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가정용 메시 시스템으로 가성비가 좋았던 오르비 프로 SXK80을 소개한 적이 있다(아래 글 참고). 오르비와 오르비 프로는 거의 비슷하지만 대역폭을 나눠서 쓰거나 하는 몇 가지 세세한 부분이 달라 프로는 오피스 등 부서별 관리가 필요한 곳이 유리하다는 등의 차이가 있지만, 크게 봤을 때는 넷기어 Netgear 오르비 Orbi 시리즈는 최신 무선 라우터 시스템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다.

오르비 제품군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 가격대 성능비로 봤을 때는 RBK7이나 8 제품이 무난하고, 9로 올라가면 가격이 아주 비싸지며 RBK7도 최신 제품은 거의 1000불에 육박하니 가정용으로는 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오늘 이야기의 시작은, 지인께서 인터넷이 잘 끊기고 불편하다고 하셔서 메시 시스템을 권해 드렸고 특히 예전에 경험해본 가성비 최고의 제품인 SXK80이 좋아서 구매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걸 배송받아 설치를 하는데 도저히 진행이 안된다는 것. NBN 업체와 환경에 따라 VLAN 설정을 하는 등 몇 가지 특이한 부분이 있지만 아무리 해도 인터넷 연결이 안되어 중간에 포기. 여기서 한 가지 부가적으로 설명하면, 예전 문제가 되었을 때 TPG 기술 지원에 연락했을 때는 담당자가 VLAN 설정 등을 잘 알고 설명해 주었지만(그러나 결국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나중에 직접 해결함) 이번에는 기술 지원팀의 대응이 너무도 형편없더라는 사실이다.

기술 지원팀은 보통 24시간 내 언제든 연락하면 도움을 주는데, 일요일 오전에 했더니 무슨 문제가 있다고 30분 후에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잠시 기다렸다 다시 했더니 오르비 SXK80 제품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디서 어떤 항목을 설정하거나 건드려야 하는지 모르고 왜 안되는지도 모르니 지원이란 말이 의미가 없어 그냥 끊었고 결국 인터넷 연결 포기.

지인의 제안에 따라 다른 제품을 구해서 시도해보기로 하고 찾은게 바로 RBK852. 이 제품 역시 약간 구형으로 8은 시리즈 모델, 5는 버전, 2는 장비 수를 가리킨다. 즉 8 시리즈 버전 5의 2대로 구성된 제품이라는 의미. RBK763이라면 7시리즈 버전 6의 3대로 구성된 제품인 셈이다. 이전에는 없었는데 블프 기념으로 한 업체에서 대폭 할인을 해서 379불에 판매한다는 내용이 있어 바로 매장을 갔지만 재고가 없다. 여기저기 물어 겨우 한 곳에서 재고를 찾아 구입 후 귀가. 모든 것을 제거하고 이 제품으로 자동 설정을 진행했지만 인터넷 연결은 안되었다.

수동으로 접속후(로컬 IP 192.168.1.1) 관리 모드로 들어가서 VLAN 설정을 해주니 연결이 된다! 이 제품의 경우 펌웨어 업데이트인지, 이전 것보다 관리 모드가 직관적이고 편하게 되어 있어 다행이다. 사실 SXK80과 RBK852는 거의 비슷한 수준의 기능이라 큰 차이가 없다 볼 수 있다. SXK80이 특별가 499불이었는데 거의 600불 이상하는 RBK852를 블프 기념 및 구형이라는 이유로 379불에 구입했으니 행운인 셈. 현재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업체에서 349불에 팔고 있다. 적극 추천~

메시의 장점은 상당히 큰 규모의 집에서도 유선없이 무선으로 모든 영역을 지원할 수 있다는데 있다. 기본적인 와이파이 WIFI 무선망 외에도 장비들끼리의 무선 통신을 이용해서 신호를 주고받으며 각 장비에서 그 신호를 증폭하여 뿌려주기 때문에 웬만한 크기의 집에서도 거의 비슷한, 혹은 상당히 양호한 속도로 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지인의 경우 장비를 바꾸면서 비싼 텔스트라를 버리고(!) TPG에 비슷한 요금으로 250Mb를 신청했고 장비 근처는 250-260Mb, 집 끝쪽에서는 90-100Mb 정도의 속도가 나오고 있다. 이전에 집 전체를 유선으로 구축하고 텔스트라의 비싼 서비스를 50Mb로 이용한 것에 비하면 월등한 변화다. 그것도 무선으로!

