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익스프레스(AliExpress, 이하 알리)와 이베이를 종종 쓰면서 가끔씩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번에 여러 물건을 살 수가 없으니 관심 가는 품목을 장바구니(쇼핑카트)에 담아두곤 하는데, 사실 그다지 급하게 살 것들은 아니고 틈틈이, 크게 지출이 없는 시점에 봐서 조금씩 구매하곤 하는 편이라 관심 품목으로 찍어두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장바구니에만 담아두는 것이다. 그런데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괜찮은 가격의 품목은 가끔 사라진다(!)는 것. 품목을 정해놓고 여러 판매자를 뒤지며 적당한 가격을 찾아서 담아두면 금방 사라지는 일이 있다. 빨리 품절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판매자가 가격을 너무 낮게 잡아서 취소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지 않아 장바구니에서도 사라진다. 이렇게 사라진 것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고, 가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등록되지만 가격이 바뀌기도 한다. 아마도 품절 이후 가격 재조정인 듯.

두번째는 가격이 수시로 변한다는 것. 환율이나 기타 문제가 있겠지만 너무 가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알리에서 한 품목을 잘 찾아서 무료 60불대로 대폭 할인하는 것을 담아 두었는데 다음날 구입하려고 보니 100불 이상으로 오른 경우가 있다. 사실 다른 업체는 비싸게 팔길래 안 사려고 하다 찾아서 담아둔 것인데, 이렇게 싸게 팔려고 하다가 판매자가 마음을 바꾼 것인지 자세히 안 보고 결제하면 큰일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재미있게도, 이런 품목은 정해진 가격이 없고 판매자마다 달라서 어떤 업체는 잘 찾으면 여전히 60불대에 판매하고 있고 어떤 업체는 140불 선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60불대에 판매하는 업체를 통해 주문을 넣고 나니 다시 검색할 때 같은 업체가 70불대로 가격을 올렸다는 것. 공개된 가격이 너무 고무줄이라는 의미.

이베이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는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둔 후에 최대한 할인이 가능한 시점을 노리는 편이다. 5% 정도는 크게 의미가 없고, 예를 들어 230불 가까이 하는 품목을 특별 할인해서 200불대 초반에 파는데(판매자 할인) 여기에다 이베이 특별 할인 시기와 맞아서 쿠폰을 쓰면 190불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에 최근에 알리에서 경험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사례를 포함해서, 11월 11일을 맞아 많은 품목이 대략 10% 정도 할인되는 시기였는데, 장바구니에 담아둔(그리고 가끔 구매하던) 품목이 50불대 후반이었고 할인하면 50불대 초반 이하로 표기되었지만 막상 해당 날짜가 되고 보니 원가를 더 높이고 많이 할인하는 것처럼 숫자만 장난쳤을 뿐 실제 판매 가격은 할인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 알리의 가격 기준이 너무 들쭉날쭉이고 고객 대상으로 가격을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항상 잘 확인하고 비교하는 것이 좋다.

애초부터 중국에서 만들어져 판매되는 것은 알리가 저렴하고 많이 보급되어 알려진 품목은 이베이와 알리의 차이가 크지 않다. 이를 잘 비교해서 구입하면 더 유리한 구매가 가능하다. 참고로 이베이나 알리에서 표시되는 전동 공구는 대부분이 가짜(counterfeit)이고 배터리도 대부분 가짜다. 정품을 파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예 구매를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어차피 보증도 안되고 검증도 안되는 것이기에 이런 경우는 버닝스 등의 정품 취급 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좋으며, 만약 판매자가 정품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가짜일 수 있음을 감안하고 너무 비싼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품이 아닌 배터리 성능은 정말 쓰레기다.



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의외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일이 있다. 보통 공사 현장에는 관계자 외 진입이 불가능한데, 해당 현장에서 필요한 일이 있어 초대(!)를 받아 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문을 열어달라거나 열쇠를 맞춰 달라거나 혹은 부러진 열쇠를 꺼내는 등이다. 지난번에는 특수 차량 열쇠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지만, 사실 모든 열쇠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가장 중요한 사항은 먼저 어떤 열쇠 재료를 쓰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보통 특수 차량의 열쇠는 재료가 없어 못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료가 있으면? 가능성도 높아진다.

인근에서 주택 단지를 공사하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엉뚱한 열쇠를 꽂아서 쓰는 바람에 부러져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진짜 열쇠는 따로 있으니 뽑아주기만 하면 된다는 요청. 일반적인 가정용 열쇠라 해도 너무 깊이 박혀서 부러졌거나 뻑뻑하거나 기타 이유로 꺼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특히 차량용 열쇠는 일단 부러지면 꺼내기가 쉽지 않다. 보통은 앞부분에 덮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가려지기 때문이고, 차량용은 한쪽이 아니라 양날이라 양쪽에서 핀(pin)이 잡고 있다 보니 더 어려운 것이다.

