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기간을 제외하고 입주한지도 벌써 10개월이 된 상황에, 아래층 화장실 레노베이션을 무사히 잘 마치고 급하게 손봐야 할 것들은 대충 마무리 했지만, 윗층 레노베이션과 같은 큰 일을 제외하고 마음에 걸리는 두 가지 과제가 더 남아있다. 물론 하나는 급하게 해야할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니 과제가 된 셈이다.

예전 사진을 보면 마당에 그다지 나무도 없고 적당히 잔디로 관리한 듯 하지만, 전 주인이 약간 특이한 성향이었는지 잡다한 잡목들을 잔뜩 심고 좀 어수선하게 해두었던터라 이사하기 전에 사람을 불러 큰 나무 두 그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 버렸지만, 마당 자체에 특별히 뭐가 있는게 아니다 보니 수시로 잡초가 올라오고 잡목의 뿌리를 거의 제거했지만 아직도 죽지 않고 버티고 있다.

화단 조성이나 정원 관리는 영어로 랜드스케이핑 landscaping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비용이 들고 집의 가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는 주제다. 아쉽게도 집의 구조가 진입로 경사 때문에 작은 공사 차량이 진입하기 어렵다 보니 만약에 마당을 다듬어 뭔가 작업을 하려면 사람을 불러 시간과 비용이 꽤나 많이 들 것 같은 상황에서, 일단 마당 한 쪽의 작은 돌을 걷어내고 거기에 나무 바닥(deck)을 깔아보려고 계획했다.

일반적으로 지붕이 있는 구조는 신고를 해야 하고 크기나 환경 등에 따라 카운슬에 신고를 해야 하냐 아니냐의 구분이 있지만, 그 보다는 덱(deck)을 설치하는 작업 자체가 결코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닌게 문제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덱 설치에 대해 조사해보니, 적당한 깊이로 땅을 파서 걷어내고 그 위에 잡초 방지용 비닐을 깔고 그 다음에 잔잔한 자갈을 깐 후 기본 뼈대 목재를 설치하고(수평 맞추기) 다시 바닥 목재를 깔면 되는 일이다. 말이야 쉽지만 각 단계별 일 자체도 시간과 비용, 특히 노동이 제법 드는 일이다.

목수들에 따르면, 그리고 구글에 따르면 이 덱을 설치하는 비용은 대략 7-8천불 정도가 드니, 실제 재료비를 계산해보면 일반 나무가 아닌 단단한 수입 목재(hard wood)를 사용할 경우 재료비만 대략 2천불 정도다. 통장에 돈이 넘친다면야 그냥 사람 부르는게 간단한 일이지만, 직접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해서 천천히 단계별로 해보기로 했다. 기존의 돌을 걷어내는게 먼저 해야할 일인데, 삽으로 대충 해보니 쉽지가 않아 큰 것들만 한 쪽으로 걷어내고 마무리. 문제는 이렇게 돌을 걷어내고 나면 흙바닥이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고이거나 땅이 패인다. 그나마 돌이 깔려 있어서 땅이 패이지 않았던 것이지, 돌을 걷어내고 바닥을 다지고 비닐을 깔고 다시 자갈을 덮는 정도까지는 한번에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쉽지 않네… @.@

다른 한 가지는 수영장 위로 늘어진 뒷집 나무다.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점점 더 자라 수영장 위쪽으로 늘어지다 보니 거기서 작은 씨앗, 벌레, 먼지 등이 떨어져 수영장 필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일반적 관행에 따르면, 이웃에서 넘어온 가지는 허락없이 그냥 자를 수 있고 그 잔해를 이웃에 가져다줄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자를 수 있느냐의 권한이 아니라, 나무가 너무 높게 위치해 있고 수영장 바로 위라 뭔가 도구를 이용해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것. 가지 치기를 위해 사람을 불렀을 때 물어보니 이웃에 요청해서 잘라달라고 하는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지난번에 집에 갔을 때 혹시나 해서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려고 찾아갔지만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어 포기했고, 편지를 써서 넣어볼까 했지만 아직 시도는 못했다. 우리가 생각한 다른 해결책은 높은 사다리를 수영장 안에다 놓고 그냥 그 위에서 긴 전기톱(예를 들어 pole saw)을 이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 이를 위해 에어태스크 airtasker에 올려 보았지만 환경이 별로 안 좋아서인지 응답이 거의 없다. 그냥 좀 더 높은 사다리(3미터?)와 전기톱을 사서 직접 해볼까 생각중이지만 아직 결론은 없다.

주택에 살면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자유와 땅값 상승이라는 경제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이처럼 할 일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주택을 택한 이유는, 예전 공동 주택에서의 이웃과의 마찰은 물론이고, 아무리 아파트나 유닛이 점점 더 일반화되어가는 호주라 해도 결국 부동산의 가치는 “땅(land)”에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과제들이 더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기회가 되면 하나씩 해봐야 할 것 같다. 돈을 수만불 벌어도 직접 처리하는게 결국은 남는 장사이다 보니… *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파트 등에서 디지털도어록, 혹은 스마트록을 당연하게 써오고 있다. 호주는 최근 들어서야 사람들이 전자식 잠금 장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규정이 까다로워 아파트나 유닛에서는 아무 제품이나 쓸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여러 회사들이 규정에 맞도록 화재 시험 등을 거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도 많이 미흡한 모양새다. 그 사례 하나.

