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추천하는 문제의 화제작, 넷플릭스 인기작 1위에 오른 소년의 시간, 원제는 Adolescence 우리말로 청소년기, 사춘기 정도가 되겠다. 영화를 보면 왜 이 작품이 화제작인지를 바로 알아챌 수 있는 특징이 있는데, 바로 화면을 끊지 않고 한번에 모든 것을 촬영하는 기법으로 제작했다는 것. 한 사람에게 카메라를 비추고 다시 그의 이동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로 이동하는 식으로 한번도 끊이지 않고 내용을 보여준다.

이런 촬영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현장감”이다. 실제로 뉴스 촬영 등에서나 볼 수 있는 주변의 잡소리와 상황들이 모두 카메라에 담기게 되고 화제가 되는 인물에게 바로 붙어서 보여주기 때문에 보는 이가 현장에 있는, 그리고 이것이 영화가 아닌 현실 자체라고 느끼게 되어 매우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해진다. 보는 입장에서의 놀라움은 그많은 인물과 배경 등을 중간중간 끊지 않고, 그리고 한번의 틀림도 없이 대사를 하고 진행하는 전체 참여자들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것.

영화는 13세의 한 소년이 살인죄로 체포되면서 경찰서로 끌려가고 수감되고 이를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담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청소년기에 발생할 수 있는, 그리고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인터넷 문화, 청소년 놀이 문화와 관계 등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보여줌으로써 사회 비판을 하는 의도가 강한 작품이라도 평가하고 있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서 적어도 2화까지는 생생한 살인 사건 현장과 체포 과정 등을 보여줌으로써 실감나는 한 편의 범죄물을 보는 착각에 빠진다. 사회 비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범죄를 저지르면 이렇게 한 가정이 망가진다는 것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3화와 4화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며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된 소년의 심리적 상황 묘사와 가족들과 주변인들의 현실을 통해 역시 현실적인 범죄인과 가족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속된 표현으로 X되는 것은 사실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소년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너무 실감나는 연기가, 한 아이의 부모로서 가지는 역할과 모습을 잘 표현한다.

작품은 유죄 여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엄청난 화제작이자 문제작 명작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죄를 지으면 이렇게 망가져가는 본인(소년)과 가족, 주변인들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에서도 최근에 촉법 등으로 범죄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절제하며 살아야 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

아파트나 유닛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티스 mortice는 문 옆면으로 나무를 파고 거기에 잠금장치 lock의 본체를 넣는 구조를 가리키는 용어다. 다양한 방법으로 기능을 제어하거나 조절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일단 고장나면 처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 된다. 부동산에서 모티스 설치에 대해 문의를 해와서 견적을 주고 진행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세입자가 문제를 일으켜 문 자체를 교체했지만 일반 손잡이를 달아두고 떠났다는 것.

이런 경우에 그냥 있는 것을 떼고 설치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문이 닫히는 반대쪽(문틀)에 이미 스트라이커 strike 구멍이 나 있는데 이곳이 콘크리트와 철제로 되어 있어서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여기에 문이 닫히도록 모티스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신규 설치라면 몰라도 이렇게 뭔가를 수정하거나 바꾸는 작업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치수를 정확히 재어도 나중에 조금씩 오차가 생길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먼저 현재의 손잡이를 떼어낸다. 손잡이나 단순 잠금 장치는 54mm 큰 구멍을 뚫어서 쓰기 때문에 모티스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이 구멍난 부분은 부동산에서 페인터를 보내 메꾸고 다시 칠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나마 일을 덜었다. 만약 구멍까지 메꿔야 한다면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스트라이커 위치에 맞도록 모티스를 대고 추가 작업 위치를 표시한다. 모티스를 넣기 위해 모티스 지그 mortice jig를 이용해 위치를 잡고 전용 비트 bit를 조합해서 아래위로 긴 구멍을 파내야 한다. 보통 이 작업은 30분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문이 방화문이고 안쪽으로 철판이 있어서 쉽지 않았다. 비트도 철판에 닿아서 많이 마모된 상태, 아마 다음 번에는 새 비트를 사야 할 것이다.

