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웬디 할머니가 사고를 내서 오래타던 차를 폐차시켰다는 내용을 올렸었다. 당시 급하게 차가 필요하다는 할머니 부탁에 따라 중고로 나온 매물을 알아보고 다음날 보러가기로 약속까지 잡았지만, 갑자기 몸이 안 좋다는 연락에 취소를 하고 결국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 시간내어 이것저것 알아보고 했는데 그 며칠 후에 갑자기 이미 차를 샀다는 연락을 받고 뭔가 좀 허전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게 부탁을 해놓고 또 아무런 사과나 말없이 대뜸 다른 곳에서 구입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도와드리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 시간내서 신경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사버렸다는? 진작 이야기라고 해주면 좋았을텐데…

지난주에 방문해서 대화를 해보니, 할머니는 차가 급하게 필요하긴 했나 보다. 몸이 아파서 차를 보러가지 못하게 된 다음날, 친구와 함께 집 근처 매장을 둘러보았고 거기서 소개 받은 차가 바로 다른 어떤 할머니가 타던 차였다. 일본차가 아니라 한국산 현대차 그것도 약간 커진 i30를 구입하셨단다. 원래 작은 차를 탔는데 약간 커진 셈이고, 조건도 매우 좋았다. 2017년에 대략 17000정도를 주고 샀는데 주행 거리도 17000 정도 밖에 안된다고? 원 주인이 거동이 불편해져서 이제 차를 거의 쓰지 않게 되어 가족이 대신해서 내놓은 것을 매장에서 소개받아 구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괜히 도와줬다가 애매하게 되어버렸던 내 입장은 소식을 듣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가격은 적당하고 연식이나 주행거리는 아주 좋은 것이니 앞으로 10년을 타도 될 상태가 아닌가 말이다.

시간이 되면(바쁘지 않으면) 거의 일주일에 한번 정도 들러서 쓰레기통을 내놓는 일을 도와드리는 정도지만 가족이 없는 할머니에게는 그것도 약간은 도움이 될 일이라 본다. 주위에서는 자녀도 가족도 없는 할머니가 안되었다고 하지만 그걸 떠나서 내 가족에게 너무 진짜 가족같이 잘 대해준 할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지만,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신경써보려 한다. 물론 내게 큰 도움을 기대하지도 않는 분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주위에서 사람들이 나이들고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또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 인생 참 짧다. 호주에 와서 산지도 벌써 10여년, 그나마 젊은, 많지 않은 나이에 왔다고 생각했지만 먹고 사느라 열심히 지내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도 다 커가고 인생이 거의 지나버린 느낌이다. 훨씬 더 훗날 좋은 기억을 가지고 떠날 수 있으려나. 할머니를 비롯해서 어른들도 짧았던 인생의 끝자락에서 바쁘게 지내온 기억들을 되돌아보며 어느새 나이들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다. 잠시라도 머무는 하루에 좀 더 의미있게 충실하게 지내야하는 이유다. *

얼마전에 뉴스에도 났지만 화장실에 몇시간이고 갇혀서 겨우 탈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이게 흔하지 않은 모양인데, 적어도 내 개인적 경험으로 호주에서 이런 상황은 제법 흔하다. 아침 출근을 앞두고 화장실에 씻으러 갔다가 갇혀서 급하게 탈출시켜(?) 준 경험도 있고 아기나 자녀가 방에 갇힌 상태로 손잡이가 고장나서 우는 아이 달래는 엄마의 정신이 혼미한 전화를 받고 방문한 적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오래된 손잡이 때문이겠지만 그 중 상당수는 싸구려 제품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번에 방문한 채스우드 Chatswood의 한 가정에서는 초등 저학년 정도의 아이가 방에 갇힌 상태로 손잡이가 고장난 일이 있었다. 엄마는 급하게 생각해서 재촉했고 나로서도 누가 갇혀 있는지도 모르고 급하게 생각되어 서둘러 이동했다. 보통 아파트의 방문은 잠그는 기능이 잘 없거나 간단하게 열 수 있도록(핀으로 누르는 등) 되어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렇게 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 사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손잡이를 돌려서 래치 latch(문을 잡아주는 부분)를 당겨주는 가운데 부분이 깨진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부분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회사가 많으며(원가 절감, 더 팔아먹기 등등) 금속으로 만들었다 해도 오래 쓰다 보면 힘을 받아 가루가 된다… @.@

문제는 이런 손잡이를 여는 과정이다. 방문의 경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음에도 나사를 방 안쪽에서 체결한 경우에는 많이 힘들어진다. 밖에서 나사를 조였다면 단순히 풀어주고 손잡이를 분리한 후 래치를 제거하면 되지만, 안쪽에서 나사를 조였다면 달리 방법이 없어서 나사를 그대로 뚫어야 한다. 보통 나사는 스테인리스 철제인 탓에 이 나사를 가루내기 위해서는 더 단단한, 혹은 새 드릴 비트를 써야 한다. 무려 5개 이상의 드릴 비트를 가지고 열심히 10분 정도 뚫어준 후에야 겨우 나사를 뚫고 손잡이를 분리할 수 있었으며 그 후에 래치를 제거하고 문을 열어 주었다.

