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났다.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등, 모두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물가 안정이 이루어지며(예전에 비해서는 이미 올랐지만 작년 대비 상승폭은 줄어들고 있음) 금리 인하를 논하거나 이미 진행한 것과 달리, 호주는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율을 보이며(4%) 다음 RBA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다. @.@

1백만불을 빌린 사람에게 있어 연간 1%의 금리 인상은 대략 1만불, 월 800불이 조금 넘는 부담이 추가된다. 보통 0.25% 정도의 금리 조절이 있으니 이는 월 200불 정도의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최근과 같이 물가 상승이 이루어지고 이미 높은 금리의 이자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월 200불은 결코 우습게 볼 금액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직장을 다니든 사업을 하든, 새로운 지출이 발생했다고 해서 그만큼의 새로운 수입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에 단 10불이라도 추가 지출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4월부터 이어지는 겨울철은(기온에 따른 겨울은 보통 6-8월) 전통적인 부동산 비수기다. 계절로 볼 때에도 추워서 이동이 많지 않고 자녀들의 학기, 직장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보더라도 이동이 많지 않은데다 회계연도가 6월 결산인 호주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보편적이라 모든 조건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는 움츠러든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던 듯 하다. 매번 올렸던 코어로직 데이터를 보더라도, 시드니와 멜번을 제외한 다른 세 곳의 도시에서는 꾸준한 상승이 이루어졌고, 솔직히 불황이거나 침체기일 때가 매수자에게는 오히려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공격적으로 활용한(?) 덕분일지, 시세는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꼭 2032 올림픽 뿐 아니더라도 기후와 가능성 등을 놓고 볼 때 이미 브리즈번은 호주인들에게 아니 전세계인들에게 있어서 주목받는 투자처가 되어 버렸다. 날씨가 따뜻하고 유명 관광지가 있는 골드코스트는 말할 것 없고 브리즈번은 여전히 저렴한(!) 가격 덕분에 꾸준한 이주와 투자가 밀려드는 듯 하다. 실제로, 브리즈번을 다녀보면 시드니에 비해서 훨씬 쾌적한 도로 상황이나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인근 주택이 제법 고가에 팔렸다. 지난 해에만 해도 2백만에 근접한 가격은 엄청나게 파격적인 시세였는데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오르는 가격을 보니, 조금 큰 집(방 4개 이상)은 보통 1.5 작은 집(방 3개)은 90만 정도에서 시작하는 것이 요즘 시세가 되어 버려, 집이 크고 내부 시설도 잘 된 곳은 우습게 1.8-2백만을 찍는 현실이다. 아래의 집은 흥미로운 광고까지 했는데, 이게 실 구매자의 요청인지 부동산 중개인이 매물을 얻기 위한 홍보인지, 아니면 집을 실제로 팔기 전 홍보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 집이 1.8백만에 팔렸다는 사실 자체는 솔직히 놀라운 사실이다.

이 집의 특징이라면 큰 길에서 두 블럭 정도 벗어난 안쪽에 위치한다는 것, 그 덕분에 땅 값이 조금 더 비싸다는 외에는 아무런 장점이 없어 보인다. 수영장이 없고 집 내부의 시설은 오래된 상태이고, 욕실과 부엌은 조금 손을 봤다해도 완전 신형은 아니다. 그럼에도 조용한 곳에 위치한 조금 넓은 집이라는 장점 만으로 이렇게 비싼 가격을 받았다는 것이 요즘 브리즈번 부동산 시장을 잘 보여주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겨울철에 이 가격이라니…

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브리즈번에 대한 투자를 이야기하곤 한다. 조금은 늦은 감이 있어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실제 이주를 해서 거주하고자 한다면 적극 환영하는 의사를 표한다. 가장 단적인 이유는 바로 “따뜻하기” 때문에. 다른 글에서 설명하겠지만, 여름에 그만큼 덥지 않냐고 하는데, 더우면 에어컨을 틀거나 쉬면 된다. 그 비용은 태양열로 보충이 되기에 충분하고. 게다가 조금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덜 받다 보니 시드니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나은 환경이라는 것. 물론 실제 이주할 사람은 없지만.

결론. 회계연도 결산을 며칠 앞둔 2024년 겨울 부동산 시장은 예전에 비해서 훨씬 더 뜨거웠다. 날씨는 많이 춥고 힘든 계절이지만, 소비자 경기는 많이 침체되어 어느 때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호주 생활이지만, 적어도 부동산은 많이 뜨거웠고 이민 억제 등이 실질 효과를 낼 때까지 한동안은 이어질 듯 싶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시장이라지만, 적어도 결과적으로 볼 때 시장은 그랬다는 것이다. 집을 사는 일은 점점 더 어려운 현실이 되어간다. *

알게 모르게 불황이 생활 속에 파고들어 어려운 요즘, 단순히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에서 오는 것 뿐 아닌, 현실에서의 소비 감소는 연쇄적인 효과를 만들어 호주에서 느끼는 체감 불황은 지속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금리 및 임금 인상과 이에 따른 물가 인상은 여전하지만, 기업들의 서비스 및 물품의 가격 인상도 이미 진행형이지만, 일부 제품들의 경우에는 “회계연도 결산”이라는 이유로 대폭 할인을 하고 있으며, 예를 들어 거래하던 업체의 물품 가격도 몇년 사이에 본 적 없는 과거의 가격으로 대폭 할인을 하고 있으니, 이는 불황임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호주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업체인 버닝스 Bunnings는 원래 가격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회계연도 결산을 맞아 각종 공구들을 할인 판매한데 이어 마지막 며칠을 앞두고 추가 할인까지 진행중이다. 아래의 제품은 지난번에(작년) 600불대 후반에 구매했던 디월트 최신형 드릴 및 임팩트 키트로, 일반적 할인 판매를 할 경우 500불대 초반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500불 이하, 파워패스 할인을 이용하면 479불에 구매가 가능한데 이어, 추가로 상품권까지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하나더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행사다.