고객과 한참 통화하여 위치를 찾은 후 입구에 있는 교통 통제 직원의 지시에 따라 공사장으로 들어섰다. 사방으로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 현장으로, 각종 특수 차량과 덤프 트럭, 다양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한 쪽에다 차를 세우고 부러진 열쇠를 뽑은 공구를 들고 차량에 올랐다. 날씨도 덥지만 좁은 곳에 있어 자세가 정말 안 나오는, 할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겸손한(?) 자세로 집중했지만 쉽게 꺼내기 어려웠다.

너무 오래된 차량이라 앞의 덮개 부분이 거의 떨어질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그걸 한 쪽으로 제치고 부러진 열쇠를 꺼냈다. 부러진 열쇠를 다시 제작해야 하는 일이라면 정말 힘들겠지만 다행히 버려도 되는 것이라 조각을 고객에게 보여주고 작업 종료. 이렇게 업무를 위한 일은 작업을 마친 후 지불을 받는 과정도 복잡하다. 다시 찾아올 곳이 아니기에 만약 지불이 제대로 안되면 아주 귀찮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고객에게 즉시 지불을 요청했다. 인보이스는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하고, 회사 회계 담당자와 통화한 후에 내게 즉시 지불하도록 하고 완불까지 기다렸다가 무사히 마치고 나왔다. 사실 업무 자체만큼이나 중요한게 수금 과정이니까.

가끔씩 여기저기서 특수 차량이나 장비(예를 들어 굴삭기라든지 지게차 등) 열쇠를 분실했다고 연락오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작업이 어렵다. 미국산 특수 장비의 열쇠가 없다고 내게 연락한다고 해서, 재료가 일반적인 것이라면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장비인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작업이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사실 이런 일은 장비를 확인하고 재료를 구하는 과정이 상당히 시간소모적이다. 도매에 물어봐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당사자에게는 아주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분실하기 전에 미리 대비해서 여분의 열쇠를 만들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경험상 95% 이상의 고객들이 이미 사용중인 열쇠가 있을 경우 추가로 복제해두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현실… *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사람들이 항의하는 내용이 있어 자세히 읽어보니, 시드니 서부의 한 지역 둔사이드 doonside란 곳에 있는 컴뱅 지점을 곧 폐쇄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예전 내가 살던 동네의 컴뱅(CommonWealth Bank) 지점은 고객 대응 창구를 3개나 운영했는데 10년 동안 거기 살면서 결국 모두 그만두고 한 창구만 계속 운영하고 나머지는 지점장과 다른 직원이 번갈아 참여하며(바쁠 때만) 운영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은행측에서는 창구를 찾는 고객이 별로 없는데 굳이 상시 근무하는 직원을 두는 것이 비용 부담이라며 절감 차원에서 직원을 자르거나 지점을 폐쇄하지만, 글쎄다… 과연 이게 옳은 정책일까.

은행의 움직임에 불만을 품은 고객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지불에는 카드, 이체에는 앱을 쓴다. 컴퓨터의 은행 홈페이지를 통한 거래보다 모바일 핸드폰에 앱을 깔아서 쓰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창구에서 직접 입출금하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를 켜서 로그인하는 것마저 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현지 고객들을 만나보면 물론 신용 카드로 많이들 결제하고자 하지만 송금을 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컴퓨터를 쓰는 경우가 더 많고 심지어는 은행에 가서 보내주겠다거나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객들일수록 그 차이가 커져서, 젊은 고객층은 앱으로 바로 송금하지만 노인들의 경우는 여전히 카드나 현금, 컴퓨터 송금을 하며 가끔은 은행에 가서 출금해 오겠다는 고객도 보인다.

전세계적인 고물가로 미국 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호주 RBA도 어느 정도 따라잡아 금리를 단기에 많이 올렸으며, 이로 인해 은행들은 몇년 동안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기업이란 것은 수익이 목적이고 그 나름대로의 배경 사정이 있겠지만, 속된 표현으로 돈 놓고 돈 먹기하는 은행의 경우, 저렴한 이자로 돈을 모아 그걸 높은 금리로 빌려주거나 운용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니 지난 몇 년은 과거 어느 시대 못지 않은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비용 절감을 핑계로 직원을 자르고 지점을 폐쇄한다.

