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브리즈번(이하 블번)으로 이사를 하고난지 1년이 넘었다. 시드니에서 꽤 오래 살았고 이사도 여러번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블번으로의 이사는 정말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힘들었으며 특히 이사 당일 많은 비가 오는 속에 초고속 질주를 하며 블번으로 달린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거리가 너무 멀어 점심에 출발하면 자정이 되어야 도착한다는 부담으로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의 인생에 또 얼마나 이사를 자주할지는 모르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들어온지도 1년이 되어가고, 가족들을 보러 블번에 10회 이상 방문하면서 보니, 약간의 장단점이 공존하는 듯 해서 남겨둔다.

블번은 한국의 제주도 이상으로 훨씬 더 적도에 가까운 지역이다. 연중 따뜻하고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제주를 지상낙원으로 생각하지만, 블번은 그보다 훨씬 따뜻하고 하나의 큰 섬이라는 호주의 특성답게 전반적으로 온호환 호주 날씨에 더해, 겨울에도 봄처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블번의 모습이다. 지인의 이야기로는 블번 사람들은 겨울을 가장 좋아하고 즐긴다는데 약간 쾌적하고 따뜻하고 운동이나 야외 활동을 하기에도 아주 적합한 그런 날씨가 이어지니 겨울이 싫을 수가 없는 것이다. 너무 추워서 난로를 켜야 하는 날은 거의 없고 밤에 쌀쌀함이 있지만 적당한 침구와 난방을 쓰면 충분한 수준인 것.

반면 최근 몇달 사이에 느낀 블번의 여름은, 특히 이상 기후가 심해지고 있는 요즘, 한국의 덥고 습한 그 날씨를 연상시키는 불쾌함이 있다. 바다에서 멀지 않은 지역이라 바람이 상쾌하게 불지만, 구름이 끼고 흐리면서 더운 날은 바람도 불지 않거나 끈적하고 집안에서도 답답함을 느낀다. 블번의 한여름은 그야말로 타는 듯 더워, 저 멀리 서호주의 40도를 넘는 여름과는 또 비교할 수 없는 끈끈하고 불쾌한 시간들이라 하겠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도 더위가 가지 않아 따듯한 공기가 실내를 맴도니 어느 정도의 냉방 시설을 갖추고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 그 덕분에 일년 내내 에어콘을 이용하는 전기요금 부담은 커진다. 여기서 다행히, 솔라를 설치한 혜택은 많이 보고 있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블번 사람들의 성향도 시드니와는 많이 다른 듯 하다. 서양 사람들조차 성격이 너무 급하고 전화 상담을 해도 빨리 말하고 빠른 결론을 원하며 그다지 기다리지 않고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대부분이다. 같은 호주땅이지만 느리게 말하고 오래 기다려주고 포용하는 시드니와는 또다른 모습이랄까.

일부이긴 해도 자산의 규모나 생활 수준도 다른 듯 하여 시드니는 어떤 결과를 만들기 위해 조율하거나 협의하는 편인데 반해 블번은 비용에 무관하게 그냥 진행하거나 반대로 약간의 비용 부담만 느껴져도 협의나 조율보다는 그냥 포기하고 잊는 듯 하다. 고객의 성향을 보니 지난 6개월간 느낀 점은 그러하다. 이는 비교적 한국과 비슷한 성향의 시드니 사람들과 달리, 일을 하느냐 마느냐로 간단하게 결론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훨씬 더 호주다운 방식이랄까. 가격 협상과 칭찬 비평에 집중하는 시드니와 달리 블번은 대체로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아마도 인구가 더 적고 일할 사람이 훨씬 더 부족한 지역에서의 일반적 성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블번은 물가가 저렴하다고 느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느낌이다. 일할 사람이 적다 보니 간단하고 사소한 일에도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고, 그마저도 제대로 실력을 갖춘 이들보다는 입으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것. 시드니는 많은 인구 중에 사기꾼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는 통계적 상황에 따른다면, 블번은 전반적으로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고 일 적당히 하고 많이 받으려 하는 사람도 상당 수 있다는 느낌이다. 빌더를 구해봐도 간단한 가드너를 구해봐도, 일을 제대로 하겠다는 프로의식보다는 바쁜 중에 시간 쪼개어 적당히 하고 돈은 확실하게 받으려는 사람이 다수라는 점에 놀라게 된다. 에어태스커나 하이페이지 등을 통해 사람을 구해보면 시작 가격부터 너무 높고 일이 조금만 더 힘들어지면 훨씬 더 비싸게 부르고 아니면 아예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더운 날씨에 힘든 일 안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의 치열한 시장 경쟁 보다는 부족한 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배짱 영업이나 의식없이 적당히 먹고 살려는 이들도 상당 수 있는 듯 하여 아쉬움이 있다.

반대로 제대로 전문적인 면을 갖추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시장이라는 점도 되겠지만, 블번은 앞서 소개한대로 사람들이 너무 급하고 빨리 결론짓기를 원하며 시드니에 비해 타 인종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배타적인 부분이 있어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하다. 하다 못해 교민 사회에서도 원래부터 부족한 인력을 인식해서인지 한인 외인 가리지 않고 일을 맡겨서 쓰는 경향이 있어 한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한인 사회에 정착하기(비지니스) 쉬운 점은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서 블번에서 제대로 살려면 어느 정도의 영어를 바탕으로 현지 사회에 정착할 각오는 해야 한다는 말.