구멍을 뚫고 나면 큰 작업은 마친 셈이지만, 앞 뒤로 손잡이와 실린더를 넣는 위치 등 추가로 구멍을 내야 한다. 심지어는 손잡이 체결용 나사 구멍도 정확히 뚫는다. 그 어떤 작업에서도 실수가 발생하면 구멍을 메꿔야 하기 때문에 항상 두번 확인해서 문제가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모티스 본체를 넣고 앞뒤로 손잡이를 연결하고 앞쪽은 실린더 뒷쪽은 문 열고 잠그기 위한 장치를 부착하고 나면 거의 모든 작업이 끝났다. 이제 문을 닫아서 제대로 잠기는지 확인하면 된다. 스트라이커가 아래위로 약간 닿으면 조금 잘라주거나 콘크리트 부분을 콘비트로 약간 파내어 정확히 동작하도록 맞춰 주면 된다.

작업 후의 사진을 부동산에 보내주고 마무리 한다. 2시간을 예상하고 작업을 시작했지만 중간에 의도하지 않았던 변수들이 있어 3시간에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새로운 세입자에게 열쇠를 전달하고 사용 방법을 알려준 후 마무리. 부동산에는 빠른 시간 내 페인터를 보내서 구멍을 메꾸고 새로 칠해야 한다고 요청해둔 상태다.

참고로 호주에서는 이 방화문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소방 점검 fire inspection을 할 때에도 방화문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어떤 곳은 문에 작은 상처가 생기거나 파손된 경우 문 전체를 갈도록 요구하기도 하고, 이 방화문은 주요 부위에 철판이 들어 있고(잠금 장치 근처) 안쪽으로는 돌가루같은 재료들이 채워져 있어서 상당히 무겁고 불에 타지 않는다. 문 하나에 수천불 하니 절대로 우습게 보고 대충 관리하면 안된다. 벌금이 상당히 세다는… *



호주는 지역별로 땅값을 주기적 평가하여 주택 소유자에게 해당 물건의 땅값을 고지해준다. 2025년 기준으로 작년에 측정된 땅값 결과가 이메일로 전달되었는데 지난번(2023년 발표, 2022년 기준) 보다 평균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땅값은, 모든 비율 상승분이 그러하듯, 비싼 지역일수록 더 오르는 셈인데, 예를 들어 땅값이 100만불이었던 곳은 117만불이 된 것이고 땅값이 80만불이었던 곳은 약 94만불이 되어 이전에 20만불 차이였던 땅값은 이제 23만불 차이가 되는 것이다.

Brisbane City Council | Environment, land and water | Queensland Government

퀸스랜드의 브리즈번 뿐 아니라 로건 등 다른 지역도 땅값 상승분이 반영되었는데, 흥미롭게도 로건의 평균 상승율은 19%다. 이는 저렴한 지역일수록 수요가 몰리고 개발 가능성 등의 여러 요인들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는데, 2년이라는 짧지 않은,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에 17% 이상의 상승율은 상당히 빠른 추세라 할 수 있겠다. 예전 코비드 시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상승이 주로 땅값 상승에서 기인한(그리고 강한 수요) 것이기에 이번 상승분이 반영된 부동산은 다시 한번 계단식 상승을 보여주지 않을까 한다. (시드니 및 NSW에도 이런 기능이 있음)

예를 들어 건물의 건축비가 50만불이라고 가정하면, 이미 코비드를 지나면서 이 건축비가 10% 이상 올랐고, 땅값마저 상승했으니 100만불 주택의 땅값이 50, 건축비 50이라고 가정할 때, 이제 땅값은 60만불, 건축비도 55만불이 되면 기본적인 시세는 115만불부터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서 수요가 강한 시장 활황기에는 약 10-20%의 추가 상승분이 반영되어 140만불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되니, 이런 요인으로 인해 짧은 기간 내에도 강한 부동산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 물론 하락기에는 기본 가치에서 할인된 가격이 나오고 땅값도 하락할 때가 있지만 현재 호주 전반에 걸친 인구 증가 및 강한 수요가 지속되어온 시장 상황에서 당분간은 땅값의 지속적 상승이 예상된다.