정치에 있어 국민이 주권자이고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나라 위해 봉사하라”고 뽑아놓고 일을 시키지마 어느새 시대가 변해 그들이 국민 위에 있는 “고위직”이 되어 버렸다. 물물 거래에 있어서 편한 도구를 쓰고자 “돈”이란 것을 만들었지만 그 돈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부의 축적 수단이 되어 역시 사람들 위에 있는 존재다. 사람들의 돈을 받아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며 돈을 모으는 은행은 이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하는 추세이고, 예전에 만난 어떤 관계자는 “은행의 대부분의 직원과 고객은 은행에 돈을 벌어주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즉 푼돈을 맡기는 고객이나 단순히 청구서를 지불하는 등 은행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이들이 결국에는 은행에 큰 수익을 주는 대상은 아니라는 의미다. 은행은 돈을 굴려 수익을 내거나 큰 돈을 맡기는 이들만 환영하는 추세인 것이다.

호주의 4대 은행 중 하나인 컴뱅 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은행을 방문하려면 제법 먼 거리를 찾아가야 하고 늘 사람이 몰려 한참 기다려야 하며 서비스도 뭐 그저 그렇다. 어린 시절 은행을 방문하면 깍듯하게 인사하며 모두에게 친절과 서비스를 제공하던 그 은행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렇게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시대상은 돈을 중심으로 하는 은행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고 결국 지점 폐쇄와 직원수 줄이기 등을 통해 고객의 불편을 만들어가고 있다.

만약 전기나 인터넷이 끊어지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줄어든 지점과 앱 등을 통한 신용 거래 중심에서 결국 정부는 빈틈없는 거래를 강요하며 돈을 제어하려는 것은 아닌지, 편리함의 이면에 있는 더 큰 불편함의 시대를 사는 요즘이다. *

지난번 욕실 레노베이션을 할 때 기왕이면 좋은 품질의 손잡이를 해달라고 요청해서 락우드 Lockwood 제품으로 설치했었다. 락우드는 호주 회사로, 이미 오래전에 세계적인 보안 업체 Assa Abloy에 인수되었지만 여전히 호주에서는 최고의 품질(과 가격)로 알려져 있는 업체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품질이 좋은 편이라, 특히 서양(호주) 사람들은 이 회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문제는, 슬라이딩 도어 sliding door에 쓰는 제품들의 품질이 대부분 별로라는 것. 비록 락우드라 해도 제품에 한계가 있다. 그 문제라면, 좌우 방향 전환이 안되어 문을 잠글 때 문틀쪽이 아니라 반대로 돌리고 열 때 반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 너무 불편하고 생각보다 품질도 좋지 않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다른 것으로 교체해보기로 했다.

락우드의 슬라이딩 손잡이는 옆면도 다른 제품과 달리 크고(구멍을 크게 뚫어야 함) 위치도 달라서 고민이었는데, 비교적 흔하고(품질이 더 안 좋은)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문틀 쪽의 고정 부분(스트라이커 striker)은 그대로 두고 최대한 손이 많이 가지 않도록 작업을 했다.

다만, 락우드 제품의 한 가지 장점이라면 하단에 동그란 부분을 누르면 스프링에 의해 작은 장치가 튀어나와 이걸 이용해서 문을 당길 수 있다. 다른 회사 제품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슬라이딩 도어를 최대로 열면 벽면 속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꺼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다른 제품에 이런 장치가 없다는 것은 많이 불편한 점이다.

그래서 두 가지를 결합해 보기로 했다.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만, 락우드 손잡이의 장치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잘라내고 그 빈 자리에는 다른 제품을 넣기로 했다. 어차피 검정색이라 크게 표시가 나지도 않고, 긁히거나 연결되는 부분은 사인펜으로 칠해서 나름대로 눈에 띄지 않게 해보았다.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레인 Lane 제품은 문을 잠글 때 문틀쪽으로 돌리면 되고 벽면에 들어간 문은 기존 락우드의 둥근 장치를 이용해서 그대로 꺼낼 수 있다. 과연 수명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런 방법도 있다는 점에서 소개해본다. 어떤 상황에 어떤 일이든, 조금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면 항상 해결책이 있다는 교훈도 중요하겠고. *

집수리 기간을 제외하고 입주한지도 벌써 10개월이 된 상황에, 아래층 화장실 레노베이션을 무사히 잘 마치고 급하게 손봐야 할 것들은 대충 마무리 했지만, 윗층 레노베이션과 같은 큰 일을 제외하고 마음에 걸리는 두 가지 과제가 더 남아있다. 물론 하나는 급하게 해야할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니 과제가 된 셈이다.

예전 사진을 보면 마당에 그다지 나무도 없고 적당히 잔디로 관리한 듯 하지만, 전 주인이 약간 특이한 성향이었는지 잡다한 잡목들을 잔뜩 심고 좀 어수선하게 해두었던터라 이사하기 전에 사람을 불러 큰 나무 두 그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 버렸지만, 마당 자체에 특별히 뭐가 있는게 아니다 보니 수시로 잡초가 올라오고 잡목의 뿌리를 거의 제거했지만 아직도 죽지 않고 버티고 있다.

