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살다 보면 수십년 이상 주택은 물론 훨씬 더 오래된 곳들도 만나게 된다. 특히 관련 일을 하는 내 경우에 있어 십여년 동안 한번도 본적이 없는 잠금 장치를 가끔씩 만나게 되니, 전세계의 다양한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집을 팔기 전에 오래된 잠금 장치를 그럴듯한 것으로 바꾸고자 하는 고객의 요청이 있었다. 기존의 것은 한쪽 문이 크고 다른 쪽 문이 작은 이중문에 달린(이런 문 형태도 흔하지 않다, 보통은 양쪽 같은 크기) 모티스다. 모티스 mortice라고 하면 블로그에서 수십번 언급했던, 문 옆면을 파고 넣는 형태의 잠금 장치다. 장점이라면 다양한 기능을 설정할 수 있고(제품에 따라) 옆면에 위치해 있어 보안성이 확실하다는 점, 단점은 일단 고장나면 골치가 아프다는(접근성이 없음) 것. 특히 오래된 이 모티스는 문 모서리부터의 간격(backset)이 요즘 쓰이는 표준이 아니라 더 문제다. 같은 제품은 절대 구할 수 없고 다른 형태로 바꿔야 한다.

다행히 페인트를 다시 진행중이라 구멍과 색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 하여, 고객이 직접 원하는 제품을 결정하면 설치만 도와주기로 했다. 하루 종일 여러번 전화를 해오며(하필 아주 바쁜 날 @.@) 이것저것 묻던 고객은, 처음에는 간단한 손잡이에서 시작하여 전자식 디지털도어록, 마지막으로는 어차피 팔 예정이라 저렴하면서도 좀 있어 보이는(?) 제품을 설치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렇게 구입한 제품은 화려한 금색이지만 실제 품질은 별로인…

양문에 잠금 장치를 설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옆면이 평평하지 않고 높이가 달라(양쪽문이 닫히면서 벌레나 먼지 방지, 밖에서 안 보이게 하는 역할) 구멍을 뚫을 때에도 한쪽을 먼저 파서 높이를 맞추고 다른 쪽을 같이 작업해야 하는 등, 같은 조건의 단문에 비해 두번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대쪽 스트라이커도 마찬가지.

한 제품이 볼트와 래치 두 가지로 결합된 상품이나 아래위 구멍을 내고 옆면을 파고 스트라이커를 완료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래도 해놓고 나니 그럴듯해 보인다. 기존에 있던 구멍과 상처는 페인트 과정에서 처리하기로 했고 아마도 작업이 끝나고 나면 훨씬 더 보기 좋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