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미있는 소재가 한 가지 올라왔다. 자동차 구입을 위해 딜러에 연락했는데 반응이 당황스러웠다는 내용으로, 개인적으로 이 딜러에 대해 비난하거나 비판하고 싶지는 않고,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지만 조금더 정중하게 혹은 센스있게 대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을 하다 보면, 그것이 사업자이든 직원이든 개인이든,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대응에 고민을 하는 상황이 늘 생긴다. 특히 현재의 직업을 10여년 해오면서 느끼는 것은, 반드시 필요로 하는 고객들은 다른 조건을 따지지 않고 “언제 가능하냐”고 묻는 반면, 꼭 필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이들은 “얼마이냐”고 먼저 묻는다는 것이다. 더 심하게(?)는 그냥 떠보는 식으로 묻는 많은 이들은 “무료 견적”을 원하거나 심지어 “해결책이 뭐냐”고 묻기도 한다. 오늘은 고객 응대와 서비스의 범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얼마전에 한 중국인(으로 보이는) 고객을 서비스 한 적이 있다. 집을 사서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주 정도 전에 연락을 해와서 나로서는 고마운(!) 고객이다. 입주를 할 경우 할 일이 많아 경제적 가치로서도 귀중한 고객인데다 할 일을 미리 연락해서 예약해주니 굉장히 고마운 고객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는 열쇠를 넘겨받아 일을 하기로 한 날 연락이 와서 방문을 했다. 원래의 요청은 이사 후에 집에 쓰이는 다양한 열쇠나 잠금장치를 교체하는 등의 작업이었는데, 막상 당일 도착해보니 버닝스 Bunnings(하드웨어샵)에서 모두 구입해두고 “교체”만 해달라는 내용이다. 물론 이런 일도 절대로 가리지 않고 하기에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일을 진행해 보면 의외로 부담스러운게 있으니 바로 “점검 후 조언”을 원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창문 전체를 살펴보고 잠금장치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보고 추가하거나 교체하거나 진행해달라는 것. 전체적으로 가장 간단한 것이 달려 있어 교체를 권해주어도 실제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하나가 부러져 고장나 있어 알려주니 다른 곳에서 옮겨 달라고 한다. 물론 원하는대로 해주었지만 창문 자체가 뒤틀려 있어 교체 후에도 동작하지 않는다(결국 헛일이 됨). 이런 식으로 점검을 하고 확인하고 묻고 조언하면서 대략 2시간 이상을 보낸 듯 하다.
뭐 좋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조언을 주는 것은 맞는 일이니까. 그런데 원칙적으로 이런 조언 등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요금 청구의 대상이고 (실제로 청구하지는 않았음) 비용 효율면에서는 좋은 환경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오후 늦게 요청을 받아 단순 교체도 하루에 마무리 할 수가 없어 다른 날 재방문 했지만 전체적인 매출은 크지 않았다. 재방문이라 해서 출장비를 추가로 청구하지는 않고(상황에 따라 다름) 여러 환경을 살펴보고 조언하고 하면서 오후에만 3시간 가까이 썼지만 다른 고객을 방문해 문 하나 열어준 정도의 비용만 받고 돌아왔다. @.@
고객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고객 응대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무제한 봉사나 서비스는 없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그나마 이 고객은 실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것들에 대한 조언을 원했지만(실제로 제품 구입 시에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요청도 했지만 알아서 구입하도록 권했다 이유는 잠시 후 설명), 다른 고객들은 더 심한 경우도 있다.
고객 전화를 받으면 지역과 내용을 모두 기록해두는 습관에 따라, 가끔 일이 생길 때마다 문의만(!) 여러번 해오는 고객이 있다(내 경우는 대략 2-3명 정도). 결론적으로는 가볍게 응대하고 종료하곤 하지만, 한 고객은 “잠금 장치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거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는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러저러한 일이 생겨서 서비스를 원한다라든지(정상적 과정) 혹은 미안한데 해결 방법이 있으면 좀 도와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하겠지만, 가끔은 어떻게 해결하냐고 무턱대고 답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왜 내게 해결책을 요구? 우스개로, 24시간 출동 서비스라고 하니 24시간 내내 잠 안자고 대기한다고 생각하면서 심야나 새벽에 “가격만 묻는 전화를 편하게 하는” 이들도 있다는건, 상식과 배려가 사라져가는 요즘 세태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고객은 현관 문에 디지털 장치를 하고 싶으니 와서 무료 견적을 봐달라고 한다. 초기에는 무료 견적을 많이 다녔지만 몇 번의 실망 후에 절대로 무료 견적을 가지 않는 이유는, 한 고객이 2시간 가까이 여러 가지 점검 및 조언을 들은 후 아예 연락이 없어서 무료 견적은 무조건 시간 낭비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인데(게다가 이제는 사진만 봐도 거의 90% 이상 견적 가능) 이런 고객의 경우에는 무료 견적을 가서 조언을 해주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구입 후 자가 설치를 하거나 혹은 더 저렴한 사람을 찾기 때문, 즉 결과적으로는 시간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고객은 무료 견적을 하지 않는다는 내게 버닝스에 가서 여러 제품 사진을 보여주며 뭘 사야 하는지 물었는데 나는 원칙적인 답변, “모티스 방식은 불가하다”는 조언만 해주고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제품을 정해서 알려주거나 여러 의견을 주어도 정보만 원한 후 다른 곳을 찾을 것이 뻔한 경우라서, 제품에 대한 조언을 절대로 해주지 않는 편이다. 정보가 필요하거나 전문적 조언을 원하면 비용을 정식으로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거나 상담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
어쩌면 더 친절하고 좋은 조언이 언젠가 내게 좋은 고객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가능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주거나 친절한 대응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초기에는 무조건적으로 자세히 설명해주고 응대했던 것과 달리 조금씩 변해서 이제는 거의 굳어진 (메뉴얼처럼) 고객 응대 방식은,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다. 여전히 50% 이상의 연락은 “정보만 원하는” “가격만 확인하는” “지나치는” 내용들이 많기에 그 적당한 선의 타협을 통한 대응 후, 차라리 남는 에너지를 현장 방문하는 실제 고객에게 더 집중하다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려 본다.
세상 모든 이를 내 편으로 할 수는 없고 세상 모든 이를 내 고객으로 할 수는 없기에 그 적당한 선의 서비스가 최선이겠다. 물론 이상적 목표는 “모든 이를 내 고객”으로 하는 것을 정하고 도전할 뿐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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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world!
Pic of the week: Sunset at margate beach
The first day’s journey was through the pink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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