메시를 설치할 때의 중요한 점은 본체인 라우터를 모두 설정한 후에 위성 장치 satellite를 동기화 시켜 가장 신호가 잘 나오는 곳에 배치하는 일이다. 1층의 한쪽끝, 2층의 다른쪽 끝이면 이상적이겠지만 지인의 경우 집 구조가 미로같이 되어 있어 의외로 신호가 잘 받쳐주지 않아 한 대를 2층 끝, 다른 한 대를 반대쪽 끝에 두었고 1층은 천정을 통해 신호를 받도록 배치했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90-100Mb로 줄었지만 이 정도도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

만약 공간이 뚫리고 직선형 구조인 집에서는 한 층에 라우터를 두고 다른 층 중간에 위성 장치를 두면, 집 끝에서 거의 250Mb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으니 메시 시스템이 매우 편리하고 유용한 해결책이다.

참고로 TPG는 월 10불을 더 내면 최고 속도인 800Mb를 이용 가능하니 가족 수가 많고 인터넷과 TV 방송을 하루 종일 즐기며 심지어 온라인 게임도 오래 한다면 이 정도 속도도 시도해볼만하다. 물론 이론상으로 1Gb 까지의 속도는 이런 메시 시스템에서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지원 장치 수도 100대에서 400대까지 되니, 한 사람이 핸드폰, 태블릿, 노트북, PC, TV를 쓴다 해도 10명 이상의 구성원도 문제없이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에 업그레이드하게 되면(이유 : 더 빠른 속도 예를 들어 기가비트 등) 현대로는 RBK773 정도가 좋겠고, 가정에서 RBK9 시리즈를 쓸 일은 없지만 몇년 후는 또 모르니 가격만 떨어진다면 충분히 매력적일 듯 싶다. *

모티스 mortice는 문 앞이나 뒤가 아니라 옆면을 파고 거기에 넣는 잠금 장치의 한 종류로, 호주를 비롯한 서양에서 흔하고 한국에서도 고급 문에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고 깔끔한 외형이 돋보이지만 일단 고장이 나면 문을 열 수가 없어 일이 커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일년에 한 두번은 꼭 모티스를 뜯는 일이 생기곤 하는데,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모티스를 교체하러 갔다. 일단 모티스를 뜯어내기 전에 문이 실제로 열리는지 안 열리는지를 확인한다. 문을 열 수 있다면 굳이 뜯지 않고도 쉽게 해결이 가능하고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번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문을 열 수 없어 뜯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초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그냥 닥치는대로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최소 두 시간에서 그 이상 걸린 적도 있으니. 지금은 경험이 많아진 덕분에 일을 좀 더 쉽고 편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 같은 작업을 30분에서 한 시간 사이에 해결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모티스를 뜯는 과정은 쉽지 않다. 실린더를 제거하고 잠금 장치의 본체에 구멍을 내야 하는데 작은 금속도 스테인리스로 된 경우가 있어 드릴 비트도 여러 개를 바꿔가며 써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런 작업에서 드릴 비트를 아끼려고 오래된 것을 쓰면 힘과 에너지만 낭비할 뿐 전혀 구멍을 뚫을 수 없으니 가급적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게 좋다.

실린더 제거 후 본체에 구멍을 내고 나면 문을 왜 열 수 없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거의 90% 이상은 실린더에서 떨어진 작은 부품들이 중간에 끼어 문을 여는 래치 latch를 끝까지 당길 수 없기 때문이니 부품을 찾아서 제거하면 쉽게 열린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 모티스 자체가 고장난 것이라면 천천히 하나씩 부품을 드릴로 쪼개며 꺼내고 다양한 방법으로 래치를 당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문 앞뒷면의 손잡이가 일체형이냐 독립형이냐에 따라서도 작업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고객 입장에서 돈은 더 들지만 일체경은 문에 큰 구멍을 내어도 나중에 가려지므로 작업은 좀 더 수월해진다.

문을 열고 나면 모티스를 제거하고 새 제품으로 교체한다. 이번 경우는 모티스, 실린더, 손잡이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 비용이 제법 들었다. 만약 모티스 자체만 고장이고 실린더를 살릴 수 있다면 손잡이와 실린더를 제외한 모티스 비용만 들기 때문에 조금 더 저렴하지만 결국 이 작업의 핵심은 문을 여는 것에 있으니 작업비는 꽤 든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당연히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항상 배터리는 여유있게 2-3개 완충해서 들고 다녀야 하고 드릴 비트도 새 제품으로 5, 6, 8, 10미리 등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경험상, 한국 드릴 비트는 품질이 우수하지만 강도가 약해 드릴링 중 자주 부러지며 호주 제품은 전체적으로 성능이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5-10배) 중국 제품은 구멍 하나 뚫기도 전에 닳아버려 거의 쓸모가 없으니 절대 구입하면 안된다. 현재는 저렴한 한국산을 주로 쓰는 중이고, 드릴이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부러진 경우 최대한 잘 꺼낼 수 있도록 조심해서 작업 중이다.