드릴 비트 중에는 코발트 드릴이라고 해서 끝 부분에 코발트 합성 재질로 만든 것이 있지만 그것도 새 제품일 때나 유용하지 어느 정도 열을 받고 앞 부분이 닳은 상태에서는 일반 HSS 드릴 비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은 무려 세배나 한다. 한국에서는 드릴 비트 하나가 크게 비싸지 않지만 호주에서는 매우 비싸며(보통 6-10여불, 즉 수천원에서 만원 이상, 개당 가격) 한국산을 쓴다 해도 나사 하나 날리기 위해 드릴 비트를 여러개 써야 하는 것은 손실이다. 달리 방법은 없지만.

고객이 나중에 직접 처리하겠다 하여 새 제품은 설치하지 않고 기존 것만 모두 떼어주고 왔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은 종종 발생하니 각자 주의해야 한다. 요령은, 오래된 제품이 있다면 아예 미리 교체한다. 평소와 달리 사용 과정에서 불편함이 있거나 잘 동작하지 않으면 바로 확인 후 교체한다. 그러나 아무리 주의해도 사실 모든 상황을 막을 수는 없으니 하다 못해,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전화기라도 항상 들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 *

최근에 한국에서는 알리나 테무 같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유통 구조와 소비자 시장이 흔들린다는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정확히는 정치적 문제, 그리고 중국인의 개인적 성향 정도) 객관적으로 자본주의에서 시장이 변화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과 시장 흐름에 따른 것이라 사실 막을 방법은 없고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생각이다. 이를 강제로 막거나 금지하거나 변화시키려 한다고 해서 생각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알리가 등장하기 전, 호주의 경우 대표적인 제품 구매는 이베이 정도가 있었다. 한국은 아마도 지마켓이나 옥션이 대부분이었을 것이고 네이버가 소비자 시장에 참여하면서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부분의 공산품이 중국 인도 등의 저가 노동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면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중국이 대대적으로 저가 공세를 시작하자 웬만한 유통사나 시스템은 무너지고 알리 등이 이를 대신하고 있는데, 물론 싸구려나 사기성 제품이 배송되거나 사고가 생기기도 하지만(개인적으로 하나 못 받고 종료) 여전히 필요한 시장 구조라는 생각이다.

일을 하면서 이동 경로를 항상 찾아 다니기 때문에 휴대폰도 두 대를 쓰고 있고(하나는 주로 길찾기용) 차에서도 항상 충전을 하고 다녀야 하기에 꽤 오래전부터 자동차용 실내 충전기(USB)를 써왔는데 얼마전부터 접촉 불량으로 충전이 되다 안되다 하는 것이었다. 며칠전 카센터에 방문해서 물어보니 차량 문제는 아닌 듯 하고 제품 불량으로 보인다는 설명. 그래서 저렴한 제품을 하나 추가로 구입해서 써보니 이상이 없다. 보통 차량에 쓰는 USB 충전기는, 한국에서는 시거잭 충전기라고 검색하여 찾을 수 있는데 가격이 만원대부터 몇만원까지 다양하다. 호주에서도 이를 이베이 등에서 찾으면 된다. car charger 등으로 검색할 수 있다.

이렇게 흔히 판매하는 공산품은 이베이보다 알리가 더 저렴하다. 이베이는 중국 업체가 물건을 수입하여 입점 후 판매하거나 도매 업체가 들어오지만 알리는 중국에서 직접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 저렴할 수 있다. 중간 유통업체에는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같은 품질의 혹은 똑같은 제품을 굳이 두 배나 혹은 몇십%나 더 주고 사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만약 특정 브랜드에서만 취급하는 제품이라거나 어떤 기술이나 기교가 필요하다거나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라면 그만큼 지불할 용의가 있지만 단순히 사진 걸어두고 같은, 비슷한 제품을 파는데 굳이? 어차피 이런 저가형 제품들은 저렴하게 사서 쓰다가 고장나면 또 갈아야 하는 소모성 제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예를 들어 전동 공구를 보자. 알리에는 디월트 Dewalt나 마키타 Makita 등의 제품도 판매한다. 유튜브를 보면 알리발 가짜 마키타를 비교해둔 내용도 있는데, 이런 브랜드 제품은 굳이 알리에서 살 필요가 없다. 정상 유통 경로를 거쳐서도 할인이나 이벤트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최대한 이용하면 되고, 이런 세계적인 업체들이 굳이 알리를 통해 유통할 이유가 없으니 (정품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가짜라고 보면 된다. 150불 하는 공구를 알리에서 50불 한다고 덥썩 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50불에 사서 50불 가치만 기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보통 이런 브랜드 공구를 사는 이유는 제대로된 기능을 원하는 것이니 그냥 정상 유통 구조를 통해, 혹은 이벤트 시점에 구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백화점이나 가전 양판점, 그리고 나아가서는 지하 쇼핑센터 매장, 대학교 근처의 번화가 등 적어도 유통과 쇼핑 등의 시장이 크게 변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통 구조의 변화이다. 코비드가 온라인을 더욱 양성한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은 좀 더 편한 것을 원하고, 또 저렴하고 간단한 방법을 원한다. 게다가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덕분에 굳이 같거나 비슷한 것을 더 비싸게 바가지 써가며 살 이유도 없다. 늘 한 가지 예를 들곤 하는데, 시대의 변화가 있을 때 이를 탓하거나 생존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 변화를 미리 예측하거나 대응해야 살아남는다. 버스 안내양이 사라진 것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동 안내기 그리고 토큰과 버스표의 등장으로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로봇도 등장하니 아마 앞으로는 단순 서빙 알바는 점차 줄어들다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로봇이 일상화되는 몇십년 후에는 단순 인력 시장은 거의 사라질 수 있다.