시드니의 지역마다 많이 늘어난 식당 마트 병원 등과 달리 블번은 식당 등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 맛집이라고 가보면 별볼일 없거나 서비스가 별로이고 거의 고자세로 장사를 하거나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단점이라 하겠다. 앞으로의 인구 유입이 되면 제대로된 경쟁이 될까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대형 매장을 가봐도 작은 식당을 가봐도 그냥 그런 정도의 수준에, 사람들은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반면에 사람들은 특히 쇼핑 센터에 차고 넘쳐서 늘어나는 인구를 과연 이 작은 도시가 미래에도 감당할 수 있을지 부담스럽다. 큰 쇼핑센터가 많지 않아 대부분은 단층에 넓게 퍼진 주차장과 쇼핑 센터로 구성되어 있고, 그렇다 보니 여러 층으로 된 복합 쇼핑몰에는 엄청나게 사람이 몰려 박터지게 돈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집이든 학교든 항상 모든 일의 중심은 쇼핑센터 근처가 가장 인기있고, 지역 개발에도 이런 쇼핑센터의 입주가 가장 큰 뉴스거리라 하겠다.

블번 도시 자체는 작지만 골드코스트와 북쪽의 선샤인 등 꽤 넓은 지역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통합 대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상태라 전체 면적 대비 인구는 여전히 적은 편이어서 도로는 쾌적하고 특히 개발이 되지 않은 지역의 산길을 다니다 보면 무서울 정도다. 그러나 도시 자체의 중심은 항상 M1 이어서, 출퇴근 시간에 엄청 막히고 사고라도 나면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도시 개발은 우회하는 여러 주요 도로의 개발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복합 쇼핑몰도(인구 증가만큼) 여러 지역에 나누어져서 인구 분산을 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시드니가 파라마타 강을 따라 바다로 이어지는 형태이고 바닷가에 도심이 자리하는 것과 달리 블번은 강 자체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누어져 개발되었기에 특성은 완전히 다른 듯 하다. 파라마타 강 보다는 동부 바다쪽이 더 발달한 시드니와 달리 블번은 골코를 제외하고는 블번 강 하류에 따로 관광지나 해변이 없어 강을 중심으로만 되어 있어 도시의 특성 자체가 다르다. 이는 마치 서울이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개발된 것과 같이 블번은 강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지는 도심이 전부고 동부 해안가가 더 발달하거나 비싸거나 인구가 몰려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 강을 따라 선착장이 있어 도심을 오가는 사람들이 대중 교통으로 배를 이용하기에는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다(city cat).

앞으로의 미래는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감, 그리고 산업화의 미래까지 더해 도시가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지만, 경제적 여유를 갖고 따뜻하게 그리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생을 즐기며 살고자 한다면 블번은 분명 매력적인 도시인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시원하게 에어컨 틀고 적당히 일하면서 살 수 있다면 말이다. 반대로 밖에서 일년내내 땀흘리며 바쁘게 뛰어다녀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매우 힘든 인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부족한 인력 시장에서 충분히 영업과 기술로 인정받을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볼 가치는 있는 일이겠고.

시기적으로 거의 10년 정도의 과거를 돌아보는 느낌으로 블번에 정착을 시도한다면 시드니에서의 경험들이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길을 달리면서도 스쳐 지나는 텅빈 벌판과 산들이 아직은 시골 마을 같은 순박한 느낌을 주지만 10년 후에는 분명 좀 더 달라진 세련된 모습으로, 어쩌면 통합 대도시의 꿈을 이루어 쾌적하면서도 체계가 잡힌 도시의 삶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

거의 한달에 한번 정도 블번과 시드니를 오가다 보니 좀 더 저렴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작년 2024년 초에 젯스타 회원을 가입했다. 연 55불을 내면 국내선을 약간 할인받을 수 있고 국제선도 할인 우선권을 주는, 쉽게 말해 비행기를 자주 탄다면 55불 내고 그 이상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회원제다. 젯스타는 호주 콴타스의 자회사로 주로 국내선에 치중하지만 가끔 엄청난 가격 할인으로 국제선도 제공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쓰는 대표적인 항공사.

그런데 비행기를 타려고 보니 미리 가야 하고 주차비도 내고 등등, 항공 요금 자체는 사실 많이 비싸지 않고 어느 정도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지만(블번까지 한시간반, 대부분은 한 시간 조금 넘겨서 도착함, 차로는 9시간) 실제 시간이 그리 많이 단축되지 않는데다 가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어 차로 다니다 보니 가입 후 거의 이용하지 않았고, 정확히는 혜택도 거의 보지 못했다.

회원 만료가 다가오면서 안내 이메일을 받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자동 해지된다는 내용에 따라 기다렸더니, 어느 날, 자동 연장이 되었다는 이메일이 왔다. @.@

급하게 온라인 접속하여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니 내 계정에 자동 연장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지 않으면 미리 취소했어야 한다는 말. 일년동안 거의 사이트 접속도 안했는데? 이메일로는 아무 것도 안하면 자동 해지된다며? 항의를 해보았지만 상담사는 해줄 수 있는게 없고 상급자에게 보고하겠다는 정도로 마무리.

할 수 없이(?) 페어 트레이딩에 신고를 했다. 이는 나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자동 연장의 피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젯스타에 따르면 이 회비는 절대 취소되지 않는, 그러니까 환불이 불가한 비용이니 10만명이 회원이라면 거의 55만불을 거저 먹는다는 뜻. 이게 올바른 회사 정책이고 좋은 고객 서비스일까?