물론 땅값이 주택 가치의 전부는 아니다. 예를 들어 비싼 동부 해안가 지역은 오히려 생각보다 땅값이 저렴(?)하다. 이런 지역은 정해진 지역 내에서 수요에 비해 적은 공급이 부동산 상승을 불러온다. 바다에 인접한 주택이 몇채되지 않는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이들이 구매를 원할 경우 당연히 그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즉 부동산의 시세는 결국 기본적인 수요 공급 법칙을 바탕으로, 자연적 가치인 땅값(land value), 그리고 건물의 가치(건축비 인테리어 등), 여기에 금리와 경제 상황 등을 더하여 정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2월의 금리 인하에 이어 다음주 4월 첫 RBA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전망되고 있지만 빠르면 5월 늦으면 8월 경에 추가 인하를 점치는 시장 분위기이며, 올해를 지나 내년까지 적어도 4회 정도(지난 인하 포함)의 인하가 예상되어 있는 바, 이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호주 경기를 반영한 전망이면서도, 부동산과 같이 금리에 민감한 시장에는 즉각적인 영향을 주어, 가을이 되어 곧 다가올 겨울의 시장 침체를 벗어나 한동안 조용했던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급등이 아닌 반등)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에 늘고 있는 부동산 업체의 광고에서도 느낄 수 있으며, 언제가 “가장 좋은 집”, “다시 없는 기회” 등으로 홍보하는 그들의 작전이 다시 조금씩 먹혀드는 것을 보면 부동산 시장에 다시 봄날이 오는 것인지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넷플릭스 청소년 학교 액션(!) 드라마 약한 영웅이다. 한국 웨이브 WAAVE에서 2022년에 출시한 작품이라는데 이번에 넷플릭스에 올라오면서 인기 상승중이다. 2025년에 시즌 2가 예정되어 있다.

내용은 뭐 비슷하다. 학원물이 다 그렇듯이 착한 학생 문제 학생 등이 어울려 청소년 관련 마약 담배 술 여자 우정 의리 시험 심리치유 패싸움 대결 등 다양한 내용들을 섞어 놓았다. 인기 몰이 이유는 (추정해 보면) 공부에만 빠져 사는 약해 보이는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 사고뭉치 문제아들을 혼내주고 마지막까지 시원하게 복수한다는?

만화 원작 드라마나 영화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어떤 줄거리를 이어가기 위해 상식적인 인과 관계를 거의 무시하고 진행하는 점은 비슷하다. 폭력배 두목을 연상시키는 범석이 아빠라든지 공부만 하던 주인공이 운동을 하고 싸움질 일삼던 문제아들을 어렵지 않게 제압하는 등 현실성은 많이 떨어진다. 몸의 움직임은 절대 머리로 되는건 아니다.

외국에 살면서 큰 사건사고없는 일상들을 접하다 보니 한국에서의 과거와 어린 시절도 생각나면서, 현대의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를 이런 드라마에서 접하는 것이 많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마역 술 담배 여자 가출팸 왕따 등, 우리의 청소년과 아이들이 이렇게 힘든 자기들만의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른들이 만든 사회의 단면이 아닐까 싶어 씁쓸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볼만하다. 시크한 주인공 시연 역의 박지훈과 서글서글한 최현욱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친분은 드라마의 묘한 매력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

호주에 살면 다양한 환경을 접해보게 되는데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시스템, 그리고 똑같은 집이나 사무실, 창고 등이라도 여러 가지 형태의 환경을 볼 수 있다. 이번에 작업한 곳도 비슷한 사례로, 보통 창고로 쓰는 웨어하우스(warehouse) 단지 내 사무실의 입구다. 알미늄 문틀과 유리로 된 문이 있지만 거기에 안전을 위해 철망을 씌웠고 흔히 쓰이는 9050 볼트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편한 관리를 위해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하려는 고객의 요청.

문제는, 멀리에서 인터넷으로도 관리를 원한다는 것. 일단 호주에서 와이파이 등으로 제품을 관리하려면 한국 제품은 되지 않고 정식으로 호주에 수입된 제품만 가능하다. 또한 알미늄 문틀의 경우 작업 공간이 좁아서 제품 자체도 그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최근에 호주에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된 것들로, 비록 호주 회사나 수입사가 별도의 상표를 붙여서 판매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품질은 생각만큼 좋지는 않다.

고객 요청에 맞는 제품을 찾아서 준비하여 설치를 진행했다. 먼저 기존의 제품과 손잡이 등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다음은 디지털도어록 설치를 위해 필요한 구멍을 뚫고 기존 구멍을 확장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보통 신규로 설치하는 것보다 기존의 작업을 수정해서 진행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렵고 힘들다. 래치 스트라이커 볼트 등이 움직이는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야 하고 구멍이 여러개 뚫려 있을 때는 가급적 이를 덮을 수 있도록 위치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 배치를 잡는데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러 과정을 거쳐 작업은 무사히 마쳤다. 제품의 문제라기 보다는 생산 과정에서의 문제가 약간 있기도 해서 의외로 도매업체에 다시 갔다와야 하는 두 시간 정도의 시간 손실은 있었지만 다행히 설치도 마치고 사용도 잘 되어 무난하게 마친 일이다. 물론 비용도 제법 든다.