알리나 이베이는 문제가 생길 경우 환불도 잘 해준다. 이베이에서 산 자전거 용품은 문제가 있어서 상당 부분을 환불 받았고(반송보다는 일부 환불을 업체들이 선호하기 때문) 알리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항의해볼 수 있다(이 점에서는 이베이가 더 편리). 결론, 소비자는 소비자로서의 권리와 필요한 것만 취하면 된다. 알리가 어떻고 이베이가 어떻고 정책적으로 정치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없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만 풀려고 하고 논쟁하는 정치인들이 문제일 뿐. *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투자 시장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주식 시장에 관해서 할말이 많은 이유는, 비록 요즘은 미국 등 외국 시장에 투자하기가 쉬운 시대가 되었다 해도, 한국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징이 있는 시장이다. 바로 “기준없는 주가”와 “세력판 놀음”이라는 것이다. 자, 여기서 참고로 세력이란 우리가 흔히 짐작하는 어둠의 세계나 검은 돈이 아니라 “자본주”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양한 정보가 흘러 다니는 요즘 세상에 예전같은 단순한 검은 돈으로만 치부할게 아니라 돈많은 놈이 승자가 되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자본주가 붙어 있는 한 세력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 시장에서 주목받은 한 가지 종목이 있다. 전세계 게임 시장에 독특한 게임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회사다. 본론부터 말하면 그게 전부다. 물론 예전부터 해온 게임 사업이고 최근에 한 가지 게임이 인기를 얻고 주목받았지만 과연 앞으로는 어떨지 그건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한국 시장의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일정 기관이 공모가라는 명목으로 장기 전망을 더해 주가를 결정짓는다는 점이다. 현재의 게임 시장을 보면 리니지로만 돈 빨아먹던 엔시가 한물가서 저물고 있고 카카오라는 회사를 등에 업고 나타난 카게임즈가 있지만 여전히 돈슨(넥슨)이나 넷마블 등이 주류였으며 뒤에 등장한(예전부터 있었던) 크래프톤이 있었으나, 최근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토막이라는 것.

결국 주식 시장에 쉽게 참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꽃이자 가장 큰 폐해라 할 수 있는 이 주식 시장의 주가는 “시장”이 결정하는게 아니라 회사와 친한척하는 일부 공모사에 따라 공모가가 결정되어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불평등한 시작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와 주가의 전망을 시장 자체에 맡기지 않고 왜 그들이 정하지? 만약 고평가로 시작한 것이라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지? 아무도 없다. 그저 대주주만 돈방석 앉는 것이고 공모사들도 이익을 보고 참여자들은 모두 바보되는 것, 그게 바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한 회사가 투자를 받고 운영을 하다 상장 혹은 코스닥 등록을 하면 엑시트 exit라 하여(물론 타인에게 매각할 수도 있지만) 돈방석에 앉게 된다. 이 과정이 매우 투명하고 합리적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단순히 현재의 인기에 연연하여 혹은 신기술이랍시고, 혹은 어떤 특혜로 인해 주식 시장에 안착할 때, 그 후에 발생하는 책임은 오롯이 투자자들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법적이든 어떤 사유로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거꾸로, 공모가는 분명 합리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공모가가 고평가니 뭐니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잘못된 평가를 했다면 책임을 지게하면 앞으로는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고평가된 주가라면 대주주나 회사 역시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말이 안된다고? 그래서 불합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 금요일에 한 종목이 상승으로 마감했다. 오래전부터 투자도 했고 지켜봐온 종목이다. 투자자들을 위해 자세한 내역은 밝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종목은 세력이 붙어 있다 본다. 그 세력은 다름아닌 대주주다. @.@ 이 종목은 수십년전부터 눌렀다 들어 올리는 식의 장난같은 주가 움직임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닐 대주주가 큰 돈 들여서 회사 만들어왔기 때문이라 본다(뇌피셜). 어떤 차트에서도 이제 하락기에 접어들었지만 월봉상 이 종목은 매우 중요한 지점에 있다. 대폭락의 시작이냐 아니면 재반등이냐를 두고 있기에, 일봉상 마지막에 “연이은 하락에 따른 반등”이라는 그림을 그렸고 주봉상 “꼬리 음봉”으로 반등 구실을 만들었으며, 아마도 조만간 뭔가가 있을거다. 아니면? 대주주도 같이 손해를 보니까.

