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의외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일이 있다. 보통 공사 현장에는 관계자 외 진입이 불가능한데, 해당 현장에서 필요한 일이 있어 초대(!)를 받아 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문을 열어달라거나 열쇠를 맞춰 달라거나 혹은 부러진 열쇠를 꺼내는 등이다. 지난번에는 특수 차량 열쇠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지만, 사실 모든 열쇠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가장 중요한 사항은 먼저 어떤 열쇠 재료를 쓰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보통 특수 차량의 열쇠는 재료가 없어 못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료가 있으면? 가능성도 높아진다.
인근에서 주택 단지를 공사하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엉뚱한 열쇠를 꽂아서 쓰는 바람에 부러져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진짜 열쇠는 따로 있으니 뽑아주기만 하면 된다는 요청. 일반적인 가정용 열쇠라 해도 너무 깊이 박혀서 부러졌거나 뻑뻑하거나 기타 이유로 꺼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특히 차량용 열쇠는 일단 부러지면 꺼내기가 쉽지 않다. 보통은 앞부분에 덮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가려지기 때문이고, 차량용은 한쪽이 아니라 양날이라 양쪽에서 핀(pin)이 잡고 있다 보니 더 어려운 것이다.
고객과 한참 통화하여 위치를 찾은 후 입구에 있는 교통 통제 직원의 지시에 따라 공사장으로 들어섰다. 사방으로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 현장으로, 각종 특수 차량과 덤프 트럭, 다양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한 쪽에다 차를 세우고 부러진 열쇠를 뽑은 공구를 들고 차량에 올랐다. 날씨도 덥지만 좁은 곳에 있어 자세가 정말 안 나오는, 할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겸손한(?) 자세로 집중했지만 쉽게 꺼내기 어려웠다.
너무 오래된 차량이라 앞의 덮개 부분이 거의 떨어질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그걸 한 쪽으로 제치고 부러진 열쇠를 꺼냈다. 부러진 열쇠를 다시 제작해야 하는 일이라면 정말 힘들겠지만 다행히 버려도 되는 것이라 조각을 고객에게 보여주고 작업 종료. 이렇게 업무를 위한 일은 작업을 마친 후 지불을 받는 과정도 복잡하다. 다시 찾아올 곳이 아니기에 만약 지불이 제대로 안되면 아주 귀찮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고객에게 즉시 지불을 요청했다. 인보이스는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하고, 회사 회계 담당자와 통화한 후에 내게 즉시 지불하도록 하고 완불까지 기다렸다가 무사히 마치고 나왔다. 사실 업무 자체만큼이나 중요한게 수금 과정이니까.
가끔씩 여기저기서 특수 차량이나 장비(예를 들어 굴삭기라든지 지게차 등) 열쇠를 분실했다고 연락오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작업이 어렵다. 미국산 특수 장비의 열쇠가 없다고 내게 연락한다고 해서, 재료가 일반적인 것이라면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장비인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작업이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사실 이런 일은 장비를 확인하고 재료를 구하는 과정이 상당히 시간소모적이다. 도매에 물어봐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당사자에게는 아주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분실하기 전에 미리 대비해서 여분의 열쇠를 만들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경험상 95% 이상의 고객들이 이미 사용중인 열쇠가 있을 경우 추가로 복제해두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현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