결과적으로, 내가 항의한 얼마 후에 취소하겠다는 이메일을 받았고, 또 애프터페이로 결제한 55불은 바로 취소가 되어서 모두 해결되었지만, 이 괘씸한 사기성(!) 정책이 문제라는 생각에 페어 트레이딩에 신고는 취소하지 않았고 오늘 담당자가 전화를 해왔다. 회사측에서는 취소 안내를 받았으니 종료되었지만 이 정책 자체는 문제가 많은 것 같으니 검토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물론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규정이 있고 필요한 정책에 따라 하겠지만, 고객이 모르는 상황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자동 연장을 통해 결제를 받고 더구나 “환불불가함”이라고 못 박아둔 것은, 개인으로서는 어쩌면 크지 않은 돈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눈감고 해먹는 금액이 상당할 수도 있으니 이는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젯스타 국제선은 가족의 말을 빌면 너무 좁고 서비스도 안 좋고 음식도 별로라 다시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데,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할인을 받으면야 좋기는 하겠지만, 전체적인 고객 서비스의 품질은 물론이고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정책은 수정해서 좀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운영했으면 한다. *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는 업체의 오래된 구형 잠금장치를 일반형으로 바꿔보았다. 50년 100년 된 집이 있는만큼 거기에 쓰이는 잠금장치도 매우 다양하고 특이한 것들이 많고, 그 중 하나는 아래 사진과 같이 방충망에나 쓸법한 것을 일반 유리문(sliding)에 설치해 둔 경우다. 장점이라면 안전한 방식이라는 것, 단점이라면 이제 이런 방식의 제품은 쓰이지 않고 찾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블로그에서 여러번 올렸듯이 보통 유리문에는 아래와 같은 제품을 쓴다. 표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방식의 잠금장치가 쓰이는 이유는 무거운 유리문을 여닫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손에 쥘만한 손잡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으로, 호주에서 쓰이는 여러 회사의 다양한 제품들이 거의 이와 유사한 형태로 쓰인다. 잠기는 부분은 스트라이커 strike이고 반대쪽 문틀에 설치하는데, 약한만큼 나사도 여러개 박고 다른 잠금장치를 추가하여 약점을 보완하는 형태다.

문제는 기존의 잠금장치와는 완전 다른 형태라 구멍을 좀 뚫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바깥 구멍은 덮이지 않기 때문에 얇은 판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별도 재료들은 모두 추가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작업하고 나면 아주 깔끔하고 쓰기에도 편하다. 보안성이 떨어지냐고? 유리문에 할 수 있는 잠금장치는 이것과 볼트 방식 두 가지 밖에 없으니 어차피 더 안전하기를 원한다면 추가로 볼트를 설치하면 된다.

가운데 실린더가 움직이는 부분의 구멍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실린더에 닿으면 열고 잠그는 과정이 매우 뻑뻑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구멍 크기를 여유있게 뚫어야 하고, 두 개의 나사로 고정되므로 단단하게 조여주어야 한다. 물론 설치 후 손잡이가 흔들린다고 해서 보안상 취약점이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

수영장 관리에 대해 여러 글을 올렸지만 무엇보다도 번거로운 일은 바로 청소 과정이다. 근처에 나무가 있으면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떨어지고 크고 작은 먼지가 날려 쌓이기도 하며 벌레나 각종 화학 물질, 소금 덩어리 등도 쌓인다. 수영을 실제로 하게 되면 이 모든 것은 더럽고 지저분한 청소 대상이고, 수영을 하지 않더라도 수질 관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주기적인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되면 하루에 몇번 가서 그물채로 낙엽과 큰 오물을 건져 올리지만 아무래도 바람이 많이 불어 낙엽이 쌓이거나 오랫동안 손을 보지 못하면 바닥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수영장 청소를 위해서 시중에 여러 제품들이 나와 있고,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실내 청소기와 같은 청소기. 써보지는 않았지만 넓은 면적을 청소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다음은 스키머라고 해서 skimmer, 정수 과정에서 쓰이는 흡입구에 연결해 수영장 전체의 먼지와 오물을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부실하게 생긴 것도 수백불 하니 관련 용품의 거품이 심하고 매우 비싼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도 로봇처럼 자동화된 제품이 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마지막으로 수영장 전체를 수면, 벽, 바닥으로 나누어 청소해주는 로봇 제품이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들에게는 실내 로봇청소기와 마찬가지로 센서를 이용해 현재 표면을 읽고 기록하여 자동으로 경로를 찾아다니는 방식이니 어렵지 않은 제품이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편의성”을 강조하며 최근에 많이 팔리고 있는 제품군이라 할 수 있겠다. 여러 회사들이 있고 미국과 호주 등에서 주류로 뜨고 있는 아이퍼 Aiper 제품을 구해 보았다. 사실 이 구입 과정이 그리 좋지 못해 앞으로 아이퍼는 불매하겠다고 선언도 했지만, 고객 서비스나 영업 방식이 정말 꽝인 회사인 반면에 품질은 적당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베이에서 회사 영업팀이 직접 경매로 제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지만 용품 도매에서는 할인을 잘 안해주고, 연말 등을 핑계로 할인을 해주는, 알고 보면 소비자가는 원래 거품이고 할인 판매가가 거의 정가인 회사 제품이라고 해두자.

아이퍼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2023까지 인기를 끌었던 상위 제품 시걸프로 Seagull Pro, 그 후에 최신 기종이 나왔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이미 검증받은(?) 제품을 구입했다. 미 달러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서 호주에서는 늘 비싸다.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이다. 권장 소비자가는 가짜이고 거품이며 실제로는 거의 할인해서 팔고 있는(연중), 그리고 그 할인가 마저도 이베이 본사 영업팀의 농간(?)에 힘입어 나중에 허탈해지게 되는, 가격 정책이 그야말로 고무줄이고 잣대가 없는, 형편없는 영업 전략이 짜증나는 회사라 하겠다.

실제로 동영상 등을 통해서 보이는 제품의 성능도 상당히 거품이다. 바닥에 깔린 모든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로봇이 지나가며 일으키는 파동과 움직임에 작은 오물이 휩쓸려 흩어지기도 하여 생각처럼 “완벽”은 아니고 바닥에 가라앉은 여러 오물을 일일이 뜨지 않고 적당히(!) 건져내는 용도로 쓰기에 적당한 제품이라 하겠다.