모티스를 비롯하여 손잡이, 실린더 등은 법적으로 표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규격 제품이라 어느 회사를 쓰든 관계는 없고, 대부분이 화재 인증도 받은 것들이라 특별히 가릴 필요는 없다. 저렴한 제품은 대만 OEM이고 가장 좋은 제품도 생산은 중국이지만 품질 자체를 호주 회사들이 OEM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품질은 우수한 편이다. 손잡이 등의 재질이나 디자인, 마감의 시각적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이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 저렴한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품질에 따라 두배 가까이 가격차가 나므로 적당한 것을 선택하면 되겠다. *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식당에 가족들과 외식하러 가끔 가는 편인데, 앞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아 잠깐 후기를 남겨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주에 와서 유명 맛집이나 식당을 소개받거나 찾아서 들르곤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 유명세만큼 제대로된 곳은 찾지 못했다. 좀 까다롭게 본 탓도 있겠지만, 교민들이 말하는 맛집이나 유명한 곳은 대부분 말로만 유명할 뿐 실제로 맛이 특별나거나 그렇다고 서비스가 좋지도 않았다.

게다가 식당이란 비지니스가, 어느 정도 유명해지고 성업하면 바로 매각하고 다른 곳을 창업하는 식의, 전통을 지켜 맛집을 유지한다기 보다는 한탕하고 빠지는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보니, 정말 맛집이란 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는 곳이 바로 호주의 식당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반론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시기를.

지인과 가끔 들르곤 하던 식당은 집에서도 가까운 곳으로, 이미 블번 Brisbane에서는 몇 곳의 지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 중 제법 괜찮다는 곳이 다행히 집에서 가까워 가끔 가족 모임으로 방문했는데, 마지막에 들른 시점은 워낙 바쁜 날 저녁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서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거의 모든 좌석이 차서 아주 바쁘게 돌아가는 저녁인데 주방을 제외하고 서비스를 하는 직원이 몇명 없었다. 그렇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돈은 바로 이렇게 버는 것”이라는 사실. 그렇게 바쁘게 손님이 줄을 설 정도라면 직원 수도 늘리고 당일만이라도 서비스를 제대로 해야지, 손님만 많이 받아놓고 주문을 하거나 뭘 요구해도 한참 걸리거나 아예 답이 없으니, 이걸 과연 좋은 서비스라 해야 할런지?

식당의 음식 맛은 괜찮은 편이다. 블번에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추천도 자주 받는 곳으로, 식당의 음식 맛은 그만큼 평가가 꽤 좋다. 문제는 식당이란 것이 음식으로만 결론지어질 곳은 아니라는 점. 바쁜 중에 주문을 넣고 한참 기다려서 받은 것은 그렇다 쳐도, 뭘 필요한 것을 달라거나 해도 답이 없고 불판이 다 타들어가도 둘러보는 직원도 없다. 굳이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시드니 모 식당은 직원들이 매장을 계속 둘러보며 부족한 반찬을 묻거나 채워준다든지 불판이 타면 알아서 갈아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서비스가 고객에게 매우 중요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사장은 도대체 모르는 것인지?

다른 지인을 만나러 한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자랑거리라는 음식을 한번 시켜보았는데 먹을만 했지만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다. 이곳도 음식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블번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라는데, 생각만큼 유명세만큼 대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식당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음식 맛이 좋고 서비스도 훌륭하면 기왕 방문한 고객은 다른 곳을 찾기 보다는 다시 오게 되는 습성이 있다. 다른 서비스보다 특히 음식은 입맛에 맞는 것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식 맛은 그렇다 치고 머무는 동안 불쾌하고 혹은 갈 때마다 음식 맛이 달라진다면 과연 좋은 맛집이라 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식당을 단순 비지니스로 생각하고 어느 정도 운영해서 키운 후 팔고 또 다른 곳을 차려 키운 후 팔고, 이런 일을 반복한다. 수익과 사업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식당이란 맛을 담당하는 주방과 고객 서비스가 꾸준히 일정 품질을 유지해야만 지속성이 있는 비지니스가 아닌가 싶다.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올린 후 팔아버리고 이름만 같을 뿐, 주방의 맛도 다르고 운영자의 언어도 다르고 서비스도 완전 다르다면 그것은 이미 같은 식당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한 업체에 방문했을 때는 이것저것 많이 시켰더니 좋아하기 보다는 귀찮아 하는 느낌이었다는… 서비스 업의 본질을 알고 운영하는 자세가 필요할 듯 싶다. *

오랜만에 시티에 나갈 일이 있어 새벽에 출발했다. 시티는 보통 길막힘과 주차 문제로 쉽지 않은 환경인데,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에는 최소 한시간 반이 걸리고 막히는 퇴근 시간에는 집까지 두 시간 걸려 움직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갈수록 주차가 힘들어지고 주차 단속도 심해지며 비용도 비싸진다. 꼭 가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가급적 나가지 않는게 좋을 때도 있고, 꼭 가야만 한다면 서둘러 움직이는게 유리하다. 어쨌든 다른 일이 있어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오전 5:30에 출발, 다행히 6기 조금 넘어 도착.