화단 조성이나 정원 관리는 영어로 랜드스케이핑 landscaping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비용이 들고 집의 가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는 주제다. 아쉽게도 집의 구조가 진입로 경사 때문에 작은 공사 차량이 진입하기 어렵다 보니 만약에 마당을 다듬어 뭔가 작업을 하려면 사람을 불러 시간과 비용이 꽤나 많이 들 것 같은 상황에서, 일단 마당 한 쪽의 작은 돌을 걷어내고 거기에 나무 바닥(deck)을 깔아보려고 계획했다.

일반적으로 지붕이 있는 구조는 신고를 해야 하고 크기나 환경 등에 따라 카운슬에 신고를 해야 하냐 아니냐의 구분이 있지만, 그 보다는 덱(deck)을 설치하는 작업 자체가 결코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닌게 문제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덱 설치에 대해 조사해보니, 적당한 깊이로 땅을 파서 걷어내고 그 위에 잡초 방지용 비닐을 깔고 그 다음에 잔잔한 자갈을 깐 후 기본 뼈대 목재를 설치하고(수평 맞추기) 다시 바닥 목재를 깔면 되는 일이다. 말이야 쉽지만 각 단계별 일 자체도 시간과 비용, 특히 노동이 제법 드는 일이다.

목수들에 따르면, 그리고 구글에 따르면 이 덱을 설치하는 비용은 대략 7-8천불 정도가 드니, 실제 재료비를 계산해보면 일반 나무가 아닌 단단한 수입 목재(hard wood)를 사용할 경우 재료비만 대략 2천불 정도다. 통장에 돈이 넘친다면야 그냥 사람 부르는게 간단한 일이지만, 직접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해서 천천히 단계별로 해보기로 했다. 기존의 돌을 걷어내는게 먼저 해야할 일인데, 삽으로 대충 해보니 쉽지가 않아 큰 것들만 한 쪽으로 걷어내고 마무리. 문제는 이렇게 돌을 걷어내고 나면 흙바닥이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고이거나 땅이 패인다. 그나마 돌이 깔려 있어서 땅이 패이지 않았던 것이지, 돌을 걷어내고 바닥을 다지고 비닐을 깔고 다시 자갈을 덮는 정도까지는 한번에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쉽지 않네… @.@

다른 한 가지는 수영장 위로 늘어진 뒷집 나무다.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점점 더 자라 수영장 위쪽으로 늘어지다 보니 거기서 작은 씨앗, 벌레, 먼지 등이 떨어져 수영장 필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일반적 관행에 따르면, 이웃에서 넘어온 가지는 허락없이 그냥 자를 수 있고 그 잔해를 이웃에 가져다줄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자를 수 있느냐의 권한이 아니라, 나무가 너무 높게 위치해 있고 수영장 바로 위라 뭔가 도구를 이용해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것. 가지 치기를 위해 사람을 불렀을 때 물어보니 이웃에 요청해서 잘라달라고 하는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지난번에 집에 갔을 때 혹시나 해서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려고 찾아갔지만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어 포기했고, 편지를 써서 넣어볼까 했지만 아직 시도는 못했다. 우리가 생각한 다른 해결책은 높은 사다리를 수영장 안에다 놓고 그냥 그 위에서 긴 전기톱(예를 들어 pole saw)을 이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 이를 위해 에어태스크 airtasker에 올려 보았지만 환경이 별로 안 좋아서인지 응답이 거의 없다. 그냥 좀 더 높은 사다리(3미터?)와 전기톱을 사서 직접 해볼까 생각중이지만 아직 결론은 없다.

주택에 살면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자유와 땅값 상승이라는 경제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이처럼 할 일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주택을 택한 이유는, 예전 공동 주택에서의 이웃과의 마찰은 물론이고, 아무리 아파트나 유닛이 점점 더 일반화되어가는 호주라 해도 결국 부동산의 가치는 “땅(land)”에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과제들이 더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기회가 되면 하나씩 해봐야 할 것 같다. 돈을 수만불 벌어도 직접 처리하는게 결국은 남는 장사이다 보니… *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파트 등에서 디지털도어록, 혹은 스마트록을 당연하게 써오고 있다. 호주는 최근 들어서야 사람들이 전자식 잠금 장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규정이 까다로워 아파트나 유닛에서는 아무 제품이나 쓸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여러 회사들이 규정에 맞도록 화재 시험 등을 거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도 많이 미흡한 모양새다. 그 사례 하나.