수면 청소 기능은 없기에 알 수가 없고, 벽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긁어주는 기능이 있지만 실제 이끼가 끼거나 한 상태의 청소는 불가하고 단순히 벽을 타는 기능이 있는 수준, 벽에 낙엽이 붙어 있을리는 없어 배터리를 아끼는 차원에서도 그냥 바닥 청소용으로만 쓰고 있다. 배터리는 한번 충전하면 2-3시간 정도 청소를 한 후 마지막에 전력이 떨어지면 수영장 구석에 처박혀 동작 정지로 대기하는데, 함께 제공되는 갈고리를 이용해서 건져내면 된다. 뭔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마무리다. 어느 정도 청소를 마치고 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한쪽에 서서 대기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벽을 오르는 듯 한 쪽에 멀뚱하게 정지되는 것은 마치 “힘 딸려”를 외치는 모습이다.

로봇의 경로 탐색 알고리즘도 꽝이다. 직사각형으로 긴 사각형 공간을 탐색할 때는 한쪽 구석에서 출발하여 긴 경로를 탐색하고 방향 전환을 최소로 줄이는 것이 전력 관리나 탐색 경로에서도 효율적이지만 이 제품은 일단 물 속에 놓으면 무조건 전진 후 옆으로 경로를 찾는다. 그래서 세로로 긴 상태의 수영장에 놓으면 좌우 왔다갔다 반복하게 되니 가로로 긴 상태의 왼쪽 구석에 놓으면 그나마 긴 경로를 다니게 되어 좀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쓰레기를 모으는 그물망은 생각보다 작다.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낙엽이 쌓인 경우는 최소 두 세번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다만 그물망 자체가 촘촘하여 소금 덩어리같은 작은 결정도 채집하니 청소기를 쓴 듯 바닥을 긁으며 청소하는 효과는 있어 보인다.

한번 충전에 몇 시간 걸리고 대략 2-3시간 정도를 쓸 수 있으니 아침이나 낮에 청소를 시키고 거름망을 씻은 후 오후에 충전해두는 식으로 운용하면 좋다. 배터리 성능은 얼마나 오래 갈지 알 수 없으나 충전 단자를 고무 덮개로 막는 부분이 나름대로의 효과는 있는지 아직까지는 충전과 사용 과정에서 누수 등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

수영장 용품에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물과 햇빛에 자주 노출되어 오래된 제품의 고무가 부식하거나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인데, 이 제품 역시 이동을 위한 앞바퀴가 큰 고무판으로 되어 있어 오래 쓰면 아무래도 흡착력이 떨어져 벽을 오르거나 이동하는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3개월 정도 사용한 후라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영업 과정에서 보여주는 회사의 서비스 수준이 과연 사후 처리나 부속품 판매, 수리 등의 과정에서 얼마나 좋은 결과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적당한, 그러나 제법 비싼 품질의 수영장 로봇 청소기를 원한다면 고려해보도록 권한다. 물론 비싸고 성능이 최악인 제품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현실이라, 능력이 되면 사업을 진출해보고 싶은 정도… @.@ *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내 집에 수영장,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른 것이, 수영장을 많이 쓰든 아니든, 항상 청결하고 사용가능한 상태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주인의 몫이니만큼 이 수영장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드는 일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적당히 청소만 하면 되지 않겠냐 싶지만, 그 관리가 어려운 것은 몇번에 걸쳐 설명했듯이 예를 들어 나뭇잎이 떨어져 쌓인다거나 벌레가 끓거나 비가 와서 수질이 바뀌거나 오래 햇빛에 노출되어 이끼가 끼는 등 다양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을 잠시 비웠다 돌아오는 사이에 비가 많이 오고 또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면, 수영장처럼 고인 물에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정수용 모터와 필터가 있지만 너무 용량이 적고 이것마저 고장이 나거나 어떤 이유로 잠시 멈추면 그 상태는 심해진다. 3주 정도 집을 비우고 일주일 정도 모터가 멈춘 후 비까지 온 후의 수영장 물은 아래와 같이 변해 버린다.

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물을 어떻게 좋은 수질로 바꾸느냐다. 물론, 이걸 다 퍼내고 새로 수도물을 부으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수영장 물을 다 퍼내려면 양동이로 하루 종일 퍼도 안될 일이고 사실 이걸 퍼서 버릴 곳도 없는데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작업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방법은 딱 하나, 이 물을 씻어내서(?) 새 물처럼 바꿔주는 수 밖에.

투명한 물이 이끼가 끼고 연못처럼 된 것은 첫번째 찌꺼기와 쓰레기가 많아서이다. 눈에 보이면 걷어 내겠지만 일단 물 속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먼저 쇼크(shock)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 영어로 쇼킹하게 충격을 주듯이 수영장에 진한 농도의 염소(염산의 그 염소 맞다 영어로 클로린 chlorine)를 퍼부어주면 기본적으로 떠다니는 미생물(이끼 각종 세균 등등 포함)은 다 죽는다. 물론 녹색의 진한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 양을 부어주냐는 다르지만, 위의 사진에서는 15리터 3통을 퍼부었고 그 이상을 썼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버닝스 bunnings에서는 액체용 염소를 12.5리터 팔고 있고 더 큰 15리터도 싸게 판다. 먼저 15리터를 한 통 산 후에 통을 가져가면 가스처럼 다른 통으로 교환해주고 저렴하게 통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업체에 따라서는 가루형 고체형 등도 파는데, 가루형은 다른 그릇에 부어서 다 녹인 후에 다시 건더기를 걸러내고 부어야 하는 매우 번거로운 과정이 있는데다 그 효과도 그다지 좋지 않은 듯 하다. 만약 수영장이 녹색으로 변해서 쇼킹을 한다면 찐한 염소가 필요하니 액체형을 구입할 것을 권한다.

