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신작 제로 데이(zero day)는 컴퓨터 IT 산업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 사회의 “해킹으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취약점과 함께 미국 정치와 현실을 잘 보여주는 짧은 드라마다. 자연 재해로 사회가 마비되는 일이 있기도 하지만 인위적인 해킹은 전기 통신 등 사회적 기반을 무너뜨려 붕괴시키는데 치명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해외 평가에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도입부의 충격적인 내용들과는 별개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음모론과 방향성이 엇갈리면서 결론에 이르는 전개 때문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역의 로버트 드니로 외에도 낯이 익은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여 미국 정계의 다양한 모습과 특히 현대 첨단 기술을 동원하는 특수 첩보 기관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날카로움이 있지만, 대단한 액션과 스릴 넘치는 전개를 기대하기에는 중후반 들어 이어지는 “뻔한” 내용에 아쉬움이 커진다. 정치와 스릴러라는 소재를 잘 엮은 다양한 작품들이 있지만 이 드라마 역시 흔한 흐름에 맡겨 안전한 평가를 택함으로써 반전을 기대하는 이들을 실망스럽게 한다. 이것이 미국 정치 스릴러의 한계일까?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여론의 형성 및 돈맛에 길들여져 자극적인 내용에 몰두하는 사기꾼과 대중이 넘쳐나는 시대에, 세상이 정직하고 성실한 시민들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다양한 음모론과 함께 돈을 벌고자 하는 투기꾼과 진실보다는 현실을 택해야 하는 정치의 적나라한 현실이 다소 불편하지만 그냥 볼만한 수준으로는 적당하다 싶다.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엉뚱한 소재들을 곁들여 눈속임으로 관심을 끌어 보지만 그러기에는 기본 바탕의 이야기가 다소 뻔한 내용으로 흐르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민주주의에서 자유와 권리에 대한 남용, 법을 초월하는 선택이 인간들에 가져오는 초월적 결과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조금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진실은 진실이다. 우리는 무엇을 택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