이 제품 뿐 아니라 이번 회계연도 결산에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대폭 할인한 가격으로 나와 있으며, 여전히 미 달러 대비 호주 달러는 가치가 낮지만, 버닝스에서는 이런 할인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전체적인 매출 부진 및 판매 장려를 위한 각 업체 그리고 유통 업체이 버닝스의 협업이라 할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 불황인 호주의 현실 경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이런 기회가 있으면 소비자는 늘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똑같은 제품을 거의 200불이나 더 주고(1년 전에 664불에 구입) 산 입장에서 매우 부러운 행사가 아닐 수 없다. *

지난번에 이어 세탁실 laundry을 욕실 겸용 bathroom으로 바꾸는 이야기의 두번째 내용이다. 잠시 정리를 하자면, (아무런 이상이 없는) 세탁실이지만 집 전체 크기에 비해 욕실이 부족한 듯(?)하여 샤워실을 하나 만들어 넣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단순히 개조가 아니라 전체를 뜯어내고 새로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은, 먼저 (1) 전체 벽과 천정, 구조물을 뜯어내고 (2) 벽 속에 들어가는 전기 배선, 상하수도 배관 등의 작업을 마무리하고 (3) 벽과 천정을 새로 붙이고 (지난번까지의 이야기) (4) 타일을 붙이고 (5) 전기 배관 등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6) 샤워기 등의 각종 액세서리를 붙이는 일이다. 물론 후반 작업에는 벤치탑이나 세면대(vanity), 보관한 storage 등의 가구 부착 과정도 포함된다.

타일은, 집을 개조하거나 바꾸는데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아무리 다른 부분을 잘 만들고 깔끔하게 하더라도 대부분의 벽과 바닥이 타일로 이루어져 있어(욕실의 경우) 이걸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바닥 배수 공사 등이 충분히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기술적 측면도 있기에 타일 작업은 전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그리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일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우리는, 먼저 아내가 인터넷을 통해 근처 업체를 찾은 후 세일(!) 품목 중에서 마음에 드는 색과 디자인을 골랐으며(요즘 추세에 따른 색과 디자인) 배송을 받아 창고에 보관했다. 타일 업체는 미리 소개 받았었고, 타일 붙이기 전의 바닥을 다지는 작업, 방수, 타일부착 등의 일정에 따라 기본 작업이 대략 5일(일주일) 걸렸으며 타일 줄눈 및 천정 실리콘 마무리 등에 하루이틀,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의 재작업에 또 며칠 해서, 전체적으로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 듯 하다.

이렇게 타일을 붙이고 나면 전체적인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거의 완공된 듯한 느낌이 나고, 지금이라도 바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는 아직 필요한 일들이 많다. 외부가 거의 마무리 되었으니 배관 및 전기 등의 마무리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전등 스위치 등의 처리, 세면대 아래에 들어갈 전원 콘센트(power outlet), 욕실 천정에 부착할 환풍기 겸용 히터(3 in 1) 등을 처리한다

배관 업체의 경우에는 변기를 부착하고 세탁조(bench top)를 연결하고 벽에 샤워기(혹은 키트)를 부착하는데, 물론 이 전에 기본 가구의 부착이 필요하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세면대, 세탁조, 거울장 등은 소개를 받아서 업체에 주문한 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는 가격이 많이 비싸고 다들 바쁜 시기라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그 덕분에 최초 2주 정도의 계획을 잡고 진행한 일은 가구 제작에 필요한 시간을 맞추느라 잠시 쉬었다가 재개하며 전체적으로 약 한달 정도 걸려 마칠 수 있었고, 창고에서 꺼내둔 짐을 쌓아두고 세탁실 및 세탁기를 쓰지 못하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졌다.

진행 과정의 세세한 이야기는 따로 적을 수도 있지만 생략하고, 가구를 뭍이고 배관 및 전기를 붙인 후에는 나머지 필요한 액세서리를 붙이는 것으로 전체 과정이 마무리 된다. 여기에는 샤워를 위한 유리 부착 및 변기 앞의 휴지 걸이, 옷걸이나 수건 걸이 등이 포함되는데, 내 경우는 특정 업체나 품질을 딱히 가리지 않고 적당한 디자인과 색(검정), 그리고 구입이 용이한 곳을 찾아서 그냥 마구잡이로 선택했다. 어차피 대부분의 제품들이 중국산이라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 배송이 오래 걸리거나 재고를 확인해야 하거나, 혹은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너무 비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복잡해지는 것을 배제하고, 그냥 이베이, 혹은 인터넷 업체 등을 통해 주문하고 재료를 확보한 후 진행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변기를 구매한다치면, 물내려가는 방식, 디자인(모양), 배수관의 위치나 규격 등에 따라 다양한 제품들이 있는데, 적게는 3-400불에서부터 수천불에 이르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목적이 “최고 좋은 비싼” 욕실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기존 세탁실을 개조해서 샤워실 겸용으로 만드는 “실험”이었기에 비싼 제품도 필요가 없었고 화려한 디자인이나 기능이 필요하지도 않아 적당한 가격대의 적당한 제품으로 구매하거나 주문해서 진행한 것이다. 가구를 제외한 재료들은 대략 4천불 정도가 들었고, 여기에는 변기 샤워기셋트 세탁조수전 세면대수전 샤워용유리 등이 포함된다.