염소를 갖다 부으면 물이 완전 투명하게 바로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절대 아니고 물 속에는 이제 죽은 미생물과 다양한 찌꺼기들이 남게 된다. 이걸 제대로 걸러주지 않으면 다시 금방 녹색으로 변하니 퍼부은 돈이 아까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정수용 필터가 너무 오래된데다 물 속에 고체형 염소 찌꺼기 등 여러 가지 것들이 남아서 내 경우는 이 정수용 필터(용량에 따라 다름 50리터 100리터 등)를 매일같이 꺼내서 씻어주고 다시 넣고 반복했다. 무려 일주일 동안 이 짓을 해보면 수영장 관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깨닫게 된다. 참고로, 이 정수용 필터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보통 한 두달에 한번 정도 꺼내서 씻어주면 되고 2년 정도 교환 주기다.

시간이 가면서 찌꺼기가 걸러지고 염소를 부어주면 물이 점차 투명해지고 결국은 깨끗한 새 물로 바뀐다. 썩은 물이었는데 어떻게 수영을 다시 하냐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먹는 물도 결국은 정수를 거쳐 각종 잡균과 찌꺼기를 거른 것임을 생각하면, 연못 색깔을 투명하게 만든 공로가 대단하니 수영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겠다.

수영장의 수질은 투명도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염소의 수치 뿐 아니라 소금 농도, 물의 세기(산 염기 정도) 등 다양한 지표가 있어 이를 위해서는 전문 업체에 물을 떠가서 검사 받고 필요한 약품을 사다 넣거나 아니면 버닝스 등에서 지표를 위한 검사지(리트머스 용지와 비슷)를 사서 각종 농도를 보고 필요한 처치를 하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적인 일은 적당한 염소 수치를 위해 염소 생성기를 잘 돌려야 하고 찌꺼기를 거르기 위해 정수용 모터와 필터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 이 정도만 해도 투명한 상태의 물은 유지할 수 있다. 그 밖의 수치는 실제 수영을 하기 전에 추가로 맞추면 될 일이다.

2주 간의 여름 휴가 중 약 10일 정도를 이 수영장 물 관리에 할애했으니 많은 경험을 한 셈이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필터 교체, 소금 보충 등도 해주었다. 여름이라 수영장을 쓰는 이도 많고 수질 관리를 위해 저가 소금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브리즈번 쪽에서는 버닝스 전 매장에서 수영장 소금이 한동안 품절이었다는 후문…

자, 이제 깨끗하게 처리된 수영장을 즐겨보자… 눈으로 봐도 즐겁다. *

특별히 한국식 명칭으로 부르기가 애매한, 주택의 양쪽 옆이나 뒷마당 울타리쪽에 있는 문을 호주에서는 그냥 게이트라고 부른다. 게이트 gate라고 하면 그냥 출입구인 것인데, 일반문 door이 아니라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혹은 차고 garage 앞에 두는 “집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통칭 게이트라고 편하게 부르는 것이다. 이 게이트에는 특별히 잠금 장치를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그 이유는 일반적 나무 문이나 철문을 쓰는게 아니라 나무를 덧댄 울타리 fence 형태로 문을 짜는 일이 흔한데다 문틀 frame이나 고정 부위 door jamb도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 후 시간이 꽤 지났지만 좌측 게이트(정면에서 볼 때 기준)에는 오래된 걸쇠 하나 있는게 전부라 낮이든 밤이든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이 있고, 일단 뒷마당으로 진입하고 나면 뒷쪽에서 유리창이나 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도 가능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렇다고 표준형으로 쓰이는 잠금 장치는 크기나 면적, 위치 등이 전혀 맞지 않아 방법이 없었는데, 이번에 시간을 내어 문을 좀 다듬고 거기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해 보았다. 단순 작업이 어려운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환경 자체가 올록볼록 나무를 덧댄 때문이고, 디지털도어록을 쓴 이유는 좀 더 편하게 사용하기 위함이다.

먼저 작업할 곳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해서 치수를 재어 나무를 자르고 디지털도어록이 위치할 부분을 채워 준다. 모서리에서부터 60mm 정도 떨어진 표준 위치에 설치할 예정이라 그 정도에 맞게 나무를 자르고 붙인 후(나사로 고정) 부식 방지 및 색깔 맞춤을 위해 지난번에 사용한(다음에 소개할 예정) 검정 페인트를 발라 주었다. 조금 어색함이 있지만 하얀 나무색보다는 나아서 이렇게 해둔다. 위에다 디지털도어록을 붙일 것이라 검정색이라 해도 크게 튀지는 않는 셈이다.

나무판을 고정하고 나면 뒷쪽도 보완해야 한다. 뒷쪽은 나무 외에 테두리를 따라 철제 봉이 있어 그 안쪽으로 넓은 목판을 대기로 했다. 역시 필요한 만큼 나무를 자른 후 나사로 고정시키고 검정 페인트를 바른다. 원래 세번 정도는 발라야 하지만 한번 말린 후 한번 정도만 더 칠했다.

앞뒤 페인트가 적당히 마르면(완전히 말리려면 며칠 걸림) 60mm 위치에 홀쏘 holesaw로 구멍을 낸다. 표준인 32mm 크기다. 앞뒤로 덧댄 나무에 정확히 구멍을 내면 되고, 못으로 고정했기 때문에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구멍을 내고 나면 거기에 디지털도어록 앞판을 대고 뒷쪽에서 나사로 고정시키면 된다.