호주도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해서 이용하기 원하고 있다. 시장이 조금씩 커지고 있어 기업은 다양한 제품을 들여오려고 하는 중이고 사람들은 그 중에서 좋은 제품을 골라 내기 위해 상담하곤 한다. 실제로 써보면 전용 앱까지 준비되어 있어, 예전 초기에 전자키나 지문을 이용하던 것보다 훨씬 더 편리한 세상이 되고 있다. 현재는 카드, 지문, 얼굴 인식 정도까지 나와 있고 앞으로는 더 편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하나둘씩 아프거나 고장나기 시작하는게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특히 어린 시절부터 소화기 계통으로 불편함을 겪어온 입장에서는 조금만 실수해도 쉽게 체하거나 소화불량을 겪는 상태가 요즘들어 특히 힘들게 느껴진다. 작년 2024년부터 따끔거리는 증상까지 생겨 계속 미루던 내시경을 하기로 했다.

호주에서의 내시경 검진 과정은,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어 사립 병원에 가서 돈을 내고 진행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받고자 하기에, GP 전문의 검진 이렇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GP는 동네 의원 정도에 해당하는 곳으로 일단 예약하고(이것도 오래 걸림, 길게는 한달 정도) 방문해서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그러나 내시경까지는 잘 안해주기도 한다. 내 경우는 이미 가족력도 있었고 지난번에 한 경험이 있어 3년만에 하기로 결정.

전문의는 말그대로 특정 분야만 보는 의사로, 제법 비싼(200-300불) 비용을 내고 잠깐 만나서 내시경 검사에 필요한 승인을 받는다. 그러고 나서 실제 검진이 있기까지 약 1년 정도를 기다리는데,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운이 좋으면 6개월 정도에 진행할 수도 있다.

지난번에 이미 내시경을 받으러 오라고 연락을 받았지만(거의 10개월 정도?) 같이갈 사람이 없어서 포기를 했었다. 호주에 살면서 친구나 지인이 없지는 않지만 평일 낮에, 아침부터 점심까지 혹은 오전에 가서 오후 늦게까지 같이 있어주거나 차로 동행을 해줄 사람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몇 분에게 물어 보았지만 애매한 답을 해서, 그냥 과감히 포기를 하고 있던 차에, 지난번 블번 집에 갔을 때 이번에는 2주 정도 미리 연락을 받았다.

물론 이번에도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기는 불가한 일이고 여러 고민 끝에 큰 딸과 동행하기로 결정. @.@ 수면 내시경이라 동행이 없으면 아예 진행 자체를 해주지 않는다. 갈 때는 우버를 타고 가서 동행인 없이 가능한지 물어보려 했지만 검진 후 수면 영향으로 제정신이 아닐 수 있으니 반드시 동행이 있어야 하는 관계로 포기…

준비는 별다른게 없다. 전날 늦게 저녁을 먹고 그 이후에는 음식은 불가, 검사 6시간 전까지만 물을 먹을 수 있다 해서 새벽에 잠시 물을 마시고는 끝. 차에서 짐을 내리고(같이 가기 위함) 오전 일찍 출발. 주차를 하고 들어가서 접수를 하면 바로 준비를 시켜준다. 동행인은 같이 있어도 되지만 그냥 집으로 가도 되고 밖에서 대기해도 된다.

준비랄게 특별하지 않고, 이번에는 위 내시경만 하는 관계로 겉옷에 환자복만 걸치고 그냥 침대 위에서 쉬면서 대기. 먼저 온 순서가 아니라 급한 사람부터 해준다 해서 일찍 갔음에도 당일 마지막 차례로 검사를 받았다. 차례가 되면 담당 간호사가 와서 이런저런 여러 가지를 한번더 물어본다. 그리고는 침대 자체를 밀어 검진실로 입장. 예전 기억과 달리, 여러 사람이 검진실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코에 호흡기도 붙여주고 마지막에 팔에 주사를 놓으면서 잠이 든다.

한 시간 정도 후에 잠에서 깨면 이미 끝나 있다. 결과도 바로 알려주는데 별 문제는 없고, 조직 검사는 나중에 결과를 알려준다고 하며 결과지를 준다. 4주 내에 GP와 전문의를 각각 만나야 한다고. 나중에 전문의에게 전화해보니 따로 방문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 GP만 예약해두고 종료.

