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 특히 IT와 관련된 기술의 발전이 너무도 빨라, 겨우 몇 달만에 생각지도 못했던(물론 예상되어 있던) 것들이 나오고 가격도 떨어지면서, 전자제품에 있어서는 대표적으로 텔레비전과 컴퓨터 분야의 변화가 놀랍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노트북이 이제는 거의 찾지 않는 구세대가 되어 가고 새로 등장한 제품도 다시 저물어가며 앞으로 등장할 제품에 대한 기대가 쌓이고 있으니, 노트북을 구입하면 5년만에 본전을 뽑아야 하는 시대도 아닌, 1년 만에 본전을 뽑아야 하는 최첨단 기술의 시대다.

지난번에 12700h 노트북에 관해 글을 올린지 6개월만에, 최근의 흐름은 13세대 고성능 CPU인 13980hx(대표적으로 기가바이트의 Aorus가 저렴했음)와 14세대인 14900hx가 주류로 자리잡았다. 아직까지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지 않은 것은 다음 세대인 15세대 인텔 CPU가 등장하지 않았고(연말 예정) 현재의 주류로 쓰이고 있기 때문인데 내년 정도에는 훨씬 더 저렴해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인텔 고성능 CPU의 발열 사건. 인텔의 고성능 CPU를 쓰다보면 열이 너무 많이 나서 문제가 생기고 인텔이 이를 방지하고자 오히려 성능을 낮추어 발열을 줄이고자 했으나 이게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다음 달 출시 예정인 AMD의 9세대를 비롯 두 업체의 경쟁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까지는 AMD에 비해 인텔이 최근에 많은 인기를 얻었고 기대만큼의 충분한 성능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무리한 성능 개선을 시도한 탓인지 발열 문제로 신뢰가 추락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재 가장 고성능인 노트북 시장의 주류는 인텔 14900hx와 13980hx를 사용한 것으로 2000불대 후반부에 5000불 이상의 고성능 제품까지 출시되어 있다. CPU 벤치마크를 보면 1년 전에 비해서도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으며, 노트북 CPU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하다. 불과 몇년 전에 1만점 대에 머물던 지수가 4만점을 넘었으니, CPU 분야의 기술 발전은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성능도 거의 몇년에 한번 두배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가끔 중고 시장에 올라오는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1년 쓴” “2년 밖에 안된” 게이밍용이라고 자랑하며 비싼 값에 파는 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안타깝게도 전혀 현실성이 없는 거래다. 다른 제품과 달리 특히 컴퓨터의 중고 제품은 1년만 지나도 신제품에 비해 성능이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데다 심지어 2-3년 전에 비싸게 주고 샀으니 중고로 되팔 때 본전을 찾아야겠다는 심리는 욕심일 뿐, 실제 그들이 제시한 중고 가격에 조금 더 보태면 두배 이상의 성능을 갖출 수 있으니 절대 거래하지 말아야 할 품목이다.

현재 이베이를 뒤져보면 11세대 노트북이 500불대, 그 이하 8세대 정도는 300불 이하에 거래가 되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다. 신제품 기준으로 13700h 가정용 노트북이 1000불대 초반이고 12세대나 13세대 절전형(중급 기종)이 1000불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오래된 노트북의 가격은 500불 이하, 심지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300불 이하가 적당한 가격이다.

인텔 CPU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현재 가장 고성능인 AMD 노트북은 7945hx를 이용하는 제품이다. 호주의 경우 관련 제품들은 이미 한 세대 전 모델이라 거의 품절이고 딱 한 곳에서만 판매하는 것을 찾았는데 2400불 정도에 4070 그래픽 카드를 장착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7945hx면 4090을 끼워도 괜찮겠지만 가격대가 1000불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이니, CPU와 그래픽 카드 모두 머지 않아 세대가 바뀔 것을 감안하면 최고성능(!)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적당한 중상급 게이밍 노트북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CPU의 성능이란, 사람에 비유하자면, 한번에 100명이 모이느냐 1000명이 모이느냐로 생각할 수 있다. 집적도가 높아져서, 예를 들어 5나노 공정이라면 같은 면적에 더 얇은(작은) 회로를 넣을 수 있으니, 한 건물에 100명이 있는 것보다 1000명이 있는 것이 더 효율이 높다고 할 수 있겠고, 그럼에도 각각의 사람들이 필요한 에너지(전기)가 있으니 고성능일수록 에너지 소모와 그에 따른 발열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정밀한 기술이 등장할지는 모르지만, 예를 들어 한 건물에 10000명을 넣을 수 있다면 성능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과정은 험난하지만, 기본 구조적 측면에서 반도체의 집적도는 매우 단순한 논리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회로를 넣어서 더 많은 에너지로 더 많은 양의 일을 시키는 것. 그게 CPU의 구조라 보면 되겠다.

기본적인 학습용 가정용 업무용 노트북과 컴퓨터는 이제 어떤 것을 선택하든 크게 차이가 없는(충분한 성능의) 환경이 되었다. 현재 십여년 전의 6200u(6세대)를 쓰고 있는 내게 있어서 이 노트북은 인터넷, 엑셀, 문서 작성, 이메일, 간단한 게임, 유튜브 시청 등 어떤 용도로도 부족함이 없고 심지어는 4070 정도의 중상급 성능을 갖춘 게이밍 노트북도 3000불 이하에 맞출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성능이 딸려서 일을 못한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한 시대가 된 셈이다. 예전 같으면 1MB(GB 아님!) 메모리에 20MB의 하드 디스크를 달고 쓰던 시절도 있었고, 애플 컴퓨터의 초기 시대는 겨우 수십 KB의 메모리에 흑백 모니터(또는 텔레비전)를 연결해서 FDD라고 하는 디스크를 저장 장치로 쓰던(하드 디스크 없었음) 시절도 있었다.(그럼에도 할 일은 다 함)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야에 있어 AI가 주목받고 발전해가는 것만큼이나 집적도가 높아진 컴퓨터 중앙 처리 장치의 성능도 월등해지고 있어 향후 5년 내에는 정말 새로운 기술의 탄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현실화되는 시기가 멀지 않은 셈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중고 노트북(컴퓨터)을 판매한다면 현실감 있게 거래하는게 좋겠다. 구입하는 입장에서도 판매자의 설명만 들을게 아니라 컴퓨터 분야의 기술이 적어도 1년반 혹은 2년에 한번 정도씩 두배 가까이 발전한다는 것을 감안해서 정말 내게 필요한 수준의 것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올해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는 현 세대의 고성능 제품들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첫 기회가 올 것이고, 내년 중반이면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이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업체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