원래 나무문에다 앞뒤로 나무를 덧댄 탓에 전체적인 두께가 상당히 두꺼워졌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나사가 아니라 좀 더 긴 70mm 이상의 나사가 필요하다. 다행히 다른 곳에서 쓰던 나사가 있어 고정시킬 수 있었지만 만약 이런 긴 나사가 없으면 본체 고정이 안되어 곤란해진다. 앞판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고의로 파손하는 의도가 있을 경우 뒷쪽에서 강하게 잡아주지 않으면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과정은 일반적인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는 경우와 비슷하게 진행한다. 뒷판을 고정시키고 선을 연결 후 본체를 닫으면 설치는 끝난다. 보통 게이트 자체가 기둥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라 잠기는 부분의 간격을 잘 살펴 바깥으로 적당히 빼서 고정시켜야 한다. 너무 가까우면 문을 여닫기 힘들지만 너무 멀 경우 디지털도어록과 같이 일반적인 잠금 장치는 설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잠기는 부분에 스트라이커를 설치해야 한다. 두꺼운 나무 기둥에 적당한 위치를 잡고 끌로 나무를 파낸 후 스트라이커를 고정시킨다. 매우 두꺼운 나무 기둥이라 긴 나사를 쓰면 충분히 단단하게 고정이 가능하다. 단순히 밀거나 차거나 해서 스트라이커가 빠질 일은 없다.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오래전에 사둔 레인커버 rain cover가 있어서(한국산) 이를 이용해 앞에 설치해 주었다. 목적은 비를 덜 맞게 하는 것이지만 외부에서 아무나 쉽게 번호판을 건드리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목적도 있다. 어차피 집 안쪽에서는 쉽게 열 수 있고 밖에서 열 일이 많지는 않아 조금이라도 쓰는데 번거로움을 더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좌측 게이트의 기본적인 보안 장치 설치가 끝났다. 아침 저녁으로 안팎에 해가 들지만 오래전에 사둔 재고라 적당히 쓸만하면 되고 또 큰 비용 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잠금 장치를 설치하는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무난할 듯 싶다. 만약 이게 고장나거나 한다면 나무판을 덧대어두고 표준 위치에 구멍을 뚫었기 때문에 언제든 일반(기계식) 잠금 장치로 전환할 수 있는 상태다. 일이 아니라 집 관리 측면에서 진행한 내용이라 핸디맨 주제로 남겨둔다. *

넷플릭스 최신작 제로 데이(zero day)는 컴퓨터 IT 산업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 사회의 “해킹으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취약점과 함께 미국 정치와 현실을 잘 보여주는 짧은 드라마다. 자연 재해로 사회가 마비되는 일이 있기도 하지만 인위적인 해킹은 전기 통신 등 사회적 기반을 무너뜨려 붕괴시키는데 치명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해외 평가에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도입부의 충격적인 내용들과는 별개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음모론과 방향성이 엇갈리면서 결론에 이르는 전개 때문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역의 로버트 드니로 외에도 낯이 익은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여 미국 정계의 다양한 모습과 특히 현대 첨단 기술을 동원하는 특수 첩보 기관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날카로움이 있지만, 대단한 액션과 스릴 넘치는 전개를 기대하기에는 중후반 들어 이어지는 “뻔한” 내용에 아쉬움이 커진다. 정치와 스릴러라는 소재를 잘 엮은 다양한 작품들이 있지만 이 드라마 역시 흔한 흐름에 맡겨 안전한 평가를 택함으로써 반전을 기대하는 이들을 실망스럽게 한다. 이것이 미국 정치 스릴러의 한계일까?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여론의 형성 및 돈맛에 길들여져 자극적인 내용에 몰두하는 사기꾼과 대중이 넘쳐나는 시대에, 세상이 정직하고 성실한 시민들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다양한 음모론과 함께 돈을 벌고자 하는 투기꾼과 진실보다는 현실을 택해야 하는 정치의 적나라한 현실이 다소 불편하지만 그냥 볼만한 수준으로는 적당하다 싶다.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엉뚱한 소재들을 곁들여 눈속임으로 관심을 끌어 보지만 그러기에는 기본 바탕의 이야기가 다소 뻔한 내용으로 흐르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민주주의에서 자유와 권리에 대한 남용, 법을 초월하는 선택이 인간들에 가져오는 초월적 결과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조금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진실은 진실이다. 우리는 무엇을 택할 수 있을까. *



예전에 가정용 메시 시스템으로 가성비가 좋았던 오르비 프로 SXK80을 소개한 적이 있다(아래 글 참고). 오르비와 오르비 프로는 거의 비슷하지만 대역폭을 나눠서 쓰거나 하는 몇 가지 세세한 부분이 달라 프로는 오피스 등 부서별 관리가 필요한 곳이 유리하다는 등의 차이가 있지만, 크게 봤을 때는 넷기어 Netgear 오르비 Orbi 시리즈는 최신 무선 라우터 시스템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다.

오르비 제품군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 가격대 성능비로 봤을 때는 RBK7이나 8 제품이 무난하고, 9로 올라가면 가격이 아주 비싸지며 RBK7도 최신 제품은 거의 1000불에 육박하니 가정용으로는 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오늘 이야기의 시작은, 지인께서 인터넷이 잘 끊기고 불편하다고 하셔서 메시 시스템을 권해 드렸고 특히 예전에 경험해본 가성비 최고의 제품인 SXK80이 좋아서 구매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걸 배송받아 설치를 하는데 도저히 진행이 안된다는 것. NBN 업체와 환경에 따라 VLAN 설정을 하는 등 몇 가지 특이한 부분이 있지만 아무리 해도 인터넷 연결이 안되어 중간에 포기. 여기서 한 가지 부가적으로 설명하면, 예전 문제가 되었을 때 TPG 기술 지원에 연락했을 때는 담당자가 VLAN 설정 등을 잘 알고 설명해 주었지만(그러나 결국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나중에 직접 해결함) 이번에는 기술 지원팀의 대응이 너무도 형편없더라는 사실이다.

기술 지원팀은 보통 24시간 내 언제든 연락하면 도움을 주는데, 일요일 오전에 했더니 무슨 문제가 있다고 30분 후에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잠시 기다렸다 다시 했더니 오르비 SXK80 제품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디서 어떤 항목을 설정하거나 건드려야 하는지 모르고 왜 안되는지도 모르니 지원이란 말이 의미가 없어 그냥 끊었고 결국 인터넷 연결 포기.