얼마전 고객 요청으로 아파트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했다. 예전에 비해서 조금 늘어난 제품군이 있지만 그럼에도 디자인이나 기능 가격 등이 여전히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나 유닛은 공동주택 규정이 있어 화재 시험을 거친 인증이 되어야 하기에 들어가는 부품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별도 회사의 비싸고 성능 좋은(!) 제품을 따로 구해서 작업을 했다. 일반적인 목문용과 달리 약간의 구멍을 뚫는 등 추가 작업이 약간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래치 latch를 설치하고 스핀들 spindle을 넣으려니 맞지 않는다. 손잡이를 움직일 때 중간에 들어가는 막대(스핀들)가 움직이면서 문을 열어주는 것인데 이 굵기가 다른 것이다!

당장 그 크기가 다른 것을 몰랐던 나도 문제지만, 갑작스레 추천받아 가져온 것이라 그걸 비교해볼 시간은 없었다는게 변명같은 이유고, 제품을 소개해준 도매 담당자는 물론이고 아무도 그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쓸 수는 없어 결국은 업체에 이에 대해 항의를 하고 개선품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한 후 제품은 그라인더로 갈아서 굵기를 맞춰 마무리 했지만 씁쓸한 결과다.

대개의 일들이 그렇다. 규정이란게 있어 막 따져대지만 실제로 물어보면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도 없고 담당자나 관리자라고 해서 어떤 규정을 확인하고 제품을 물어봐도 내용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주 아파트나 유닛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기 어려운 것은, 일단 제품과 설치비가 너무 비싼 탓도 있고 아파트 회사 자체에서 거절하는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가 관리 주체나 담당자가 내용 자체를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매 업체도 잘 몰라 자기들끼리 묻고 확인하는 등 헤메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개념이 없는 관리자가 그 내용을 잘 알리 없다. 이런 답답한 규정이…

제품 자체에는 딱히 정해진 메뉴얼도 없고 간단한 메뉴얼에 있는 내용을 따라 해봐도 제대로 동작이 되지 않는다. 나중에 이에 대해 도매에 가서 물어보고 메뉴얼 개선을 요청했지만, 정작 그들도 그리고 다른 직원들도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앱으로 하면 잘 된다”는 식의 답변으로 대충 넘기고 있다. 엄격하고 융통성없는 규정과 법에다 뭔가 해보려고 시도한 업체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며 회피하는 것은 호주에서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제발, 규정을 만들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도 준비하고, 또 시장을 형성하고자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판매한다면 좀 더 책임감있게 메뉴얼이나 고객 응대를 해줬으면 한다. 앞으로는 나아지겠지? *

일을 10여년 해오면서 여러 전동 공구를 써왔다. 초기에는 선생님이 알려주신 공구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특히 한국에서 초기에 쓰이던 예전 방식의(크기가 큰 배터리) 제품이 유일한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리고 기술 발전과 더불어, 최근에는 다양한 회사의 여러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고 또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너무 다양한 제품들이 또 신기술을 가지고 출시되다 보니 무조건 저렴하거나 적당한 가격의 고성능 공구가 최고인 것으로만 홍보되고 있다는 것.

물론 하루에 수백개의 못을 박거나 일처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못을 박을 때 0.1초라도 덜 드는 빠르고 효율적인 제품이 있으면 좋겠지만, 자 생각을 해보자. 우리가 나무나 벽에 못을 박을 때 못을 일렬로 줄줄이 세워놓고 바로 시작 땅!하면서 전동 공구를 갖다대고 드르륵 지나면서 처리하는지? 절대 아니다. 못(나사)을 하나 손에 들고 원하는 위치에 놓고 공구를 쓰고 또 다음 위치로 가고 등등. 기본적인 작업 과정이 모두 전동화가 되거나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특히 유튜브에서 이야기하는 공구의 힘(파워)이나 작업 시간 단축은 어쩌면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게 이 글의 핵심이다.

주로 쓰고 있는 디월트 DeWalt 브랜드의 임팩트와 드릴에 대해서 잠깐 예를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임팩트 impact를 가지고 임팩트 드릴 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정확하게는 임팩트 드라이버, 즉 때리는 충격을 주는 드라이버 공구라는 의미로, 밀어주는(때리는) 힘이 있어 좀 더 강력하게 빠르게 나사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용도다. 단순히 회전을 위주로 하는 드릴(드릴 드라이버 drill driver)와는 그러한 차이가 있다.

