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많은 주택이나 건축물이 나무로 지어진 것과 달리 상가나 소규모 유닛, 아파트 등은 콘크리트 구조에 철제 재료들을 이용해서 짓는다. 나무를 바탕으로 하는 목공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철제로 된 구조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구멍을 메꾸거나 때우거나 할 수 없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

나이트래치 night latch는 예전에 데드래치 dead latch가 흔하지 않았고 가격이 비싼 탓에 후문, 창고문, 화장실 등 비싼 제품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문에 간이(simple) 잠금장치로 설치하는 제품이다. 구조도 매우 간단하고 특히 가격이 비싸지 않아 요즘도 종종 쓰이는데, 문제는 이 제품이 간단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고장이 잘 나고(닫힌 상태로 고장나서 안 열림) 보안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탓에 주요 출입문에는 별로 권하지 않는다는 것.

블로그를 통해 아주 많이 강조했던 사실 하나는, 모든 잠금장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품 그 자체(lock body)가 아니라 문을 잠그고 잡아두는 스트라이커(strike)다. 잠금장치를 얼마나 안전하고 튼튼하게 잡아주느냐에 따라 실제 보안성이 제대로 효과를 내는가 하면 혹은 아무리 비싸고 좋은 제품이라 해도 스트라이커 작업이 부실하면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의 현장은 철제로 된 상가 구조의 문틀 frame인데,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문이 휘어져 위에서 아래까지 일자로 바르지 않다 보니 가운데 부분이 바깥쪽으로 휘어진 탓에 문을 닫아도 가운데가 밖으로 볼록 튀어나온다. 즉 문틀에 문이 최대한 가깝게 닿아야 잠글 수 있는데 바깥으로 휘어지다 보니 잠금 상태를 잡아주기가 쉽지 않다. 두번째로 그런 탓에 간이 나이트래치를 억지로(문과 문틀에 가깝게) 철판을 잘라 구멍을 내어 만들었는데 그 얇은 철판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찢어져 버렸다는 것. 다시 말해 문이 안 잠기는 상태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른 철판이나 부속을 갖다 붙여도 나사로 박는 정도로는 원래의 철판 강도보다 약할 수 밖에 없고, 특히 문이 밖으로 휘어진 상태라 밖으로(열리는) 힘을 받고 있어 단순 수리 정도로는 해결이 안될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바로 경첩. 현장을 가보면 상당히 많은 비율로 경첩이 빠지거나 떨어지거나 약해지거나 하는 상태인데 고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문이 안 닫히거나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잠금장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문의 열리고 닫히는 상태와 경첩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경첩 자체가 오래되어 고장났다면 같은 크기의 제품을 교체하고 단순히 나사가 헐거워지거나 빠졌다면 구멍을 메꾸면서 더 굵고 긴 나사로 단단하게 고정시켜야 한다. 우습게 보이지만 이 경첩에서 나사를 0.5mm만 당겨주어도 문을 닫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진다. 거꾸로 말하면, 경첩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라 이를 교체하고 고정하는 일은 매우 정교한 과정이라 의외로 힘들다… @.@

이미 문도 거의 망가져 있고(틈이 많이 벌어짐) 문틀에도 여러번 나사를 박고 해서 구멍이 숭숭 뚫린 탓에 쉽지 않았다. 세 개의 경첩을 하나씩 모두 제거하고 새걸로 교체 완료. 평평한 땅이라면 경첩을 아래에서 위로 진행하며 교체하고 마지막 맨 위의 것을 할 때는 문이 약간 벌어질 수 있으니(무거워서 내려앉음) 미리 문 아래에다 받쳐두고 진행해야 한다. 이번 현장은 평지가 아니다 보니 직원에게 요청해서 문을 잡아주도록 부탁해서 진행했다. 혼자 작업할 때 어려우면 문틀에다 경첩을 미리 고정하고 문 아래에 받친 상태로 나사를 두 개만 고정해도 충분하다.

나이트래치를 교체하기에는 문틀이 이미 찢어져 좀 더 안전한 데드래치를 쓰기로 했다. 게다가 문이 바깥으로 열리는 상태라(outward) 특별히 외부형으로 제작된 제품을 쓴다. 그래야 회사로부터 제대로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내부형을 뒤집어 외부형으로 쓸 수도 있지만(inward->outward) 이럴 경우 보증이 되지 않는다.

상단에 새로 구멍을 내고 데드래치를 설치한다. 외부형은 특별히 만들어진 스트라이커를 제공하는데, 이를 위해 문틀을 그라인더로 자르고 위치시킨 후 나사로 고정하면 된다. 단순히 문틀 철판에만 의지하는게 아니라 스트라이커 자체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것이라 100배 이상 더 튼튼해지는 것이다. 문이 바깥으로 휘어진 탓에 실내쪽에서 볼 때 문틀과 문 사이에 빈틈이 생기고 스트라이커 고정이 불가능해서 실내쪽 데드래치에다 2겹의 팩커(packer, 두께조절용 부속)를 썼다. 보통 한 개를 쓰는 경우도 흔하지 않은데, 이번에는 문이 너무 휘어져 6mm 정도로 높여준 것이다(종류에 따라 3mm, 5mm, 10mm 등).

이렇게 해서 세 경첩과 데드래치로, 비록 문은 낡고 부서져 가지만 당분간 문을 쓰고 잠그는데는 전혀 문제없는 상황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