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가던 유닛 단지에 들러 몇 가지 일을 했다. 옥상, roof top으로 나가는 문에 기본적인 잠금 장치(손잡이)가 달려 있는데 외부인이 장난을 쳐서 지난번에 철판으로 막았고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도어 클로저도 설치했으며 이번에는 아예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연락이다. 공동 주택의 경우 이렇게 공동으로 관리하거나 이용하는 문은 보통 한쪽에서는 언제든지 출입이 가능하고(보통 주차장의 안쪽, 혹은 계단의 안쪽) 반대편에서는 반드시 열쇠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외부인이 장난을 쳐서 철판으로 막아둔 탓에, 일단 열쇠를 이용해서 문을 열 수가 없으면 나로서도 달리 문을 열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다. 편법이 불가능하다는 뜻. 할 수 없이 오랜만에 그라인더를 들고 손잡이를 잘랐다. 단순히 열쇠 구멍에 녹이 슬거나 해서 고장이라면 좀 더 간단한 방법을 써볼 수 있겠지만 수십년 된 제품인데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하나씩 해보기에는 시간도 걸리고 해서 그냥 절반을 자르기로 했다. 그 이유는, 외부에 헛도는 부품을 끼워두어 강제로 문을 열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는 드릴 비트 하나도 쓸 수 없는 상태라 손잡이 전체를 완전히 뜯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참 걸려 손잡이를 절반으로 가르고 부품을 조금씩 떼어낸 후 문을 열었다. 다행히 내부 스핀들(spindle)은 돌아가는 상태라 아마도 열쇠를 돌리면 함께 돌아가는 부품쪽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뜯은데다 너무 오래된 제품 및 부품들이라 어차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대로 진행했다.

새로운 손잡이는 호주의 소방법 등에도 맞고 열쇠로만 열 수 있으며 열쇠가 없더라도 손잡이가 아래로 움직이는 클러칭 clutching 방식이다. 이는 문이 잠겨있을 때 손잡이가 고정되어 누군가 강한 힘으로 아래쪽으로 내리면 꺾이면서 부러지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다. 강제로 내린다 해서 문이 열리지는 않지만 고장날 수 있으니 아예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손잡이는 항상 움직이게 해둔 것이다.

제품은 교체를 했지만 문에는 여전히 철판이 달려 있어서 열쇠가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는 문을 열 수가 없다. 물론 그라인더로 자르거나 하면 가능하겠지만 침입자들은 보통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나 장비를 이용한 시도는 하지 않으므로 이 정도면 충분히 안전한 상태다.

일반적인 문에는 60-70mm의 백셋 backset, 즉 문 모서리부터 손잡이 중심까지의 거리를 이용하지만 이와 같이 오래된 현장에는 127mm의 확장 래치가 쓰이기도 한다. 이것 역시 쉽게 문을 열거나 할 수 없도록 나름대로 보안성을 생각한 구성인데, 교체나 변경을 하는 입장에서는 확장 래치를 써야 해서 다양한 부품을 미리 준비해서 다니는 것이 좋다.

손잡이 제품의 종류에 따라 구멍 크기 및 작업 환경이 달라 드릴을 이용해 작업한 후 조립을 마쳤다. 안팎의 나사를 너무 세게 조으면 손잡이를 내렸다 다시 올라가는 반동이 약해져(나사가 본체를 강하게 누르게 됨) 이럴 경우 조립용 나사를 약간 풀어주어야 한다. 래치가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는 원인은 이런 본체 조립 나사, 혹은 래치 구멍의 수평 여부, 손잡이 본체를 끼우는 구멍의 크기 등이다.

작업을 마친 후 추가로 두 집의 인터폰도 함께 교체하고 확인 후 종료… *

아파트라면 지붕이란게 없으니(혹은 옥상) 따로 청소할 일이 없겠지만, 호주의 많은 주택에서는 주기적으로 지붕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특히 집 근처에 큰 나무가 있거나 새들이 많다면 지붕에 낙엽이 쌓이고 배설물이 남겨져 더러워지는 것은 물론 바람 비 등으로 손상이 생기고 혹시라도 빗물이 새거나 하면 주택 전체에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렌트를 살던 집에서는 거의 10년 동안 주인이 한번도 청소를 해주지 않아, 초기에는 지붕 물받이(gutter)를 몇번 청소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그냥 넘어갔었는데(참고로 지붕 청소는 세입자가 아닌 주인의 의무 사항이다!) 이게 자신의 재산을 얼마나 관리하지 않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호주의 주택 지붕은 철제(colorbond)나 기와 등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슨 양철판으로 지붕을 얹냐고 하겠지만 칼라본드라고 부르는 이 철제 지붕은 호주의 회사에서 빛 비 바람 등에 강하게 페인트를 칠해서(특수 도료) 수십년을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그 회사 이름을 따서 일반적으로 칼라본드 재질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기왓장을 덮은 것 같은 구조의 지붕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형태이든 지붕은 빛과 바람, 비를 보호하며 거기서 발생하는 각종 오물과 물(비)을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으면 물받이(gutter) 부분에 쓰레기가 쌓여 배수가 막히거나 역류해서 지붕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일도 생기니 주기적 관리는 필수. (지붕 청소는 최소 3년에 한번 정도 권장)

요즘 유행하는 지붕 페인트는 검정 계통이라고 한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색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집은 빨간 벽돌에 빨간 지붕, 어떤 집은 짙은 녹색, 혹은 많은 집들이 검정이나 회색 계열을 쓰기도 하는데, 우리 집은 기존 것과 비슷한 ironstone이라는 색을 선택했다(. 이는 칼라본드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본색 중의 하나로 이런 기본 색은 페인트를 구하기 쉽고 색 선택도 용이하다. 지붕 색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지붕 페인트를 칠하는 첫 단계는 물론 견적을 내는 일이다. 한인 회사에서는 7500불을 원하고 외국 업체들의 경우 보통 1만불을 넘기는데, 업체마다 서비스 내용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페인트 전에 전체 청소를 하고 업체에 따라서는 보수까지 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보수는 제외하고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칼라본드의 경우는 구조목에 나사를 박아서 지붕을 고정하는데 이 나사가 오래되면 녹이 슬어서 이 나사를 전반적으로 교체하는 비용도 포함되어(약 수천개의 나사) 비용이 더 비싸진다. 기와형이라면 연결 부위가 터지거나 방수막이 있는 곳 등의 손상도 손봐야 하고 중간중간 깨지거나 하는 것들도 점검해야 하니, 지붕 페인트에 점검 서비스는 필수라 하겠다.