디월트는 DCD996을 넘어 999 시대로 갔다가 최근에 1007이라는, 크기가 약간 작지만 훨씬 더 강력한 드릴을 발표해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의 최대 효과를 위해서는 물론 전용 배터리인 54V(신형) 배터리를 써야 하고, 큰 힘을 오래 쓰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 용량이 높은(9A 이상) 것을 장착하는게 좋다. 그런데 우리가 현장에서 작업을 할 때 과연 무거운 고용량 배터리를 가지고 항상(!!!) 최대의 힘을 내야 하는 것일까? 내 경험으로는 아니다. 비교적 공구를 많이 쓰지 않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철판이나 콘크리트 바닥을 뚫거나 하는 일을 한다치면 그 동안은 강한 힘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제품이 가진 최대의 힘을 얻어야 할 이유는 없다. 거꾸로 말하면 구모델인 DCD996으로도 충분하고(실제로 이것 사용중) 가벼우면서 약간 힘이 떨어지는 DCD796 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만약 단단한 콘크리트에 큰 구멍을 내려면 큰 힘이 필요한게 아니라 아예 장비를 전용 로터리 해머 드릴 등으로 바꾸는게 더 효율적이다.

임팩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DCF887이 매우 대중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었지만 그후로도 850, 845를 거쳐 최근에는 강력한 860을 출시했고 동시에 크기가 작으면서 소음을 줄인(그리고 성능도 좋다는) 870까지 출시했다. 그러면 처음 살 때 이런 최신형을 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천만에… 저렴하고 적당한 제품이 최고라는 것이 개인적 견해다. 가정용이 아니라 직업에서도 소형인 DCF809나 구형인 DCF787 등도 충분하고 이 정도로 작업이 안된다면 그건 공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일머리나 경험을 탓해야 할 일이다.

예전에는 매장에 전시된 제품을 헐값에 파는 것도 쉽지 않은 비용이라 3-400불을 주고 드릴과 임팩트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성능이 높아짐과 동시에 제품의 가격도 올라(물가 인상 및 신제품 가격 상승) 프리미엄 키트는 670불이나 한다(1007 860 셋트). 문제는 전문가라고 해서 꼭 이 제품을 써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주장하는 공구의 성능이나 힘이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 결국 공구의 성능은 유튜브나 이야기꾼들의 심심풀이 소재일 뿐,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경험과 일머리에서 나오는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똑같은 공구를 써도 너무 센 임팩트를 써서 나사 머리만 뭉개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아무 때나 최대 힘으로 돌려 약간 목공 나사 머리만 끊어먹는 일도 흔히 발생할 수 있다. 내 경우는 보통 임팩트를(886 쓰다가 지난번 셋트 구입 후 작은 850으로 바꿔 사용중, 개인적으로는 887이 최고 모델이라 생각함) 2단계로 쓰고 있으며 이것도 문틀에 나사를 박을 때는 너무 세게 갑자기 돌려서 머리를 끊어먹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일하다 나사 머리가 끊어지면 할 일이 두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실수를 줄이는 것이, 공구의 힘이 좋다고 믿다가 엉뚱하게도 내부가 단단한 나무에다 나사를 힘으로만 박으며 머리 날려먹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사가 잘 안 들어갈 때는 나무 재질이 단단한 탓이니 힘으로만 돌리지 말고 풀었다 조였다 여러번 하면서 서서히 구멍을 만들어 박아야 하고 그래도 안되면 다시 꺼내어 가는 드릴 비트로 적당한 깊이까지 구멍을 낸 후 좀 더 굵은 나사로 박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디월트 공구를 써오면서 배터리를 공유하기 위해 여러 제품들을 구입해왔고 그 하나하나가 다 일에 있어서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임팩트 드릴 그라인더 세 가지가 가장 주류이고 그 밖에 멀티커터 다이그라인더 정도가 보조다. 직업이나 분야, 일의 내용에 따라 쓰이는 공구는 달라지고 꼭 필요한 공구가 있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공구의 성능이나 힘에 너무 얽메일 필요는 없다는게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다. 제법 오래 썼고 또 필요하면 할인 시기에 맞춰 교환(trade in)해보려고 예전 제품을 한 쪽에 치워두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작업에서 DCD796 드릴과 DCF787, 886 등의 임팩트도 충분하다는 것. 유튜브에서 긴 나사를 양쪽에 쥐고 몇 초 걸리니 힘이 세니 하는 건 결국 제품 홍보해주고 광고비 받는 컨셉일 뿐, 내가 과연 그 나사를 하루에 몇개나 박을 것이며, 그리고 거기서 차이가 난다 해서 작업 시간이 몇 시간 차이나거나 일에 손해를 볼 정도가 아니면, 공구의 성능에 대한 강박증 또한 너무 앞서가려는 욕구나 좋은 신형 공구를 쓴다고 스스로 자랑하기 위한 과시욕은 아닐지.