샤워용 유리의 경우에는 한 가지 설명을 덧붙여야겠다. 최근 추세(?)에 따라 보기 좋게 하려고 크기에 맞는(900-900으로 결정, 문이 있어 크기를 늘릴 수 없음)프레임리스로 선택하여 설치를 했으나 유리문 하단 및 이음새 부분으로 물이 새는 현상이 있어(작업자의 실수보다는 구조적 한계) 떼고 다시 세미프레임리스 방식을 재구입하여 재작업을 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생각지 않았던 비용의 손실이 발생했고 “경험”을 통한(실제로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세미프레임리스도 그다지 디자인 면에서 나쁘지 않고 오히려 깔끔한 느낌이 나니 굳이 틀이 없는 프레임리스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작업비 추가, 유리 중고 떨이 판매로 손해 발생).

약 한달 정도 걸린 세탁실->세탁 욕실 겸용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나니, 집에 거주하면서 공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할 수 있었고,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편함 및 작업자들과의 시간 조절 등 직간접적인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발생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일은 잘 한 듯 하다. 먼저 집을 개조한 것이라 투자 대비 실질적 효과가 분명히 있고, 집의 가치를 높이는 일종의 “투자”라서 비용을 쓴만큼의 가치가 그대로 집에 남아있으니 단순 지출이 아닌 저축 효과를 얻은 셈이고, 부족한 욕실을 하나 더 만들고 각종 선반 등의 보관 장소도 조금 더 여유가 생겨 실생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지출한 비용에 있어서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

처음 견적을 받은 업체로부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종 작업자 및 업체를 직접 연락하고 관리하기로 약속하고 진행해서 구체적 업무 내용을 모르는 입장에서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전체 비용을 약 10% 정도 낮출 수 있는데다 과정을 통해 조금 배울 수 있는 경험적인 측면도 있어 이 방식도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어려움은 분명 있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아예 빌더나 책임자에게 맡기는 방식이 더 나을수도.

이제 인터넷에 뜬 집 소개 정보에 욕실을 하나더 추가(!) 해서 수정 요청하고 그것이 반영되어 새로운 집으로 탄생했다. 앞으로 남은 작업들도 있는데, 언제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비용적인 측면을 감당할 수 있다면 하나씩 바꿔가는 재미랄까, 가치도 충분한 레노베이션 후기였다. *



디월트에서 나온 소형 청소기 DCV501LN 제품이 현재 회계연도 마감을 맞아 대폭의 할인 판매중이라 소개해본다. 개인적으로는 디월트 중형 청소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제품의 문제는 생각보다 흡입력이 좋지 않은데다 크기가 너무 커서 소규모 작업에 쓰기에는 너무 부담된다는 것이다. 차에 싣고 다니면 웬만한 공구 상자 하나 정도 부피를 차지해 휴대성이 많이 떨어져 고민하던 차에, 디월트의 소형 청소기 판매가가 떨어진 것을 보고 구매해 보았다.

요즘 가정에서는 대부분 스틱형 청소기가 유행으로, LG나 다이슨 등에서 나오는 제품이 인기가 있고, 지난번에 대륙의 실수라는 샤오미 스틱 청소기도 사보았지만 의외로 고장이 잘 나고(내부 흡입 덮개 찢어짐, 흡입력 저하 등) 기대만큼 성능이 좋지 않아(가격은 비쌈) 실망하던 차에, 이런 작업용 청소기는 예전에 유행하던 소형 청소기라 작업 뿐 아니라 가정에서 쓰기에도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제품의 특징이라면 디월트 제품을 보유한 이들에게는 언제든지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다는 것, 언제든 충전 및 이용이 가능해서 가정용과 달리 오래 썼을 때 배터리의 성능 저하 등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겠다. 게다가 작업용으로 나온 제품답지 않게 다양한 부속들을 갖추고 있어 바닥용 헤드와 솔, 긴 연결봉 등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다. 마지막에 청소기 휴대용 가방까지 제공되어 모든 점에서 간단히 사용 가능한 작업용 청소기로는 딱 좋다는 생각이다.

배터리의 성능에 따라 흡입력도 달라지니 5A 이상의 배터리를 쓰면 상당히 쓸만한 도구가 되고, 만약 낮은 용량이나 이니 소모된 배터리를 쓰면 당연히 흡입력에서도 차이를 보이니 이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용은 켜고 끄는 스위치 하나 뿐이고 그 위쪽에 있는 잠금 버튼은 앞부분의 오물받이를 분리하는 역할을 하므로 달리 복잡한 기능도 없다. 단순하면서 무난하게 쓰는 용도로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제품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청소 후 바로 오물 제거”를 하지 않으면 흡입구 쪽에서 내부의 오물이 쏟아진다는 것. 일반적인 청소기들이 흡입 후 필터나 덮개 등을 이용해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그런 기능은 없다. 뻥 뚫린 흡입구를 통해 오물이 쏟아질 수 있으니 작업 후에는 반드시 바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 필터는 그 자체를 다른 청소기(가정용 등)를 이용해 청소할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관리하면 좀 더 청결하게 유지가 가능하다.

