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이라면 집안 구석구석 여러 가지 할일들이 쌓이게 마련이다. 지난번 입주 전에 실내 페인트를 큰 돈 들여서 했지만 불과 6개월만에 페인트가 더러워지는 일도 발생했고(집안 공사 및 짐 옮기는 과정) 욕실과 부엌 등 틈이 생기고 갈라진 곳에 실리콘도 발라야 한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일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고 할줄만 안다면 간단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시간을 내서 마무리를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건 담당자(!)로서 귀찮고 성가신 과제다.

먼저 오랫동안 바닥에 눌러붙은 스티커 자국을 지워보자. 이 스티커는 아래층 화장실을 레노베이션 하면서 문 밖으로 먼지가 나오지 않게 하려고 사다리를 두고 문 전체와 그 근처에 비닐막을 붙이기 위해 투명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인 후의 흔적이다. 고급 제품(예를 들어 3M?)이라면 접착제 화학물질이 좋아서 자국이 잘 남지 않겠지만 이사할 때 썼던 싸구려 버닝스 투명 테이프는 8개 들이 한 묶음을 샀던 것으로 접착력도 별로인데다 오래 붙여두면 그 끈적한 화학물질(접착제)이 바닥에 남아 골치가 아프다. 오래되어 더럽게 때까지 탄 것을 지워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스티커 제거제를 사서 쓰면 된다. 원리는 화학물질을 뿌려 끈끈한 부분을 녹인 후 이것을 화장지나 걸레로 닦아 내는 과정이다.

버닝스에는 가장 저렴한 스티커(혹은 얼룩이나 찌든 때) 제거제가 있으니,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스티커 근처에 잘 뿌려서 불린 후에 티슈나 화장지로 힘을 줘서 깨끗하게 지우면 된다. 오래되어 잘 녹아나지 않으면 여러번 뿌려서 제거하면 되고 잘 닦아내면 100% 깔끔하게 처리 가능하다.

다음은 부엌 싱크대 상판에 문제가 되면서 틈이 생겨 물이 스며드는 문제와 오래된 욕실 세면대 주위에 갈라진 틈에 실리콘을 발라보자. 버닝스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욕실 및 부엌용 실리콘을 사면된다. 이렇게 틈새를 메꾸는 제품들을 gap filler 종류로 볼 수 있고 그 중에서도 실리콘은 실리콘 재질로 된 것, 욕실 타일 빈 틈을 메꾸는 백시멘트와 플라스틱 합성도 있는가 하면 완전히 끈끈한 접착제처럼 된 것도 있다. 일반적인 용도에는 무난한 실리콘을 쓰면 되고 가격도 저렴하고 가장 흔하다. 색상은 배경에 따라 투명(clear), 흰색 white, 검정 black, 갈색 brown, 회색 gray 등이 있으니 배경에 어울리는 것으로 하면 된다. 보통 욕실과 부엌에는 투명색으로, 특히 욕실 전용 제품을 사면 된다.

예전에 실리콘 바르는 요령을 정리한 적이 있지만, 준비물은 칼(실리콘 앞부분 절단), 실리콘 작업용 도구, 쓰레기봉투, 그리고 비누나 세제를 약간 섞은 물통과 테두리를 긁을 공구를 준비하면 된다. 작업 공간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물기를 닦은 후 적당한 양의 실리콘을 짜서 바른 후, 전체 면에 비눗물을 뿌리고 모양에 맞게 잘 긁어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긁어진 실리콘은 이미 비누가 묻어 재사용이 불가하니 화장지 등으로 잘 닦아서 버린다. 틈이 균일하지 않을 때에는 여러번 작업해야할 수도 있다. 욕실 세면대는 다음에 레노베이션을 할 예정이지만 일단 당장 현재 틈이 너무 벌어지고 지저분해서 작업을 했다(흰색 사용). 부엌 역시 레노베이션 대상이지만 당장 물이 흘러 스며들고 있어서 적당하게 마무리.

마지막 작업은 실내 페인트다. 간단한 페인트는 대단한 공구가 필요하지 않다. 버닝스에 손바닥만한 롤러(셋트로 판매)와 밀대(롤러를 끼우는 봉)를 구입하고 페인트는 기존에 작업 후 남은 것을 이용한다. 만약 페인트가 많이 필요하다면 기존 작업 과정에서 남겨두었던 색 이름으로 구입하면 된다. 더러워지거나 다른 색이 묻은 곳은 가급적 약간 닦아낸 후에 칠하면 좋지만 지워지지 않으면 그냥 덧칠한다. 진한 곳은 여러번 덧칠하면 좀 더 낫다. 벽에 페인트를 덧칠하면 얼룩져 보이지만 어느 정도 마르고 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페인트가 충분하다면 단순히 더러운 곳이 아닌 좀 더 넓은 면적을 다시 칠하면 얼룩져보이지 않으니 훨씬 도움이 된다.

이번 작업의 목적은 당장에 눈에 보이는 불편함이나 더러움을 대략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살다보면 벽에 상처도 생기고 뭐가 묻고 틈이 벌어지거나 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한다. 집은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지만 사람이 살면서 그 환경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완벽함은 없으니 필요할 때마다 적당한 선에서, 불편하거나 더럽지 않은 선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면 좀 더 깔끔하고 편한 환경을 갖출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볼만한 일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