얼마전 고객 요청으로 아파트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했다. 예전에 비해서 조금 늘어난 제품군이 있지만 그럼에도 디자인이나 기능 가격 등이 여전히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나 유닛은 공동주택 규정이 있어 화재 시험을 거친 인증이 되어야 하기에 들어가는 부품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별도 회사의 비싸고 성능 좋은(!) 제품을 따로 구해서 작업을 했다. 일반적인 목문용과 달리 약간의 구멍을 뚫는 등 추가 작업이 약간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래치 latch를 설치하고 스핀들 spindle을 넣으려니 맞지 않는다. 손잡이를 움직일 때 중간에 들어가는 막대(스핀들)가 움직이면서 문을 열어주는 것인데 이 굵기가 다른 것이다!

당장 그 크기가 다른 것을 몰랐던 나도 문제지만, 갑작스레 추천받아 가져온 것이라 그걸 비교해볼 시간은 없었다는게 변명같은 이유고, 제품을 소개해준 도매 담당자는 물론이고 아무도 그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쓸 수는 없어 결국은 업체에 이에 대해 항의를 하고 개선품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한 후 제품은 그라인더로 갈아서 굵기를 맞춰 마무리 했지만 씁쓸한 결과다.

대개의 일들이 그렇다. 규정이란게 있어 막 따져대지만 실제로 물어보면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도 없고 담당자나 관리자라고 해서 어떤 규정을 확인하고 제품을 물어봐도 내용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주 아파트나 유닛에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기 어려운 것은, 일단 제품과 설치비가 너무 비싼 탓도 있고 아파트 회사 자체에서 거절하는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가 관리 주체나 담당자가 내용 자체를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매 업체도 잘 몰라 자기들끼리 묻고 확인하는 등 헤메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개념이 없는 관리자가 그 내용을 잘 알리 없다. 이런 답답한 규정이…

제품 자체에는 딱히 정해진 메뉴얼도 없고 간단한 메뉴얼에 있는 내용을 따라 해봐도 제대로 동작이 되지 않는다. 나중에 이에 대해 도매에 가서 물어보고 메뉴얼 개선을 요청했지만, 정작 그들도 그리고 다른 직원들도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앱으로 하면 잘 된다”는 식의 답변으로 대충 넘기고 있다. 엄격하고 융통성없는 규정과 법에다 뭔가 해보려고 시도한 업체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며 회피하는 것은 호주에서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제발, 규정을 만들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도 준비하고, 또 시장을 형성하고자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판매한다면 좀 더 책임감있게 메뉴얼이나 고객 응대를 해줬으면 한다. 앞으로는 나아지겠지? *

일을 10여년 해오면서 여러 전동 공구를 써왔다. 초기에는 선생님이 알려주신 공구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특히 한국에서 초기에 쓰이던 예전 방식의(크기가 큰 배터리) 제품이 유일한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리고 기술 발전과 더불어, 최근에는 다양한 회사의 여러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고 또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너무 다양한 제품들이 또 신기술을 가지고 출시되다 보니 무조건 저렴하거나 적당한 가격의 고성능 공구가 최고인 것으로만 홍보되고 있다는 것.

물론 하루에 수백개의 못을 박거나 일처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못을 박을 때 0.1초라도 덜 드는 빠르고 효율적인 제품이 있으면 좋겠지만, 자 생각을 해보자. 우리가 나무나 벽에 못을 박을 때 못을 일렬로 줄줄이 세워놓고 바로 시작 땅!하면서 전동 공구를 갖다대고 드르륵 지나면서 처리하는지? 절대 아니다. 못(나사)을 하나 손에 들고 원하는 위치에 놓고 공구를 쓰고 또 다음 위치로 가고 등등. 기본적인 작업 과정이 모두 전동화가 되거나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특히 유튜브에서 이야기하는 공구의 힘(파워)이나 작업 시간 단축은 어쩌면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게 이 글의 핵심이다.

주로 쓰고 있는 디월트 DeWalt 브랜드의 임팩트와 드릴에 대해서 잠깐 예를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임팩트 impact를 가지고 임팩트 드릴 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정확하게는 임팩트 드라이버, 즉 때리는 충격을 주는 드라이버 공구라는 의미로, 밀어주는(때리는) 힘이 있어 좀 더 강력하게 빠르게 나사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용도다. 단순히 회전을 위주로 하는 드릴(드릴 드라이버 drill driver)와는 그러한 차이가 있다.

디월트는 DCD996을 넘어 999 시대로 갔다가 최근에 1007이라는, 크기가 약간 작지만 훨씬 더 강력한 드릴을 발표해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의 최대 효과를 위해서는 물론 전용 배터리인 54V(신형) 배터리를 써야 하고, 큰 힘을 오래 쓰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 용량이 높은(9A 이상) 것을 장착하는게 좋다. 그런데 우리가 현장에서 작업을 할 때 과연 무거운 고용량 배터리를 가지고 항상(!!!) 최대의 힘을 내야 하는 것일까? 내 경험으로는 아니다. 비교적 공구를 많이 쓰지 않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철판이나 콘크리트 바닥을 뚫거나 하는 일을 한다치면 그 동안은 강한 힘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제품이 가진 최대의 힘을 얻어야 할 이유는 없다. 거꾸로 말하면 구모델인 DCD996으로도 충분하고(실제로 이것 사용중) 가벼우면서 약간 힘이 떨어지는 DCD796 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만약 단단한 콘크리트에 큰 구멍을 내려면 큰 힘이 필요한게 아니라 아예 장비를 전용 로터리 해머 드릴 등으로 바꾸는게 더 효율적이다.

