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브 Cave는 다양한 슈팅 게임을 출시했는데, 유명한 그 중 하나가 돈파치 DonPachi다. 스틱을 이용한 조정만 제대로 한다면 총알을 쓰는 슈팅에 조금 둔감해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제작한 덕분에 감이 좋은 날은 비교적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이다. 좀 더 나중에 나온 게임들에 비하면 아군 비행기의 동작이 느린 편이지만 적기의 총탄은 그보다 더 느려 충분히(?) 살아 남을 수 있다.

게임의 1장과 2장은 비교적 수월하게 지난다. 물론 이 부분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본격적인 적의 도발은 3장부터이고, 4장에 가서는 빠르게 총탄을 던지고(?) 가는 소형 비행기들까지 등장하며, 화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적기가 출몰하여 단순히 회피술만으로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초반의 대장이 단순한 덩치(?)라면 후반부로 갈수록 기지에 가까운 형태의 대장(boss)이 등장하며, 그보다는 게임을 진행하는 중간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적기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빠른 조종술과 회피술이 비교적 덜 요구되는 게임인데다, 장점이라면 아군의 파워를 올려주는 P와 폭탄 B가 상당히 자주 등장하기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마지막 5장을 지나고 나면 게임은 끝난다…고 생각되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진행하게 된다. 이 때부터의 적들은 총탄을 거의 흩뿌리는 정도로 가득 던져대는데, 처음의 분위기와 달리 단순 회피만으로는 진행이 어려우니 본격적인 게임을 즐기는 것은 한 바퀴를 돈 이후부터가 아닐까 싶다.

총알의 종류를 바꾼다든지 특별한 옵션이나 기술보다는 화면 가득 등장하는 적들을 피해가며 시원하게 쏘아대고 총탄 사이로 피하며 폭탄을 던지고 살아남는 슈팅 게임의 묘미를 즐겨보고 싶다면 추천. 에뮬게임의 장점답게 무한 동전을 이용하기 바란다. *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지난 2023년 가을, 그러니까 호주 기준으로 봄 성수기 시장은 뜨거웠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 번에 올린 글과 비교해보더라도 코어로직 기준 호주 국내의 지역별 지표는 상당히 많이 올랐고, 이 분위기는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다. 아래의 코어로직 데이터를 보면 멜번을 제외한 호주 전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세는 여전히 오름세이고, 비록 2024년의 금리 상황이 내릴 수도, 혹은 여전한 고물가로 인해 오히려 금리 역시 오를 수도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부동산 시장은 분명 오름세다. 물론, 당장의 오늘은 관망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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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살고 있는, 가족들이 떠난 후에도 여전히 살고 있는 이 동네의 작은 한 주택이 172만에 팔렸다고 한다. 이는 지난 2020-21년의 최고점을 넘어서는 수치다. 당시 집 뒷쪽 길에 자리한 주택이 190만불 이상에 팔린 것으로 호주 주요 뉴스에 소개되었으니, 그보다 땅이 작고 크기도 작은 집이, 당시 시세로는 대략 160만 정도 였을 주택이 172만에 팔렸다고 하니 시드니 뿐 아니라 호주 전역의 부동산 시장은 뜨겁다 못해 타오르고 있다.

많은 주요 은행들이 2024년은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물가 안정화가 지속되면서 금리를 낮출 명문이 생기는데다 경기 전체가 불황으로 접어들어 침체되고 있기에 다시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 및 경제 안정을 이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러나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금리 인하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처럼 갑자기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렸던 것은 아니지만, 이와는 별개로 부동산 시장은 밀려드는 인구와 렌트비 상승에서 오는 구매 유도 등으로 꾸준하게 반등해서 지금은 전고점을 거의 넘어선 수준이다.

문제는 금리가 맞기는 하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지속 상승세이니, 과연 금리가 1% 정도만 하락하면 어떻게 될까? 최소 금리 1% 이상의 하락을 기대하고 있는 나로서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금리 인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렌트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주택 구매에 나설 것이고 이는 또한번의 미친 시장 상황을 만들 수 있으니, 너도나도 호주를 떠나 자국으로 돌아가던 코비드 시절과 비교해봐도 최근에 호주로 밀려드는 인구와 물가 상승을 바탕으로 하는 렌트비 상승은, 더이상 적당히 일해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님을 너무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다.