낙엽이 쌓이는 것을 막고자 가드 guard라는 것을 설치하기도 하는데, 한 곳에 견적을 냈더니 4만불이라는 답이 왔다. 아니 이렇게 비싸단 말이야? 일주일 후에 업체에서 다시 연락이 왔는데 견적을 잘못 냈다며 4천불이라 한다. 그 금액도 적지 않아 일단 다음에 하기로 하고 한 업체를 정해서 청소, 점검 및 수리, 페인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페인트의 과정은, 먼저 지붕 근처에 레일 rails이라는 철제 골조를 설치하여 안전대를 마련한다. 이는 집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이들이 떨어지거나 하지 않도록 집 전체를 둘러서 철제봉을 이용해 뼈대를 잡는 작업이다(외주 업체에서 진행). 그 후에 고압 세척기를 이용해 낙엽 등을 모두 청소하고 말린다(청소 업체). 마지막으로 페인터가 와서 프라이머(primer, 페인트 전 잘 칠해지도록 바르는 것)를 바르고 말린 후 두 번의 페인트를 칠해 마무리한다.

페인트는 붓이나 봉이 아닌 펌프를 이용한 분사식이고 시간은 하루 정도면 되지만 골조 설치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일정은 최소 3일에서 5일 정도를 잡아야 하는 일이다. 페인트 과정에서 철제봉을 설치한 곳을 분리하고 들어가며 빠짐없이 칠하고 또 골조를 제거할 때 혹시라도 지붕에 상처가 난 곳이 있으면 다시 칠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원칙적으로 알아서 칠해주도록 되어 있음). 흥미롭게도 이 1만불이 넘는 견적에서 대부분의 실제 업무는 골조 설치, 청소, 페인트 업체(하청업체들)가 하고 영업을 하는 주 계약 업체는 소개비 형태의 수익만 받는 식인데, 전체 견적의 30-40%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페인트는 빛 반사(anti heat 또는 reflection paint)라는 특수 페인트이기는 해도 보통 한 집에 20리터 한 통 정도를 쓰니(약 300불선) 전체 견적에서 인건비 비중이 얼마나 크고 또 업체의 수익이 얼마나 큰 지를 추정할 수 있다.

지붕에 페인트를 칠한 두 가지 이유는 첫째 비가 많이 오는 요즘에 물받이가 막혀 제대로 배수가 안되고 중간에 넘치는 일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 둘째는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 예정인데 일단 설치하고 나면 그 아래쪽은 페인트가 불가해서, 보통 10년 정도를 보는 페인트 주기에서 아직 어느 정도의 기간은 남아 있고 페인트 상태도 양호한 편이지만 미리 페인트를 해버린 것이다.

현재 집 구매후의 전략은 최대한 비용을 재투자해서 가치를 더 올리는 쪽으로 관리하고자 하니, 탑업(top up)을 하든 빚을 내든 돈을 모으든, 재투자를 통한 가치 상승이 결국에는 일종의 저축과도 같이 나중에 집값 상승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페인트 과정에서의 한 가지 문제는, 높은 지붕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는 것이라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작업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미끄럼 예방) 일정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지붕 페인트 후에 바로 비용을 지불했더니(완불) 철제 구조물을 떼어가기까지 연락이 힘들었다는 결론이다(날씨 탓하며 2주만에 떼어감). 비용은 반드시 모든 작업 완료 후,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지불하도록 하자.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다시 태어난(?) 지붕은 멀리서봐도 깔끔하다. 이제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하고 나면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물받이를 덮는 가드(gutter guard)를 따로 설치할 예정. 아마도 2-3년 정도 후에 그 즈음에 지붕 청소를 한번 더 하고 진행해야할 듯 싶다.

참고로 지붕 페인트 견적은 위와 같으니 대략 1만불 이하에 모든, 혹은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가격이라 하고 싶다. *

최근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미있는 소재가 한 가지 올라왔다. 자동차 구입을 위해 딜러에 연락했는데 반응이 당황스러웠다는 내용으로, 개인적으로 이 딜러에 대해 비난하거나 비판하고 싶지는 않고,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지만 조금더 정중하게 혹은 센스있게 대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을 하다 보면, 그것이 사업자이든 직원이든 개인이든,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대응에 고민을 하는 상황이 늘 생긴다. 특히 현재의 직업을 10여년 해오면서 느끼는 것은, 반드시 필요로 하는 고객들은 다른 조건을 따지지 않고 “언제 가능하냐”고 묻는 반면, 꼭 필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이들은 “얼마이냐”고 먼저 묻는다는 것이다. 더 심하게(?)는 그냥 떠보는 식으로 묻는 많은 이들은 “무료 견적”을 원하거나 심지어 “해결책이 뭐냐”고 묻기도 한다. 오늘은 고객 응대와 서비스의 범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얼마전에 한 중국인(으로 보이는) 고객을 서비스 한 적이 있다. 집을 사서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주 정도 전에 연락을 해와서 나로서는 고마운(!) 고객이다. 입주를 할 경우 할 일이 많아 경제적 가치로서도 귀중한 고객인데다 할 일을 미리 연락해서 예약해주니 굉장히 고마운 고객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는 열쇠를 넘겨받아 일을 하기로 한 날 연락이 와서 방문을 했다. 원래의 요청은 이사 후에 집에 쓰이는 다양한 열쇠나 잠금장치를 교체하는 등의 작업이었는데, 막상 당일 도착해보니 버닝스 Bunnings(하드웨어샵)에서 모두 구입해두고 “교체”만 해달라는 내용이다. 물론 이런 일도 절대로 가리지 않고 하기에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일을 진행해 보면 의외로 부담스러운게 있으니 바로 “점검 후 조언”을 원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창문 전체를 살펴보고 잠금장치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보고 추가하거나 교체하거나 진행해달라는 것. 전체적으로 가장 간단한 것이 달려 있어 교체를 권해주어도 실제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하나가 부러져 고장나 있어 알려주니 다른 곳에서 옮겨 달라고 한다. 물론 원하는대로 해주었지만 창문 자체가 뒤틀려 있어 교체 후에도 동작하지 않는다(결국 헛일이 됨). 이런 식으로 점검을 하고 확인하고 묻고 조언하면서 대략 2시간 이상을 보낸 듯 하다.

뭐 좋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조언을 주는 것은 맞는 일이니까. 그런데 원칙적으로 이런 조언 등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요금 청구의 대상이고 (실제로 청구하지는 않았음) 비용 효율면에서는 좋은 환경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오후 늦게 요청을 받아 단순 교체도 하루에 마무리 할 수가 없어 다른 날 재방문 했지만 전체적인 매출은 크지 않았다. 재방문이라 해서 출장비를 추가로 청구하지는 않고(상황에 따라 다름) 여러 환경을 살펴보고 조언하고 하면서 오후에만 3시간 가까이 썼지만 다른 고객을 방문해 문 하나 열어준 정도의 비용만 받고 돌아왔다. @.@

고객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고객 응대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무제한 봉사나 서비스는 없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그나마 이 고객은 실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것들에 대한 조언을 원했지만(실제로 제품 구입 시에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요청도 했지만 알아서 구입하도록 권했다 이유는 잠시 후 설명), 다른 고객들은 더 심한 경우도 있다.