사실 내일의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이 시장에서 금물이다. 세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면 그건 현실에 대한 배신이고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무례다. 다만 이 주식 시장에서 투자에 있어서 사람들은, 특히 자본주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 혹은 한달 후가 어떨게 될지를 미리 계획하고 만들어간다. 그 긴 시간의 인고를 거쳐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면서 결국에는 적든 많든 수익을 내고자 한다. 왜냐면 돈을 던지고 돈을 버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개개인이 쉽게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정보의 많고 적음을 떠나, 결국 주식 시장도 수요와 공급의 기본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자본이 많을수록 그 법칙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그 틈새를 잘 파악해서 소기의 목적만 달성하는 선에서 만족하자.

S라는 종목이 있다. 바이오 주로서 한 때 유명했지만 회사에 문제가 생겨 몇년 째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럼에도 이 종목의 차트를 보면 최근 대량 거래를 일으킨 큰 폭 하락(의도적) 후 다시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전주나 세력주 옹호론자나 투자자도 아니고 그냥 재미로 보고 있을 뿐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세상 어디에든 어떤 종목에든 거기에 붙어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은, 자본주든 개인이든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도 말했지만 거래량은 속일 수가 없다. 아니 속이기가 참 어렵다.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지 지켜보자… *

바쁜 한 주였다. 보통 “바쁘다”는 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내게 있어서 바쁘다는 것은 점심을 챙겨먹지 못할 정도로 꾸준하게 일이 이어지거나 시간이 걸리는 일들의 연속을 말한다. 하루에 한 두번 일이 있어 나가는 것을 바쁘다고는 할 수 없고, 최소 세 번 이상 일이 있고 그것도 계속해서 이어져 밥 먹거나 쉴 시간이 없으면 바쁜 날이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바쁜 한 주 였고, 특이하게도 모티스 볼트, 그러니까 래치형 latch 모티스가 아니라 상가나 사무실 등에 쓰는(알미늄 문틀과 유리문) 모티스 관련 일이 몰렸다. 보통 1년에 몇번 정도 있는 일인데 한 주에 여러 건의 작업을 했으니 특이할 수 밖에.

모티스는 mortice라고 하며 문의 앞뒤가 아니라 옆면을 통해서 분해 조립을 하는 제품을 가리킨다. 블로그에서도 수십번 이상 소개했던 내용으로, 장점이라면 매우 안전하고 여러 가지 기능을 약간의 설정이나 변경만으로 구현 가능하지만, 치명적으로 일단 고장이 나면 매우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문이 잠긴(혹은 닫힌) 상태로 고장이 나버리면 문을 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애시필드 Ashfield, 올림픽파크 Olympic Park, 피어몬트 Pyrmont에서 총 4개의 모티스를 다루거나 교체했다. 모티스 볼트는 볼트의 길이에 따라 22mm와 36mm가 있고, 옆으로 밀어서 여는 슬라이딩에 쓸 수 있는 고리 hook 방식의 28mm를 포함해서 총 세 가지다.(흔하지 않음) 거래하는 세 회사에서 모두 판매하지만 약간씩 크기와 특징, 구조 등이 달라서 저마다 특징이 있다.

너무 오래된 제품은, 꼭 모티스가 아니더라도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유리할 때가 많다. 먼지와 물기, 벌레 등 찌든 때가 있어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심지어는 분해도 어려우며, 열쇠나 실린더만 바꾸는 비용에 비해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작업도 쉽고) 비용면에서도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모티스를 두 개 교체했는데, 하나는 너무 오래되어 찌들어 나사도 풀리지 않았다. 오랫만에(?) 그라인더로 양쪽 실린더를 잘랐지만 그래도 빠져나오지 않아 옆면 틈으로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자르고 꺼내고 하면서 거의 30분 정도를 쓴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어려운 제거 작업은 별도의 비용이 있지만 이번에는 청구하지 않았다.