지난 8월에 집을 계약하고 10월에 최종 서명을 해서 열쇠를 넘겨받은 후로 내가 구매한 집도 (시장 가치로는) 많이 올랐다. 이제는 객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보기 보다는 집주인으로서 시장의 상승을 반겨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반대로 상당히 큰 금액을 매월 지불하고 있기에 현재의 시장 분위기와 금리는 분명 정상은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유한 사람들뿐 아니라 너도나도 집을 추가로 구매해서 투자하면 비싼 렌트비 덕분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말그대로 부동산에 전국민이 매달려 있는, 생산적인 일이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시대가 됨에 따라, 결국은 코비드로 인한 이 세상은 코인과 같은 묻지마 투기 광풍, 부동산에 매달리는 분위기 속에, 앞으로의 시대가 더 힘들어지는, 땀흘려 일한 대가가 훨씬 더 가치없어지는 시간으로 가고 있음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가끔씩 집에 관한 이야기를 올리고 있지만, 집을 구입한다는 것은 금전적으로는 여유가 생기고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인 동시에 그만큼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관리해야 하는 일이다. 마치 머니게임으로 생각하고 묻지마 투자를 할 경우의 결과는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 볼 수 있으니, 자산으로서의 투자 가치는 분명 맞지만 세상 일이 우리가 생각하는대로만 되어가는 것은 아님을 한번은 객관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24년도 시장은 상승하겠지만(물가처럼) 쉽지 않은 시간이 될 듯 하다. *

약간 시간이 된 일이지만 좋은 경험이자 사례이기에 소개해 본다. 창고에 손잡이로 된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고 싶다는 고객의 연락을 받고 작업을 진행했다. 이 창고는 일반적인 문이 아니라 얇은 철판으로 된 문에 두꺼운 금속봉(metal post)이 뼈대를 갖추고 있는 상태로, 정상적인 잠금 장치는 쉽게 설치할 수 없는 조건이다.

원래 문에는 간단한 잠금 장치가 달려 있다. 금속봉은 모두 용접이 된 상태라 잘라내거나 떼어낼 수도 없고 만약 잘라낼 경우 문 자체의 뼈대가 약해지는 단점이 있어 쉽게 제거할 수도 없는 상태다.

먼저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여 디지털도어록용 래치를 설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 가로로 지나는 중간의 금속봉 앞부분을 잘라내야 하는데, 완전히 잘라내면 뼈대가 약해지니 문 자체와 붙은 부분을 빼고 4면중에서 3면만 선택적으로(?) 잘라내는 방법을 취했다. 사진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 문의 바깥 부분에 붙은 철판을 남기고 나머지 면만 잘라내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그리고 래치가 들어갈 부분은 문의 옆면이라 이곳의 금속봉도 적당한 크기에 맞춰 잘라내고 드릴로 갈아내고 마지막으로 줄로 다듬어야 했다. 전체적으로 예상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쉽지 않은 환경이다.

잘라낸 뼈대가 없어 손잡이를 그대로 붙일 수 없고 두께를 맞추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손잡이에 이용하는 두께 보정용 철판(packer)을 여러장 덧대어주어야 했다. 이렇게 해서 단단하게(움직이지 않게) 손잡이를 조립할 수 있었고, 끝으로 손잡이와 잠금 장치의 상태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 후에 마지막 스트라이커 작업을 진행한다.

문이 문틀에 너무 닿는 상태이다 보니 래치의 나사 하나라도 튀어나오지 않게 만들어야 했고, 그 후에 래치가 구멍에 딱 들어맞게 잠겨야 하기에 적당한 위치에 구멍을 뚫어 스트라이커 작업을 해주었다. 고객으로서는 중요한 설비를 보관할 예정이라 일반적인 수준의 잠금 장치로는 불안해서 별도의 제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인데, 차라리 손잡이가 아닌 일반적인 림 rim 방식의 디지털도어록이면 설치가 더 간단했겠지만 금속봉과 얇은 철판의 조화 때문에 몇 시간에 걸쳐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일이다.