오늘의 작업은 작은 유닛(단층 빌라)외 발코니로 나가는 알미늄 문에 달린 손잡이를 교체하는 일이다.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문이 얇아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설치가 안된다. 가끔 일을 주는 중국 친구가 해보려다 안되어 내게 넘긴 일이기도 하다. 첫째 문과 비슷한 색을 써야 해서, 구리빛(copper color) 제품으로 준비했고, 바로 끼워보니 문이 얇아서 설치가 안되어 앞뒤로 두께를 높이는 부품(packer)을 대기로 했다. 양쪽에 두 개씩 대니 적당히 맞지만, 문이 평평하지 않아 그라인더로 잘라야 한다. 별것 아니지만 할 일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간도 더 드는 셈이다.

앞뒤 철판을 대고 조립하니 잘 맞아서 완료. 문이 잠기는 쪽의 스트라이커가 안 맞아 제대로 닫히지 않아 이것도 교체하고 위치를 맞춰 주었다. 주차가 쉽지 않아 차에 오가며 공구와 부품 등을 들고 나르느라, 이 간단한 일을 하는데 무려 한시간 반이 걸렸다. @.@

가끔 문 앞쪽의 방충망이 제대로 안 잠긴다는 불편이 접수되는데, 잠금 장치 자체가 고장났거나 스트라이커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잠금 장치 제품 이름은 타즈만 tasman으로, 문이 제대로 닫혀야지만 잠글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스트라이커가 잘못되어 있는 경우 손을 봐야 하고, 이것만 해결하면 대부분 80% 이상의 문제는 없어진다. 나머지는 자체 고장인 경우로, 단순히 교체하면 그만이다.

지난번에는 외국인 고객의 호출로 방문한 집에서 특이한 환경을 보았다. 누가 해두었는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된 문에 손잡이를 달았고 안쪽에 나무로 대충 처리해둔 것이었다. 문제는 이게 오래되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열쇠가 있어도 문이 안 열려 집에 못 들어오는 상황. 그래서 뒷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 현관을 열어 준 사례다. 항상 강조하는 사항은, 보안이나 안전에 관해서는 절대로 싸구려를 쓰거나 대충 적당히 해두어서는 안된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겨 문을 열 수 없거나 갇히거나 고장날 경우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다면 차라리 전문가를 부르는게 더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호주에서도 디지털도어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고 작업 경험도 늘고 있다. 한국 제품을 들여와 설치해주거나 호주에서 판매되는 대표적인 데드볼트 deadbolt 방식을 설치해주는게 과거였다면 최근에는 트라이락 trilock을 제거하고 대체품을 넣거나 유닛과 아파트에 다양한 제품을 설치하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 이 일은 기술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는 해도 결국 사람들의 성향과 환경이 바뀌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중이다. *

멀리 외국에 살고 있어 가급적이면 한국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않으려 하지만 지난 한 주는 계엄 사태 및 탄핵 투표 문제로 상당히 시끄럽고 또 그만큼 마음이 불편했던 시간들이라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간단히 결론을 말하자면, 이번 사태는 결국 한국 정치의 현실, 경제 문화 외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 선진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위상이 “후진 정치”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안타까운 현실이다.

돈과 정치, 그리고 종교. 모든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주종 관계가 거꾸로 되어버린 흔한 현상의 예라 할 수 있겠다. 예전에야 신분제가 있는 시대였지만 민주주의가 도입된 현대 사회에서, 정치란 다수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아 지역 혹은 나라의 일을 맡기는 과정인데,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를 잘못 생각하고, 아니 심지어 일부 시민들까지 정치인은 타인의 위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상급자”로 착각하는 듯 하다.

외국에 살면서 상당히 놀란 것은 티비를 틀면 가끔 나오는 정치인에게 절대로 “Sir”를 대하듯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친한 친구나 연예인을 만나는 것처럼 동등하고 똑같은 위치와 입장에서 대화를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적어도 이 호주에서의 현실이다. 한국이라면? 하다 못해 지방 의원만 되어도 마치 그 지역 주민들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또 사람들도 그렇게 여긴다. 이런 계급적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정치를 하는 이들이 맡겨진 “일”을 하지 않고 권력에만 취해 개인적 이득과 권력 행사에만 빠지기 때문이다. 잘하면 칭찬하고 잘못하면 쫓아내는 것도 모두 표를 가진 사람들의 권한이지만 그들은 투표시에만 겸손해질 뿐 항상 타인의 위에 서려 한다.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한국 정치의 현실은 수십년이 지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정치판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주권을 가진 이들이 현명하게 대처하고 올바른 사람을 골라 함께 발전해가는 사회를 만들도록 이끌어야 하지만, 유독 한국 사회는 일제 치하, 남북 전쟁, 현대 정치의 여러 비극들을 안고 가면서 경제 발전과 함께 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처진 듯 하다. 조금만 틀어져도 “빨갱이” 소리를 하며 이상하게 지켜보는 시대가 있었나 하면 사회 곳곳에도 여전히 일제의 잔재가 남아 그 독을 퍼뜨리며 혼을 빨아들이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얼굴을 하면서 말이다.