나무 문과 마찬가지로 알미늄 문도 너무 오래되면 경첩(hinge)이 늘어지거나 문이 움직여서 닿는 면이 생기게 되고 문이 잘 열리고 닫히지 않는다. 잠금 장치는 후순위, 문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때는 먼저 문을 손본 후에 나머지를 작업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깔끔하게 작업을 하더라도 나중에 문을 조절해서 위치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잠금 장치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년에 몇번은 영업을 시작하려는데 문이 안 열려서(잠금 장치 고장, 특히 모티스 볼트) 급하게 부르는 현장에 달려가곤 한다. 평소같으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이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잠금 장치가 매우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다. 그러니 늘 같은 말 반복 강조,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거나 불편하면 사람을 불러서 서비스를 받거나 직접 점검할 것을 권한다. 그것이 비용도 아끼고 작업 효율도 올리고 경제적으로 사는 방법이니까. *

차를 구입하고 쓴지가 5년이 지나고 10만km를 넘어가면서, 특히 상당히 무거운 짐을 오래 싣고 다니다 보니 엔진에 부하가 걸리고 부품들도 노후가 진행되어 엔진에 누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점검에서 보통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누출”이나 “유출”인데, 예를 들어 펌프가 터져 물이 샌다거나 연결관이 터진다거나 오늘같이 기름(오일)이 샌다거나 하는 것들은 계속 미루지 말고 가급적 점검을 받고 수리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엔진은 내부에 복잡한 부품들이 들어가 있어 그 아래위를 조립하면서 중간에 압착을 위해 얇은 고무판 같은 재질의 부품을 덧대어주는데 이게 바로 개스킷 gasket이다. 이게 오래되면 엔진의 열과 오일의 화학 성분 등에 의해 점차 변하고 딱딱하게 되어 틈을 제대로 막지 못해서 그 사이로 미세하게 엔진 오일이 스며 나오면서 누유가 발생한다. 이를 수리하려면 전체 분해 후 부품 교체 및 재조립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의 입장에서야 가끔 하는 일이니 무난하지만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 하겠다(물론 더 복잡한 엔진 분해도 있지만).

작업비와 재료비를 포함 비용은 대략 500불 정도가 들고 시간도 3-4시간은 잡아야 하니 차를 맡기고 다른 일을 보다 가져가야 하거나 아예 하루 정도를 맡기는 것도 괜찮다. 일에 쓰는 차라 하루 종일 맡길 수도 없어 오전에 일찍 가서 맡긴 후 다행히 빠른 작업 덕분에 오후에 찾아왔지만, 주행 거리가 누적되고 차가 조금씩 노후되어 감에 따라 하나둘씩 손봐야 하는 것들도 늘고 있다.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따라 자동차 부품의 가격도 당연히 올라 이제는 작은 부품 하나도 몇십불은 줘야 하고 예전에 파격적으로 가격 할인을 하거나 몇 불만 주면 구입할 수 있는 것들도 거의 두배 이상 올라서 보통의 부품들은 20불 이상을 줘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엔진에 불을 당겨(정확히는 분사된 연료에) 구동시켜주는 점화 플러그 spark plug도 4개를 한번에 교체하면 100불대 중반을 줘야 한다. 교체는 간단하지만(공구 있으면 직접 가능) 부품이 비사져서 그냥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전체 비용 대비 저렴해보이는 인건비?).

브리즈번까지 장거리 운전도 자주 하다 보니 앞으로 부품 교체 주기는 더 빨라지고 관리 비용도 더 들듯. 10만km 주기에 더 손봐야 하는 것은 없고(차종에 따라 벨트류 교체 필요) 다음에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할 때 브레이크액 fluid만 추가로 교체하기로 결정. 당분간 큰 돈 들일 없기를. *

블로그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넷기어 Netgear의 오르비 AX6000 SXK80 모델은 일반 가정에서 상당히 효과적으로 메시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지만(게다가 중국산 아닌 넷기어 제품!) 최근에 인터넷 업그레이드를 하고 나서부터 뭔가 문제가 생겨 도저히 사용이 불가능했다. 일단 오르비 소개 글은 아래 링크

https://blog.naver.com/lupin2/223182282790

인터넷 속도 업그레이드와 함께 회사에서 제공하는 모뎀(라우터)은 연결해서 바로 쓸 수 있었지만 기존에 쓰던 메시를 쓰지 못하니, 아래층 구석에 위치한 라우터에서 가장 먼 윗층 반대편 구석에서는 신호가 너무 약하게 잡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메시 시스템을 구입한 것인데, 몇 가지 설정을 바꾸고 사용하려 해도 도저히 접속 자체가 되지 않는 문제로 인해 한동안 고생을 했다.

ERR_SSL_KEY_USAGE_INCOMPATIBLE 이라는 에러 메시지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단순히 오르비 제품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보안 인증 관련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환경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안전하게 쓰자고 만든 보안 기능이 아무런 문제도 없는 단순 로그인마저 방해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첨단 기술이 오히려 피해를 주는 최근의 세태와도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인터넷을 찾아 보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특히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서 흔히 발생하고, 해결하는 방법도 나와 있다. 보안 관련 설정을 모두 지우고 초기화(reset) 한다거나 설정을 변경하는 등으로 이를 해결하고 다시 접속 가능해진다고 되어 있다. 일부는 윈도우 레지스트리 registry에 들어가서 크롬 혹은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등의 설정치를 변경하거나 만들면 된다는 설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고 잘 안된다… @.@

내가 해결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파이어폭스 FireFox를 이용해 접속하는 것이다. 위의 오르비 제품을 로그인하려면 보통 orbilogin.com을 입력하거나 192.168.1.1로 접속해서(메인 장치) 인터넷 접속 정보 및 설정 등을 변경해야 하는데, 위 에러로 인해 접속이 안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일단 파이어폭스로 접속하면 안전하지 않은 사이트라고 안내문이 뜨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면 접속이 된다!