참고로 좁은 면적에서의 철판 절단은 일반적인 그라인더보다 다이 그라인더(세공용)가 매우 효과적이며 지난번 구입 후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쓰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 금속 가공용 자동 줄도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좁은 면적에 넣어서 줄질을 할 수 있는 제품은 없기 때문에 한국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좁고 긴 면적의 사각, 반원, 원형 줄이 있으면 금속 가공 작업에 매우 유용하다. *

평생 써본 적 없는 수영장이 생기니 일거리가 엄청나게 늘었다!

집에 개인 수영장이 있다는 것은, 개인 수영장을 갖기 힘든 한국에서는 엄청난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고, 심지어는 땅이 귀해지고 주택의 면적이 좁아지는 요즘 추세로는 호주에서도(다른 외국도 아마) 상당히 부러운 일일 수 있겠다. 집의 면적이 200sqm도 안되는 것이 추세이다 보니 건물을 짓기에도 부족하여, 아무리 2층으로 올린다 해도 불필요하게 수영장에 땅을 빼앗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타운하우스나 공동 주택의 경우는 공동 수영장을 통해 이 부러움을 잠재우려 하지만, 혼자(혹은 가족이) 조용히 누릴 수 있는 호사는 개인 수영장만의 몫이다.

반면에, 수영장이 생긴다는 것은 의외로 까다롭고 귀찮은 일거리가 생기는 것인데,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지난번 폭풍우의 영향으로 뒷마당의 시설이 망가진 것은 물론이고 수영장을 덮은 천막도 찢어지고 수영장까지 날려온 (두꺼운) 나뭇가지와 쓰레기를 치웠다는 사실은 지난 글에서 언급했었다.

단순히 수영장(땅을 파서 만든 것 기준, 마당에 얹은 간이는 물을 쉽게 갈 수 있으니 제외!)이 있다고 해서 그냥 무조건 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항상 물을 청결하게 유지하고(청소) 수질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약품 소독 및 산도 등 유지). 수영장 관리에 있어서 첫번째는 물에 뜨거나 가라앉은 낙엽, 나뭇가지 등의 눈에 보이는 큰 쓰레기 청소. 이는 고기를 잡을 때 쓰는 그물망 같은 제품으로 직접 건져올릴 수 있고 대부분의 수영장에 있는 필터링 시스템(모터를 이용해 물을 빨아들이고 걸러서 다시 내보냄)을 통해 정화할 수 있다. 문제는 매일같이(!) 틈만나면 해야 한다는 것. 만약 수영장 근처에 나무가 자라거나 풀이 있으면(우리집!) 하루에도 여러번 청소해주는 것이 나중에 물 속에 더러운 찌꺼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큰 쓰레기를 건져내고 나면 잔잔한 먼지를 걸러내야 한다. 이는 그물망으로는 안되고 오랫동안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걸러주는 동시에(정수기처럼 대형 필터를 통해 걸러줌) 청소 로봇 등을 통해 자주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수영을 하는데 벌레 죽은 것이나 낙엽 찌꺼기, 먼지, 씨앗 등 작은 이물질이 떠 있다면 위생에도 좋지 않고 심하게는 오염된 물로 병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소기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은 실내 청소기처럼 전지(배터리)를 충전해서 쓰는 무선 로봇이 나오고 있으며, 미로찾기와 같이 센서를 이용해 수영장 바닥과 벽을 기어다니며 몇 시간동안 청소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략 중상급 제품이 1000불, 비싼 것은 수천불에 이르니, 수영장 관리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물에 찌꺼기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물의 PH와 산도(산성 염기성), 센물인지 단물인지(칼슘 농도) 등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이는 수영을 하다 물을 마시게 되는 일이 있어서 청결해야 하는 이유도 있고, 물에 사는 세균 등을 소독하는 용도로 일정 수준의 약품 처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버닝스 등의 하드웨어샵에서 간이 시험지를 팔고 있으며, 테스트용 시험지 자체는 비싸지 않지만(대략 40-50장 정도 든 것이 10불, 주에 1-2회 사용) 산 염기 칼슘 등의 다양한 농도를 맞추기 위한 약품이 종류별로 개당 2-30불 정도 하니, 직접 수질 관리를 위해 약품을 구입해서 쓴다면 상당한 비용이 꾸준히(!) 들 수 밖에 없다.