혹자가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으며 정치판에 기웃거리지만 진정 자유와 민주주의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자를 욕하면 잡혀가는 시대가 있었나 하면, 빨갱이라 뒤집어 씌워 죽음을 선고하는 시대도 있었다. 지금의 우리가 정치를 비판하고 가볍게 농담할 수 있는 이 기반은 모두 선배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고마운 열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계 어디서든 마찬가지겠고 호주에서도 역시 선거철이 되면 가급적 예전에 했던 이들이 우세하고 또 특정 인물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골수층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더 많은 다수의 사람들은 정치인의 사상과 행동, 그들이 만들어낸 현실을 바탕으로 평가하여, 필요하다면 물갈이를 한다. 정치인들 역시 사소한 비리나 잘못된 행동에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결국 주권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한국의 20년 후는 변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젊은 층이 사회 중심이 되는 그 시점에는 지금보다는 더 깨끗한 모습으로, 정치는 일 잘하는 사람이 나와서 서로 경쟁하는 그런 시대였으면 한다. 자기 욕심을 채우고 권력에 집착해서 남을 휘두르고 온갖 범죄와 비리를 저지르고도 웃으며 주권자를 깔보듯 하는 이들이 과연 나와 지역과 심지어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일지, 그리고 각자는 주권자임을 잊고 그런 위세에 눌리거나 끌려 자녀와 후손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번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은 또다른 날이기를. *

지난번에 올렸던 글에 이어 얼마전 집에 갔을 때 이웃에서 넘어온 나무의 가지 치기를 진행했다. 비용이 꽤 드는 일이라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했지만 결국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높은 사다리(3-5m) 구입, 긴 전기톱 polesaw 등으로 직접 자르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어차피 깔끔하게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어 사람을 부르기로 했지만, 이게 또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시드니보다 사람이 더 귀하고 비싸다 보니 브리즈번의 구인 과정은 상당히 머리 아픈데, 많은 사람들이 쉬운 일만 찾아서 하려고 하고 어려운 일은 너무 비싸게 부르거나, 가격을 결정하고도 일을 본 후에 더 청구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업체에 작업 환경 사진을 올려 한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그는 $400을 원했지만 수영장 청소는 안하고 자른 나무만 걷어가 달라면서 비용을 할인해 달라 했더니 $250으로 다시 견적을 올렸다. 그 정도라도 생각보다는 많이 들지만(지난번 이것포함 다른 가지치기를 $250에 하겠다는 이가 있었고 다른 일만 하고 $150을 받아감) 어차피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 진행하기로 결정. 당일 방문한 사람은 작업 환경을 둘러 보더니 나에게 묻는다. 나무 가지치기만 하고 수영장 청소 안하는 조건으로 $250에 진행하는 것을 재확인, 그러더니 나무 가지를 적당히 자른 후 더 자르면 돈 더 내야 한다고… @.@

기왕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고 불필요하게 말 길어지는게 싫어서(달래면서 일시켜야 함) 전체 작업을 하고 청소까지 다시 $400에 하기로 계획을 변경, 마지막에 나무를 실어다 버려야 하는데 왕복하면 시간과 기름값이 드니 $50을 더 달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은 무난하게 했지만(최고 수준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음) (1) 중간에 말 바꾸며 가격 올리는 것 (2) 고객와 말싸움하며 자기 주장만 하고 (3) 가격이 안 맞으면 나무 쓰레기 두고 갈까하며 협박하듯 진행하는 과정.