새로운 제품을 구입할 때 기왕이면 신형을 사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오래된 공구가 지겨워 한번 바꿔보는 것도 문제되지는 않을 듯 하다. 그냥 필요성에 의해 선택하는 전동 공구이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손에 쥐는 감각으로는 비록 DCF850이 작지만 실제 느낌은 887이 낫고, 임팩트의 무게 차이가 몇백 g 정도 된다 해도 큰 차이는 없다. 드릴도 마찬가지. 성능 좋은 신형은 상당히 무거워지고, 두손으로도 벅차게 느껴진다면 그 이상은 무리다. 드릴로 두꺼운 출판을 뚫어보면 비트가 멈추며 본체가 돌아가 손목이 휘어지는 상황을 가끔 겪게 되는데 그럴 때 다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작업할 수 있는, 자신에게 맞는 공구가 가장 효율적인 공구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

벌써 한달 정도 된 일로, 너무 바빠서 며칠 동안 아침에 집을 나서 저녁에 돌아올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지낸 시간이 있었다. 그 후로 좀 안 좋다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는데 너무 토하고 싶은 느낌이 들더니 심하게 토했고 그리고는 조금 진정이 되었다. 평소(?)같으면 급하게 먹고 일찍 잠이 들어서 체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럴 경우 새벽에 일어나 심한 두통과 함께 체한 증상이 나타나 일부러 손을 넣어 토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연스러운 구토 증상이 있었던 것이다.

그 뒤 약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편하게 지내고 있어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고 다음주 초음파 검사를 대기중이다. 지난번 위 내시경을 놓친게 아쉽기는 하지만, 위염 증상이 있더라도 아무 조치도 안하고 약도 안 먹고 한달 가까이 지냈으니 급성 위염이 있었다 해도 치료는 커녕 방치했던 탓이 아닐까 싶다.

위염, 또는 위장병이라고 하는 다양한 증상에 대해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약을 쓰지만 지금껏 경험해보면 호주의 의료 체계는 이런 경우 좀 답답하다. 지난번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Noxicid(esomeprazole)을 처방해 주거나 이번에 받아온 것처럼 pantoprazole 정도를 준다. 이건 위산을 억제해 위염에 더 자극을 주지 않도록 완화시키는 정도이고, 실제로 위염은 자연 치유가 되도록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상당히 소극적 대처 방법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는 의사가 아니기에 다른 어떤 약이나 치료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

의사에게 물어보니 소화가 잘 안될 때 한국이라면 여러 가지 소화제가 있지만 호주는 소화제도 별게 없다. 예전의 기억으로도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게 되면 그냥 탄산수 느낌이 드는 가벼운 가루약 정도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전부였고, 뭐랄까 한국처럼 xxxx 등의 물약이나 xxx 같은 알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알아서 소화를 시키는(먹고 흔들어?) 수 밖에는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콜라를 더 마시는 것인가?(탄산 음료가 오히려 소화를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설을 더 믿는 편이다, 다만 위에는 안 좋다)

호주에서는 기회가 되면 내시경이나 초음파 드 각종 검사를 잘 받는게 좋다. 자비를 들인다면야 사립 병원에 가서 언제든 검사를 할 수 있지만 비용이 꽤 비싼 편인데다 국공립 병원은 대기자가 너무 많아 내시경 등의 정밀 검사는 일년씩 기다려야 하고 초음파 등의 검사도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가능하기에 조금 이상한 증상이나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요청해서 받는게 좋다. 이럴 때면 의료 선진국인 한국이 참 좋아 보이지만 요즘 의료계 현실을 보면 또 그것도 아닌 듯 하고… (개인적으로 의료 개방에 찬성함, 호주를 보면)

속이 너무 불편해서 일부러 집에 가서 일주일을 쉬는 겸 해서 지내다 왔지만 별로 달라진게 없다. 그냥 쉬면서 빨리 낫기를 기다릴 수 밖에. 건강이 최고다. *

예전 살던 곳을 나온지 벌써 8개월이 다 되어 간다. 가족이 이사를 나온 것을 감안하면 10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할머니의 창고에는 약간의 재고와 일에 쓰는 짐이 남겨져 있고, 매주 화요일에는, 브리즈번 집에 가지 않는 날에는, 항상 방문해서 쓰레기통을 내드리고 간단히 청소를 하곤 한다.

사람들은 내가 아주 친절하고 예의바르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매주 정해진 일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일 자체는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이유는 나 역시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을 내놓는 일 자체는 힘들지 않지만 일부러 방문해야 하기에 때로는 조금 부담될 때도 있다. 그러나 선뜻 차고의 한쪽 공간을 짐 보관용으로 내주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늘 최대한 시간을 내어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

호주에는 유난히 검트리 Gumtree가 많아(유칼립투스 나무) 그 가늘고 바삭마른 잎들이 떨어져 마당에 쌓인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었지만 이제는 익숙하고 오히려 향수를 느끼게 하는 그 낙엽의 향을 맡으며 호주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일반 주택의 경우 이 낙엽들이 지붕이고 마당이고 잔디밭에 쌓여 아주 골치거리라는 것. 혹자는 이게 쌓여 쉽게 불이난다고 걱정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아무리 치우고 쓸고 닦고 해도 끝없이 쏟아지는 낙엽을 정리하는건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일이고 너무 지저분해 보여 짜증도 난다.