만약 오랫동안 비가 오고 수영장 물이 녹색으로 변하면 많은 약품을 넣어 세균을 죽이고 녹조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100불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 모든 것이 귀찮다면 월 1-2회 정도로 관리 업체에 작업을 의뢰하면 되는데, 보통 방문시에 출장비로 90-100불 정도 들고, 추가 약품이 50-100불 정도 든다. 전문가 방문시 청소, 수질 확인 및 약품 처리, 필터 청소까지 모든 것을 해주니 시간과 노력은 줄일 수 있지만 100-200불 정도의 비용을 써야 하는 일이라 수영장 관리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도 써보지 못한(수영도 못함) 수용장에 제대로 관리를 위해 이것저것(청소용 솔, 거름망, 수동 청소기 등) 구입한데다 나중에 자동 로봇까지 구입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수질 관리는 시도도 해보지 못했으니, 수영장이 있는 집이면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고 없을 경우 새로 만들면 몇만불이 들 정도이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고는 해도, 새로 쌓여있는 일거리를 생각하면 과연 잘한 선택일지, 가끔씩 아이들이 노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한다. *

매일같이 이용하는 부엌의 싱크대는 설거지를 하는 등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고이면 이를 모아서 버리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오래되고 구조가 특이한 경우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을 수도 없이 그대로 하수구를 통해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어 잘못하면 하수관이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종류에 따라 너무도 다양한 제품이나 환경이 있기에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이번에 교체한 싱크대 배수구의 오물 거름망 교체 후기를 정리해 본다.

먼저 현재 사용중인 것이 표준형인지, 교체 가능한 부품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진을 보면 구멍 크기가 작은 거름망이 있고, 여기에 뭔가를 더 쓰지 않으면 웬만한 음식물 쓰레기가 빠져나갈 정도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거름망을 하나더 쓰기에는 전체 원형의 크기가 너무 작다. 아예 통째로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

버닝스 Bunnings를 찾아보면 이 부품 자체가 교체 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정확한 크기를 재고 안쪽의 높이도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부품을 찾으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상단의 나사를 풀어준 후 싱크대 아래쪽에서 고정된 부분을 풀어준다. 그리고 하수관으로 연결된 부분도 풀어주면 된다. 분해와 재조립이 어렵지는 않다. 당연히 싱크대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모든 것을 제거한 후에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기존 부품을 빼고 나면 새 부품을 그 자리에 두고 조립해본다. 높이가 맞지 않으면 중간에 들어가는 고무 팩킹 등을 빼고 조립하면 어느 정도 맞다. 만약 높이가 맞지 않는데 억지로 끼우면 나중에 연결 부위가 틀어지거나 파손되어 물이 새거나 할 수 있으니 차이가 큰 부품은 쓰지 말아야 한다. 가능하면 나사처럼 돌려서 끼우는 연결 부위에는 테이프를 감아서 틈으로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 최대한 강하게 돌려서 조립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의 경우에 너무 세게 돌리면 깨질 수 있으니 주의.

교체가 끝나면 싱크대에 수도물을 약하게 흘려 아래쪽으로 물이 새지 않는지 확인해본다. 물이 새는 곳이 있으면 다시 풀어서 작업해야 하고, 더이상 새는 곳이 없으면 작업 완료다.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이 작업의 핵심은 크기가 같고 (높이 포함) 혹음 비슷한 부품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업을 위해서는 지름 높이 크기 등을 미리 측정하고 가급적 사진을 찍어서 직원에게 보여주면 부품을 찾기가 더 쉬워진다.