임팩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DCF887이 매우 대중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었지만 그후로도 850, 845를 거쳐 최근에는 강력한 860을 출시했고 동시에 크기가 작으면서 소음을 줄인(그리고 성능도 좋다는) 870까지 출시했다. 그러면 처음 살 때 이런 최신형을 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천만에… 저렴하고 적당한 제품이 최고라는 것이 개인적 견해다. 가정용이 아니라 직업에서도 소형인 DCF809나 구형인 DCF787 등도 충분하고 이 정도로 작업이 안된다면 그건 공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일머리나 경험을 탓해야 할 일이다.

예전에는 매장에 전시된 제품을 헐값에 파는 것도 쉽지 않은 비용이라 3-400불을 주고 드릴과 임팩트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성능이 높아짐과 동시에 제품의 가격도 올라(물가 인상 및 신제품 가격 상승) 프리미엄 키트는 670불이나 한다(1007 860 셋트). 문제는 전문가라고 해서 꼭 이 제품을 써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주장하는 공구의 성능이나 힘이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 결국 공구의 성능은 유튜브나 이야기꾼들의 심심풀이 소재일 뿐,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경험과 일머리에서 나오는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똑같은 공구를 써도 너무 센 임팩트를 써서 나사 머리만 뭉개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아무 때나 최대 힘으로 돌려 약간 목공 나사 머리만 끊어먹는 일도 흔히 발생할 수 있다. 내 경우는 보통 임팩트를(886 쓰다가 지난번 셋트 구입 후 작은 850으로 바꿔 사용중, 개인적으로는 887이 최고 모델이라 생각함) 2단계로 쓰고 있으며 이것도 문틀에 나사를 박을 때는 너무 세게 갑자기 돌려서 머리를 끊어먹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일하다 나사 머리가 끊어지면 할 일이 두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실수를 줄이는 것이, 공구의 힘이 좋다고 믿다가 엉뚱하게도 내부가 단단한 나무에다 나사를 힘으로만 박으며 머리 날려먹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사가 잘 안 들어갈 때는 나무 재질이 단단한 탓이니 힘으로만 돌리지 말고 풀었다 조였다 여러번 하면서 서서히 구멍을 만들어 박아야 하고 그래도 안되면 다시 꺼내어 가는 드릴 비트로 적당한 깊이까지 구멍을 낸 후 좀 더 굵은 나사로 박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디월트 공구를 써오면서 배터리를 공유하기 위해 여러 제품들을 구입해왔고 그 하나하나가 다 일에 있어서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임팩트 드릴 그라인더 세 가지가 가장 주류이고 그 밖에 멀티커터 다이그라인더 정도가 보조다. 직업이나 분야, 일의 내용에 따라 쓰이는 공구는 달라지고 꼭 필요한 공구가 있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공구의 성능이나 힘에 너무 얽메일 필요는 없다는게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다. 제법 오래 썼고 또 필요하면 할인 시기에 맞춰 교환(trade in)해보려고 예전 제품을 한 쪽에 치워두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작업에서 DCD796 드릴과 DCF787, 886 등의 임팩트도 충분하다는 것. 유튜브에서 긴 나사를 양쪽에 쥐고 몇 초 걸리니 힘이 세니 하는 건 결국 제품 홍보해주고 광고비 받는 컨셉일 뿐, 내가 과연 그 나사를 하루에 몇개나 박을 것이며, 그리고 거기서 차이가 난다 해서 작업 시간이 몇 시간 차이나거나 일에 손해를 볼 정도가 아니면, 공구의 성능에 대한 강박증 또한 너무 앞서가려는 욕구나 좋은 신형 공구를 쓴다고 스스로 자랑하기 위한 과시욕은 아닐지.

