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뒷마당(또는 앞이나 옆)에 개인 수영장이 있다는 것은, 아파트 문화가 일반적인 한국에서는 놀라울 일이다. 물론 그 수영장의 크기가 길이 50m나 되는 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이들이(또는 어른이) 물에 들어가서 더위를 식히고 잠시 왔다갔다 하는 정도의 크기는 되니, 호주에서도 수영장이 있는 집은 비교적 괜찮은(?) 수준의 집이기 때문이다. 마당은 넓지만 수영장이 없다면 땅을 파고 만들어도 되니, 비용은 대략 5만불 이상 드는 제법 큰 공사이기도 하다.

수영장 관리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여러번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로 수영장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관리하는 일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수영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뒷마당에 똥물을 가득 채워놓고 있는 셈이라 상당히 골치가 아파진다. 고여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고 이를 위해서는 물을 순환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수영장 모터, 정수 필터, 그리고 소독을 위한 염소 생성기(chlorinator)와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밸브와 파이프 정도가 필요하다. 내 경우에도 겨울에 차갑지 않도록 물을 지붕으로 끌어올려 태양열로 데운후 다시 내려보내는 히터 시스템이 있었지만, 태양열 발전 시스템(솔라)을 구축하며 이 히터를 제거해서 더이상 지붕으로 올라가는 관은 쓰지 않는다.

이사를 하기 전에도 이미 전 주인(혹은 그 전 주인)이 오랫동안 써온탓에 전체적인 관리 시스템은 많이 노후된 상태다. 그 덕분에 처음에는 염소 생성기와 타이머(동작 시간 조절)를 교체했었고, 지난번 물이 썩어서 매일같이 필터를 씻어준 후로는 필터를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에 필터도 주문을 했다.

수영장 물이 흐르는 구조는 대부분 위에 적은대로 수영장-펌프-필터-(히터)-염소생성기-수영장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서 필터는 작은 먼지와 찌꺼기를 걸러주지만 낙엽과 같은 것들은 수영장에서 펌프로 가기 전에 큰 바구니에서 먼저 걸러지는데, 그럼에도 작은 알갱이나 찌꺼기등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펌프에 의한 흡입 구조) 필터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이 정수 시스템은 업체에 따라 규격이 다 달라서 어떤 업체의 것을, 그리고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걸러주냐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원래 있던 시스템에 맞는 것을 찾아서 이베이로 주문을 했지만, 도착한 제품이 잘 맞지 않는다? 높이, 가운데 구멍(출수구)의 지름, 전체 지름을 쟀지만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미세하게 다른 제품일지도.

이 필터는 보통 2-3년에 한번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리고 1-2개월에 한번은 꺼내서 씻어주어야 하는데, 먼저 전원을 끄고(모터를 끄면 흡입이 중단되어 물이 흐르지 않음) 정수 시스템의 공기를 빼고(압축 상태로 빨아들이기 때문에 진공 상태처럼 되어 있음) 상단 뚜껑을 열고 안쪽의 필터를 꺼내면 된다. 가끔 힘을 좀 써야 한다.

새로 구입한 것과 예전 것을 비교해보면 색깔부터 다르다. 누렇게 때가 탄 것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까맣게 변한 부분도 보이고 찢어질듯이 약한 부분도 보인다. 그래도 웬만해서는 몇년을 쓸 수가 있고, 강한 수도물로 뿌리면서 찌꺼기를 씻어내면 필터링 효과도 훨씬 좋아진다. 필터 청소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아 염소 생성기 등 출수관 쪽의 흐름이 매우 약해짐을 볼 수 있고 실제로 수영장 한쪽의 출수구에서도 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출수만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이 막혀 입수도 되지 않고 찌꺼기도 걸러지지 않으며, 이는 전체적인 수질 악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잘 맞지 않는 필터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집에서 한 시간 거리 업체에서 온라인 주문) 다시 가져가기도 애매해서 뚜껑에 끼워지는 부분을 사포로 잘 밀어서 갈아준 후에 구멍에 좀 더 맞게 끼울 수 있도록 해보았다. 그랬더니 겨우 딱 맞아서 뚜껑도 제대로 덮을 수 있고 그 후로 전체적인 정수 기능이 매우 효과적으로 유지되는 중이다. 필터가 조금이라도 크거나 안 맞으면 뚜껑이 덮이지 않고 이 때 틈새로 물이 쏟아져 나오거나 새게 되므로 나중에 되면 수영장 물이 계속 줄어들 뿐 아니라 마당에 물이 고이게 되어 좋지 않다.

수영장 관리 장치는 모두 개별적으로 구입이나 교체가 가능하다. 겉으로 보기에도 녹이 슬고 오래되어 보이는 이 정수 장치는 원통 자체를 새로 사서 교체할 수 있는데, 버닝스와 같은 저렴한 제품은 대략 300불대, 중급 정도의 제품은 5-600불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만약 직접 사서 관을 연결하는 것까지 한다면 다행이지만 사람을 불러 시킨다면 최소 200불 정도는 지불해야 하니 800불 정도는 예상해야 하는 셈이다. 이번에 필터만 갈고 말았지만 다음에 필터를 교체할 때는 좀 더 좋은 제품으로 전체를 교체할까 계획중이다.

필터를 쓰는 정수 방식 외에도 모래를 이용하는 방식도 있다. 가스통같이 생긴 통 안에 정수용 모래를 넣고 그곳을 이용해 찌꺼기를 걸러주는 것으로, 일정 시간 후 이 모래를 교체해주면 된다고 한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굳이 방식 자체를 바꿀 필요는 없을 듯 하여(수영장 거의 안 씀) 앞으로도 필터 방식을 쓰고자 한다. 필터는 직접 꺼내서 세척 후 재활용이 가능하니 좀 더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