반대로, 예를 들어 사진과 같은 하수구 덮개를 교체한다고 할 때, 얼핏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실제로는 일반적인 매장에서는 부품을 구할 수 없는 사례다. 전체 지름이 100mm를 넘는데, 덮개를 열면 아래쪽 고정부위의 지름도 정확해야 하고 또 그 아래의 하수관(PVC)과 덮개가 고정되는 부분(고리)의 두께 등이 모두 정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부품은 버닝스에서 구할 수 없고, PVC 하수관 위의 전체를 교체하거나 또는 전문 부품점을 뒤져서 같은 크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눈으로 보이는게 전부는 아님을 입증하는 사례다. 쉬워 보이는 것이 항상 그렇지는 않은게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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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옮긴다는 것은 단순히 위치를 이동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집을 사서 입주하는 상황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평소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을법한 세세한 것들까지 챙겨야 하고 가능하면 깨끗하고 깔끔하고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인지라, 그 점에서는 나와 가족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가족 전체가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게다가 주를 옮기는 것이라 국제 이사만큼이나 일이 많다. 그전에는 근처에서 주로 이동하다 보니 렌트 기간을 겹치게 계약해두고 작은 짐은 상자로 싸서 미리 옮기고(많은 이들이 하는 방법) 나중에는 큰 짐만 업체를 통해 옮기면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된다. 정작 이사 당일에는 부엌이나 방 등의 짐이 거의 정리되어 있어, 집을 청소하거나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를 옮기는 경우에는 짐을 미리 옮겨둘 수가 없어 한번에 짐을 다 싸고 나르고 정리해야 해서 많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건, 현재 사는 곳보다 넓은 집으로 가서 짐을 쌓아둘 공간이 충분했다는 것, 내가 이동하지 않고 집에 남아 있어, 나머지 짐을 다 뺀 후에도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 정리할 시간과 공간이 충분했다는 것. 물론 비용은 더 늘었지만…

이번 이사는 과거와의 이별이었다. 호주에 와서 10여년을 살며 그동안 바쁘다는 탓에 건드리지 않았던 창고 구석의 모든 짐을 다 한번에 정리해야 했는데, 가족들과 함께 브리즈번에 가서 대략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정리한 후 혼자 내려와서 버릴 것을 버리고 정리할 것 정리하면서 거의 2주를 보냈다. 다행히(?) 대형 폐기물을 버리는 날짜가 잡혀 있어 그 전에 모든 것을 확인하고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은 더이상 필요가 없는 과거의 기록이나 흔적들이라 과감하게(!) 버렸다고 할까?

살다보면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껴안고 사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과거의 기록과 흔적이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기억과 추억이겠고(예를 들면 자녀의 학창시절 공부한 흔적, 그림 등) 또하나는 예전부터 해오던 마구잡기 메모가 온갖 메모지에 적혀 있는 그 기록들을 이번에는 그냥 대부분 버렸다. 결혼전부터 기록해두었던 각종 메모와 예전 일하던 시절의 내용들(원고 등)까지 뒤적이며 정리해보니, 그거 참… 옛날부터 참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 뒤처지기 않기 위해 부족한 능력에도 참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였구나하는 생각.

짐을 어느 정도 버리고 나니 창고는 대략 정리가 되었다. 비어 있는 방과 거실을 보며 현재 더이상 여기서 살기에는 렌트비가 너무 아까워서 이사를 나가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구글에 떠 있는 사업장 주소도 바꿔야 하니 그동안 쌓은 리뷰가 아깝기도 하고, 새 주소지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된다.

이사 과정의 첫번째가 주 이동과 짐 정리라면 두번째는 각종 잡다한 사건 사고다. 하필이면 이사를 한 후에 시드니와 브리즈번 모두 많은 비가 내렸고, 10년간 살면서 한번도 겪지 않은 뒷마당 침수 사고도 발생했다. 내용인즉, 뒷마당쪽 길로 이어지는 집들에서 쓰는 하수도가 너무 많은 비로 인해 각종 쓰레기와 나무가지 등이 흘러내리며 막히는 바람에 현재 살고 있는 뒷마당에 있는 맨홀(하수구)을 통해 오물이 넘쳐 뒷마당을 통해 흘러내렸다. 그 덕분에 브리즈번에 있는 동안 시드니로 전화를 해서 지인에게 점검을 요청했고 마침 싱가폴에 여행가있던 이웃도 그 다음날 돌아와 내게 전화를 했으며, 시드니 하수 담당인 시드니워터 Sydney Water에 긴급 전화를 해서 수리 및 복구를 마쳤다는 것.

새 집에서는 거기대로 또 일이 많았다. 지난 연말의 비로 인한 피해 점검을 위해 보험 관련 업체에서 방문해서 집을 말리는 일이 있었고 수영장의 청소와 점검, 그리고 쓰지 않았던 욕실의 하수관이 터져 물이 새면서 못 쓰게 된 일 등,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일이 생기니 정신이 없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마무리된 단계… @.@ *

살면서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자주 겪는 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시내를 다닐 때는 속도도 느리고 크게 문제될 상황이 발생하지 않지만, 만약 고속도로나 지방을 자주 다니면 예를 들어 공사 차량이 흘리거나 밟고 지나는 돌이 튀어 앞유리에 금이 가고 심하게는 깨지는 일이 생긴다. 오늘은 그 이야기.