그의 말에 따르면 좀 떨어진 지역에 살면서 이미 여러 채의 집도 가지고 있다지만 과연 그것이 합리적이고 원만한 근무 태도에 따른 소득인지 의문이다. 열심히 사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에 대해 방문 후에 말을 바꾸고 자꾸 가격을 더 올리려 하는 그와 굳이 싸우지 않는 것은, 어차피 내 입장에서는 이 한번의 일만 처리하면 더 이상 얼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즉 문제 해결이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물론 중개업체에 신고하거나 페어 트레이딩 등을 통해 다툴 수도 있겠지만 그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보다는 깔끔하게 해결하고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절대로 중개업체를 믿지 말고 거기에 응모하는 사람들도 믿지 말라…

어쨌든 그 과정을 통해 수영장 근처는 깨끗해졌고, 더이상 나뭇잎 벌레 먼지 등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 일년 가까이 귀찮게 하던 것을 없애 버렸으니 수영장 관리가 훨씬 더 쉬워지고 편해졌다. 가끔씩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과 먼지 등만 처리하고 수질 관리만 하면 이제 수영장을 좀 더 깨끗하게 자주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호주는 한국에 비해서 적은 인구로 인건비가 아주 비싸고 시드니보다 브리즈번은 더해서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이고 괜찮은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많은 이들이 적당히 해도 돈을 더 받으며 일하고 있으니 더 잘하려는 의지도 없고 적당한 수준의 기본적인 능력만 갖추고 전문가로 자청하는 이들이 많으며 실제 능력과 노력보다는 대화와 영업력, 말로 먹고 사는 이들도 많다는 것.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평가일 뿐. 이에 관한 해결 방법은 앞으로 서서히 찾아야 할 듯. *

알리 익스프레스(AliExpress, 이하 알리)와 이베이를 종종 쓰면서 가끔씩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번에 여러 물건을 살 수가 없으니 관심 가는 품목을 장바구니(쇼핑카트)에 담아두곤 하는데, 사실 그다지 급하게 살 것들은 아니고 틈틈이, 크게 지출이 없는 시점에 봐서 조금씩 구매하곤 하는 편이라 관심 품목으로 찍어두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장바구니에만 담아두는 것이다. 그런데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괜찮은 가격의 품목은 가끔 사라진다(!)는 것. 품목을 정해놓고 여러 판매자를 뒤지며 적당한 가격을 찾아서 담아두면 금방 사라지는 일이 있다. 빨리 품절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판매자가 가격을 너무 낮게 잡아서 취소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지 않아 장바구니에서도 사라진다. 이렇게 사라진 것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고, 가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등록되지만 가격이 바뀌기도 한다. 아마도 품절 이후 가격 재조정인 듯.

두번째는 가격이 수시로 변한다는 것. 환율이나 기타 문제가 있겠지만 너무 가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알리에서 한 품목을 잘 찾아서 무료 60불대로 대폭 할인하는 것을 담아 두었는데 다음날 구입하려고 보니 100불 이상으로 오른 경우가 있다. 사실 다른 업체는 비싸게 팔길래 안 사려고 하다 찾아서 담아둔 것인데, 이렇게 싸게 팔려고 하다가 판매자가 마음을 바꾼 것인지 자세히 안 보고 결제하면 큰일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재미있게도, 이런 품목은 정해진 가격이 없고 판매자마다 달라서 어떤 업체는 잘 찾으면 여전히 60불대에 판매하고 있고 어떤 업체는 140불 선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60불대에 판매하는 업체를 통해 주문을 넣고 나니 다시 검색할 때 같은 업체가 70불대로 가격을 올렸다는 것. 공개된 가격이 너무 고무줄이라는 의미.

이베이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는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둔 후에 최대한 할인이 가능한 시점을 노리는 편이다. 5% 정도는 크게 의미가 없고, 예를 들어 230불 가까이 하는 품목을 특별 할인해서 200불대 초반에 파는데(판매자 할인) 여기에다 이베이 특별 할인 시기와 맞아서 쿠폰을 쓰면 190불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에 최근에 알리에서 경험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사례를 포함해서, 11월 11일을 맞아 많은 품목이 대략 10% 정도 할인되는 시기였는데, 장바구니에 담아둔(그리고 가끔 구매하던) 품목이 50불대 후반이었고 할인하면 50불대 초반 이하로 표기되었지만 막상 해당 날짜가 되고 보니 원가를 더 높이고 많이 할인하는 것처럼 숫자만 장난쳤을 뿐 실제 판매 가격은 할인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 알리의 가격 기준이 너무 들쭉날쭉이고 고객 대상으로 가격을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항상 잘 확인하고 비교하는 것이 좋다.

애초부터 중국에서 만들어져 판매되는 것은 알리가 저렴하고 많이 보급되어 알려진 품목은 이베이와 알리의 차이가 크지 않다. 이를 잘 비교해서 구입하면 더 유리한 구매가 가능하다. 참고로 이베이나 알리에서 표시되는 전동 공구는 대부분이 가짜(counterfeit)이고 배터리도 대부분 가짜다. 정품을 파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예 구매를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어차피 보증도 안되고 검증도 안되는 것이기에 이런 경우는 버닝스 등의 정품 취급 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좋으며, 만약 판매자가 정품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가짜일 수 있음을 감안하고 너무 비싼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품이 아닌 배터리 성능은 정말 쓰레기다.