예전에 그나마 한 살이라도 젊은 시절에는 자주 마당을 쓸고 정원 관리를 하던 할머니도 이제는 거의 체력이 안되어 집안에서 쉬거나 누워 지내시는 상황인지라 가끔 방문할 때마다 차고 안쪽을 청소하고 뒷마당 앞마당에 쌓인 낙엽을 청소해 드린다. 앞서 밝혔듯이 내가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매달 차고 사용료를 낼 수는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도움을 드리려는 의도다.

때로는 입맛이 없거나 속이 불편할 때가 있다 하여 사골곰탕이나(포장제품) 초코파이 등의 간식을 사가기도 한다. 한국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을 해서라도, 누군가가 내 부모에게 좀 더 잘 대해주면 고마운 일 아니겠나 싶어, 할머니에게 가끔 먹을만한 것을 사드리는데 다행히 초코파이를 아주 좋아하시는 듯. 곰탕은 뼈에 좋다 하여 예전 무릎이 부러진 경험도 있고 얼마전 미끄러져 넘어져 허리를 다친 할머니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가져다 드리지만(햇반과 함께) 사실 사골곰탕이 뼈에 도움이 된다는 입으로 전해지는 내용이라 장담은 못하겠다.

지난번에는 마당 쓸고 정리해줘서 고맙다고 선뜻 돈을 내미신다. 흠… 이러면 내 성의가 오히려 반감되는데? 돈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만, 앞서 밝힌대로 내가 차고를 빌려쓰는 대신에 뭔가 보답을 하는 일인데, 할머니는 내가 돕는 일을 늘 고맙다며 용돈으로 대신하신다. 물론 그 돈은 간단한 먹거리를 사는데 보태기는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다. 호주에 온지 1년만에 그 동네로 이사를 했었고 엄한 이웃 할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둘째의 나이만큼이나 오랜 이웃으로 남은 분이니. 그렇게 인생의 한 쪽이 채워져가며 호주에서의 삶이 흐른다. 많지는 않지만 호주에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다 좋은 분들 덕분이 아닌가 싶은 생각,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따뜻한 하루의 이야기다. *

호주에서는 주택에 외부로 출입하는 문이 여러개 있고, 특히 현관문이 아닌 경우 출입이 많지 않지만 윗쪽에 빗물받이나 지붕이 없어서 비가 들이치는 일이 흔하다. 현관은 보통 출입을 위해 지붕이나 짧은 가림막이 있지만 다른 문은 아무 것도 없어서 비가 들이친다. 이 때 문이 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래쪽으로 비가 들이쳐 실내로 새어들어오게 되니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하드웨어 전문점, 예를 들어 버닝스에 가면 이런 상황에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제품이 있고, 용도와 상황, 크기 등에 따라 적당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꼭 비가 들이치는 경우가 아니라도 문 하단에 틈이 많아서 먼지나 벌레가 들어올 수 있다면 이를 막을 수도 있고 소음이나 바람이 있어도 충분히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문을 닫을 때 이 실링(sealing)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닫히는 부분에 작은 부품을 대어 실링을 눌러주는 제품을 쓰면 좋다. 지난번 레노베이션을 했던 1층의 욕실(세탁실) 문은 거의 쓸 일이 없지만 얼마 전 비가 심하게 오고 들이칠 때 안쪽으로 물이 새어 들어왔다. 문제는 문 하단에 약간의 턱이 있지만 바람과 비가 너무 심하게 들이쳐서 이를 넘어 안쪽으로 물이 샌 것이니, 아예 틈이 없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링을 구입하면 길이가 아주 길고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제품은 안쪽으로 스프링이 있어 눌러지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정중앙 부분을 기준으로 양쪽에 길이를 재어 필요한 만큼을 자른다. 문을 닫았을 때의 양쪽 길이에 맞도록 정확하게(적어도 1mm 정도 짧게) 잘라낸다. 그리고 완전히 눌러졌을 때 기준으로 문 하단이 모두 가려지도록 맞춘 후 가운데부터 좌우로 이동하며 못을 박으면 된다. 마지막에는 닫히는 부분 앞쪽에 실링이 완전히 눌러지게 부품을 고정시키면 작업 끝. 이렇게 해주면 비가 세게 들이쳐도 더이상 실내로 유입되지 않으니 유용하다.