지난번 브리즈번에 작업 상황을 점검하러 방문하러 가는 동안, 새벽길을 고속 주행하던 트럭을 뒤따르다 잠깐 돌이 튀는 소리를 들었다. 어두운 새벽 시간이라 정확한 상황을 몰랐지만, 낮 시간이 되어 브리즈번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는데, 그 새벽에 튄 돌이 앞유리를 깬 것이다. 작은 상처는 고속으로 달리는 유리가 점점 힘을 받음에 따라 크기가 커지고, 나중에 시드니로 돌아와서는 거의 수십 cm 정도 크기로 되어 있었다. 작은 점 하나 정도면 간단히 수리할 수 있다지만 크기가 큰, 곧 깨질 것 같은 것은 무조건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이 전면 유리(혹은 옆면)를 교체하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호주 시드니 기준으로 유명 업체에서 알아보면 비용이 대략 1000불 정도 든다. 두 가지 팁이 있는데, 하나는 저렴한 곳을 찾는 방법, 두번째는 항상 유리 보상 보험을 가입해두는 것이다. 대략 한달에 약간의 보험료를 추가하면 되는데, 보험사에 따라 다르지만(무료 혹은 몇십불의 자기부담금) 큰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으니 종합보험 가입시에 유리 보상(windscreen) 항목을 꼭 신청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으로 찾은 업체를 통해 신청하면,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와서 작업을 해준다. 주말도 가능. 시간은 대략 1-1.5시간 정도 걸리고, 작업 자체는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경험과 특별한 공구가 필요해서 직접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절차는 이렇다.

먼저 유리를 감싸고 있는 고무와 플라스틱 등의 테두리를 하나씩 분해, 분리한다. 다음으로 깨진 전면 유리 밑에 가느다란 줄로 된 공구를 이용해서 강하게 당겨 중간의 접착제를 분리시켜 유리를 걷어낸다. 유리를 붙일 부분을 깨끗이 청소하고 닦는다. 새 유리판에 실리콘과 유사한 접착제를 바른 다음에 이것을 잘 붙여준다. 양손으로 들기에는 크고 무거우니 장비를 이용해서 한 쪽을 걸쳐놓고 다른 한 쪽을 붙이는 식으로 진행한다.

이 전면유리 업계역시 중국산이 전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실정이라, 유명 자동차 회사의 유리라 해도 중국산이 들어간다. 내 경우는 미국에 공장을 지었다는 중국 업체의 제품인데, 처음에는 중국 업체라 실망스럽고 과연 품질이 믿을만한가 의심스러웠지마 VW 등의 여러 업체에 납품을 하는 곳이라 하니 믿고 사용할 수 밖에… @.@

문제는 작업 후에 발생한다. 작업자가 상당히 꼼꼼하게 일하는 듯 보였지만, 가고 나서 보니 고무를 붙이지 않고 남겨 두었다. 업체에 전화해보니 자기들은 절대 그렇게 일 안한다고… 그럼 이건 뭐니? 보닛을 들어보니 구부러진 각도가 딱 유리 하단과 보닛 사이에 있는 가림판에(철판) 들어맞는 고무다. 그대로 끼우고 종료. 작업자는 “모든 고무를 들어내고 새걸로 끼운다”고 거짓말을 했고, 업체(본사)는 자기들은 그렇게 일 안한다고, 실수 했음에도 인정하지 않는데다 바쁜 사람을 스트라 사우스 Strathfield South까지 와서 점검받으라는, 그러면서 서비스에 대해서는 평생 보증(lifetime warranty)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교묘한 평생보증제도, 애초에 일을 제대로 하지 그러냐?