새로운 제품을 구입할 때 기왕이면 신형을 사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오래된 공구가 지겨워 한번 바꿔보는 것도 문제되지는 않을 듯 하다. 그냥 필요성에 의해 선택하는 전동 공구이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손에 쥐는 감각으로는 비록 DCF850이 작지만 실제 느낌은 887이 낫고, 임팩트의 무게 차이가 몇백 g 정도 된다 해도 큰 차이는 없다. 드릴도 마찬가지. 성능 좋은 신형은 상당히 무거워지고, 두손으로도 벅차게 느껴진다면 그 이상은 무리다. 드릴로 두꺼운 출판을 뚫어보면 비트가 멈추며 본체가 돌아가 손목이 휘어지는 상황을 가끔 겪게 되는데 그럴 때 다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작업할 수 있는, 자신에게 맞는 공구가 가장 효율적인 공구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

벌써 한달 정도 된 일로, 너무 바빠서 며칠 동안 아침에 집을 나서 저녁에 돌아올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지낸 시간이 있었다. 그 후로 좀 안 좋다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는데 너무 토하고 싶은 느낌이 들더니 심하게 토했고 그리고는 조금 진정이 되었다. 평소(?)같으면 급하게 먹고 일찍 잠이 들어서 체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럴 경우 새벽에 일어나 심한 두통과 함께 체한 증상이 나타나 일부러 손을 넣어 토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연스러운 구토 증상이 있었던 것이다.

그 뒤 약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편하게 지내고 있어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고 다음주 초음파 검사를 대기중이다. 지난번 위 내시경을 놓친게 아쉽기는 하지만, 위염 증상이 있더라도 아무 조치도 안하고 약도 안 먹고 한달 가까이 지냈으니 급성 위염이 있었다 해도 치료는 커녕 방치했던 탓이 아닐까 싶다.

위염, 또는 위장병이라고 하는 다양한 증상에 대해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약을 쓰지만 지금껏 경험해보면 호주의 의료 체계는 이런 경우 좀 답답하다. 지난번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Noxicid(esomeprazole)을 처방해 주거나 이번에 받아온 것처럼 pantoprazole 정도를 준다. 이건 위산을 억제해 위염에 더 자극을 주지 않도록 완화시키는 정도이고, 실제로 위염은 자연 치유가 되도록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상당히 소극적 대처 방법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는 의사가 아니기에 다른 어떤 약이나 치료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

의사에게 물어보니 소화가 잘 안될 때 한국이라면 여러 가지 소화제가 있지만 호주는 소화제도 별게 없다. 예전의 기억으로도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게 되면 그냥 탄산수 느낌이 드는 가벼운 가루약 정도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전부였고, 뭐랄까 한국처럼 xxxx 등의 물약이나 xxx 같은 알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알아서 소화를 시키는(먹고 흔들어?) 수 밖에는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콜라를 더 마시는 것인가?(탄산 음료가 오히려 소화를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설을 더 믿는 편이다, 다만 위에는 안 좋다)

호주에서는 기회가 되면 내시경이나 초음파 드 각종 검사를 잘 받는게 좋다. 자비를 들인다면야 사립 병원에 가서 언제든 검사를 할 수 있지만 비용이 꽤 비싼 편인데다 국공립 병원은 대기자가 너무 많아 내시경 등의 정밀 검사는 일년씩 기다려야 하고 초음파 등의 검사도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가능하기에 조금 이상한 증상이나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요청해서 받는게 좋다. 이럴 때면 의료 선진국인 한국이 참 좋아 보이지만 요즘 의료계 현실을 보면 또 그것도 아닌 듯 하고… (개인적으로 의료 개방에 찬성함, 호주를 보면)

속이 너무 불편해서 일부러 집에 가서 일주일을 쉬는 겸 해서 지내다 왔지만 별로 달라진게 없다. 그냥 쉬면서 빨리 낫기를 기다릴 수 밖에. 건강이 최고다. *

예전 살던 곳을 나온지 벌써 8개월이 다 되어 간다. 가족이 이사를 나온 것을 감안하면 10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할머니의 창고에는 약간의 재고와 일에 쓰는 짐이 남겨져 있고, 매주 화요일에는, 브리즈번 집에 가지 않는 날에는, 항상 방문해서 쓰레기통을 내드리고 간단히 청소를 하곤 한다.

사람들은 내가 아주 친절하고 예의바르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매주 정해진 일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일 자체는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이유는 나 역시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을 내놓는 일 자체는 힘들지 않지만 일부러 방문해야 하기에 때로는 조금 부담될 때도 있다. 그러나 선뜻 차고의 한쪽 공간을 짐 보관용으로 내주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늘 최대한 시간을 내어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

호주에는 유난히 검트리 Gumtree가 많아(유칼립투스 나무) 그 가늘고 바삭마른 잎들이 떨어져 마당에 쌓인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었지만 이제는 익숙하고 오히려 향수를 느끼게 하는 그 낙엽의 향을 맡으며 호주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일반 주택의 경우 이 낙엽들이 지붕이고 마당이고 잔디밭에 쌓여 아주 골치거리라는 것. 혹자는 이게 쌓여 쉽게 불이난다고 걱정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아무리 치우고 쓸고 닦고 해도 끝없이 쏟아지는 낙엽을 정리하는건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일이고 너무 지저분해 보여 짜증도 난다.