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의외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일이 있다. 보통 공사 현장에는 관계자 외 진입이 불가능한데, 해당 현장에서 필요한 일이 있어 초대(!)를 받아 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문을 열어달라거나 열쇠를 맞춰 달라거나 혹은 부러진 열쇠를 꺼내는 등이다. 지난번에는 특수 차량 열쇠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지만, 사실 모든 열쇠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가장 중요한 사항은 먼저 어떤 열쇠 재료를 쓰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보통 특수 차량의 열쇠는 재료가 없어 못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료가 있으면? 가능성도 높아진다.

인근에서 주택 단지를 공사하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엉뚱한 열쇠를 꽂아서 쓰는 바람에 부러져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진짜 열쇠는 따로 있으니 뽑아주기만 하면 된다는 요청. 일반적인 가정용 열쇠라 해도 너무 깊이 박혀서 부러졌거나 뻑뻑하거나 기타 이유로 꺼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특히 차량용 열쇠는 일단 부러지면 꺼내기가 쉽지 않다. 보통은 앞부분에 덮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가려지기 때문이고, 차량용은 한쪽이 아니라 양날이라 양쪽에서 핀(pin)이 잡고 있다 보니 더 어려운 것이다.

고객과 한참 통화하여 위치를 찾은 후 입구에 있는 교통 통제 직원의 지시에 따라 공사장으로 들어섰다. 사방으로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 현장으로, 각종 특수 차량과 덤프 트럭, 다양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한 쪽에다 차를 세우고 부러진 열쇠를 뽑은 공구를 들고 차량에 올랐다. 날씨도 덥지만 좁은 곳에 있어 자세가 정말 안 나오는, 할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겸손한(?) 자세로 집중했지만 쉽게 꺼내기 어려웠다.

너무 오래된 차량이라 앞의 덮개 부분이 거의 떨어질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그걸 한 쪽으로 제치고 부러진 열쇠를 꺼냈다. 부러진 열쇠를 다시 제작해야 하는 일이라면 정말 힘들겠지만 다행히 버려도 되는 것이라 조각을 고객에게 보여주고 작업 종료. 이렇게 업무를 위한 일은 작업을 마친 후 지불을 받는 과정도 복잡하다. 다시 찾아올 곳이 아니기에 만약 지불이 제대로 안되면 아주 귀찮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고객에게 즉시 지불을 요청했다. 인보이스는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하고, 회사 회계 담당자와 통화한 후에 내게 즉시 지불하도록 하고 완불까지 기다렸다가 무사히 마치고 나왔다. 사실 업무 자체만큼이나 중요한게 수금 과정이니까.

가끔씩 여기저기서 특수 차량이나 장비(예를 들어 굴삭기라든지 지게차 등) 열쇠를 분실했다고 연락오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작업이 어렵다. 미국산 특수 장비의 열쇠가 없다고 내게 연락한다고 해서, 재료가 일반적인 것이라면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장비인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작업이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사실 이런 일은 장비를 확인하고 재료를 구하는 과정이 상당히 시간소모적이다. 도매에 물어봐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당사자에게는 아주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분실하기 전에 미리 대비해서 여분의 열쇠를 만들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경험상 95% 이상의 고객들이 이미 사용중인 열쇠가 있을 경우 추가로 복제해두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현실… *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사람들이 항의하는 내용이 있어 자세히 읽어보니, 시드니 서부의 한 지역 둔사이드 doonside란 곳에 있는 컴뱅 지점을 곧 폐쇄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예전 내가 살던 동네의 컴뱅(CommonWealth Bank) 지점은 고객 대응 창구를 3개나 운영했는데 10년 동안 거기 살면서 결국 모두 그만두고 한 창구만 계속 운영하고 나머지는 지점장과 다른 직원이 번갈아 참여하며(바쁠 때만) 운영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은행측에서는 창구를 찾는 고객이 별로 없는데 굳이 상시 근무하는 직원을 두는 것이 비용 부담이라며 절감 차원에서 직원을 자르거나 지점을 폐쇄하지만, 글쎄다… 과연 이게 옳은 정책일까.

은행의 움직임에 불만을 품은 고객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지불에는 카드, 이체에는 앱을 쓴다. 컴퓨터의 은행 홈페이지를 통한 거래보다 모바일 핸드폰에 앱을 깔아서 쓰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창구에서 직접 입출금하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를 켜서 로그인하는 것마저 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현지 고객들을 만나보면 물론 신용 카드로 많이들 결제하고자 하지만 송금을 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컴퓨터를 쓰는 경우가 더 많고 심지어는 은행에 가서 보내주겠다거나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객들일수록 그 차이가 커져서, 젊은 고객층은 앱으로 바로 송금하지만 노인들의 경우는 여전히 카드나 현금, 컴퓨터 송금을 하며 가끔은 은행에 가서 출금해 오겠다는 고객도 보인다.