참고로 유리 자체는 평생 보증이 아니다. 결론, 가급적 깨먹지 말자, 깨먹더라도 미리 보험 가입해서 부담을 덜고 교체받자, 가능하면 좋은 업체에서 서비스받자, 싸다고 다 좋은건 아니다. *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만 해놓고 나면 별 것 아닌 듯 해도 막상 실제 진행 과정은 힘들고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쉬운 일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일이란 것은 어렵고 힘들다. 만약 모든 일이 쉽고 간단하다면 돈벌기가 쉽다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타인에게 맡길 이유 자체도 없어지니 실은 돈벌기가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오래전에 일을 하던 정부주택 업체의 사장이 연락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투자해둔 집이 한 채 있는데 다음날 바로 세입자가 들어올 예정이라 무조건 저녁까지 일을 마쳐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겠냐고. 급하게 연락하면 급행비를 받아야 하겠지만 이 업계에 그런 것은 없고, 언제 어떤 일이든 일단 받고 보는, 그리고 가급적 최대한 잘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개인적 성향에 따라, 일은 받았지만 생각해보니 해결이 쉽지는 않다.

누군가 문을 발로 차서 문틀까지 다 깨졌다 @.@ 일단 파손 부분을 잘라낸다

먼저, 문이 깨지거나 파손된 것은 구멍을 메꾸거나 덮는 재료가 있다. 문이 휘어지거나 심각하게 파손된 경우는 문을 교체하는 것이 낫지만, 이렇게 급한 경우에는 일단 메꿔서 쓰고 나중에 천천히 교체하는 쪽으로 진행한다.

문틀이 깨지거나 파손된 것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문틀은 보통 벽과 문을 연결해주는 부분에 있다 보니 여러 개의 나무가 덧대어져 있고 이 중 어떤 것이 파손되면 심하게는 전체를 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사진으로 보니 문틀 자체가 깨져 힘을 받을 수 없어, 견적을 좀 여유있게 내고 현재의 문틀 부분 나무를 잘라낸 후 새로 붙이기로 했다. 말은 쉽지만 이 과정이 매우 어렵다. 이유는?

두껍고 긴 각목을 사다 안쪽을 파내고 붙여준다

하나의 통나무로 된 문틀 자체는 전체를 들어내지 않고 잘라내기가 쉽지 않다.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중간중간을 자른 후 깔끔하게 하기 위해 끌 등을 이용해서 긁어낸다. 완전하게 뜯어내고 나면 그 자리에 맞는, 더 굵거나 큰 나무를 덧대어준다. 단순히 나무를 덧대는 것은 의미가 없고, 강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못으로 고정시켜야 한다. 덕분에(?) 100mm가 넘는 긴 못을 여러 개 박아 주었다, 실제로는 흔히 쓰는 못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잘라낸 나무 위치에 맞게 새 나무를 덧대는 과정이다. 그냥 통나무가 아니라 굵은 나무를 산 다음 안쪽을 기역자로 파내야 한다. 기둥 위에 덧대는 것이라 기존에 있는 부분에 맞게 나무(각목)의 안쪽을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혼자 일하기 힘들어 다른 분과 함께 갔는데, 우리는 이 부분을 (1) 그라인더로 적당히 잘라낸 후 (2) 끌로 전체를 다듬어가며 모양을 만들고 (3) 필요한 부분은 세밀하게 끌과 목공용 줄 등을 이용해서 다듬었다. 당연히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고 저녁 늦게 이웃의 불평도 있었고… @.@

6개월 후 허물고 새집을 지을 예정이라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 것이다 문이 깨인 곳도 재료를 이용해서 새 제품을 설치

보통 손으로 하는 일은 전문가다운 기술력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일의 대부분은 공구가 한다. 공구의 중요성은 이런 경우에도 분명 알 수 있는데, 만약 원형 전기톱 circular saw이 있었다면 10분 이내에 마칠 수 있는 일이었다. 각목의 반대쪽을 한쪽으로 길게 자른 후 (깊이 지정) 반대쪽을 똑같이 깊이 지정해서 자르면 기역자로 만들 수 있으니, 평소에는 전혀 쓸 일이 없는 전기톱이 이렇게 절실한 날이 있을 줄이야… 목공을 한다면 전기톱은 필수로, 당장은 아니겠지만 이 일을 계기로 목공 일이 늘고 전기톱을 쓸 일이 늘 것이라는 전망을 해본다. 그렇게 하는 일도 경험도 기술도 늘어가는 것이다… *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일이 많았던 2023년을 보내며, 이사를 앞두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이사란 것이, 특히 주(state)를 넘어 이사하는 큰 일을 앞두고 마음이 오랫동안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연말에 처음으로 막내 처제 가족이 조카 유학을 앞두고 둘러볼 겸 놀러왔다. 그 덕분에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불꽃쇼도 보았지만.