지인의 제안에 따라 다른 제품을 구해서 시도해보기로 하고 찾은게 바로 RBK852. 이 제품 역시 약간 구형으로 8은 시리즈 모델, 5는 버전, 2는 장비 수를 가리킨다. 즉 8 시리즈 버전 5의 2대로 구성된 제품이라는 의미. RBK763이라면 7시리즈 버전 6의 3대로 구성된 제품인 셈이다. 이전에는 없었는데 블프 기념으로 한 업체에서 대폭 할인을 해서 379불에 판매한다는 내용이 있어 바로 매장을 갔지만 재고가 없다. 여기저기 물어 겨우 한 곳에서 재고를 찾아 구입 후 귀가. 모든 것을 제거하고 이 제품으로 자동 설정을 진행했지만 인터넷 연결은 안되었다.

수동으로 접속후(로컬 IP 192.168.1.1) 관리 모드로 들어가서 VLAN 설정을 해주니 연결이 된다! 이 제품의 경우 펌웨어 업데이트인지, 이전 것보다 관리 모드가 직관적이고 편하게 되어 있어 다행이다. 사실 SXK80과 RBK852는 거의 비슷한 수준의 기능이라 큰 차이가 없다 볼 수 있다. SXK80이 특별가 499불이었는데 거의 600불 이상하는 RBK852를 블프 기념 및 구형이라는 이유로 379불에 구입했으니 행운인 셈. 현재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업체에서 349불에 팔고 있다. 적극 추천~

메시의 장점은 상당히 큰 규모의 집에서도 유선없이 무선으로 모든 영역을 지원할 수 있다는데 있다. 기본적인 와이파이 WIFI 무선망 외에도 장비들끼리의 무선 통신을 이용해서 신호를 주고받으며 각 장비에서 그 신호를 증폭하여 뿌려주기 때문에 웬만한 크기의 집에서도 거의 비슷한, 혹은 상당히 양호한 속도로 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지인의 경우 장비를 바꾸면서 비싼 텔스트라를 버리고(!) TPG에 비슷한 요금으로 250Mb를 신청했고 장비 근처는 250-260Mb, 집 끝쪽에서는 90-100Mb 정도의 속도가 나오고 있다. 이전에 집 전체를 유선으로 구축하고 텔스트라의 비싼 서비스를 50Mb로 이용한 것에 비하면 월등한 변화다. 그것도 무선으로!

메시를 설치할 때의 중요한 점은 본체인 라우터를 모두 설정한 후에 위성 장치 satellite를 동기화 시켜 가장 신호가 잘 나오는 곳에 배치하는 일이다. 1층의 한쪽끝, 2층의 다른쪽 끝이면 이상적이겠지만 지인의 경우 집 구조가 미로같이 되어 있어 의외로 신호가 잘 받쳐주지 않아 한 대를 2층 끝, 다른 한 대를 반대쪽 끝에 두었고 1층은 천정을 통해 신호를 받도록 배치했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90-100Mb로 줄었지만 이 정도도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

만약 공간이 뚫리고 직선형 구조인 집에서는 한 층에 라우터를 두고 다른 층 중간에 위성 장치를 두면, 집 끝에서 거의 250Mb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으니 메시 시스템이 매우 편리하고 유용한 해결책이다.

참고로 TPG는 월 10불을 더 내면 최고 속도인 800Mb를 이용 가능하니 가족 수가 많고 인터넷과 TV 방송을 하루 종일 즐기며 심지어 온라인 게임도 오래 한다면 이 정도 속도도 시도해볼만하다. 물론 이론상으로 1Gb 까지의 속도는 이런 메시 시스템에서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지원 장치 수도 100대에서 400대까지 되니, 한 사람이 핸드폰, 태블릿, 노트북, PC, TV를 쓴다 해도 10명 이상의 구성원도 문제없이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에 업그레이드하게 되면(이유 : 더 빠른 속도 예를 들어 기가비트 등) 현대로는 RBK773 정도가 좋겠고, 가정에서 RBK9 시리즈를 쓸 일은 없지만 몇년 후는 또 모르니 가격만 떨어진다면 충분히 매력적일 듯 싶다. *

모티스 mortice는 문 앞이나 뒤가 아니라 옆면을 파고 거기에 넣는 잠금 장치의 한 종류로, 호주를 비롯한 서양에서 흔하고 한국에서도 고급 문에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고 깔끔한 외형이 돋보이지만 일단 고장이 나면 문을 열 수가 없어 일이 커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일년에 한 두번은 꼭 모티스를 뜯는 일이 생기곤 하는데,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모티스를 교체하러 갔다. 일단 모티스를 뜯어내기 전에 문이 실제로 열리는지 안 열리는지를 확인한다. 문을 열 수 있다면 굳이 뜯지 않고도 쉽게 해결이 가능하고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번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문을 열 수 없어 뜯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초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그냥 닥치는대로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최소 두 시간에서 그 이상 걸린 적도 있으니. 지금은 경험이 많아진 덕분에 일을 좀 더 쉽고 편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 같은 작업을 30분에서 한 시간 사이에 해결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모티스를 뜯는 과정은 쉽지 않다. 실린더를 제거하고 잠금 장치의 본체에 구멍을 내야 하는데 작은 금속도 스테인리스로 된 경우가 있어 드릴 비트도 여러 개를 바꿔가며 써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런 작업에서 드릴 비트를 아끼려고 오래된 것을 쓰면 힘과 에너지만 낭비할 뿐 전혀 구멍을 뚫을 수 없으니 가급적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게 좋다.

실린더 제거 후 본체에 구멍을 내고 나면 문을 왜 열 수 없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거의 90% 이상은 실린더에서 떨어진 작은 부품들이 중간에 끼어 문을 여는 래치 latch를 끝까지 당길 수 없기 때문이니 부품을 찾아서 제거하면 쉽게 열린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 모티스 자체가 고장난 것이라면 천천히 하나씩 부품을 드릴로 쪼개며 꺼내고 다양한 방법으로 래치를 당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문 앞뒷면의 손잡이가 일체형이냐 독립형이냐에 따라서도 작업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고객 입장에서 돈은 더 들지만 일체경은 문에 큰 구멍을 내어도 나중에 가려지므로 작업은 좀 더 수월해진다.