검사를 받기까지 많이 복잡하고 오래 기다렸지만 검사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물론 당일 방문부터 종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몸이 약하거나 힘든 사람(노약자)부터 해주는 관계로 오래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은 있지만, 검사는 대략 15분 전후로 끝나니 크게 어렵지 않다(대장 내시경의 경우 준비가 힘든 것과 달리).

약 10일 후에 전문의로부터 문자 결과를 통보 받았다. 생전 처음들어보는 장상피화생, 검색을 해보니 위축성 위염 등으로 시작되어 진행되는 결과로, 무슨 암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 그러나 유튜브를 비롯 여러 정보를 분석해보면 실제로 장상피화생에서 암으로 진행되는 비율은 매우 낮고 장기간 지낸 후에 더 나아지거나 회복되는 경우도 있으며 잘 관리하면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

장상피화생은 단어 자체가 좀 어렵고 발음도 불편하지만, 의미 그대로는 위장의 세포가 위염, 헬리코박터 등 다양한 원인으로 소장 대장 같은 소화 기능이 없는 장의 세포처럼 변한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장의 상피 세포화(처럼) 된 증상”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여러 정보와 설명, 그리고 근거없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위의 기능이 약화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위가 좋지 않아왔다는 것. 앞으로는 좀 더 먹는 것과 시간에 신경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의 결론.

사실 바쁜 날은 굶고 다닌 경우가 많고 급하게 먹거나 대충 먹는 일이 많은데, 이런 것들이 모두 쌓여 위에는 부담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위장 계통은 약하고 약도 많이 먹었지만 호주에 와서도 불규칙적으로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나이들어감과 함께 노화, 기능 약화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최근에는 바빠도 가급적 집에 들어와 간단하게 점심을 먹거나 정 안되면 물이라도 중간에 먹어서 속이 쓰리지 않게 혹은 비어있지 않게 하려고 노력중이다. @.@

장상피화생이 심한 경우는 1년 주기, 그렇지 않으면 2-3년 주기 반복적 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 하니 앞으로 내시경은 거의 주기적인 과제가 될 듯… 다행이랄까. 속이 불편한 일이 많아 계속 미루기가 찜찜해서 이번에 억지로라도 시간 내어 검사를 받았는데 다른 큰 문제는 없고 이런 결과라도 받아서 한 가지 과제는 해결한 느낌…

일반적으로는 나이가 들어가면 술 담배를 겸하고 건강 관리를 제대로 안해 배도 나오고 머리는 벗겨지고 빠지고 피부는 늘어지고 계단을 오르기조차 힘들어질 때가 되어가는데, 그나마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거꾸로 몸에 좋은 것을 특별히 챙기는 편도 아니라, 크지는 않지만 건강은 조금씩 나빠지고 체력은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 하다. 살면서 깨닫는 것은, 단순히 어른들의 조언이 아닌, 실제로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가 건강이라는 것. 돈도 여행도 행복도 웃음도 모두 건강할 때나 의미있는 것들이기에. *

가끔 일을 하다 보면 전기톱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빈도가 워낙 적고 전기톱 자체가 저렴하지도 않아 고민하던 끝에, 집에서 정원 관리하는 중에 필요한 일이 생겨 구입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그간 자주 애용하던 버닝스 Bunnings 하드웨어숍을 이용하지 않고 이베이를 통해 몇 개의 전동 공구 및 관련 물품(배터리)을 이용해 보았는데, 먼저 그 이야기 부터 해본다.

일전에 버닝스 공구 할인 판매를 여러번 소개한 적이 있다. 전동 공구를 구입할 때 가장 비싸게 사는 것은 바로 베어툴 bare tool, 즉 배터리 없이 공구 단품만 구매하는 일이다. 해머드릴을 예로 들면 대략 400불 가까이 하는데, 이 제품을 할인 적용하거나 할인 기간에 구매하면 최소 1/3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그런데 더 저렴하게 사는 방법은, 바로 셋트 구매를 하는 것이다. 살면서 수천불짜리 공구 모음(셋트)을 살 일이 있겠냐 싶지만, 적어도 이런 셋트를 구입하면 전체 단품 대비 30-50% 정도의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경기 불황(?)을 빌미로 배터리 사은품 증정까지 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배터리의 가격도 많이 떨어져서 54V 배터리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사은품으로 끼워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베이 셀러들을 뒤져보면 (아마도 @.@) 이런 셋트를 구매해서 낱개로 단품 판매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셋트 가격이 2000불이라면 이를 개별로 판매하면, 물론 단기간에 전체 판매를 완료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 3000-4000불 가까운 금액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업체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고, 가끔은 뒤져보면 이런 업자들이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중국 알리 등에서 가짜 상품을 가져다 파는 이들도 있으며(예를 들어 DCF860을 100불 이하에 파는 것은 대부분 가짜라고 봐야한다) 미끼로 유도해서 실제로는 비싸게 파는 이들도 있다.