약 200불 정도의 제품을 현재 159불에 팔고 있으니 관심있게 지켜본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일 듯. 참고로 애프터페이를 이용해 구입하면 두달간 40불씩 4회로 나누어 구입이 가능하다. *

현관문의 손잡이가 부러졌다는 고객의 연락을 받고 방문했다.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소개한 모티스 mortice 잠금 장치는 별도의 손잡이가 필요한데, 호주에서는 이 손잡이 종류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하드웨어 전문점을 가도 따로 파는 것이 거의 없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지만, 의외로 고객들을 방문하면 오래된 집에서 모티스에 손잡이를 연결해서 쓰는 일이 많아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락우드 lockwood에서 전용 모티스에 연결해서 쓰는 손잡이 제품을 팔고 있으며 이것이 대부분의 잠금 장치에 쓰이는 규격이어서 맞는 경우가 있다.

이 고객의 경우에도 쓸 수 있어서 교체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실내쪽 손잡이가 부러진 것이었는데, 그 원인은 “문을 열고 닫기 어렵다”는 것. 현장에서 직접 확인을 해보니 문 상단이 5미리 이상 닿는 느낌이고 하단(바닥)도 닿고 문이 잠기는 가운데 부분도 닿아서 잘 닫히지 않는다. 이렇게 뻑뻑한 문을 억지로 열고 닫고 하면서 손잡이의 연결 부위에 무리하게 힘이 가해져 부러진 것이다. 일반적인 잠금 장치 교체 작업이라면 진행 전에 문을 잘 닫히도록 손보는 것이 먼저이겠으나, 손잡이가 문제인 경우는 관계가 없어 먼저 손잡이 교체를 완료.

다음은 왜 문이 닿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지난번에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바로 경첩의 상태다. 경첩이 오래되면 문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 최소한 2mm 정도 움직이게 되고, 예를 들어 3개의 경첩이 있는데 맨 위의 것만 조금 움직여도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거나 많이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게 우선인 것이다. 양문 구조라 반대편을 살펴보아도 반대편에는 문제가 없어 보여 일단 자주 쓰는 한쪽 문의 경첩을 모두 교체해 보기로 했다. 많이 기울어져 있고 경첩이 낡아 거의 분해될 정도의 수준이니 교체하는게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상태. 급하게 고객이 사온 제품을 이용해서 교체를 시도. 경첩 교체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틈에 0.5mm 정도만 오차가 생겨도 실제로 문을 닫는 과정에서 제법 큰 오차가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확인하며(최대한 못을 밀어붙여 원래 자리에 맞게 위치시켜야 하는) 진행해야 한다.

3개의 경첩을 모두 교체하고 나서 문을 닫아보니? 나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문이 하나도 닿지 않는다! 즉 경첩이 눈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 많이 늘어지고 뒤틀려서 문이 아주 많이 닿았던 것. 다행히 문이 잘 닫히고 문제가 없어 더이상 손잡이가 부러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비록 경첩에 수명이 있다 해도 최소 5년 이상은 아무런 문제 없이 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원인을 찾았기에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좀 더 쉽게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매우 만족해하는 고객을 뒤로 하고 작업 종료. *



가족들을 모두 보내고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된 후의 현실이라면 일이 있을 때 일을 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별로 할 일이 없는, 집안 일이나 가족들에 대해 신경쓸 일이 없는 타의적 여유로움이지만, 몸이 아프거나 하면 문제가 생긴다. 남은 레노베이션을 마무리 하기 위해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갈 예정이던 며칠 전,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다녔던 탓인지 생애 두번째로 코로나에 걸려 버렸다.

원인은 모른다. 그 며칠 사이에 사람들이 많은 환경(쇼핑센터 등)에 다니며 일을 봤던 탓일 수도 있겠고 오랜만의 검진을 위해 치과를 방문했는데 입을 헹구는 과정에서 아주 심하게 역겨운 냄새가 났던 시설 탓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오후, 몸이 너무 피곤하고 쑤시는 듯한 통증이 생겨 일찍 쉬었고 다음날도 여전히 열이 나서 몸살 감기 증세가 있어 혹시나 하고 검사를 해보았더니 코로나 양성… @.@

그 덕분에 이틀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었고 집으로 가려던 계획도 며칠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하고 다니고 있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는 하루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니 그동안 코비드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것일까?

유난히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과 달리 호주 시드니의 겨울은 상당히 쌀쌀하다. 조금은 이른 6월에 한 겨울 날씨가 닥쳐 영상 2도까지 떨어지는 날도 있었고 다음주까지도 차가운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 보일러를 틀어 공기를 데우는 한국과 달리 히터 외에 실내 기온을 올리는 시설이 없는 호주는 밤에 전기장판을 켜는 외에 별다른 난방 대책이 없으며 특히 쉐어를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마음대로 히터를 쓸 수도 없어 예전보다 좀 더 추운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건강이 최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분명해지는 삶의 교훈이다. *

