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한국식 명칭으로 부르기가 애매한, 주택의 양쪽 옆이나 뒷마당 울타리쪽에 있는 문을 호주에서는 그냥 게이트라고 부른다. 게이트 gate라고 하면 그냥 출입구인 것인데, 일반문 door이 아니라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혹은 차고 garage 앞에 두는 “집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통칭 게이트라고 편하게 부르는 것이다. 이 게이트에는 특별히 잠금 장치를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그 이유는 일반적 나무 문이나 철문을 쓰는게 아니라 나무를 덧댄 울타리 fence 형태로 문을 짜는 일이 흔한데다 문틀 frame이나 고정 부위 door jamb도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 후 시간이 꽤 지났지만 좌측 게이트(정면에서 볼 때 기준)에는 오래된 걸쇠 하나 있는게 전부라 낮이든 밤이든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이 있고, 일단 뒷마당으로 진입하고 나면 뒷쪽에서 유리창이나 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도 가능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렇다고 표준형으로 쓰이는 잠금 장치는 크기나 면적, 위치 등이 전혀 맞지 않아 방법이 없었는데, 이번에 시간을 내어 문을 좀 다듬고 거기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해 보았다. 단순 작업이 어려운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환경 자체가 올록볼록 나무를 덧댄 때문이고, 디지털도어록을 쓴 이유는 좀 더 편하게 사용하기 위함이다.

먼저 작업할 곳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해서 치수를 재어 나무를 자르고 디지털도어록이 위치할 부분을 채워 준다. 모서리에서부터 60mm 정도 떨어진 표준 위치에 설치할 예정이라 그 정도에 맞게 나무를 자르고 붙인 후(나사로 고정) 부식 방지 및 색깔 맞춤을 위해 지난번에 사용한(다음에 소개할 예정) 검정 페인트를 발라 주었다. 조금 어색함이 있지만 하얀 나무색보다는 나아서 이렇게 해둔다. 위에다 디지털도어록을 붙일 것이라 검정색이라 해도 크게 튀지는 않는 셈이다.

나무판을 고정하고 나면 뒷쪽도 보완해야 한다. 뒷쪽은 나무 외에 테두리를 따라 철제 봉이 있어 그 안쪽으로 넓은 목판을 대기로 했다. 역시 필요한 만큼 나무를 자른 후 나사로 고정시키고 검정 페인트를 바른다. 원래 세번 정도는 발라야 하지만 한번 말린 후 한번 정도만 더 칠했다.

앞뒤 페인트가 적당히 마르면(완전히 말리려면 며칠 걸림) 60mm 위치에 홀쏘 holesaw로 구멍을 낸다. 표준인 32mm 크기다. 앞뒤로 덧댄 나무에 정확히 구멍을 내면 되고, 못으로 고정했기 때문에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구멍을 내고 나면 거기에 디지털도어록 앞판을 대고 뒷쪽에서 나사로 고정시키면 된다.

원래 나무문에다 앞뒤로 나무를 덧댄 탓에 전체적인 두께가 상당히 두꺼워졌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나사가 아니라 좀 더 긴 70mm 이상의 나사가 필요하다. 다행히 다른 곳에서 쓰던 나사가 있어 고정시킬 수 있었지만 만약 이런 긴 나사가 없으면 본체 고정이 안되어 곤란해진다. 앞판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고의로 파손하는 의도가 있을 경우 뒷쪽에서 강하게 잡아주지 않으면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과정은 일반적인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는 경우와 비슷하게 진행한다. 뒷판을 고정시키고 선을 연결 후 본체를 닫으면 설치는 끝난다. 보통 게이트 자체가 기둥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라 잠기는 부분의 간격을 잘 살펴 바깥으로 적당히 빼서 고정시켜야 한다. 너무 가까우면 문을 여닫기 힘들지만 너무 멀 경우 디지털도어록과 같이 일반적인 잠금 장치는 설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잠기는 부분에 스트라이커를 설치해야 한다. 두꺼운 나무 기둥에 적당한 위치를 잡고 끌로 나무를 파낸 후 스트라이커를 고정시킨다. 매우 두꺼운 나무 기둥이라 긴 나사를 쓰면 충분히 단단하게 고정이 가능하다. 단순히 밀거나 차거나 해서 스트라이커가 빠질 일은 없다.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오래전에 사둔 레인커버 rain cover가 있어서(한국산) 이를 이용해 앞에 설치해 주었다. 목적은 비를 덜 맞게 하는 것이지만 외부에서 아무나 쉽게 번호판을 건드리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목적도 있다. 어차피 집 안쪽에서는 쉽게 열 수 있고 밖에서 열 일이 많지는 않아 조금이라도 쓰는데 번거로움을 더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좌측 게이트의 기본적인 보안 장치 설치가 끝났다. 아침 저녁으로 안팎에 해가 들지만 오래전에 사둔 재고라 적당히 쓸만하면 되고 또 큰 비용 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잠금 장치를 설치하는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무난할 듯 싶다. 만약 이게 고장나거나 한다면 나무판을 덧대어두고 표준 위치에 구멍을 뚫었기 때문에 언제든 일반(기계식) 잠금 장치로 전환할 수 있는 상태다. 일이 아니라 집 관리 측면에서 진행한 내용이라 핸디맨 주제로 남겨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