고객 전화를 받으면 지역과 내용을 모두 기록해두는 습관에 따라, 가끔 일이 생길 때마다 문의만(!) 여러번 해오는 고객이 있다(내 경우는 대략 2-3명 정도). 결론적으로는 가볍게 응대하고 종료하곤 하지만, 한 고객은 “잠금 장치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거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는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러저러한 일이 생겨서 서비스를 원한다라든지(정상적 과정) 혹은 미안한데 해결 방법이 있으면 좀 도와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하겠지만, 가끔은 어떻게 해결하냐고 무턱대고 답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왜 내게 해결책을 요구? 우스개로, 24시간 출동 서비스라고 하니 24시간 내내 잠 안자고 대기한다고 생각하면서 심야나 새벽에 “가격만 묻는 전화를 편하게 하는” 이들도 있다는건, 상식과 배려가 사라져가는 요즘 세태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고객은 현관 문에 디지털 장치를 하고 싶으니 와서 무료 견적을 봐달라고 한다. 초기에는 무료 견적을 많이 다녔지만 몇 번의 실망 후에 절대로 무료 견적을 가지 않는 이유는, 한 고객이 2시간 가까이 여러 가지 점검 및 조언을 들은 후 아예 연락이 없어서 무료 견적은 무조건 시간 낭비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인데(게다가 이제는 사진만 봐도 거의 90% 이상 견적 가능) 이런 고객의 경우에는 무료 견적을 가서 조언을 해주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구입 후 자가 설치를 하거나 혹은 더 저렴한 사람을 찾기 때문, 즉 결과적으로는 시간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고객은 무료 견적을 하지 않는다는 내게 버닝스에 가서 여러 제품 사진을 보여주며 뭘 사야 하는지 물었는데 나는 원칙적인 답변, “모티스 방식은 불가하다”는 조언만 해주고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제품을 정해서 알려주거나 여러 의견을 주어도 정보만 원한 후 다른 곳을 찾을 것이 뻔한 경우라서, 제품에 대한 조언을 절대로 해주지 않는 편이다. 정보가 필요하거나 전문적 조언을 원하면 비용을 정식으로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거나 상담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

어쩌면 더 친절하고 좋은 조언이 언젠가 내게 좋은 고객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가능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주거나 친절한 대응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초기에는 무조건적으로 자세히 설명해주고 응대했던 것과 달리 조금씩 변해서 이제는 거의 굳어진 (메뉴얼처럼) 고객 응대 방식은,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다. 여전히 50% 이상의 연락은 “정보만 원하는” “가격만 확인하는” “지나치는” 내용들이 많기에 그 적당한 선의 타협을 통한 대응 후, 차라리 남는 에너지를 현장 방문하는 실제 고객에게 더 집중하다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려 본다.

세상 모든 이를 내 편으로 할 수는 없고 세상 모든 이를 내 고객으로 할 수는 없기에 그 적당한 선의 서비스가 최선이겠다. 물론 이상적 목표는 “모든 이를 내 고객”으로 하는 것을 정하고 도전할 뿐이고. *

연초에 이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주소 이전 및 서비스 신청을 했었다. 가족들이 모두 떠나게 되니 가스 및 전기를 일정 날짜에 맞춰 끊거나 조절했고 각종 서비스의 주소 이전을 했으며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도 새 주소지로 이전 신청을 했다. 영어로는 리로케이션 relocation, 즉 주소 이전 신청인데 이 과정에서 약간 문제가 생겨 몇 달 동안 골치거리였지만 결국 해결을 하게 되었다.

내용인 즉, 원래 쓰던 업체의 서비스는 250Mb로 월 99불을 지불해왔다. 지금이야 업체의 기본 요금이 99불이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100Mb가 99불이고 250Mb 및 그 이상은 훨씬 더 비싼 서비스였다. 어쨌거나 이 서비스를 새 주소지로 이전하면서 같은 요금에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었고 업체는 당연히 동의를 했다. 다만 새 주소지(브리즈번)의 경우 광케이블이 가설되어 있지 않아 당장은 집으로 들어오는 전화선을 이용한 100Mb가 한계라서 요금을 조금 줄여주고 인터넷 업그레이드를 통해 처리한 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나니 업그레이드는 커녕 인터넷 자체가 처리가 안되었고 결국 이사 며칠 후 전화를 해서 바로 서비스 연결 처리, 그리고 약 한달 주기로 몇번 전화를 했지만 그때마다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신청되어 있지 않다”는 식의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결국 몇 달 간의 짜증나는 통화 끝에 인터넷 서비스 중재 기관에 신청을 했다. 내용은 “같은 품질과 요금의 서비스를 요청했으나 처리가 되지 않았고 낮은 품질의 서비스로 같은 요금을 청구하고 있어 이는 고객 기만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99불을 내고 250 이상을 썼으나 더 낮은 서비스를 계속해서 써야 하는 상황인데다 업그레이드 약속은 지켜지지도 않고 아예 신청 자체가 안되어 있다 하니(그 후에 여러번 요청했음에도 처리 안됨) 고객을 계속 유지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재 기관에서는 TPG 불만 처리 부서를 통해 연락을 해왔고 서비스 업그레이드 등에 대해 통화 후 처리를 약속했지만 역시 한달이 지나도 처리가 되지 않아 재신청을 했다. 그리고 4월말경 드디어 NBN을 통해 인터넷 업그레이드 날짜를 약속받았다. 호주의 인터넷은 NBN이라는 기관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고 각 업체들은 이 회선을 빌려 영업을 하고 사용료를 내는 식이다. 그러니 실제로 다른 듯 해도 모든 업체의 서비스는 같은 내용이고 다만 “영업적인 측면에서” 속도나 서비스 등이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품질은 웬만하면 같다는 뜻이니 그냥 저렴하고 믿을만한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인터넷 업그레이드라는 것은, 집 근처에 있는 허브 hub까지 와 있는 광케이블을 내 집까지 끌어오는 과정이다. 이는 기존의 전화선과 달리 훨씬 더 빠른 속도의 통신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NBN에서 제공하는 기본 장치(NBN박스)의 모양과 케이블을 꽂는 부분의 형태도 달라진다. 전화선을 이용한 속도가 최대 100Mb 정도라면 광케이블에서는 훨씬 더 빠른 속도가 지원된다. 아직까지 1Gb 까지의 서비스는 본 적이 없지만 500Mb 정도는 제공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예전 살던 집에서 한 때 700Mb를 넘는 속도가 난 적이 있는데(물론 당시의 기본 서비스 계약은 250Mb 정도였음) 일반적인 100Mb 가입 상태에서 보통 무선 와이파이로 20-30Mb 정도가 나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허브에서 내 집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을 활성화한 후에 벽에 구멍을 내어 실내로 선을 넣고 거기에 단자함을 설치한다. 그리고 그 단자함에서 NBN 박스를 연결하고 여기에 다시 개인용 모뎀(혹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연결하여 와이파이를 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유선도 가능하고 요즘 유행하는 메시 시스템도 가능하다.