우연히 이베이를 뒤지다, 할인 해서도 400불 가까이 하는 최상급 DCS389를 저렴하게 파는 업체를 찾아서 300불이 안되는 가격에 구입해 보았다. 뭐든 구입할 때 가급적 최상급을 사는 이유는, 저렴하고 기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사서 쓰다 더 나은 기능이 필요하면 재구매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업무 관련해서는 일의 효율을 위해 최대한 성능이 좋은 제품을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물론 돈은 더 나가지만… @.@

DCS389는 디월트의 54V Flexvolt 제품군이다. 이 플렉스볼트 제품군은 18V 겸용이 아니고 54V 전용이라 전용 배터리를 써야만 한다. 즉 기존에 많이 가지고 있던 배터리는 못 쓰고(뒷부분이 달라 체결이 안됨) 무조건 54V가 필요하다. 같은 회사 공구를 쓰는 이유가 주로 배터리 호환성 때문인데 한 회사임에도 18-54에 따라 사용이 안되니 실은 이게 “같은 회사”임을 강조하는 호환성을 유도하면서 다른 제품을 파는 일종의 마케팅이라 볼 수 있다. 성능에 따른 당연한 업그레이드(18-54)라고 생각하겠지만 업체의 입장에서는 두번 팔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54V는 이론상으로도 18V의 세배에 달하는 전원을 공급함으로써 우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디월트의 고성능 제품군이지만 실제 성능이 세배는 아니고, 그러나 18V보다는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문제는 비싼 가격과 무게에 있다. 전반적으로 제품군이 상당히 무거우며 가격 또한 높다. 전기톱은 영어로 Reciprocating Saw라고 하는데, 앞부분에 간단한 원터치 방식으로 칼날을 끼우게 되어 있어 편하게 쓸 수 있으며, 톱날이 앞뒤로 빠르게 왕복하며 그 원리를 이용해 톱질을 하는 제품이다. 체인쏘(체인이 회전)나 다른 톱 제품들과는 달리, metal wood 등을 톱날 교체에 따라 절단할 수 있는 것으로, 정원 관리 및 기타 작업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톱날은 디월트 자체에서도 판매하지만 여러 회사의 제품을 공유할 수 있어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면 된다.

디월트 DCS389의 특징은 단 하나, 강력한 성능이다. 빠르고 힘있는 왕복 운동으로 전기톱 기능이 필요한 경우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일전에 마당에 있는 나무의 가지 치기를 사람을 불러 처리한 일이 있는데, 이제는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직접 자르면 된다. 일반 톱을 이용하면 사다리 위에서 양손에 힘을 주고 열심히 썰어야 하지만 전기톱으로는 공구를 잡고 잠시 스위치만 켜주면 되는 것이다. 또한 문과 문틀 사이에 볼트가 고장난 경우, 예전에는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처리했지만 이렇게 좁은 틈으로 톱날을 넣어 이용할 수도 있으니, 목공 철공 가리지 않고 응용이 가능하다.

치명적 단점이 있다. 바로 무게다. 비싼 가격이야 어떻게 해결했다쳐도 자체 무게는 줄일 수가 없는데다 54V 6A 배터리만 해도 상당히 무거워 실제 사용 과정은 한 손으로는 절대 작업이 안된다. 본체 무게 3.5 가까운데다 6A가 900g, 9A는 1.5에 육박하는 무게라 적어도 4.5Kg의 공구를 한손으로 잡고(그것도 왕복 운동으로 떨림이 있는) 가지를 치거나 목재를 절단하거나 심지어 철판을 자르는 사람을 흔하지 않을 듯 하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정원 관리에 잠시 필요한 일이 있어 사보자는 의도가 있었는데 결과는 거의 실패라 해야겠다. 길가 쪽으로 있는 담장에 얽힌 덩굴 나무를 제거하고자 일일이 가지를 잘라야 하는데 이 덩굴이란 것이 워낙 단단하고 질겨서 단순 톱으로는 절단이 어렵고(좁은 공간에서 왕복 운동 어려움) 가지치기용 전정가위로는 굵기가 안 맞아 전기톱을 써보려고 했던 것인데, 쉽지가 않다… 너무 무거워서 한 손으로 덩굴을 잡고 다른 손으로 전기톱을 쓰기에는 상당한 낭패다. 이런 경우에는 힘이 조금 딸리더라도 작은 전기톱이 나을 듯 싶다. 양손으로 전기톱을 쥐고 덩굴을 잘라내느라 정말 힘들었다는… @.@