이미 문 하단에 문턱을 높게 해둔 상태라 더이상의 부품이나 다른 장치는 필요하지 않지만, 문을 자주 여닫고 먼지나 바람이 걱정되면 문 하단에 보조 자치를 덧대어 먼지나 벌레 유입까지 차단하도록 되어 있는 종류도 있으므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며 그동안 참아왔던 많은 사람들이 “남은 동전을 긁어서 이자를 지불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뉴스가 보인다. 호주 경기는 몇년 전(물가 급등 및 금리 인상)부터 침체가 시작되어 올해, 특히 연말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는 본격 불황 및 침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오랫동안 일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 적지 않은 돈에 대해서 “비싸다” “부담이다”는 내용이 많아지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전화 호출 수도 줄었지만 직접 일로 연결되는 비율도 낮아졌으며 집을 구입한 후의 여러 가지 일을 해달라는 의뢰는 거의 끊긴지 오래다. 이는 나의 문제 뿐 아니라 전반적인 호주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대비 호주 부동산의 큰 변화는 없고 약간의 침체 및 소폭 하락 정도에 그치지만 실질적 데이터(지역별)는 또 다른 듯 하다. 아래 링크에 의하면 각 지역별 현황을 볼 수 있는데, 내 집의 경우 5년 동안 무려 90% 이상의 상승이 있었고 작년 대비 3.7% 하락으로 나오고 바로 옆 동네 바닷가는 올해도 강세를 보여 4% 이상의 상승 추세다. NSW의 유명한 카슬힐 지역도 작년 대비로는 10% 이상 하락했지만, 여전히 중간 값이 250만불을 넘으니, 지금의 하락이 대기 매수자에게 크게 유리한 것은 아닐 듯 싶다.

https://www.realestate.com.au/news/australias-golden-neighbourhoods-the-suburbs-where-buyer-demand-is-surging/

최근에 우리는 대출 은행을 바꾸며 이자율을 약간 낮출 수 있었는데 대출금이 워낙 크다 보니 월별 적지 않은 이자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전략은 다음 대출 변경(refinance)을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몰라 이번에 하면서 약간의 탑업(top up)을 했고 물론 그 돈을 쓰지는 않고 통장에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환금은 커졌지만(예를 들어 50만 대출했다 100만으로 바꾸면 상환금은 커지지만 통장에 추가 50만이 들어 있다면 실제 이자는 같은 수준이 유지되고 원금을 더 갚게 됨) 원금을 갚는 비율이 높아져 실질적 손해는 아니다.

내년경에나 추가로 레노베이션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일단 대출을 바꾸는 과정이 쉽지 않고 또 부동산 침체나 하락기에는 가치 평가가 낮아져 탑업도 어려워지므로 이번 기회에 미리 탑업을 해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처음 대출을 받으면서 우리는 당시의 기준 금리 4.10%가 거의 꼭지일거라 생각했고 앞으로 이자가 낮아질 때까지 최대 1% 정도의 상승은 버틸 수 있을거라는 한계치를 설정하고 진행했다. 물론 통장은 바닥이고 매월 적자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이자로 인한 적자가 아닌 다른 개인적 사유에 의한 것이니, 비록 현재의 이자와 원금을 합한 상환금이 너무 커서 감당이 안될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1%까지는 견뎌보자고 했고 그 후 0.25%가 한번 올라서 더 부담이 커졌지만 호주 경제 상황에서 더 높은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제 마지막 고비를 버티며 지나는 중이라 생각한다.

수입이 고정된 많은 이들에게 있어 월 1000불이 아닌 100불의 추가 지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현재의 노동당 정부는 생활비 물가 인상에 대한 다양한 비난을 받고 있으며(물가 조절 및 완화 실패) RBA 수장 역시 자기 주관대로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두고 독립적인 잣대로 가고 있지만, 역시 초기에 금리를 더 높여 확실하게 잡지 않고 뜨뜻 미지근하게 올리다 그만둔 상태에서 부동산과 물가 등 모든 상황이 금리와 무관하게 흐르도록 방관 후에 애매한 시점에 수장을 맡게 되어 “이론적으로는” 금리만으로 물가 상황을 안정세에 두겠다는 고집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그리고 많은 이들의 금리 인하에 대한 요청은, 현재 호주 경제 상황에 있어 방관하고 있기에는 부담이 커지는 시점이다. 과연 그녀는 연초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2022년에 금리를 올릴 때 왜 미국을 넘지 않고 중간에 그만두었는지 의문이었다. 호주는 늘 금리에 있어서는 느린 행보를 보였고 이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덜어 주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부담이 되어버린 셈이다. 금리를 더 높였으면 아마도 나는 집을 사기 힘들었겠지만 부동산은 2022년 이후 급격하게 식었을 것이고 불황은 더 일찍 고착화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일에 대한 평가는 의미가 없겠고, 앞으로의 호주 경제, 아니 세계 경제는 미국 대통령의 등장, 애매하게 자리하는 물가 지수, 고점에서 내려가기 시작하는 금리,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빈자는 더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끝을 보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결론, 지금은 어렵지만 버텨야 할 시기이고 투자로 보자면 팔 때가 아니라 사야할 시기인 듯 싶다. 물론 나는 거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