가끔씩 가던 유닛 단지에 들러 몇 가지 일을 했다. 옥상, roof top으로 나가는 문에 기본적인 잠금 장치(손잡이)가 달려 있는데 외부인이 장난을 쳐서 지난번에 철판으로 막았고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도어 클로저도 설치했으며 이번에는 아예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연락이다. 공동 주택의 경우 이렇게 공동으로 관리하거나 이용하는 문은 보통 한쪽에서는 언제든지 출입이 가능하고(보통 주차장의 안쪽, 혹은 계단의 안쪽) 반대편에서는 반드시 열쇠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외부인이 장난을 쳐서 철판으로 막아둔 탓에, 일단 열쇠를 이용해서 문을 열 수가 없으면 나로서도 달리 문을 열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다. 편법이 불가능하다는 뜻. 할 수 없이 오랜만에 그라인더를 들고 손잡이를 잘랐다. 단순히 열쇠 구멍에 녹이 슬거나 해서 고장이라면 좀 더 간단한 방법을 써볼 수 있겠지만 수십년 된 제품인데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하나씩 해보기에는 시간도 걸리고 해서 그냥 절반을 자르기로 했다. 그 이유는, 외부에 헛도는 부품을 끼워두어 강제로 문을 열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는 드릴 비트 하나도 쓸 수 없는 상태라 손잡이 전체를 완전히 뜯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참 걸려 손잡이를 절반으로 가르고 부품을 조금씩 떼어낸 후 문을 열었다. 다행히 내부 스핀들(spindle)은 돌아가는 상태라 아마도 열쇠를 돌리면 함께 돌아가는 부품쪽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뜯은데다 너무 오래된 제품 및 부품들이라 어차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대로 진행했다.

새로운 손잡이는 호주의 소방법 등에도 맞고 열쇠로만 열 수 있으며 열쇠가 없더라도 손잡이가 아래로 움직이는 클러칭 clutching 방식이다. 이는 문이 잠겨있을 때 손잡이가 고정되어 누군가 강한 힘으로 아래쪽으로 내리면 꺾이면서 부러지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다. 강제로 내린다 해서 문이 열리지는 않지만 고장날 수 있으니 아예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손잡이는 항상 움직이게 해둔 것이다.

제품은 교체를 했지만 문에는 여전히 철판이 달려 있어서 열쇠가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는 문을 열 수가 없다. 물론 그라인더로 자르거나 하면 가능하겠지만 침입자들은 보통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나 장비를 이용한 시도는 하지 않으므로 이 정도면 충분히 안전한 상태다.

일반적인 문에는 60-70mm의 백셋 backset, 즉 문 모서리부터 손잡이 중심까지의 거리를 이용하지만 이와 같이 오래된 현장에는 127mm의 확장 래치가 쓰이기도 한다. 이것 역시 쉽게 문을 열거나 할 수 없도록 나름대로 보안성을 생각한 구성인데, 교체나 변경을 하는 입장에서는 확장 래치를 써야 해서 다양한 부품을 미리 준비해서 다니는 것이 좋다.

손잡이 제품의 종류에 따라 구멍 크기 및 작업 환경이 달라 드릴을 이용해 작업한 후 조립을 마쳤다. 안팎의 나사를 너무 세게 조으면 손잡이를 내렸다 다시 올라가는 반동이 약해져(나사가 본체를 강하게 누르게 됨) 이럴 경우 조립용 나사를 약간 풀어주어야 한다. 래치가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는 원인은 이런 본체 조립 나사, 혹은 래치 구멍의 수평 여부, 손잡이 본체를 끼우는 구멍의 크기 등이다.

작업을 마친 후 추가로 두 집의 인터폰도 함께 교체하고 확인 후 종료… *

아파트라면 지붕이란게 없으니(혹은 옥상) 따로 청소할 일이 없겠지만, 호주의 많은 주택에서는 주기적으로 지붕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특히 집 근처에 큰 나무가 있거나 새들이 많다면 지붕에 낙엽이 쌓이고 배설물이 남겨져 더러워지는 것은 물론 바람 비 등으로 손상이 생기고 혹시라도 빗물이 새거나 하면 주택 전체에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렌트를 살던 집에서는 거의 10년 동안 주인이 한번도 청소를 해주지 않아, 초기에는 지붕 물받이(gutter)를 몇번 청소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그냥 넘어갔었는데(참고로 지붕 청소는 세입자가 아닌 주인의 의무 사항이다!) 이게 자신의 재산을 얼마나 관리하지 않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호주의 주택 지붕은 철제(colorbond)나 기와 등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슨 양철판으로 지붕을 얹냐고 하겠지만 칼라본드라고 부르는 이 철제 지붕은 호주의 회사에서 빛 비 바람 등에 강하게 페인트를 칠해서(특수 도료) 수십년을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그 회사 이름을 따서 일반적으로 칼라본드 재질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기왓장을 덮은 것 같은 구조의 지붕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형태이든 지붕은 빛과 바람, 비를 보호하며 거기서 발생하는 각종 오물과 물(비)을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으면 물받이(gutter) 부분에 쓰레기가 쌓여 배수가 막히거나 역류해서 지붕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일도 생기니 주기적 관리는 필수. (지붕 청소는 최소 3년에 한번 정도 권장)

요즘 유행하는 지붕 페인트는 검정 계통이라고 한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색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집은 빨간 벽돌에 빨간 지붕, 어떤 집은 짙은 녹색, 혹은 많은 집들이 검정이나 회색 계열을 쓰기도 하는데, 우리 집은 기존 것과 비슷한 ironstone이라는 색을 선택했다(. 이는 칼라본드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본색 중의 하나로 이런 기본 색은 페인트를 구하기 쉽고 색 선택도 용이하다. 지붕 색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지붕 페인트를 칠하는 첫 단계는 물론 견적을 내는 일이다. 한인 회사에서는 7500불을 원하고 외국 업체들의 경우 보통 1만불을 넘기는데, 업체마다 서비스 내용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페인트 전에 전체 청소를 하고 업체에 따라서는 보수까지 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보수는 제외하고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칼라본드의 경우는 구조목에 나사를 박아서 지붕을 고정하는데 이 나사가 오래되면 녹이 슬어서 이 나사를 전반적으로 교체하는 비용도 포함되어(약 수천개의 나사) 비용이 더 비싸진다. 기와형이라면 연결 부위가 터지거나 방수막이 있는 곳 등의 손상도 손봐야 하고 중간중간 깨지거나 하는 것들도 점검해야 하니, 지붕 페인트에 점검 서비스는 필수라 하겠다.