그러나 나무 밑둥을 자르거나 하는 일에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다. 목재 절단 등도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더 수월하다 할 수 있겠다. 예전에는 그라인더(125mm)에 목공용 날을 갈아서 쓰곤 했는데 125mm라 절단 범위가 짧다 보니 목재를 돌려가며 절단했다면 이제 전기톱을 이용할 경우는 좀 더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54V 배터리는 다른 공구 구입에서 준비해 두었던 것을 이용, 6A 정도로도 짧은 작업은 충분하다.

결론, 강력한 성능이 필요하다면 괜찮지만 상당히 무겁고 가격도 비싸다는 것. 덧붙여, 전기톱의 톱날은 매우 얇고 작업 과정에서 많이 흔들린다. 힘이 많이 드는 작업에서는 톱날이 휘어지거나 부러지기 쉬우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

오랜만에 상점에 커머셜 commercial, 즉 상업용 수준의 볼트를 설치했다. 기본적인 잠금 장치가 있는 외에 추가로 안전하게 하고자 하는 경우에 설치하는 것으로, 특수키를 넣을 수도 있어 극단적으로 전문 공구나 그라인더로 자르기 전에는 해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장치다. 그라인더로 자르면 쉽지 않냐고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도둑들은 공구를 써서 해제하는 방법은 쓰지 않는다. 소음은 물론이고 약 5분 정도 준비 및 작업하는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망치로 때리거나 해서 쉽게 고장나지도 않는다.

볼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더블형(양문 구조) 다른 하나는 싱글형(바닥에 고정)이다. 사무실이나 상점의 문이 단일 구조라면 보통 콘크리트나 타일 바닥에 구멍을 내고 충분한 깊이로 볼트를 박는다. 장치 본체는 지면에서 너무 높지 않게 설치하는 것이 보통으로, 지면과 장치 사이의 틈이 넓을수록 그라인더 등의 공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대로 보통 침입자는 전문 공구를 써서 파괴하는 방법은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높이의 설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블형은 좀 더 복잡하다. 보통은 접어서 여는 폴딩 방식의 문을 고정할 때 사용한다. 폴딩의 경우 단순히 문을 잠그는 볼트는 뒷쪽의 문을 접어서 열면 풀려 버리므로 반대쪽에서 볼트를 넣어 잠구고 고정시킨다. 볼트가 양쪽 본체를 잡고 있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중간 문이 열리거나 접히지 않는 구조다.

이 더블형은 설치가 좀 더 까다롭다. 양쪽 본체가 일직선이 되어야 하고 높이도 정확히 같아야 볼트를 넣고 뺄 때 부드럽게 동작이 가능하다. 만약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하면 볼트가 매우 뻑뻑해지거나 들어가지 않으므로 사용이 불가해서 높이와 위치를 맞추는 작업이 매우 정교해야 한다. 요령은 나서 구멍을 조금 여유있게 크게 뚫은 뒤에 볼트를 넣고 빼면서 위치를 맞추고 뒷쪽에는 안전을 위해 팩커(packer, 보충재)를 대어주면 된다. 나사 구멍이 커도 보충재가 받쳐주므로 훨씬 더 튼튼하게 설치가 가능하다.

아래 사진은 상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접는 구조의 문에서 아래위로 볼트를 연결해서 쓰는 잠금 장치가 자주 고장나기 때문에 추가로 설치한 가정용 볼트다. 대형 상가의 경우 기본적으로 외부로 통하는 문이 충분히 안전하여 각 상점의 잠금 장치가 조금 부실하기도 하고 공간이 좁아서 이런 접는 구조의 문을 쓰는게 흔한데, 고장이 나면 수리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가정용 볼트로 대신하여 볼트 구멍에 이용하면 충분히 효과적이다. *

미국을 비롯해서 한국에도 최근에 자주 발생하는 신종 마약 관련 드라마 한 편을 소개한다. 커넥션, 그러니까 뭔가 배경이 있는 세력들끼리 주고받고 거래하는 그런 (좋지 못한 의미) 관계를 흔히들 커넥션이라고 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후반부에 가서나 이 단어가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뻔한(!) 범죄 드라마이고 등장 인물들의 배경 이야기 등도 좀 따분해 보이는 느낌이지만, 주인공 지성의 뽕맞은 연기와 뛰어다니며 몸을 사리지 않는, 그리고 악역들의 모습 등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는 볼만한 내용이다.