업그레이드 당일, 2시간 정도면 끝날 것 같던 작업이 오후까지 이어져 5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어쨌든 작업은 무사히 끝났다. 아래층 방 한 쪽에 단자함을 넣고 거기서 이더넷 케이블을 이용해 NBN 박스로 연결하고 다시 업체에서 제공한 모뎀을 이용해 접속한다. 메시는 아니지만 신형 모뎀(라우터)의 경우 AX5000 이상의 성능이라 제법 빠른 속도와 넓은 범위에서의 지원이 된다. 당일은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날 측정한 속도는 250Mb가 분명하다. 참고로 모뎀 바로 옆에서 와이파이로 속도 측정을 하면 거의 최대 속도가 나오고 멀리 떨어질수록 이 속도는 낮아진다.

현재 인터넷 업그레이드를 통한 요금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250Mb 다른 하나는 450Mb, 그러나 앞으로 게이밍 스트리밍 등 각종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증가하게 되면 더 빠른 속도의 요금제가 등장할 것이고 기본 요금 역시 서서히 내려갈 듯 싶다. 한국은 1Gb 시대라고들 하는데 호주에서도 (기간 대비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있고 대상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느린 ADSL 때문에 자료 하나 받는 것도 힘들고 동영상 강의도 보기 힘들었으며 온라인 게임은 자주 끊겨서 불편했는데 이제는 10여년 만에 한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 속도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잘못된 서비스 결과에 대해 항의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250Mb를 더 빠른 속도로 바꿔서 이용할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소가족의 경우 충분한 대역폭이라 만족하며 시간이 없어 기존의 오르비 메시는 아직 연결을 못했지만(설정 필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모뎀으로도 충분한 속도를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게 쓰는 중. *

얼마전에 지인을 만나 부동산에 관한 짧은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앞뒤 자르고 그 분의 말 중에서 “왜 그렇게 보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무슨 말인가 하면 매일같이 코어로직 데이터와 부동산 시세를 보면서 시장을 관찰하는 나의 습관에 대해 그 분이 “쓸데없는 짓”이라고 지적을 하신 것이다. 사실일까?

매일같이 혹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 거래창을 들여다보며 언제 오르나~ 기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부동산 시세를 관찰하는 것이 병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솔직한 개인적 의견을 말하자면, 누구든지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더 알게 되고 배우고 나중에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코어로직 데이터를 보자. 작년과 비교해서 수치가 많이 오른 것은 분명하고, 연평균 10%가 올랐다면 그 결론 자체는 어떻게든 같다. 그러나 자주 들여다보고 언제 오르고 내리는 지를 관찰하고, 또 최근과 같이 내리지 않고 계속 오르는 것은 시장이 분명 “우상향”이라는 것이니 이는 단순히 결과 비교만으로는 알 수가 없고 지속적 관찰을 통해서만 알 수 있으니, 능력이나 실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관심 분야(재테크 경제 경기전망 미래 등)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코어로직 일간 인덱스 지수를 보면 시장은 여전히 우상향이다. 이게 결론이다. 지난해 2023년 하반기(봄 성수기를 막 지난 시점)부터 약간씩 등락을 거듭하며 상승세가 누그러든 시드니와 달리, 멜번의 경우는 꾸준히 등락을 크게 거듭하며 거의 상향이 아닌 현상 유지 수준으로 가고 있으며, 상당히 가파른 속도로 계속 상승중인 브리즈번, 그리고 엄청나게 빠르게 오르고 있는 퍼스와 애들레이드를 보자면, 중간에 거의 하락하는 날 없이 계속해서 상승중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분명한 “우상향” 추세인 것이다.

지금의 호주 부동산 현황, 좀 더 구체적으로 브리즈번 부동산 시장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 본다. 예전에 글을 올린 적도 있지만 2021년에 집을 사려고 하다가 경쟁에서 패해(!) 못 샀던 집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 중 한 채가 지난 주말에 경매(auction)를 통해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 그 집이 매입 후 레노베이션을 하거나 투자를 통해 가치를 끌어올렸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땅값이라는 부동산 시세의 가장 기본적 기준을 바탕으로 그 집의 건물값(건축비와 자재비) 등을 감안한다 쳐도 이 경매는 상당히 놀라운 결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6에 거래된 집은 3년만에 1.8 이상에 팔렸으며(시드니 아님!) 주인은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약 70만불 이상의 차익을 거두게 되었다.

이 집이 위치한 쿠라비 Kuraby는 (거주하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브리즈번 기준으로 런컨 Runcorn과 언더우드 Underwood의 중간에 위치한 삼각지대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던(!) 에잇마일 Eight Mile Plains 아래에서 조금 더 그 수준이 낮은 런컨과 서니뱅크를 벗어나, 브리즈번 카운슬을 원하지만 그 윗 동네는 살 수가 없는(언더우드 부터는 로건 카운슬) 이들에게 적합한 지역으로, 게다가 무슬림이 많이들 살고 좋아한다는 소문(?)에 따라 그다지 인기 지역은 아니었다(당시만해도). 나의 전략은 이 집을 적당한 가격에 사서 나중에 그들(!)에게 팔자는 것이었는데, 1밀리언에 미치지 못하는 당시의 가격에서 무조건 사야겠다는 내 전략으로 그냥 가격을 1.06으로 높여서 불렀고(그 동네 가격은 사실 내가 올렸다 @.@), 다른 이들을 다 제치고 내가 선택이 되었으나 홈론 등의 조건에 따라 약간 기가 죽은(?) 내가 계약당일 5천불을 깎아달라고 중개인과 대화하다, 그녀가 그렇게 해주겠다는 답을 한 후 그날 오후에 바로 다른 경쟁자에게 같은 값으로 권리를 넘겨버려 결국 내 품으로 오지 못했던 집이다. (그 덕분에 그 중개인에게 이를 간다… 결국 내 집이 될 운은 아니었지만 중개인들의 간교한 상술을 잘 배운 경험이다)

현재 브리즈번은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에서 몰려드는 골드코스트 지역의 인구 증가 및 브리즈번과의 사이를 잇는 다양한 지역 개발과 도로 확장 공사 등으로 엄청난 넓이의 초거대 통합 도시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 덕분에 예전 같으면(약 5년전) 외곽이 될 빈리 Beenleigh(브리즈번의 끝자락)도 오히려 안쪽 지역이 되었고 그래서 언더우드와 같이 교통이 편한 지역, 그 아래의 우드리지 Woodridge와 슬랙스크릭 Slacks Creek 등도, 비록 범죄율 높고 기피지역이라는 불명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는 주목받는 동네로 변하는 중이다. 그러니, 쿠라비 정도는 (여전히 선호 지역은 아니지만) 가뿐하게 급등한 가격대를 보여주는 것. 이게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는 내가 평가할 일이 아니지만, 이미 평균 50% 가까이 오른(예를 들어 70만대 주택이 코비드 이후 1백만을 넘음) 시세가 다시 50% 정도 올라 이제는 예전 시세의 두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니, 주택 구매의 꿈은 멀어져만 간다.