예전에 그나마 한 살이라도 젊은 시절에는 자주 마당을 쓸고 정원 관리를 하던 할머니도 이제는 거의 체력이 안되어 집안에서 쉬거나 누워 지내시는 상황인지라 가끔 방문할 때마다 차고 안쪽을 청소하고 뒷마당 앞마당에 쌓인 낙엽을 청소해 드린다. 앞서 밝혔듯이 내가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매달 차고 사용료를 낼 수는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도움을 드리려는 의도다.

때로는 입맛이 없거나 속이 불편할 때가 있다 하여 사골곰탕이나(포장제품) 초코파이 등의 간식을 사가기도 한다. 한국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을 해서라도, 누군가가 내 부모에게 좀 더 잘 대해주면 고마운 일 아니겠나 싶어, 할머니에게 가끔 먹을만한 것을 사드리는데 다행히 초코파이를 아주 좋아하시는 듯. 곰탕은 뼈에 좋다 하여 예전 무릎이 부러진 경험도 있고 얼마전 미끄러져 넘어져 허리를 다친 할머니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가져다 드리지만(햇반과 함께) 사실 사골곰탕이 뼈에 도움이 된다는 입으로 전해지는 내용이라 장담은 못하겠다.

지난번에는 마당 쓸고 정리해줘서 고맙다고 선뜻 돈을 내미신다. 흠… 이러면 내 성의가 오히려 반감되는데? 돈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만, 앞서 밝힌대로 내가 차고를 빌려쓰는 대신에 뭔가 보답을 하는 일인데, 할머니는 내가 돕는 일을 늘 고맙다며 용돈으로 대신하신다. 물론 그 돈은 간단한 먹거리를 사는데 보태기는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다. 호주에 온지 1년만에 그 동네로 이사를 했었고 엄한 이웃 할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둘째의 나이만큼이나 오랜 이웃으로 남은 분이니. 그렇게 인생의 한 쪽이 채워져가며 호주에서의 삶이 흐른다. 많지는 않지만 호주에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다 좋은 분들 덕분이 아닌가 싶은 생각,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따뜻한 하루의 이야기다. *

호주에서는 주택에 외부로 출입하는 문이 여러개 있고, 특히 현관문이 아닌 경우 출입이 많지 않지만 윗쪽에 빗물받이나 지붕이 없어서 비가 들이치는 일이 흔하다. 현관은 보통 출입을 위해 지붕이나 짧은 가림막이 있지만 다른 문은 아무 것도 없어서 비가 들이친다. 이 때 문이 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래쪽으로 비가 들이쳐 실내로 새어들어오게 되니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하드웨어 전문점, 예를 들어 버닝스에 가면 이런 상황에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제품이 있고, 용도와 상황, 크기 등에 따라 적당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꼭 비가 들이치는 경우가 아니라도 문 하단에 틈이 많아서 먼지나 벌레가 들어올 수 있다면 이를 막을 수도 있고 소음이나 바람이 있어도 충분히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문을 닫을 때 이 실링(sealing)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닫히는 부분에 작은 부품을 대어 실링을 눌러주는 제품을 쓰면 좋다. 지난번 레노베이션을 했던 1층의 욕실(세탁실) 문은 거의 쓸 일이 없지만 얼마 전 비가 심하게 오고 들이칠 때 안쪽으로 물이 새어 들어왔다. 문제는 문 하단에 약간의 턱이 있지만 바람과 비가 너무 심하게 들이쳐서 이를 넘어 안쪽으로 물이 샌 것이니, 아예 틈이 없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링을 구입하면 길이가 아주 길고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제품은 안쪽으로 스프링이 있어 눌러지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정중앙 부분을 기준으로 양쪽에 길이를 재어 필요한 만큼을 자른다. 문을 닫았을 때의 양쪽 길이에 맞도록 정확하게(적어도 1mm 정도 짧게) 잘라낸다. 그리고 완전히 눌러졌을 때 기준으로 문 하단이 모두 가려지도록 맞춘 후 가운데부터 좌우로 이동하며 못을 박으면 된다. 마지막에는 닫히는 부분 앞쪽에 실링이 완전히 눌러지게 부품을 고정시키면 작업 끝. 이렇게 해주면 비가 세게 들이쳐도 더이상 실내로 유입되지 않으니 유용하다.

이미 문 하단에 문턱을 높게 해둔 상태라 더이상의 부품이나 다른 장치는 필요하지 않지만, 문을 자주 여닫고 먼지나 바람이 걱정되면 문 하단에 보조 자치를 덧대어 먼지나 벌레 유입까지 차단하도록 되어 있는 종류도 있으므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