낙엽이 쌓이는 것을 막고자 가드 guard라는 것을 설치하기도 하는데, 한 곳에 견적을 냈더니 4만불이라는 답이 왔다. 아니 이렇게 비싸단 말이야? 일주일 후에 업체에서 다시 연락이 왔는데 견적을 잘못 냈다며 4천불이라 한다. 그 금액도 적지 않아 일단 다음에 하기로 하고 한 업체를 정해서 청소, 점검 및 수리, 페인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페인트의 과정은, 먼저 지붕 근처에 레일 rails이라는 철제 골조를 설치하여 안전대를 마련한다. 이는 집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이들이 떨어지거나 하지 않도록 집 전체를 둘러서 철제봉을 이용해 뼈대를 잡는 작업이다(외주 업체에서 진행). 그 후에 고압 세척기를 이용해 낙엽 등을 모두 청소하고 말린다(청소 업체). 마지막으로 페인터가 와서 프라이머(primer, 페인트 전 잘 칠해지도록 바르는 것)를 바르고 말린 후 두 번의 페인트를 칠해 마무리한다.

페인트는 붓이나 봉이 아닌 펌프를 이용한 분사식이고 시간은 하루 정도면 되지만 골조 설치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일정은 최소 3일에서 5일 정도를 잡아야 하는 일이다. 페인트 과정에서 철제봉을 설치한 곳을 분리하고 들어가며 빠짐없이 칠하고 또 골조를 제거할 때 혹시라도 지붕에 상처가 난 곳이 있으면 다시 칠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원칙적으로 알아서 칠해주도록 되어 있음). 흥미롭게도 이 1만불이 넘는 견적에서 대부분의 실제 업무는 골조 설치, 청소, 페인트 업체(하청업체들)가 하고 영업을 하는 주 계약 업체는 소개비 형태의 수익만 받는 식인데, 전체 견적의 30-40%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페인트는 빛 반사(anti heat 또는 reflection paint)라는 특수 페인트이기는 해도 보통 한 집에 20리터 한 통 정도를 쓰니(약 300불선) 전체 견적에서 인건비 비중이 얼마나 크고 또 업체의 수익이 얼마나 큰 지를 추정할 수 있다.

지붕에 페인트를 칠한 두 가지 이유는 첫째 비가 많이 오는 요즘에 물받이가 막혀 제대로 배수가 안되고 중간에 넘치는 일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 둘째는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 예정인데 일단 설치하고 나면 그 아래쪽은 페인트가 불가해서, 보통 10년 정도를 보는 페인트 주기에서 아직 어느 정도의 기간은 남아 있고 페인트 상태도 양호한 편이지만 미리 페인트를 해버린 것이다.

현재 집 구매후의 전략은 최대한 비용을 재투자해서 가치를 더 올리는 쪽으로 관리하고자 하니, 탑업(top up)을 하든 빚을 내든 돈을 모으든, 재투자를 통한 가치 상승이 결국에는 일종의 저축과도 같이 나중에 집값 상승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페인트 과정에서의 한 가지 문제는, 높은 지붕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는 것이라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작업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미끄럼 예방) 일정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지붕 페인트 후에 바로 비용을 지불했더니(완불) 철제 구조물을 떼어가기까지 연락이 힘들었다는 결론이다(날씨 탓하며 2주만에 떼어감). 비용은 반드시 모든 작업 완료 후,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지불하도록 하자.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다시 태어난(?) 지붕은 멀리서봐도 깔끔하다. 이제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하고 나면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물받이를 덮는 가드(gutter guard)를 따로 설치할 예정. 아마도 2-3년 정도 후에 그 즈음에 지붕 청소를 한번 더 하고 진행해야할 듯 싶다.

참고로 지붕 페인트 견적은 위와 같으니 대략 1만불 이하에 모든, 혹은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가격이라 하고 싶다. *

최근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미있는 소재가 한 가지 올라왔다. 자동차 구입을 위해 딜러에 연락했는데 반응이 당황스러웠다는 내용으로, 개인적으로 이 딜러에 대해 비난하거나 비판하고 싶지는 않고,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지만 조금더 정중하게 혹은 센스있게 대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을 하다 보면, 그것이 사업자이든 직원이든 개인이든,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대응에 고민을 하는 상황이 늘 생긴다. 특히 현재의 직업을 10여년 해오면서 느끼는 것은, 반드시 필요로 하는 고객들은 다른 조건을 따지지 않고 “언제 가능하냐”고 묻는 반면, 꼭 필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이들은 “얼마이냐”고 먼저 묻는다는 것이다. 더 심하게(?)는 그냥 떠보는 식으로 묻는 많은 이들은 “무료 견적”을 원하거나 심지어 “해결책이 뭐냐”고 묻기도 한다. 오늘은 고객 응대와 서비스의 범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얼마전에 한 중국인(으로 보이는) 고객을 서비스 한 적이 있다. 집을 사서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주 정도 전에 연락을 해와서 나로서는 고마운(!) 고객이다. 입주를 할 경우 할 일이 많아 경제적 가치로서도 귀중한 고객인데다 할 일을 미리 연락해서 예약해주니 굉장히 고마운 고객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는 열쇠를 넘겨받아 일을 하기로 한 날 연락이 와서 방문을 했다. 원래의 요청은 이사 후에 집에 쓰이는 다양한 열쇠나 잠금장치를 교체하는 등의 작업이었는데, 막상 당일 도착해보니 버닝스 Bunnings(하드웨어샵)에서 모두 구입해두고 “교체”만 해달라는 내용이다. 물론 이런 일도 절대로 가리지 않고 하기에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일을 진행해 보면 의외로 부담스러운게 있으니 바로 “점검 후 조언”을 원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창문 전체를 살펴보고 잠금장치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보고 추가하거나 교체하거나 진행해달라는 것. 전체적으로 가장 간단한 것이 달려 있어 교체를 권해주어도 실제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하나가 부러져 고장나 있어 알려주니 다른 곳에서 옮겨 달라고 한다. 물론 원하는대로 해주었지만 창문 자체가 뒤틀려 있어 교체 후에도 동작하지 않는다(결국 헛일이 됨). 이런 식으로 점검을 하고 확인하고 묻고 조언하면서 대략 2시간 이상을 보낸 듯 하다.

