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스 mortice는 문 앞이나 뒤가 아니라 옆면을 파고 거기에 넣는 잠금 장치의 한 종류로, 호주를 비롯한 서양에서 흔하고 한국에서도 고급 문에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고 깔끔한 외형이 돋보이지만 일단 고장이 나면 문을 열 수가 없어 일이 커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일년에 한 두번은 꼭 모티스를 뜯는 일이 생기곤 하는데,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모티스를 교체하러 갔다. 일단 모티스를 뜯어내기 전에 문이 실제로 열리는지 안 열리는지를 확인한다. 문을 열 수 있다면 굳이 뜯지 않고도 쉽게 해결이 가능하고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번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문을 열 수 없어 뜯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초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그냥 닥치는대로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최소 두 시간에서 그 이상 걸린 적도 있으니. 지금은 경험이 많아진 덕분에 일을 좀 더 쉽고 편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 같은 작업을 30분에서 한 시간 사이에 해결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모티스를 뜯는 과정은 쉽지 않다. 실린더를 제거하고 잠금 장치의 본체에 구멍을 내야 하는데 작은 금속도 스테인리스로 된 경우가 있어 드릴 비트도 여러 개를 바꿔가며 써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런 작업에서 드릴 비트를 아끼려고 오래된 것을 쓰면 힘과 에너지만 낭비할 뿐 전혀 구멍을 뚫을 수 없으니 가급적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게 좋다.

실린더 제거 후 본체에 구멍을 내고 나면 문을 왜 열 수 없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거의 90% 이상은 실린더에서 떨어진 작은 부품들이 중간에 끼어 문을 여는 래치 latch를 끝까지 당길 수 없기 때문이니 부품을 찾아서 제거하면 쉽게 열린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 모티스 자체가 고장난 것이라면 천천히 하나씩 부품을 드릴로 쪼개며 꺼내고 다양한 방법으로 래치를 당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문 앞뒷면의 손잡이가 일체형이냐 독립형이냐에 따라서도 작업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고객 입장에서 돈은 더 들지만 일체경은 문에 큰 구멍을 내어도 나중에 가려지므로 작업은 좀 더 수월해진다.

문을 열고 나면 모티스를 제거하고 새 제품으로 교체한다. 이번 경우는 모티스, 실린더, 손잡이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 비용이 제법 들었다. 만약 모티스 자체만 고장이고 실린더를 살릴 수 있다면 손잡이와 실린더를 제외한 모티스 비용만 들기 때문에 조금 더 저렴하지만 결국 이 작업의 핵심은 문을 여는 것에 있으니 작업비는 꽤 든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당연히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항상 배터리는 여유있게 2-3개 완충해서 들고 다녀야 하고 드릴 비트도 새 제품으로 5, 6, 8, 10미리 등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경험상, 한국 드릴 비트는 품질이 우수하지만 강도가 약해 드릴링 중 자주 부러지며 호주 제품은 전체적으로 성능이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5-10배) 중국 제품은 구멍 하나 뚫기도 전에 닳아버려 거의 쓸모가 없으니 절대 구입하면 안된다. 현재는 저렴한 한국산을 주로 쓰는 중이고, 드릴이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부러진 경우 최대한 잘 꺼낼 수 있도록 조심해서 작업 중이다.

모티스를 비롯하여 손잡이, 실린더 등은 법적으로 표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규격 제품이라 어느 회사를 쓰든 관계는 없고, 대부분이 화재 인증도 받은 것들이라 특별히 가릴 필요는 없다. 저렴한 제품은 대만 OEM이고 가장 좋은 제품도 생산은 중국이지만 품질 자체를 호주 회사들이 OEM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품질은 우수한 편이다. 손잡이 등의 재질이나 디자인, 마감의 시각적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이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 저렴한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품질에 따라 두배 가까이 가격차가 나므로 적당한 것을 선택하면 되겠다. *

바쁜 한 주였다. 보통 “바쁘다”는 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내게 있어서 바쁘다는 것은 점심을 챙겨먹지 못할 정도로 꾸준하게 일이 이어지거나 시간이 걸리는 일들의 연속을 말한다. 하루에 한 두번 일이 있어 나가는 것을 바쁘다고는 할 수 없고, 최소 세 번 이상 일이 있고 그것도 계속해서 이어져 밥 먹거나 쉴 시간이 없으면 바쁜 날이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바쁜 한 주 였고, 특이하게도 모티스 볼트, 그러니까 래치형 latch 모티스가 아니라 상가나 사무실 등에 쓰는(알미늄 문틀과 유리문) 모티스 관련 일이 몰렸다. 보통 1년에 몇번 정도 있는 일인데 한 주에 여러 건의 작업을 했으니 특이할 수 밖에.

모티스는 mortice라고 하며 문의 앞뒤가 아니라 옆면을 통해서 분해 조립을 하는 제품을 가리킨다. 블로그에서도 수십번 이상 소개했던 내용으로, 장점이라면 매우 안전하고 여러 가지 기능을 약간의 설정이나 변경만으로 구현 가능하지만, 치명적으로 일단 고장이 나면 매우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문이 잠긴(혹은 닫힌) 상태로 고장이 나버리면 문을 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애시필드 Ashfield, 올림픽파크 Olympic Park, 피어몬트 Pyrmont에서 총 4개의 모티스를 다루거나 교체했다. 모티스 볼트는 볼트의 길이에 따라 22mm와 36mm가 있고, 옆으로 밀어서 여는 슬라이딩에 쓸 수 있는 고리 hook 방식의 28mm를 포함해서 총 세 가지다.(흔하지 않음) 거래하는 세 회사에서 모두 판매하지만 약간씩 크기와 특징, 구조 등이 달라서 저마다 특징이 있다.

너무 오래된 제품은, 꼭 모티스가 아니더라도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유리할 때가 많다. 먼지와 물기, 벌레 등 찌든 때가 있어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심지어는 분해도 어려우며, 열쇠나 실린더만 바꾸는 비용에 비해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작업도 쉽고) 비용면에서도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모티스를 두 개 교체했는데, 하나는 너무 오래되어 찌들어 나사도 풀리지 않았다. 오랫만에(?) 그라인더로 양쪽 실린더를 잘랐지만 그래도 빠져나오지 않아 옆면 틈으로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자르고 꺼내고 하면서 거의 30분 정도를 쓴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어려운 제거 작업은 별도의 비용이 있지만 이번에는 청구하지 않았다.

나무 문과 마찬가지로 알미늄 문도 너무 오래되면 경첩(hinge)이 늘어지거나 문이 움직여서 닿는 면이 생기게 되고 문이 잘 열리고 닫히지 않는다. 잠금 장치는 후순위, 문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때는 먼저 문을 손본 후에 나머지를 작업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깔끔하게 작업을 하더라도 나중에 문을 조절해서 위치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잠금 장치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년에 몇번은 영업을 시작하려는데 문이 안 열려서(잠금 장치 고장, 특히 모티스 볼트) 급하게 부르는 현장에 달려가곤 한다. 평소같으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이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잠금 장치가 매우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다. 그러니 늘 같은 말 반복 강조,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거나 불편하면 사람을 불러서 서비스를 받거나 직접 점검할 것을 권한다. 그것이 비용도 아끼고 작업 효율도 올리고 경제적으로 사는 방법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