전세계적인 고물가로 미국 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호주 RBA도 어느 정도 따라잡아 금리를 단기에 많이 올렸으며, 이로 인해 은행들은 몇년 동안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기업이란 것은 수익이 목적이고 그 나름대로의 배경 사정이 있겠지만, 속된 표현으로 돈 놓고 돈 먹기하는 은행의 경우, 저렴한 이자로 돈을 모아 그걸 높은 금리로 빌려주거나 운용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니 지난 몇 년은 과거 어느 시대 못지 않은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비용 절감을 핑계로 직원을 자르고 지점을 폐쇄한다.

정치에 있어 국민이 주권자이고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나라 위해 봉사하라”고 뽑아놓고 일을 시키지마 어느새 시대가 변해 그들이 국민 위에 있는 “고위직”이 되어 버렸다. 물물 거래에 있어서 편한 도구를 쓰고자 “돈”이란 것을 만들었지만 그 돈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부의 축적 수단이 되어 역시 사람들 위에 있는 존재다. 사람들의 돈을 받아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며 돈을 모으는 은행은 이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하는 추세이고, 예전에 만난 어떤 관계자는 “은행의 대부분의 직원과 고객은 은행에 돈을 벌어주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즉 푼돈을 맡기는 고객이나 단순히 청구서를 지불하는 등 은행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이들이 결국에는 은행에 큰 수익을 주는 대상은 아니라는 의미다. 은행은 돈을 굴려 수익을 내거나 큰 돈을 맡기는 이들만 환영하는 추세인 것이다.

호주의 4대 은행 중 하나인 컴뱅 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은행을 방문하려면 제법 먼 거리를 찾아가야 하고 늘 사람이 몰려 한참 기다려야 하며 서비스도 뭐 그저 그렇다. 어린 시절 은행을 방문하면 깍듯하게 인사하며 모두에게 친절과 서비스를 제공하던 그 은행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렇게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시대상은 돈을 중심으로 하는 은행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고 결국 지점 폐쇄와 직원수 줄이기 등을 통해 고객의 불편을 만들어가고 있다.

만약 전기나 인터넷이 끊어지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줄어든 지점과 앱 등을 통한 신용 거래 중심에서 결국 정부는 빈틈없는 거래를 강요하며 돈을 제어하려는 것은 아닌지, 편리함의 이면에 있는 더 큰 불편함의 시대를 사는 요즘이다. *

지난번 욕실 레노베이션을 할 때 기왕이면 좋은 품질의 손잡이를 해달라고 요청해서 락우드 Lockwood 제품으로 설치했었다. 락우드는 호주 회사로, 이미 오래전에 세계적인 보안 업체 Assa Abloy에 인수되었지만 여전히 호주에서는 최고의 품질(과 가격)로 알려져 있는 업체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품질이 좋은 편이라, 특히 서양(호주) 사람들은 이 회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문제는, 슬라이딩 도어 sliding door에 쓰는 제품들의 품질이 대부분 별로라는 것. 비록 락우드라 해도 제품에 한계가 있다. 그 문제라면, 좌우 방향 전환이 안되어 문을 잠글 때 문틀쪽이 아니라 반대로 돌리고 열 때 반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 너무 불편하고 생각보다 품질도 좋지 않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다른 것으로 교체해보기로 했다.

락우드의 슬라이딩 손잡이는 옆면도 다른 제품과 달리 크고(구멍을 크게 뚫어야 함) 위치도 달라서 고민이었는데, 비교적 흔하고(품질이 더 안 좋은)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문틀 쪽의 고정 부분(스트라이커 striker)은 그대로 두고 최대한 손이 많이 가지 않도록 작업을 했다.

다만, 락우드 제품의 한 가지 장점이라면 하단에 동그란 부분을 누르면 스프링에 의해 작은 장치가 튀어나와 이걸 이용해서 문을 당길 수 있다. 다른 회사 제품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슬라이딩 도어를 최대로 열면 벽면 속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꺼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다른 제품에 이런 장치가 없다는 것은 많이 불편한 점이다.

그래서 두 가지를 결합해 보기로 했다.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만, 락우드 손잡이의 장치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잘라내고 그 빈 자리에는 다른 제품을 넣기로 했다. 어차피 검정색이라 크게 표시가 나지도 않고, 긁히거나 연결되는 부분은 사인펜으로 칠해서 나름대로 눈에 띄지 않게 해보았다.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레인 Lane 제품은 문을 잠글 때 문틀쪽으로 돌리면 되고 벽면에 들어간 문은 기존 락우드의 둥근 장치를 이용해서 그대로 꺼낼 수 있다. 과연 수명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런 방법도 있다는 점에서 소개해본다. 어떤 상황에 어떤 일이든, 조금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면 항상 해결책이 있다는 교훈도 중요하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