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지인을 만나 부동산에 관한 짧은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앞뒤 자르고 그 분의 말 중에서 “왜 그렇게 보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무슨 말인가 하면 매일같이 코어로직 데이터와 부동산 시세를 보면서 시장을 관찰하는 나의 습관에 대해 그 분이 “쓸데없는 짓”이라고 지적을 하신 것이다. 사실일까?

매일같이 혹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 거래창을 들여다보며 언제 오르나~ 기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부동산 시세를 관찰하는 것이 병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솔직한 개인적 의견을 말하자면, 누구든지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더 알게 되고 배우고 나중에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코어로직 데이터를 보자. 작년과 비교해서 수치가 많이 오른 것은 분명하고, 연평균 10%가 올랐다면 그 결론 자체는 어떻게든 같다. 그러나 자주 들여다보고 언제 오르고 내리는 지를 관찰하고, 또 최근과 같이 내리지 않고 계속 오르는 것은 시장이 분명 “우상향”이라는 것이니 이는 단순히 결과 비교만으로는 알 수가 없고 지속적 관찰을 통해서만 알 수 있으니, 능력이나 실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관심 분야(재테크 경제 경기전망 미래 등)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코어로직 일간 인덱스 지수를 보면 시장은 여전히 우상향이다. 이게 결론이다. 지난해 2023년 하반기(봄 성수기를 막 지난 시점)부터 약간씩 등락을 거듭하며 상승세가 누그러든 시드니와 달리, 멜번의 경우는 꾸준히 등락을 크게 거듭하며 거의 상향이 아닌 현상 유지 수준으로 가고 있으며, 상당히 가파른 속도로 계속 상승중인 브리즈번, 그리고 엄청나게 빠르게 오르고 있는 퍼스와 애들레이드를 보자면, 중간에 거의 하락하는 날 없이 계속해서 상승중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분명한 “우상향” 추세인 것이다.

지금의 호주 부동산 현황, 좀 더 구체적으로 브리즈번 부동산 시장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 본다. 예전에 글을 올린 적도 있지만 2021년에 집을 사려고 하다가 경쟁에서 패해(!) 못 샀던 집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 중 한 채가 지난 주말에 경매(auction)를 통해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 그 집이 매입 후 레노베이션을 하거나 투자를 통해 가치를 끌어올렸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땅값이라는 부동산 시세의 가장 기본적 기준을 바탕으로 그 집의 건물값(건축비와 자재비) 등을 감안한다 쳐도 이 경매는 상당히 놀라운 결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6에 거래된 집은 3년만에 1.8 이상에 팔렸으며(시드니 아님!) 주인은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약 70만불 이상의 차익을 거두게 되었다.

이 집이 위치한 쿠라비 Kuraby는 (거주하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브리즈번 기준으로 런컨 Runcorn과 언더우드 Underwood의 중간에 위치한 삼각지대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던(!) 에잇마일 Eight Mile Plains 아래에서 조금 더 그 수준이 낮은 런컨과 서니뱅크를 벗어나, 브리즈번 카운슬을 원하지만 그 윗 동네는 살 수가 없는(언더우드 부터는 로건 카운슬) 이들에게 적합한 지역으로, 게다가 무슬림이 많이들 살고 좋아한다는 소문(?)에 따라 그다지 인기 지역은 아니었다(당시만해도). 나의 전략은 이 집을 적당한 가격에 사서 나중에 그들(!)에게 팔자는 것이었는데, 1밀리언에 미치지 못하는 당시의 가격에서 무조건 사야겠다는 내 전략으로 그냥 가격을 1.06으로 높여서 불렀고(그 동네 가격은 사실 내가 올렸다 @.@), 다른 이들을 다 제치고 내가 선택이 되었으나 홈론 등의 조건에 따라 약간 기가 죽은(?) 내가 계약당일 5천불을 깎아달라고 중개인과 대화하다, 그녀가 그렇게 해주겠다는 답을 한 후 그날 오후에 바로 다른 경쟁자에게 같은 값으로 권리를 넘겨버려 결국 내 품으로 오지 못했던 집이다. (그 덕분에 그 중개인에게 이를 간다… 결국 내 집이 될 운은 아니었지만 중개인들의 간교한 상술을 잘 배운 경험이다)