오르비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펌웨어(firmware)를 업데이트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있다. 문제는 업데이트를 위해서도 결국 로그인을 해야 하는 상황, 그래서 위 방법대로 파이어폭스를 이용해서 로그인 후 장치 설정 메뉴에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선택하면 된다. 펌웨어는 자동 업데이트가 되지 않으니 넷기어 웹사이트에서 현재 제품에 맞는 최신 버전을 구해 다운로드 한 후 압축을 풀면 img 파일이 있으니 수동 업데이트로 가서 이를 선택하면 자동을 진행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메시 시스템의 장점은 원하는 어떤 곳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속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제 아래층과 윗층 어디서든 기본 속도인 250Mb 정도를 이용할 수 있다. 600Mb 이상으로 올릴 것인지는 고민중이지만 공식 가격이 10불 차이라 그 정도 비용만으로 가능하다면 신청할 계획으로, 메시 시스템은 이를 모두 지원해준다.(AX6800) 이 문제로 고민하지 말고 바로 파이어폭스 사용해서 해결하자! *



꽤 오랫동안 현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을 해오며 이제는 거의 40% 정도가 현지인들 위주의 고객인지라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시장 확보) 다른 한편으로는 가끔 발생하는 전형적인 현지인의 사고 방식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은 그 한 가지 사례.

듀랄 Dural의 한 고객이 열쇠를 바꿔야 한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대화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연세가 지긋한 분으로 보인다. 주소를 받아 방문해보니 분명 “일반적인 잠금 장치”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오래된 구형 모티스 장치다. 최근에는 전혀 쓰이지 않는(신규 주택이나 문에서) 장치지만 여전히 제법 보급되어 있어 도매업체마다 저가형 중국산 브랜드를 통해서만 생산을 유지하고 있는 제품으로, 당연히 열쇠만 교체나 변경은 불가능한 장치다. 보통은 고객들로부터 작업 전 사진을 받아서 필요한 사항을 확인 후 방문하지만 나이가 많은 고객들이나 사진 촬영 등이 불편한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방문을 하는데 이번에도 시간만 낭비하고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열쇠 변경은 불가하고 모티스 자체를 교체해야하며 크기가 약간 달라서 필요에 따라 나무를 깎거나 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필요한 개수에 맞춰 최종 확인 후 재방문하기로 했다.

며칠 후 제품을 수령해서 다시 방문해서 작업을 진행하는데, 현관문에 달린 손잡이가 너무 무거워서 문제가 생겼다. 바깥쪽은 문제가 없지만 안쪽 손잡이 내부의 스프링이 부러져 자동으로 손잡이가 올려지지 않는 탓에 래치 latch라고 부르는 부품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 상태가 되어 문을 닫은 후 반드시 손잡이를 직접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예전 제품은 유럽산(영국)으로 품질이 좋아 스프링도 강해서 손잡이 스프링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는 올려줬는가 하면 요즘 제품은 중국산에 원가 절감을 위해 스프링 세기도 약해서 그렇게 안되는 것으로 설명을 해주었지만 뭔가 불만족스러워하는 고객. 물론 나로서는 최대한 해결을 해주고 싶지만 제품 자체가 그렇게 나오는 것은 해결이 안되는데다, 손잡이 스프링이 부러진 것은 현재 일과는 또 무관하게 고객 쪽에서 해결해야할 사항이라 마땅한 답이 없다.

위에 간단히 적었듯이 요즘은 전혀 쓰지 않는 장치다 보니 겉에 붙이는 손잡이만 따로 구하는 것도 불가능이고 특히 같은 모양은 구할 수가 없다. 비용이 들더라도 가능한 일이라면 진행을 하겠지만 불가능한 상황은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해결이 안되는 것. 상황을 설명해주고, 정문의 결과가 불만족 스럽거나 싫으면 더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모두 이해했고 나머지도 해달라고 해서 진행. 최초에는 7개의 모티스와 2개의 모티스를 각각 같은 열쇠로 해달라 해서 9개를 준비했지만 다시 살펴보더니 6개와 3개의 모티스를 같게 해야 한다고 해서 진행 불가. 그 중에서도 몇 개는 하지 않겠다 해서 결국 9개의 제품을 준비해 갔지만 3개만 진행하기로 했다. (주문한 제품은 어쩌누? @.@)

작업을 모두 마치고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다. 현관 손잡이가 올라가지 않아 문제가 되니 해결해 달라는 것. 이미 설명했는데? 스프링이 고장나서 안되는 문제라 방법이 없다고 하니 그래도 해결해 달라고 한다. 예전에는 훨씬 더 나았다는 것. 그러나 이번에 모티스 자체를 바꾼 것이라 예전에 잘 되었던 것과는 무관하게 현재는 안되고 그에 대해서는 설명을 했음에도 막무가내로 해결을 해달라고 한다. 음 마음이 불편해지네…