뭐 좋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조언을 주는 것은 맞는 일이니까. 그런데 원칙적으로 이런 조언 등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요금 청구의 대상이고 (실제로 청구하지는 않았음) 비용 효율면에서는 좋은 환경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오후 늦게 요청을 받아 단순 교체도 하루에 마무리 할 수가 없어 다른 날 재방문 했지만 전체적인 매출은 크지 않았다. 재방문이라 해서 출장비를 추가로 청구하지는 않고(상황에 따라 다름) 여러 환경을 살펴보고 조언하고 하면서 오후에만 3시간 가까이 썼지만 다른 고객을 방문해 문 하나 열어준 정도의 비용만 받고 돌아왔다. @.@

고객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고객 응대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무제한 봉사나 서비스는 없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그나마 이 고객은 실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것들에 대한 조언을 원했지만(실제로 제품 구입 시에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요청도 했지만 알아서 구입하도록 권했다 이유는 잠시 후 설명), 다른 고객들은 더 심한 경우도 있다.

고객 전화를 받으면 지역과 내용을 모두 기록해두는 습관에 따라, 가끔 일이 생길 때마다 문의만(!) 여러번 해오는 고객이 있다(내 경우는 대략 2-3명 정도). 결론적으로는 가볍게 응대하고 종료하곤 하지만, 한 고객은 “잠금 장치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거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는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러저러한 일이 생겨서 서비스를 원한다라든지(정상적 과정) 혹은 미안한데 해결 방법이 있으면 좀 도와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하겠지만, 가끔은 어떻게 해결하냐고 무턱대고 답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왜 내게 해결책을 요구? 우스개로, 24시간 출동 서비스라고 하니 24시간 내내 잠 안자고 대기한다고 생각하면서 심야나 새벽에 “가격만 묻는 전화를 편하게 하는” 이들도 있다는건, 상식과 배려가 사라져가는 요즘 세태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고객은 현관 문에 디지털 장치를 하고 싶으니 와서 무료 견적을 봐달라고 한다. 초기에는 무료 견적을 많이 다녔지만 몇 번의 실망 후에 절대로 무료 견적을 가지 않는 이유는, 한 고객이 2시간 가까이 여러 가지 점검 및 조언을 들은 후 아예 연락이 없어서 무료 견적은 무조건 시간 낭비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인데(게다가 이제는 사진만 봐도 거의 90% 이상 견적 가능) 이런 고객의 경우에는 무료 견적을 가서 조언을 해주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구입 후 자가 설치를 하거나 혹은 더 저렴한 사람을 찾기 때문, 즉 결과적으로는 시간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고객은 무료 견적을 하지 않는다는 내게 버닝스에 가서 여러 제품 사진을 보여주며 뭘 사야 하는지 물었는데 나는 원칙적인 답변, “모티스 방식은 불가하다”는 조언만 해주고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제품을 정해서 알려주거나 여러 의견을 주어도 정보만 원한 후 다른 곳을 찾을 것이 뻔한 경우라서, 제품에 대한 조언을 절대로 해주지 않는 편이다. 정보가 필요하거나 전문적 조언을 원하면 비용을 정식으로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거나 상담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

어쩌면 더 친절하고 좋은 조언이 언젠가 내게 좋은 고객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가능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주거나 친절한 대응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초기에는 무조건적으로 자세히 설명해주고 응대했던 것과 달리 조금씩 변해서 이제는 거의 굳어진 (메뉴얼처럼) 고객 응대 방식은,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다. 여전히 50% 이상의 연락은 “정보만 원하는” “가격만 확인하는” “지나치는” 내용들이 많기에 그 적당한 선의 타협을 통한 대응 후, 차라리 남는 에너지를 현장 방문하는 실제 고객에게 더 집중하다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려 본다.

세상 모든 이를 내 편으로 할 수는 없고 세상 모든 이를 내 고객으로 할 수는 없기에 그 적당한 선의 서비스가 최선이겠다. 물론 이상적 목표는 “모든 이를 내 고객”으로 하는 것을 정하고 도전할 뿐이고. *

연초에 이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주소 이전 및 서비스 신청을 했었다. 가족들이 모두 떠나게 되니 가스 및 전기를 일정 날짜에 맞춰 끊거나 조절했고 각종 서비스의 주소 이전을 했으며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도 새 주소지로 이전 신청을 했다. 영어로는 리로케이션 relocation, 즉 주소 이전 신청인데 이 과정에서 약간 문제가 생겨 몇 달 동안 골치거리였지만 결국 해결을 하게 되었다.