투자에 있어 한 가지 격언은 “소문에 팔라”는 것이지만, 브리즈번의 경우를 보자면 단순히 올림픽이라는 호재로 급등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는 종종 지인들에게 나중에 브리즈번이 시드니와 비슷하게 될 수도 있다고 뻥을 친 적이 있는데,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적었지만 전세계적으로 이상 기후 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몸살이 있음에도 브리즈번은 비교적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 골코와 묶여서 세계인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 적은 인구로 인한 좀 더 쾌적한(시드니 대비) 환경, 그리고 꾸준한 발전을 꾀하고 있는 장래성 등 덕분에 앞으로도 꾸준한 인구 성장을 보일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덜 비싼 주택 가격과 온화한 기후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이 시점에서 가장 주목할 소식은 과연 RBA가 금리를 언제 내릴 것인가이다. 미국은 금리를 내린다 올린다 말이 많다가 결국 대선을 앞두고 더 올리지는 않고 유지하거나 내리는 쪽으로 갈 듯 싶은데, 미국보다 덜 올린 호주는 여전히 물가 상승율이 높아서 추가 상승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연 그럴까. 짧은 내 인생에서도 금리로 인한 강한 긴축 정책을 편 사례는 흔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배운 바로는 소위 돈이라는 것이 단순히 노동과 지출로만 다져진 과거와 달리 다양한 대체 투자를 통한 돈벌이가 가능하고 위험 회피 수단도 존재하며 이미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중국처럼 인구 대국이 상당한 부를 쥐다 보니(0.1% 잡으면 부자만 백만명) 교과서적인 금리 인상이 물가를 조절하는데는 한계가 보인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소비에 익숙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수많은 인구의 지출이 꾸준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소비재의 부족은 지속적이고 그래서인지 가격도 꾸준히 상승한다.

집을 사면서 1%의 추가 금리 인상은 충분히 버틸 것이라는 계산에 따라 일을 벌이기는 했고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지만 결국 금리 인상이라는 것이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돈줄을 쥔 은행과 정부에게만 유리한 것이니 알게 모르게 서민들을 착취하는 현재의 고금리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금리 인하로 다음 선거에 유리하게 끌 것이라는 소문도 있고, 부동산 상승이 다수 이민자 때문이라 현 정부를 비난하는 움직임도 커지는 상황이다. 당장의 호주 경기는 이미 불황으로 접어들어 고객들은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비록 내가 버틸 수 있다 해도) 많은 이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고,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 결론은, 결국 돈을 벌어서 부자는 아니더라도 여유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자들은 돈으로 돈을 더 벌고 부동산 등에서 나오는 수익에 자신의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금리가 내려 시장이 활성화되면 그들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소유한다. 자본주의에 산다면 이를 탓하거나 비판하는데 집중말고 그들의 길을 따라 걸을 수 밖에 없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들과 동일선상에 서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 밖에 없음을, 그들(권력을 쥔 자)이 만든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노력함으로써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호주 부동산은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2024년의 중반을 향하는 현 시점에서는 무서운 속도로 앞만 보고 가는 중이다. *



호주의 많은 주택이나 건축물이 나무로 지어진 것과 달리 상가나 소규모 유닛, 아파트 등은 콘크리트 구조에 철제 재료들을 이용해서 짓는다. 나무를 바탕으로 하는 목공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철제로 된 구조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구멍을 메꾸거나 때우거나 할 수 없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

나이트래치 night latch는 예전에 데드래치 dead latch가 흔하지 않았고 가격이 비싼 탓에 후문, 창고문, 화장실 등 비싼 제품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문에 간이(simple) 잠금장치로 설치하는 제품이다. 구조도 매우 간단하고 특히 가격이 비싸지 않아 요즘도 종종 쓰이는데, 문제는 이 제품이 간단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고장이 잘 나고(닫힌 상태로 고장나서 안 열림) 보안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탓에 주요 출입문에는 별로 권하지 않는다는 것.

블로그를 통해 아주 많이 강조했던 사실 하나는, 모든 잠금장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품 그 자체(lock body)가 아니라 문을 잠그고 잡아두는 스트라이커(strike)다. 잠금장치를 얼마나 안전하고 튼튼하게 잡아주느냐에 따라 실제 보안성이 제대로 효과를 내는가 하면 혹은 아무리 비싸고 좋은 제품이라 해도 스트라이커 작업이 부실하면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의 현장은 철제로 된 상가 구조의 문틀 frame인데,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문이 휘어져 위에서 아래까지 일자로 바르지 않다 보니 가운데 부분이 바깥쪽으로 휘어진 탓에 문을 닫아도 가운데가 밖으로 볼록 튀어나온다. 즉 문틀에 문이 최대한 가깝게 닿아야 잠글 수 있는데 바깥으로 휘어지다 보니 잠금 상태를 잡아주기가 쉽지 않다. 두번째로 그런 탓에 간이 나이트래치를 억지로(문과 문틀에 가깝게) 철판을 잘라 구멍을 내어 만들었는데 그 얇은 철판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찢어져 버렸다는 것. 다시 말해 문이 안 잠기는 상태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른 철판이나 부속을 갖다 붙여도 나사로 박는 정도로는 원래의 철판 강도보다 약할 수 밖에 없고, 특히 문이 밖으로 휘어진 상태라 밖으로(열리는) 힘을 받고 있어 단순 수리 정도로는 해결이 안될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바로 경첩. 현장을 가보면 상당히 많은 비율로 경첩이 빠지거나 떨어지거나 약해지거나 하는 상태인데 고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문이 안 닫히거나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잠금장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문의 열리고 닫히는 상태와 경첩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경첩 자체가 오래되어 고장났다면 같은 크기의 제품을 교체하고 단순히 나사가 헐거워지거나 빠졌다면 구멍을 메꾸면서 더 굵고 긴 나사로 단단하게 고정시켜야 한다. 우습게 보이지만 이 경첩에서 나사를 0.5mm만 당겨주어도 문을 닫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진다. 거꾸로 말하면, 경첩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라 이를 교체하고 고정하는 일은 매우 정교한 과정이라 의외로 힘들다… @.@

이미 문도 거의 망가져 있고(틈이 많이 벌어짐) 문틀에도 여러번 나사를 박고 해서 구멍이 숭숭 뚫린 탓에 쉽지 않았다. 세 개의 경첩을 하나씩 모두 제거하고 새걸로 교체 완료. 평평한 땅이라면 경첩을 아래에서 위로 진행하며 교체하고 마지막 맨 위의 것을 할 때는 문이 약간 벌어질 수 있으니(무거워서 내려앉음) 미리 문 아래에다 받쳐두고 진행해야 한다. 이번 현장은 평지가 아니다 보니 직원에게 요청해서 문을 잡아주도록 부탁해서 진행했다. 혼자 작업할 때 어려우면 문틀에다 경첩을 미리 고정하고 문 아래에 받친 상태로 나사를 두 개만 고정해도 충분하다.

