도 매우 많다. 그러다 보니 식당 까페 등의 소규모 자영업은 더 힘들어지고, 심지어 내가 일하는 곳의 도매도 예전보다 더 많은, 잦은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부자들 혹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하는데, 한국과 달리 부동산 시세는 사그러들지 않아 저가 떨이 수집은 어려운 상황이고, 그럼에도 집을 여러채 보유한 이들이 많고 렌트비는 올라 충분히 감당이 되는 수준이라 앞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 시장 과열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실물 투자다. 물론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가치다 보니 경기와 시장 흐름, 수요자 심리를 반영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땅값과 자재 등의 물리적 실체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거품”을 제외하고는 100만이 50만으로 되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주식도 기업이라는 실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만 거래 자체가 쉽고 심리가 더 많이 반영되어 하루에도 급등락이 가능할 정도이니, 부동산과 주식의 투자 방식은 분명 다르다 보겠다. 최근에 판매되는 집들이 예를 들어 1.5라면 이 가격대에 산 이들은 급하게 처분해야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한 이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할 것이고 웬만하면 이자 및 기타 지출에 대해 떠안고 가려 한다. 그래서 부동산의 가격 하락은 더디고 상승은 빠른 편.

집 근처의 한 주택이 1.8에 팔렸다. 사진으로 보기에 아주 좋은 집은 아닌 듯 하고 적당히 레노를 하고 적당한 땅 넓이와 구조를 가진 집인데 1.8이다. 이제 방이 4-5개 이상인 주택의 기본 가치는 1.5, 상태가 좀 좋으면 1.8, 아주 좋으면 2M를 넘는 것이 시장의 기본 시세로 굳어지는 중이다. 방이 3개인 작은 집이나 유닛도 1M에 육박하는 상황이니, 그리고 예전에 관심가지던 지역은 좋은 집들의 시세가 이미 다 2M를 넘었고, 우리집 근처의 바닷가 동네는 3M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브리즈번에 집을 사기로 결정한 이유는 이미 여러번 밝혔고(기후 변화 1순위) 앞으로 시드니를 넘어서는 시세는 되기 어렵겠지만(여전한 인구 절반 수준) 지난 1년만 돌아보더라도 시드니 대비 브리즈번은 너무 올랐다는 결론이다. 이는 거품이나 올림픽 등의 단기성 호재라고들 말하지만, 내 개인적 평가는 실 수요자 급증 때문이다.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사람들이 더 몰려들고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올림픽을 치르게 되면 좀 더 커지고 확장된 도시는 시드니만큼은 아니지만 지금과는 다른 도시로 변하게 될 듯.

운이 좋았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부동산 거래는 항상 운이 따라야 한다. 물론 그 운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각자의 몫임도 부정할 수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