내용인 즉, 원래 쓰던 업체의 서비스는 250Mb로 월 99불을 지불해왔다. 지금이야 업체의 기본 요금이 99불이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100Mb가 99불이고 250Mb 및 그 이상은 훨씬 더 비싼 서비스였다. 어쨌거나 이 서비스를 새 주소지로 이전하면서 같은 요금에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었고 업체는 당연히 동의를 했다. 다만 새 주소지(브리즈번)의 경우 광케이블이 가설되어 있지 않아 당장은 집으로 들어오는 전화선을 이용한 100Mb가 한계라서 요금을 조금 줄여주고 인터넷 업그레이드를 통해 처리한 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나니 업그레이드는 커녕 인터넷 자체가 처리가 안되었고 결국 이사 며칠 후 전화를 해서 바로 서비스 연결 처리, 그리고 약 한달 주기로 몇번 전화를 했지만 그때마다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신청되어 있지 않다”는 식의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결국 몇 달 간의 짜증나는 통화 끝에 인터넷 서비스 중재 기관에 신청을 했다. 내용은 “같은 품질과 요금의 서비스를 요청했으나 처리가 되지 않았고 낮은 품질의 서비스로 같은 요금을 청구하고 있어 이는 고객 기만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99불을 내고 250 이상을 썼으나 더 낮은 서비스를 계속해서 써야 하는 상황인데다 업그레이드 약속은 지켜지지도 않고 아예 신청 자체가 안되어 있다 하니(그 후에 여러번 요청했음에도 처리 안됨) 고객을 계속 유지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재 기관에서는 TPG 불만 처리 부서를 통해 연락을 해왔고 서비스 업그레이드 등에 대해 통화 후 처리를 약속했지만 역시 한달이 지나도 처리가 되지 않아 재신청을 했다. 그리고 4월말경 드디어 NBN을 통해 인터넷 업그레이드 날짜를 약속받았다. 호주의 인터넷은 NBN이라는 기관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고 각 업체들은 이 회선을 빌려 영업을 하고 사용료를 내는 식이다. 그러니 실제로 다른 듯 해도 모든 업체의 서비스는 같은 내용이고 다만 “영업적인 측면에서” 속도나 서비스 등이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품질은 웬만하면 같다는 뜻이니 그냥 저렴하고 믿을만한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인터넷 업그레이드라는 것은, 집 근처에 있는 허브 hub까지 와 있는 광케이블을 내 집까지 끌어오는 과정이다. 이는 기존의 전화선과 달리 훨씬 더 빠른 속도의 통신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NBN에서 제공하는 기본 장치(NBN박스)의 모양과 케이블을 꽂는 부분의 형태도 달라진다. 전화선을 이용한 속도가 최대 100Mb 정도라면 광케이블에서는 훨씬 더 빠른 속도가 지원된다. 아직까지 1Gb 까지의 서비스는 본 적이 없지만 500Mb 정도는 제공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예전 살던 집에서 한 때 700Mb를 넘는 속도가 난 적이 있는데(물론 당시의 기본 서비스 계약은 250Mb 정도였음) 일반적인 100Mb 가입 상태에서 보통 무선 와이파이로 20-30Mb 정도가 나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허브에서 내 집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을 활성화한 후에 벽에 구멍을 내어 실내로 선을 넣고 거기에 단자함을 설치한다. 그리고 그 단자함에서 NBN 박스를 연결하고 여기에 다시 개인용 모뎀(혹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연결하여 와이파이를 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유선도 가능하고 요즘 유행하는 메시 시스템도 가능하다.

업그레이드 당일, 2시간 정도면 끝날 것 같던 작업이 오후까지 이어져 5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어쨌든 작업은 무사히 끝났다. 아래층 방 한 쪽에 단자함을 넣고 거기서 이더넷 케이블을 이용해 NBN 박스로 연결하고 다시 업체에서 제공한 모뎀을 이용해 접속한다. 메시는 아니지만 신형 모뎀(라우터)의 경우 AX5000 이상의 성능이라 제법 빠른 속도와 넓은 범위에서의 지원이 된다. 당일은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날 측정한 속도는 250Mb가 분명하다. 참고로 모뎀 바로 옆에서 와이파이로 속도 측정을 하면 거의 최대 속도가 나오고 멀리 떨어질수록 이 속도는 낮아진다.

현재 인터넷 업그레이드를 통한 요금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250Mb 다른 하나는 450Mb, 그러나 앞으로 게이밍 스트리밍 등 각종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증가하게 되면 더 빠른 속도의 요금제가 등장할 것이고 기본 요금 역시 서서히 내려갈 듯 싶다. 한국은 1Gb 시대라고들 하는데 호주에서도 (기간 대비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있고 대상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느린 ADSL 때문에 자료 하나 받는 것도 힘들고 동영상 강의도 보기 힘들었으며 온라인 게임은 자주 끊겨서 불편했는데 이제는 10여년 만에 한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 속도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잘못된 서비스 결과에 대해 항의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250Mb를 더 빠른 속도로 바꿔서 이용할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소가족의 경우 충분한 대역폭이라 만족하며 시간이 없어 기존의 오르비 메시는 아직 연결을 못했지만(설정 필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모뎀으로도 충분한 속도를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게 쓰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