2024년이 되어 이사를 며칠 앞두고 우리 모두는 분주했다. 정말 오랜만의 이사인데다 주를 넘어서 이동하는 일이라, 온 집안에 짐을 정리할수록 더 복잡해지는 상황을 맞았다. 예전같으면 렌트를 일주일 정도 겹치게 계약해두고 옷이나 식기 등의 물건들은 차로 여러번 나누어 옮긴 덕분에, 정작 이사 당일은 업체를 통해 큰 짐만 옮기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미리 옮길 수 없는 탓에 내 짐을 제외한 모든 것을 제대로 싸야 했고, 게다가 주 이동이라 업체로부터 바구니나 상자도 얻을 수 없어 이사용품 구입에만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렇게 힘든 준비 과정을 마치고 정작 이사 당일, 미리 포장해둔 짐을 싣는 것은 대략 2-3시간 만에 마무리 되었고, 트럭이 떠남과 동시에 우리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그리고 깨순이까지!) 브리즈번을 향해 떠났다. 2019년에 집을 사려고 결정한 후, 이런저런 일로 자동차를 이용해 브리즈번을 거의 10번은 방문한 듯 싶다. 그만큼 질리면서도, 또 떠나면 마음이 흥분되는 장거리 여행이다. 아, 이사 당일에는 차 두대에 가족이 나눠타고 남은 짐을 가득 실은 탓에 그다지 쾌적하지는 않았다.

대략 11시경에 출발한 우리는 중간중간 주유를 하고 식사와 휴식을 겸하며, 엄청나게 비가 오는 지역도 지나서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으니,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서둘러 운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러 취침… 입주를 앞두고 전체 청소는 물론, 실내외 소독과 실내 페인트까지 마무리를 한 덕분에 그다지 더럽지 않은, 나름대로는 쾌적한 환경에서 첫날을 맞은 셈이다.

힘든 일은 다음날부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대충 챙겨먹고 준비하니 오전 7시가 넘어 이사짐이 도착한다. 이 분들은(사장님과 직원) 브리즈번 입구 근처에서 하루 자고 일찍 출발해 이사짐을 내리기 위해 온 것이다. 짐을 내리는 과정은 실을 때보다 더 간단하다. 다행히(?) 이사한 집은 시드니보다 더 넓고 커서 짐을 대충 적당히만 내려 놓기로 했고, 2층을 들락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친절함(?) 덕분에 옷과 이불 등의 짐도 1층 거실 한쪽으로 쌓아서 짐 내리기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 끝났고, 물론 그 짐은 내가 다 들어서 2층으로 옮겼다 @.@

본격적인 이사 과정은 짐을 풀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물론 짐을 싸고 옮기고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짐을 풀어서 제 위치에 넣는 그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내는 그릇과 이불 의류 등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잡다한 주변 정리와 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정리한다. 애초에 계획한 시간은 대략 일주일. 그 사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략 마쳐야 시드니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필요한 것을 사느라 버닝스를 들락거리고 지인을 만나 식사도 하고 물건을 알아보러 외출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빠르게 지났다.

그 사이에 지난번 발생한 폭풍 영향으로 누수 발생하고 나무가 쓰러진 것을 치우는 등, 이미 신고된 보험 협력 업체에서도 방문해서 몇 가지 작업도 했고, 다시 더러워진 수영장도 정리했으며, 마당에 잡다한 것들을 없앤 후에 휑하니 지저분한 마당의 흙도 파서 대충 정리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주문한 블라인드를 설치한 것도 포함…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할 일은 끝이 없고, 일단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왔지만 다음에 가서도 해야할 일들은 여전히 줄을 서 있다는, 이것이 주를 넘어 이사한 것과 집을 사서 해야할 일들이 많다는 것, 그 목록은 끝이 없는 과제라는 현실을 너무도 분명히 보여준다.

꼬박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정리를 하고 새벽 3시경에 다시 출발해서 시드니로 돌아왔다. 그 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