나이트래치를 교체하기에는 문틀이 이미 찢어져 좀 더 안전한 데드래치를 쓰기로 했다. 게다가 문이 바깥으로 열리는 상태라(outward) 특별히 외부형으로 제작된 제품을 쓴다. 그래야 회사로부터 제대로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내부형을 뒤집어 외부형으로 쓸 수도 있지만(inward->outward) 이럴 경우 보증이 되지 않는다.

상단에 새로 구멍을 내고 데드래치를 설치한다. 외부형은 특별히 만들어진 스트라이커를 제공하는데, 이를 위해 문틀을 그라인더로 자르고 위치시킨 후 나사로 고정하면 된다. 단순히 문틀 철판에만 의지하는게 아니라 스트라이커 자체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것이라 100배 이상 더 튼튼해지는 것이다. 문이 바깥으로 휘어진 탓에 실내쪽에서 볼 때 문틀과 문 사이에 빈틈이 생기고 스트라이커 고정이 불가능해서 실내쪽 데드래치에다 2겹의 팩커(packer, 두께조절용 부속)를 썼다. 보통 한 개를 쓰는 경우도 흔하지 않은데, 이번에는 문이 너무 휘어져 6mm 정도로 높여준 것이다(종류에 따라 3mm, 5mm, 10mm 등).

이렇게 해서 세 경첩과 데드래치로, 비록 문은 낡고 부서져 가지만 당분간 문을 쓰고 잠그는데는 전혀 문제없는 상황이 되었다. *



일이 아닌 일로 한동안 좀 바빴다. 예전에 올린 글을 보면 연초에 입주한 집의 2층 욕실에 문제가 있다고 적었는데, 그래서 큰 집에 욕실이 하나 밖에 없다 보니 아주 불편한 상황이라, 지난번에 견적을 본 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1층(호주 기준 ground floor)에 있는 세탁실을 욕실 겸용으로 바꾸는 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살고 있는 집에서 수리나 공사를 하게 되면 먼지나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생기니, 기왕이면 2층은 한번에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 물론 돈도 많이 든다!

집 수리, 그러니까 이번의 경우에는 개조인데, 간단히 영어로 레노(renovation)라고 적겠다. 이 레노를 할 때의 가장 중요한 일이자 출발이 되는 지점이 바로 “견적에 맞게 사람을 구하는 일”인데, 쉽지 않았다는 것이 결론. 한인업체나 외국업체가 여럿 있지만, 브리즈번의 경우에는 시드니와 달리 인력이 훨씬 더 부족한 탓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고 우스개로 “부르는게 값”인 경우가 많다. 요즘 시세로(2024년 5월 기준) 욕실 하나에 보통 3만불, 부엌은 5만불이 보통이고, 이는 가구 및 기타 부속물(세면대 변기 등)을 제외한 순수 인건비다! 그러니 집에 욕실 3개 부엌 등을 고치려면(레노) 보통 15만불 정도를 써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속설… 게다가 이 비용은 대출이 안된다 @.@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그냥 견적 본 곳이 시간도 맞고 비용이 적당해서 진행하기로 결정. 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빌더를 중간에 두고 관리하는 역할은 빼기로 했다(대략 10% 절감). 이 역할을 아내에게 맡겨서 하려 했으나 도저히 진행도 안되고 내용도 모르니 할 수 없이 5월초부터 약 2주간 가서 직접 보고 관리하기로 결정. 그 덕분에 일이 아닌 일로 바빴고, 직업도 아예 당분간 묻어두고 그냥 시간만 보낸 듯 하다. (너무 쉬어서 일에 대한 감이 떨어지려나?)

원래 세탁실이지만 공간이 상단히 넓고 입구에 미는문(슬라이딩)이 있고 중간에 벽이 있어 그 안에는 화장실(변기)과 작은 세면대가 있는 구조인데, 집 전체에 욕실이 부족하니 거기에다 샤워 공간을 하나 넣고 세면대 위치를 옮기는 등의 작업을 하기로 했다. 세탁실로 쓰는 쪽도 구조가 너무 오래된 탓에 벽장이나 세탁조 등을 조금 손보기로 하고, 세탁실에서 출발한 공간을 전체적으로 욕실처럼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배관 작업도 추가로 필요하고 벽 전체를 타일로 두르는 일도 필요해져 전체적인 비용이 좀 오른다.

과정의 시작은 기존의 것들을 뜯어내는 일. 호주에서 주택가를 다니다 보면 가끔 볼 수 있는 쓰레기통(skip bin)을 먼저 집 앞에 가져다두는 일부터 시작이다. 직접 업체에 연락해서 예약할 수 있지만(대략 중간 크기 600불선) 이것은 작업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대략 1000불 증가… (크기에 따라 비용 다름) 집 앞이 언덕 구조라 할 수 없이 길 가에 두었는데 약 3주 정도 쓸 것으로 보인다(이미 2주 이상 경과).

공정별 업체를 직접 연락하고 일정을 짜야 하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 않다. 목수를 통해 연락처를 받고 대략적인 일정은 정리한 상태라 좀 더 수월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속 일정이 바뀌다 보니 작업자들 역시 일정이 좀 꼬인 상태. 원래 2주에서 약간 더 늘어지면 끝날 것 같았던 일정이 결국 완전히 꼬여 중간에 시드니로 와야만 했다는 사실.