차를 타다 중고로 팔고 다른 차를 사거나 새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때가 있다. 차를 파는 방법이야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개인간 거래를 하거나 아니면 중고차를 매입하는 딜러에게 파는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만약 딜러에게 차를 판다면 거의 반값 정도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좋다. 물론 차를 파는 복잡하고 귀찮은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으니 그 수고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외부 손상 등이 있을 경우 그만큼 더 가치가 떨어지니, 시장가에 비해 딱 절반만 정확히 주는 것도 아니라, 어떻게 보면 너무 헐값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에 구입해서 쓰던 2014년 골프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건 아니지만 중고차 냄새도 나고 하부가 약간 덜컥거리는 느낌이 나서, 기회가 되면(?) 신형으로 바꾸거나 다른 차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중고 시세를 감정받아 보았다. 놀랍게도 가치는 다음 사진 참고… @.@

몇년 전의 중고차 시세 급등 사태 이후 최근에는 어느 정도 폭발적 시세 급등은 없지만 이미 물가는 오를대로 올라버린 상태라, 여전히 중고차의 시세는 높기만 하고,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 신차의 시세는 엄청나게 올랐다. 예를 들어 27000불 하던 작업용 차는 2024년형 기준으로 42000불이나 하고 5년 반을 탄 내 차를 지금 팔아도 16000불은 받을 수 있는게 현재 시세니, 물가 상승은 전세계적인 추세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2014년 골프의 시세는? 대략 11만km 정도 주행한 것을 기준으로 개인 거래 시세는 보통 10000~15000 정도다. 그런데 인터넷 시세는 위와 같으니 딜러는 정확히 “절반” 정도에 인수해서 대충 손을 본 후에 수익을 남기고 되판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몇 번 중고차를 사보았고 또 지인이나 이웃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의 중고차를 대신 팔아주었지만, 중고차를 사고파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인간 거래인 듯 하다. 어차피 차라는 것이 돈만 지불하고 거래하는게 아니라 정확한 상태를 보고 가능하면 운전도 해봐야 하는 것이니, 즉 직접 발품을 팔아 시간내어 확인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니, 중고 매매를 위한 까페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거래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인기있는 작업용 픽업트럭인 포드 Ford의 레인저 Ranger는 이것저것 옵션을 붙이면 거의 10만불에 가까운 가격이 나온다. 예전같으면 보통의 차량들이 5-6만불대, 10만불 수준의 차는 아주 고급이었는데 오히려 독일 고급차들이 저렴하게 보이는 시기가 되었으니, 처음 차를 구입할 때의 가격이 38000이었고 그 당시 5만불대 차를 살 정도의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이제 조금 비싼 차는 10만불이나 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 사이에 물가가 많이 오른 셈이다.

이런 시기에 조금이라도 더 시세를 제대로 인정받고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딜러가 아닌 개인간 거래 혹은 소개를 통해 거래하는 것을 권한다. 적당한 수고비를 받는 수준이 아니라 엄청나게 가격을 후려쳐서(!) 거래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판매 후에 특별히 책임지는 것도 아니니 참 필요하면서도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 직업의 특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려나… @.@ *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드라이버 비트가 필요할 때가 있다. 별모양 렌치나 육각 비트는 가장 흔히 쓰이는 것들이지만 크기가 안 맞거나 꼭 필요한 것이 없는 경우도 생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비트를 모은 팩을 하나 사서 들고 다니는 것이지만 이것도 그 중 하나를 잃어버리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많은 비트를 모은 제품일수록 가격이 더 비싸져서 그리 효율적이지도 않다. 심지어 알리를 뒤져봐도 100개 이상의 비트 모음은 꽤나 비싼 가격이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 조금 알려진 것으로 자케미 비트 모음이 있어 하나 구해 보았다. 알리 대비로도 가격이 적당한 편이고 호주 기준으로는 매우 괜찮은 가격이다. 미리 밝히지만, 단점이라면 임팩트 드라이버 등에 쓰는 굵기가 아니라 자체 손잡이를 써야 해서 호환성이 좀 떨어진다. 강하게 체결된 것을 풀어내는 용도가 아니라면 적당히 쓸 수 있지만 센 힘이 필요할 때는 곤란할 수 있다. 이 점 참고해서, 비트 모음을 구입할 때는 임팩트 등에도 물려쓸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100개 이상의 비트 모음은 정말 다양한 것들이, 여러 크기별로 들어 있다. 특히 육각 비트는 애매하게 안 맞거나 필요한 크기가 없거나 자주 쓰는 것을 잃어버리거나 하므로 잘 관리하는게 좋다. 마감 품질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게다가 핸드폰을 열거나 하는 소형 드라이버와 흡착판도 있어 미세한 작업을 위한 공구라고 봐야겠다.

비트 모음이나 렌치 소켓 헤드를 구입하는 요령은,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가능한 많은 종류가 들어 있는 것으로 구입하기를 권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써보면 딱 필요하거나 애매한 크기 등으로 다른 종류를 사야할 때가 있기 때문이니, 특히 비트 모음을 구입할 때는 많은 비트 종류가 크기별로 준비된 제품이면 좋다.