다시 며칠 후에 방문을 했다. 제품을 다시 분해하여 하나씩 확인하면서 조립해 보았지만 안쪽 손잡이의 스프링이 부러진 것은 해결이 안된다. 모티스 자체 스프링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손잡이의 스프링이 유지가 되는 바깥쪽은 손잡이를 내렸다 놓으면 자동으로 올라가는데 안쪽은 아무리 해도 안된다. 그 때 안쪽에서 뭔가 부품을 가져오는 고객. 자신이 오래전에 구입해 두었다 하면서 둥근 형태의 스프링을 보여준다. 그것을 장치에 끼우면 된다고. 무슨 말이지? 도저히 맞지 않는 그 부품을 모티스에 끼운다고?

확인을 위해 바깥쪽 손잡이를 완전 분해해서 살펴보던 중(스프링 교체 가능 여부 확인) 그 내부 스프링이 고객이 가져온 것과 같은 모양임을 발견, 실은 현재는 구입이 어려운 이 스프링을 이 고객이 오래전에(아마도 5-10년 이전) 구해 두었고 안쪽 손잡이를 수리할 수 있다고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귀가 잘 들리지 않고 기억력도 좀 쇠퇴한 상태의 아주 나이많은 서양 할아버지 고객이다. 어쨌든 모티스가 아니라 손잡이를 수리해보기로 하고 전체 분해 후 한참 만에 스프링 교체, 동작이 완벽하다. 이렇게 해서 고객의 불만 해결. 원칙적으로는 이렇게 손잡이를 수리해주는 수고비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그럼에도 세번이나 방문!!!) 애초에 손잡이 스프링이 있었으면 왜 지난번에 이야기를 안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부인의 말처럼 naughty boy인지 아니면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인지, 나로서는 시간을 내어 재방문해야만 했던 일이다.

모든 일의 결과가 만족스럽고 완벽하면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안되는 일들이 이다. 물론 전문가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안되는 일을 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번에도 고객이 보유하고 있던 스프링이 없었다면 사실 문제 해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애초에 계속 진행할건지 취소할건지를 묻고 진행했던 것이고 모두 동의했음에도 나중에 가서 불만을 제기하면 일을 사람으로서 참 당황스럽기도 하다. 운이 좋았던 일이지만, 이렇게 억지스럽게 불만을 제시하는 일들은 아예 시작을 하지 말라는 지인의 이야기가 어쩌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



가족이 이사를 가고난 후 매월 방문하고 있지만 이번 방문은 처음으로 “힘들었던” 경험이다. 그동안 2019년부터 시작해서 거의 20번 이상 브리즈번을 방문했고(99%는 자동차 운전) 여전히 심야의 어두움은 낯설고 한낮의 산길 주행은 지루하지만, 매번 어떤 목적과 동기가 있었기에 별다른 생각없이 달렸던 것과 달리, 지난 두달의 바쁜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온 현재의 방문은 다시 현실을 직시하고 많은 과제를 떠안아야 했던 탓인지 마음이 복잡한 며칠이었다.

처음 밤 12시에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나섰을 때의 경험을 여전히 기억한다. 가로등이 없는 호주의 고속도로는 아무리 운전을 좋아하고 익숙한 나로서도 당황스러웠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캄캄한 길을 바닥(도로)만 보고 주행해야 하는 탓에 한 30분 정도만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멀미가 날 지경으로 머리가 아팠던 기억 뿐이다. 이제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해도, 여전히 시드니를 벗어나 센트럴 코스트로 넘어가는 고속도로의 입구는 캄캄하고 불편하다.

돌아오는 길은 또한번의 색다른 경험이었다. 브리즈번에서부터 시작한 밤안개는 해안 도로와 산악 도로를 가리지 않고 짙게 껴있어 시야를 방해했고, 이건 뭐 어둠보다 더 불편한 상태에서 밤길을 100km 이상으로 주행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가 많지 않은 시간이라 가능했다는 것.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안개도 걷히고 시야는 넓어졌지만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짧지 않은 시간에 여러번 브리즈번을 오가며, 웬만한 길은 거의 기억하고 중간 쉼터와 휴게소, 지역과 특징 등도 하나둘씩 기억하게 되고 있다.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그 과정들을 모두 자세히 기록하여 하나의 여행기처럼 남겨두고 싶지만 그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시도는 하지 않는다. 사실 쉼터만 해도 작고 지저분하고 어두운 곳이 있는가하면 널찍하게 잘 차려서 편하게 되어 있는 곳들이 있어 어느 정도의 구분이 필요하다.