일부 배역 설정이나 엉뚱한 이야기, 인과 관계가 없어 보이거나 빈약한 부분은 분명 있고 아역 배우들과 성인 배우들의 약간 어울리지 않는 면도 낯설게 느껴진다. 마약 유통과 범죄에 관한 드라마지만 악역 보다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하는게 맞겠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억지스럽게 씌운 최종 인물로의 이끌어내는 과정도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정도의 수준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어린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모임, 또래 모임 사이의 갈등과 어디에나 있을법한 친구들 속의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며 이를 성인이 된 인물들의 이야기로 펼쳐간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고 결국은 친구들끼리 우연히(?) 등장하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

날씨가 변덕이 너무 심한데다 한여름이 지나고 슬슬 해도 짧아지고 있어서 며칠씩 혹은 일주일 내내 비가 오는 날이 있으면 빨래를 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집에는 건조기가 있지만 아무래도 혼자 지내다 보니 건조기가 아니라 세탁기를 쓰는 것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 보통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 수건과 검정(진한) 세탁물을 번갈아 돌리고 있는데, 비가 많이 오면 말리기가 쉽지 않아 집 근처 코인세탁을 이용하곤 한다.

예전에 처음 이용해 보았을 때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사업성도 있겠다 싶었지만, 최근들어 단점도 보이는 중이다. 사업성에 대해 찾아보니 사람이 많이 살고 특히 학생, 직장인,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그럭저럭 괜찮다지만 장비의 점검이나 고장 등으로 인한 유지비가 꽤 들기 때문에 일반 주택가에서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보인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이용했을 때는 좋아 보였던 것이 최근에 방문하면서 느끼는 점은, 일주일 혹은 이주일씩 빨래를 모았다 가져와서 빨고 건조하는 사람들을 보니, 과연 이 시스템이 청결하게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점차 방문을 줄이려고 하는 중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쓰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그들이 어떤 상태의 옷을 가져다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르는채 그저 세탁을 해주니 당연히 청결할 것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는 것. 예를 들어 집에서 가족끼리 쓰는 세탁기도 오래되면 곰팡이가 피고 더러워져서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줄 필요가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쓰는 세탁기와 건조기의 상태가 과연 깨끗할 것인가.

며칠 전에 방문해서(보통 주말 새벽을 이용, 24시간 가동) 건조기를 이용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와서 한참 돌아가던 세탁기에서 빨래더미를 가득 꺼내더니 건조기마다 넣는 것을 봤다. 오호… 직업이 뭔지는 몰라도 아마도 청소 관련업을 하는 외국인으로 보이는데, 청소용 걸레를 잔뜩 넣어서 돌리고 있다. 그 말인 즉, 걸레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는 말이고 이걸 건조기에 다시 넣은 것인데… @.@

언젠가는 집에서 쌓아둔 빨래를 가득 가져와서 이용하는 사람들을 봤다. 내 경우는 비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소량의 빨래를 가져다 건조기만 이용하곤 하는데, 혼자 살거나 또는 평일에 시간이 없는 이들은 일주일 이상의 세탁물을 모아다 코인세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보통 대형 세탁기는 8불, 건조기는 6불 정도이니 한달에 4번을 써도 60불 정도면 된다는 것. 수도 전기 장비 이용료를 생각하면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기에 특히 혼자 사는 이들에겐 괜찮은 조건인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자주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세탁물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뚜껑을 열어보면 각종 먼지에 더러운 자국도 남아 있고 사람들이 실제로 넣는 세탁물을 보면 같이 이용하기가 꺼려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운영자가 청결하게 잘 관리하면 좋겠지만 24시간 가동하는 곳에서 운영자가 문을 닫고 청소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또 관리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으니.

사실 현재 지내는 곳에서 쓰는 세탁기도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불편한 마음이 있는데 공용으로 쓰는 장비의 청결 상태는 말할 것도 없을 듯… 문득 생각나 자세히 살펴본 후기를 남겨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