비트 모음을 들고 다닐 때 흔히 발생하는 상황은 내용물이 마구 쏟아지고 뒤섞이는 경우인데 비트를 꺼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단단하게 붙어 있으니 덜 꽂고 일부러 뒤섞지 않는한 그런 염려는 없어 보인다. 굳이 단점을 꼬집자면 임팩트용의 굵은 비트가 아니라 전용의 가는 비트라 상당히 약해 보인다는(?) 것.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내구성이 강할지는 몇년 써봐야 하는 일이니 알 수가 없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건설 현장 등의 거친 곳이 아닌 미세한 작업 위주의 제품으로 보이니, 같은 구성에 임팩트용 비트 모음이 있다면 훨씬 더 유용할 듯 싶다. 제품의 구성과 마감 품질, 포장 상태와 케이스 등은 모두 적당해 보이고 가격 대비로는 훌륭하다. *

집을 구하고 가족들이 이사를 한 지도 벌써 시간이 꽤 지나, 작년부터 시드니 브리즈번을 오간 회수만 10번이 넘었다. 한번 가는 거리가 900km를 넘으니 대략 한번 방문에 2000km를 타는 셈이고, 1년 동안 2만km 이상을 탔다는 뜻이다. 워낙 운전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다는 것도 느낀다.

처음 고속도를 탄 2019년에는 가로등 없는 호주의 길이 부담스럽고 힘들었지만 몇번 오가니 대략적인 지리와 상태를 알게 되어 수월해졌고, 좀 더 지나니 체력적으로 슬슬 한계를 느끼고 있다. 차가 적은 이른 시간을 택해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서 출발, 점심 즈음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9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중간에 1-2번 주유를 하고 잠시 쉬는 것을 제외하면 긴 시간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지루한 운전은 적당한 시간과 거리를 끊어서 생각하면 부담이 덜하다. 시드니에서 3시간 거리에는 나비악 Naviac이라는 휴게소가 있고, 이곳까지는 어두운 밤길을 달린다. 비교적 차와 가로등이 중간중간 있고 산악 지형으로만 이루어진 한 시간 정도의 센트럴 코스트, 3차선에서 2차선으로 바뀌며 약간 지루해지는 한 시간 밤 거리의 뉴카슬을 지나면 3시간 거리에 도착할 때까지는 지루한 산악 지대를 지나야 한다.

시드니에서 5시간 거리에 있는 콥스하버 Coffs Habour는 바다에 인접한 저지대로, 비교적 큰 도시다. 새벽 2시에 떠나면 대략 7시경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주유를 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중간에 작은 강과 평지, 언덕을 모두 지나지면 밤길 어두운 운전이라 속도를 규정대로 지키면서 조금 지루하게 두 시간 정도 더 운전해야 하는 셈이다.

남은 4시간은 두 시간 정도의 다시 지루한 산악 지형과 서서히 바다에 인접한 동네에 가까워지며 차와 사람이 늘고, 해가 뜨며 도로가 보이니 속도를 높이게 된다. NSW와 QLD의 경계선을 지나면 한 시간 정도 더 달려 브리즈번에 도착한다. 콥스하버 이후부터는 늘어난 차들로 운전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콥스하버에서 한번 주유하면 도착까지는 더 이상 주유하지 않아도 된다.

새벽길을 오가면 안개가 많이 낀 지역을 접하게 되는데 미등도 켜지 않고 운전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심하게 안개가 낀 곳은 미등을 켜도 보이지 않으니 아무 것도 켜지 않은 운전자는 타인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음을 모르는 것인지… 밤길 고속 운전은 정말 힘들고 위험하지만 그래도 새벽에 해가 뜨는 풍경과 넓은 호주의 경치를 둘러보며 운전하면 조금 위로가 된다.

자동차로 오가면 주유비만 대략 280-300불 정도가 드니, 비행기로 오가는 것보다 오히려 비싼 셈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고 비용도 절대로 싸지 않은 직접 운전을 택한 이유는, 그래도 원한다면 중간에 언제든 쉴 수가 있고 필요한 짐을 원하는대로 싣고 다닐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비행기를 이용하면 공항까지의 이동 시간과 미리 가야 하는 대기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대략 4-5시간 정도가 드니, 운전시의 10시간에 비하면 짧지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은 아닌 셈이다. 게다가 가서도 일을 해야 할 수 있어 이제 자가 운전은 필수가 되어 버렸다. @.@

한달에 한번 정도 방문하던 일정을 바꿔 이제 조금씩 광고를 하고 구글을 통해서도 현지인들 문의나 요청이 오고 있어 3주에 한번으로 바꾸는 중이다. 나중에 더 바빠지면 2주 단위(1주는 시드니 1주는 브리즈번)로 바꿨다가 아예 반대로 브리즈번에서 주로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사실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이기도 하고.

몸이 안 좋아 쉬는 겸해서 집에 들렀다 돌아왔다. 이제 1년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특별한 계획을 세울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기대한대로 잘 될지 모르겠다. 모든 일은 기대와 희망만으로 되지 않고 그에 따른 노력과 과정이 필요한 것이니,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또 한 주를 시작해야 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