거의 주말을 끼고 4일 정도를 방문했던 일이, 4월 방학을 맞아 일주일을 지냈고 5월은 레노베이션 문제로 2주간, 그리고 6월에도 이어서 레노베이션 마무리 일주일. 그러다 보니 4일은 너무 짧고 일주일은 길어서 일에도 영향이 큰데 앞으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생각 등, 현재 상황을 고민하면 답은 없지만 분명 생각을 해야할 과제로 다가왔다. 지난번 코비드 이후 체력은 더 떨어지고 회복이 잘 안되는 등 면역력 감소나 기본 체력 저하 등의 원인이 대충 때우는 식사 습관에도 있을 것이니, 과연 현재와 같은 상태와 체계를 얼마나 더 버티며 유지할 수 있으려나?

여전히 낯익은 거리 풍경 사람들의 모습, 시드니에서의 편안함과, 비록 가족과 집이 있지만 낯선 사람들의 태도와 같은 나라임에도 많이 다른 느낌의 브리즈번은 아직까지도 그저 잠시 방문하는 여행지 같은 곳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서서히 일을 늘리기 위한 시도를 해야할 시점이지만 과연 지금의 선택이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시간은 잘 흘러 벌써 7월.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언제 오는 것인가… *

지난번에 작업한 내용을 소개해 본다. 한 주택에서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방문했다. 현관문에 설치하는 일은 일상적이라 평소처럼 진행, 차고로 출입하는 슬라이딩 sliding 그러니까 옆으로 열고 닫는 문제 추가로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해 달라는 내용이다. 다행히 최근에 쓰고 있는 제품은 고리 hook 방식이라 어떤 환경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슬라이딩 문에 디지털을 설치할 경우 한 가지 단점이라면 실내외쪽 본체를 설치했을 경우 문을 완전히 다 열 수 없고 딱 그 본체만큼 열어야 한다는 것. 그 이상 열리지도 않고 문을 세게 열다 자꾸 부딪히면 본체에도 무리가 갈 수 있어 이전보다 조금 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차고에서 뒷마당으로 나가는 잠금 장치는 아예 고장이다. 특히 저렴한(쉽게 말해 싸구려) 장치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으로, 개인적으로는 1년에 3-4번 정도 경험하는 사례다. 손잡이를 돌렸을 때 연결된 부분 래치 latch가 당겨져야 하는데, 싸구려는 이 부분이 약해서 쉽게 끊어지고 또 조잡해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가끔은 돌려주는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부러지는 일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손잡이를 이용해도 문이 열리지 않게 되니, 이 경우는 전체를 뜯어내야 한다. 드릴 등으로 처리한 후 공구를 써서 부품을 조금씩 뜯어내고 당겨주면 된다.

어제는 급하게 요청받고 오래된 주택의 열쇠를 바꿔주러 갔다. 열쇠를 바꾸는 일은 흔한 작업이지만 환경에 따라서는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열쇠 변경을 위해서는 반드시 현재 열쇠가 있어야 하지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작업 시간이 좀 더 걸리고(열고 분해해야 함) 때에 따라서는 기존에 설치된 제품이 작업 불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산 싸구려 제품의 경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열쇠의 두께가 다르다거나 내부에 들어가는 핀의 크기가 미세하게 다르거나 혹은 핀을 넣는 구멍이 좁거나(핀 지름 얇음) 여러 이유로 작업이 불가하다.

어제의 경우 한 문에서는 데드래치 deadlatch를 작업해야 하는데 처음보는 제품이 쓰였다. 10여년을 작업해 왔지만 처음보는 제품으로 앞부분도 분해가 안되고(새 실린더로 교체 후 열쇠 변경) 뒷부분도 너무 복잡하게 조립되어 있어 이걸 작업할 경우 새로 사는 비용에 근접하는 작업비가 나올 수 있는 상황. 많은 사례를 보면, 특히 중국인들이 자국 제품을 좋아해서 사다가 쓰는 경우가 많은데, 조립이나 구조가 조잡하고 재료가 부실해 보이고 표준과 유사하지만 정확하게는 다른, 중국산 제품을 쓸 경우는 내구성이 떨어져 오래가지 않고 고장나기 쉬우며 향후 열쇠 변경 등의 작업을 하려 해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니, 늘 강조하듯이 보안과 안전에 관한 제품은 제발 좀 가급적 표준 제품이나 호주에서 흔히 쓰이는 제품을 쓸 것을 권하고 싶다.

특이한 현관문. 상단에는 데드볼트를 하단에는 손잡이 놉셋 knobset을 설치해 두었다. 열쇠를 바꿔달라고 해서 열심히 뜯고 작업을 마치고 보니, 너무 서둘렀던 탓일까? 위의 데드볼트는 앞뒤 본체만 달려 있네? 중간에 잠궈주는 볼트 부분이 아예 없다. 왜 달아 두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가짜 fake 잠금 장치로, 전문가인 나도 모르고 작업을 해줬을 정도이니(청구는 안함) 외부인에게는 너무도 안전한 집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일을 하다 보면 참 다양한 환경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현관문에 3개 이상의 잠금 장치를 달아둔 곳을 포함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