현재 브리즈번은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에서 몰려드는 골드코스트 지역의 인구 증가 및 브리즈번과의 사이를 잇는 다양한 지역 개발과 도로 확장 공사 등으로 엄청난 넓이의 초거대 통합 도시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 덕분에 예전 같으면(약 5년전) 외곽이 될 빈리 Beenleigh(브리즈번의 끝자락)도 오히려 안쪽 지역이 되었고 그래서 언더우드와 같이 교통이 편한 지역, 그 아래의 우드리지 Woodridge와 슬랙스크릭 Slacks Creek 등도, 비록 범죄율 높고 기피지역이라는 불명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는 주목받는 동네로 변하는 중이다. 그러니, 쿠라비 정도는 (여전히 선호 지역은 아니지만) 가뿐하게 급등한 가격대를 보여주는 것. 이게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는 내가 평가할 일이 아니지만, 이미 평균 50% 가까이 오른(예를 들어 70만대 주택이 코비드 이후 1백만을 넘음) 시세가 다시 50% 정도 올라 이제는 예전 시세의 두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니, 주택 구매의 꿈은 멀어져만 간다.

투자에 있어 한 가지 격언은 “소문에 팔라”는 것이지만, 브리즈번의 경우를 보자면 단순히 올림픽이라는 호재로 급등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는 종종 지인들에게 나중에 브리즈번이 시드니와 비슷하게 될 수도 있다고 뻥을 친 적이 있는데,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적었지만 전세계적으로 이상 기후 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몸살이 있음에도 브리즈번은 비교적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 골코와 묶여서 세계인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 적은 인구로 인한 좀 더 쾌적한(시드니 대비) 환경, 그리고 꾸준한 발전을 꾀하고 있는 장래성 등 덕분에 앞으로도 꾸준한 인구 성장을 보일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덜 비싼 주택 가격과 온화한 기후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이 시점에서 가장 주목할 소식은 과연 RBA가 금리를 언제 내릴 것인가이다. 미국은 금리를 내린다 올린다 말이 많다가 결국 대선을 앞두고 더 올리지는 않고 유지하거나 내리는 쪽으로 갈 듯 싶은데, 미국보다 덜 올린 호주는 여전히 물가 상승율이 높아서 추가 상승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연 그럴까. 짧은 내 인생에서도 금리로 인한 강한 긴축 정책을 편 사례는 흔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배운 바로는 소위 돈이라는 것이 단순히 노동과 지출로만 다져진 과거와 달리 다양한 대체 투자를 통한 돈벌이가 가능하고 위험 회피 수단도 존재하며 이미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중국처럼 인구 대국이 상당한 부를 쥐다 보니(0.1% 잡으면 부자만 백만명) 교과서적인 금리 인상이 물가를 조절하는데는 한계가 보인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소비에 익숙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수많은 인구의 지출이 꾸준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소비재의 부족은 지속적이고 그래서인지 가격도 꾸준히 상승한다.

집을 사면서 1%의 추가 금리 인상은 충분히 버틸 것이라는 계산에 따라 일을 벌이기는 했고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지만 결국 금리 인상이라는 것이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돈줄을 쥔 은행과 정부에게만 유리한 것이니 알게 모르게 서민들을 착취하는 현재의 고금리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금리 인하로 다음 선거에 유리하게 끌 것이라는 소문도 있고, 부동산 상승이 다수 이민자 때문이라 현 정부를 비난하는 움직임도 커지는 상황이다. 당장의 호주 경기는 이미 불황으로 접어들어 고객들은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비록 내가 버틸 수 있다 해도) 많은 이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고,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 결론은, 결국 돈을 벌어서 부자는 아니더라도 여유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자들은 돈으로 돈을 더 벌고 부동산 등에서 나오는 수익에 자신의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금리가 내려 시장이 활성화되면 그들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소유한다. 자본주의에 산다면 이를 탓하거나 비판하는데 집중말고 그들의 길을 따라 걸을 수 밖에 없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들과 동일선상에 서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 밖에 없음을, 그들(권력을 쥔 자)이 만든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노력함으로써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호주 부동산은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2024년의 중반을 향하는 현 시점에서는 무서운 속도로 앞만 보고 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