문을 열고 나면 모티스를 제거하고 새 제품으로 교체한다. 이번 경우는 모티스, 실린더, 손잡이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 비용이 제법 들었다. 만약 모티스 자체만 고장이고 실린더를 살릴 수 있다면 손잡이와 실린더를 제외한 모티스 비용만 들기 때문에 조금 더 저렴하지만 결국 이 작업의 핵심은 문을 여는 것에 있으니 작업비는 꽤 든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당연히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항상 배터리는 여유있게 2-3개 완충해서 들고 다녀야 하고 드릴 비트도 새 제품으로 5, 6, 8, 10미리 등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경험상, 한국 드릴 비트는 품질이 우수하지만 강도가 약해 드릴링 중 자주 부러지며 호주 제품은 전체적으로 성능이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5-10배) 중국 제품은 구멍 하나 뚫기도 전에 닳아버려 거의 쓸모가 없으니 절대 구입하면 안된다. 현재는 저렴한 한국산을 주로 쓰는 중이고, 드릴이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부러진 경우 최대한 잘 꺼낼 수 있도록 조심해서 작업 중이다.

모티스를 비롯하여 손잡이, 실린더 등은 법적으로 표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규격 제품이라 어느 회사를 쓰든 관계는 없고, 대부분이 화재 인증도 받은 것들이라 특별히 가릴 필요는 없다. 저렴한 제품은 대만 OEM이고 가장 좋은 제품도 생산은 중국이지만 품질 자체를 호주 회사들이 OEM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품질은 우수한 편이다. 손잡이 등의 재질이나 디자인, 마감의 시각적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이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 저렴한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품질에 따라 두배 가까이 가격차가 나므로 적당한 것을 선택하면 되겠다. *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식당에 가족들과 외식하러 가끔 가는 편인데, 앞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아 잠깐 후기를 남겨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주에 와서 유명 맛집이나 식당을 소개받거나 찾아서 들르곤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 유명세만큼 제대로된 곳은 찾지 못했다. 좀 까다롭게 본 탓도 있겠지만, 교민들이 말하는 맛집이나 유명한 곳은 대부분 말로만 유명할 뿐 실제로 맛이 특별나거나 그렇다고 서비스가 좋지도 않았다.

게다가 식당이란 비지니스가, 어느 정도 유명해지고 성업하면 바로 매각하고 다른 곳을 창업하는 식의, 전통을 지켜 맛집을 유지한다기 보다는 한탕하고 빠지는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보니, 정말 맛집이란 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는 곳이 바로 호주의 식당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반론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시기를.

지인과 가끔 들르곤 하던 식당은 집에서도 가까운 곳으로, 이미 블번 Brisbane에서는 몇 곳의 지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 중 제법 괜찮다는 곳이 다행히 집에서 가까워 가끔 가족 모임으로 방문했는데, 마지막에 들른 시점은 워낙 바쁜 날 저녁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서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거의 모든 좌석이 차서 아주 바쁘게 돌아가는 저녁인데 주방을 제외하고 서비스를 하는 직원이 몇명 없었다. 그렇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돈은 바로 이렇게 버는 것”이라는 사실. 그렇게 바쁘게 손님이 줄을 설 정도라면 직원 수도 늘리고 당일만이라도 서비스를 제대로 해야지, 손님만 많이 받아놓고 주문을 하거나 뭘 요구해도 한참 걸리거나 아예 답이 없으니, 이걸 과연 좋은 서비스라 해야 할런지?

식당의 음식 맛은 괜찮은 편이다. 블번에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추천도 자주 받는 곳으로, 식당의 음식 맛은 그만큼 평가가 꽤 좋다. 문제는 식당이란 것이 음식으로만 결론지어질 곳은 아니라는 점. 바쁜 중에 주문을 넣고 한참 기다려서 받은 것은 그렇다 쳐도, 뭘 필요한 것을 달라거나 해도 답이 없고 불판이 다 타들어가도 둘러보는 직원도 없다. 굳이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시드니 모 식당은 직원들이 매장을 계속 둘러보며 부족한 반찬을 묻거나 채워준다든지 불판이 타면 알아서 갈아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서비스가 고객에게 매우 중요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사장은 도대체 모르는 것인지?

다른 지인을 만나러 한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자랑거리라는 음식을 한번 시켜보았는데 먹을만 했지만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다. 이곳도 음식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블번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라는데, 생각만큼 유명세만큼 대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식당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음식 맛이 좋고 서비스도 훌륭하면 기왕 방문한 고객은 다른 곳을 찾기 보다는 다시 오게 되는 습성이 있다. 다른 서비스보다 특히 음식은 입맛에 맞는 것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식 맛은 그렇다 치고 머무는 동안 불쾌하고 혹은 갈 때마다 음식 맛이 달라진다면 과연 좋은 맛집이라 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식당을 단순 비지니스로 생각하고 어느 정도 운영해서 키운 후 팔고 또 다른 곳을 차려 키운 후 팔고, 이런 일을 반복한다. 수익과 사업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식당이란 맛을 담당하는 주방과 고객 서비스가 꾸준히 일정 품질을 유지해야만 지속성이 있는 비지니스가 아닌가 싶다.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올린 후 팔아버리고 이름만 같을 뿐, 주방의 맛도 다르고 운영자의 언어도 다르고 서비스도 완전 다르다면 그것은 이미 같은 식당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한 업체에 방문했을 때는 이것저것 많이 시켰더니 좋아하기 보다는 귀찮아 하는 느낌이었다는… 서비스 업의 본질을 알고 운영하는 자세가 필요할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