기존의 벽과 바닥 타일을 모두 뜯어내고 나면 뼈대만 남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호주의 주택이란게 이처럼 나무 기둥을 세우고 서로 연결한 다음에 벽체를 만들고 거기에 석고보드(유명한 지프락, gyprock 이건 브랜드명임)를 붙이면 방이나 욕실 등의 공간이 완성된다. 정말 낡은 집이나 벽을 들어낸 뼈대, 혹은 무너져가는 집을 보면 호주에서의 주택이 비싸다는게 참 허무하다. 이런 나무 구조에 판자 붙인게 집이라니… (잡초가 우거진 언덕이나 벌판에 집을 짓기로 하고 개발하는걸 보면 더 허무함, 이런 벌판이 수백만불이 된다니 @.@)

기본 뼈대를 남기고 모두 걷어내고 다면 다음으로는 내부에 들어가는 일들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전기 스위치 등의 위치를 변경하기 위한 배선 작업, 혹은 새로운 위치에 세면대나 욕실 등을 만들기 위한 배관 작업(배관공, 플러머 plumber)이다. 이런 작업을 마치고 나면 다시 빌더나 목수가 새로운 재료를 붙여 벽을 만든다.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일반 실내는 석고 보드이고 욕실 등에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콘크리트 보드를 쓴다고…

이 과정에서 여러 공정의 일을 살펴보았지만, 호주에서 역시 가장 좋은(!) 직업은 플러머다. 투자 시간 대비 보수가 가장 좋고, 재료비도 많지 들지 않는다. 단점은 힘을 쓰는 노동이 많다는 것. 전기와 목공은 혼자서 하지 못하고 일을 나눠서 하거나 함께 해야 하는 과정이라 추가 인건비가 들고 시간도 제법 걸린다. 배선 등을 하는 전기와 달리 목공의 경우는 벽을 붙이고 틈을 메꾸는 등의 세세한 작업까지 해야 해서 생각 외로 오래 걸린다.

이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면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한(?) 욕실이 완성된다. 다음 단계는 타일러 tiler의 일이다. *

호주에 10여년을 살았지만 초기를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이사를 하지도 않았고 살면서 큰 쓰레기를 버릴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대부분은 1년에 두번 정도 있는 무료(!) 수거일에 맞춰 쓰레기를 버려왔기에 지난번 이사 과정에서 침대 등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매우 당황했었다. 당연히, 돈을 주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쓰레기를 버리면서도 돈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 너무 열받고 아까워서 여기저기를 고민하다 결국 좋은 해결책을 찾았다.

한인 사회에도 있고 외국 업체에도 있는 “대형 폐기물 수거 대행 업체”는 솔직히 말하면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장점이라면 (미리 예약할 경우) 언제든지 날짜에 맞춰 와서 직접 쓰레기를 가져간다는 것, 손 하나 댈 필요 없이 사람을 써서 쓰레기를 버릴 수 있으니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업체와 쓰레기의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난번과 같이 침대 1개, 매트리스 1개, 책장 1개 정도로 버릴 경우 저렴하게는 300불 정도, 비싼 곳은 400불대 중반을 불렀다. 두 사람이 와서 약 30분 정도 짐을 실어가고 또 폐기물을 버리는 비용을 감안하면 아주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쓰레기 버리는 것에 드는 비용”치고는 꽤 높은 편이다.

거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유료 쓰레기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지난번 동네는 혼스비 Hornsby 카운슬 소속이라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 보았다. 답변은 “가능하다”는 것.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공무원이나 직원이 하는게 아니라 관련 업체에 “외주”를 주는 일이라 해당 업체 연락처를 알려준다. 업체에 직접 연락해보니 원하는 날짜가 아니라 업체에서 가능한 날짜를 알려준다. 자 이럴 경우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4월 1일에 이사를 나가야 하면 그 전에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업체에서는 4월 5일에 수거 가능하다면 이사를 나오면서 쓰레기를 남겨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4월 1일에 이사를 나온다면 적어도 한달 정도 전에 연락을 해서 적당한 날짜를 미리 확인 후 예약을 해야 한다. 대형 폐기물은 내가 원하는 위치에 내놓을 수 있고(길거리 수거) 그 위치를 알려주면 계약을 맺은 하청 업체(카운슬 대행 업체)가 새벽에 와서 가져간다. 단, 반드시 지정된 날짜 전날 밤에만 내놓아야 하고, 그 전에 내놓으면 벌금을 물게 되니 주의할 것.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이사 과정에서 위와 같은 대형 폐기물을 호주 살이 처음으로 돈을 내고 버렸는데(큰 집으로 가면 안 버렸을 것임) 내 경우는 이웃 지인께 폐기물을 잠기 맡겨두었다가(뒷마당) 수거일 전날밤에 재방문해서 길에다 내놓는 식으로 처리했다. 다른 지인이 두번이나 도와준 덕분에 인건비를 아낄 수 있었고 저렴하게 처리가 가능했지만 사실 두 사람이 두 번이나 움직인 것을 생각하면 크게 저렴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미리 예약을 하고 준비했다면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다음부터는 필요하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업체들이 3-400불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카운슬 계약 업체를 통해 71.50이 들었다. 1/3도 안되는 비용에 쓰레기를 버리니, 물론 70불이라도 돈 주고 버리는 것은 아깝지만 어차피 해결해야 할 일이니(무료 증정이나 판매가 안된다면) 이 방법이 가장 좋을 듯 싶다. 카드 결제 가능… *

이사 후 여러 가지를 손 봤고 큰 작업은 대부분 마무리 했지만 여전히 작은 여러 일들이 남아 있어 시간이 되는대로 하나씩 손을 보는 중이다. 그 중 하나가 현관문의 녹슨 경첩을 교체하는 일. 경첩 hinge은 문을 열고 닫을 때 문제없이 동작하게 해주는 중요한 부품이지만, 보기와 달리 매우 예민하고 미세한 작업이라 약간의 위치나 크기 등 차이만 생겨도 문이 서로 닿거나 부딪히거나 제대로 열고 닫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먼저 기존에 달린 경첩의 크기를 확인해야 한다. 이 경우는 100-75에 두께는 1.6mm 제품이다. 더 잘 해보겠다고 큰 제품을 사거나 좋은 제품을 살 필요가 없는 것이, 경첩의 크기가 달라지면 그만큼 끌로 파내야 하는 작업이 생기고, 하다 못해 무거운 문을 지탱하기 위해 더 두꺼운(2mm) 제품을 사기만 해도 작업이 완전히 달라진다. 두꺼운 경첩은 중간 부분이 두꺼워 고정 위치를 다르게 해서 달아야 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것을 찾지 말고, 가급적 완전히 똑같은 규격(크기 두께)의 제품을 구입하자.

보통의 문은 최소 2개(아래 위)나 3개(상 중 하)의 경첩이 달려 있고 아주 크고 무거운 문은 4개까지 달려있기도 한데, 문의 무게와 크기에 따라 경첩의 크기와 규격, 품질도 달라지니 참고하기 바란다. 싸구려 제품을 쓰면 쉽게 늘어나거나 해서 문이 내려앉기도 하니 싸구려 보다는 적당한 품질의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경첩을 교체할 때는 아래에서부터 하나씩 하면 된다. 무거운 문은 윗부분이 가장 힘을 많이 받으니 한번에 분리하면 자칫 문이 내려앉거나 혼자서 작업이 어려워지기도 하므로 새 제품을 테스트하는 셈 치고 맨 아래 것을 교체해본 후에 문제가 없으면 하나씩 위로 올라가면 좋을 듯 싶다.

문을 완전히(활짝) 열면 경첩의 나사 고정 부분이 보인다. 오래된 것은 나사를 풀기도 어렵게 고착되었을 수 있으니 임팩트 impact 드라이버 등으로 나사를 풀면 된다. 양쪽 모두 풀고 경첩을 떼어낸 후 새 제품을 같은 위치에 넣고 나사를 고정하면 된다. 이 때 기존 것이 너무 길고 굵은 나사를 썼으면 구멍에 꼬치 구이용 나무를 끼우면 헐거워짐을 방지할 수 있다. 힘을 많이 받는 문에는 짧은 나사를 쓰지 말고 어느 정도 길이의 나사를 써야 한다. 너무 긴 나사를 쓰면 문틀로 삐져나올 수도 있고 너무 굵은 나사는 경첩에 딱 들어맞지 않아 머리가 튀어나오는 상황이 생기는데 문이 제대로 안 닫히는 수도 있으니 길이와 머리 굵기를 잘 살펴가며 선택한다.

하나를 부착하고 나면 문을 열고 닫아서 제대로 동작하는지 본 후에 위로 하나씩 이동하며 똑같이 교체하면 된다. 문이 무거울 경우 맨 위의 경첩을 떼면 약간 내려앉거나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 때에는 다른 사람이 문을 밀어주거나(잡고 있는 상태) 경첩을 떼기 전에 문 끝 쪽 하단에 플라이어나 드라이버 등을 받쳐주고 경첩을 떼면 좀 더 내려앉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경첩을 새로 붙일 때 나사를 하나만 박아도 제자리로 위치되므로 그 때까지만 잘 잡아주면 된다.

경첩을 오래 쓰면 녹이 슬어 소리가 많이 나거나 중간 부분이 내려앉으며 분리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 정도까지 아니더라도 녹슬기 시작하면 교체하는게 좋다. 경첩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현관문은 분리가 불가능한 고정핀(fixed pin)을 쓰고 방문 등은 분리형(loose pin)을 써도 된다. 이는 문을 들어서 핀을 뽑아 분해가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른 것으로, 보안을 위해서는 외부 문(현관)에는 보통 고정핀을 쓰는 것이 좋다. 또한 문을 놓으면 자동으로 미끄러지듯 닫히는 경첩도 있고 나무문용이 아니라 알미늄 문에 쓰는 것도 있지만, 쉬운 작업을 위해서는 가급적 현재 달려 있는 것을 뗀 후 같은 종류로 바꾸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

지난번 글에 이어서 정원 관리에 대한 두번째 이야기다. 작은 집에 살 때는 별로 필요가 없거나 크게 신경쓸 일이 없지만 정원이 넓어지거나 집 주위에 나무가 많아지만, 특히 여름같이 풀과 나무가 잘 자라는 계절에는 거의 매주, 늦어도 2주에 한번은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집을 사고 벌써 6개월 가까이가 되어 그 동안 딱 두번(집 사고 나서, 중간에 한번) 관리를 했는데,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터라 전혀(!) 관리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https://blog.naver.com/lupin2/223268702633

처음에는 지인의 소개로 정원 관리를 위한 사람을 고용했다. 한국인이라면 조금은 더 저렴하면서도 꼼꼼하게 일을 해주기 때문에(내 경우도 마찬가지, 저렴하지만 꼼꼼하게!) 기대를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더이상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고 포기하고 지내다, 하이페이지 hipages에 구인 광고를 여러번 내어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작업 시간과 비용도 제각각인데다 어떤 경우는 집 전체의 가치지기(hedging)에 거의 1500불 이상을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집 근처의 한 사람을 고용해서 몇 시간만 시켜봤지만, 결과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도 않고… 역시 일이란 것은, 전문가다운 마음과 실제 실력을 갖고 일하는 사람을 써야만 하고, 다만 그에 대한 비용을 합리적으로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는 비용이 너무 쎄고…

최종 결론은, 장비를 사서 직접 정리하기로 했다. 먼저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상태의 집 주위 화단과 나무들 상태.

지난번에 이미 헤지 트리머 hedge trimmer는 구입을 했지만 이것의 단점이라면 길이가 짧아 낮은 나무에만 가능하다는 것. 집에 높은 나무가 있으면 손을 쓸 수가 없다. 사다리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또한 잔디를 자르기 위해서 장비를 고민했으나 무선(cordless) 잔디 기계는 그다지 평이 좋지 않고 잔디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아 유선용 최저가 제품을 그냥 사기로 결정. 그래서 기존의 헤지 트리머에 유선 잔디 기계(lawn mower), 길이가 긴 폴 헤지 트리머(pole hedge trimmer, 장대 가지 치기 기계?)를 갖추고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브리즈번에는 재고가 없어 지난번 시드니에서 구입해서 직접 가져갔다는 후문.

폴 헤지는 앞부분이 앞 90도 뒤 90도까지 해서 180도로 꺾이고 모두 7단계로 각도를 조절하며 쓸 수 있는 장비다. 단점이라면 무게가 꽤나 무겁고(팔 근육 떨림 @.@) 장점이라면 높은 곳 먼 곳, 나무의 상단도 사다리 없이 앞부분을 꺾어 쓰면 보다 쉽게 작업이 가능하다. 아래 사진들은 작업 후의 결과물.

잔디의 경우도 집 앞 먼 곳은 원래 카운슬(council, 동사무소나 구청 정도의 관할 기관)에서 관리해주는 것이지만 너무 대충 깎아놓고 쓰레기까지 내버려두고 가서 그냥 긴 연장선(25미터 2개 연결 @.@)을 사서 한번에 다 해버렸다.

마당 안쪽의 잡초는 일일이 손으로 다 뽑았고(인간 승리!) 한쪽에는 잡초라기 보다는 잔디가 자라기 시작해서 손으로 뽑기 어려워 결국 그냥 라인 트리머(line trimmer, 제초기)를 써서 날렸다. 마무리는 제초제. 다음에도 계속 잡초를 뽑고 정리하고 제초제를 치다 보면 좀 더 깔끔해질 듯.

집 왼쪽의 길가 담장을 따라 나무들이 많이 자랐지만 역시 폴 헤지를 이용해서 나름대로는 다듬고, 수영장 뒷쪽으로 난 나무들도 대략 정리를 해서 완벽은 아니지만 훨씬 더 보기좋게 정리 완료. 한번에 다하기에는 너무 덥고 힘들어서 집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하루에 조금씩 해서 마무리를 했으니, 다음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 조금씩 해도 훨씬 수월할 듯.

눈으로 보기에 좋은 것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아니면 돈을 쓰든지… 정원 관리 역시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직접 해보면 (물론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또 할만한 일이다. 라인 트리머를 시작으로 헤지, 폴 헤지, 잔디기를 산데다, 아마도 다음에는 굵은 나무 가지를 자르기 위해 폴 쏘, 전기 톱이 필요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