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참 오래전에 방영된 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보면 극중 건물주로 나오는 여성이 사고친 고등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너희가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줄 알아? 돈이 없으면 공부라도 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내용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매우 거북할 수 있는 이 말의 의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이 많으면 무시당하지도 않고 남과 맞먹을 수 있지만 그 정도의 재력이 안되면 공부라도 열심히 해서(학생 때) 사회에서 당당하게, 그리고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빈손으로 성공한 부자들”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한 기사를 보면 최근 떠오른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라든지 유명한 환타지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의 성공담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들이 정말 빈손이었는지 어린 시절의 집안도 가난했는지 혹은 부유한 집안에서 유복하게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사가 강조하는 내용은 위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각자의 재능과 노력을 발휘해서 성공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은 돈을 많이 벌어서 재력을 쌓은 것이 꼭 사회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의미에서의 성공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또 하나 꼭 공부를 잘해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무엇이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서 스스로 재력을 쌓고 유명해지고 사회적으로도 명예와 부를 쌓는 것은 성공의 한 가지 방법일테니 그렇게 이해하면 될 듯 싶다.
조금 더 의미를 넓게 가져가자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각자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최대한 노력해서 능력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특히 학창 시절에서의 최대의 기회는 바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니,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야 느끼는 것이겠지만 사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이 공부라는 사실은 잘들 모른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보니 지금에 와서 이것저것 뭐든 도전해서 성공해보고 싶다 생각하지만 (아직은 기회가 없지는 않음에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또 좀 더 젊은 시절에, 어린 시절에 더 노력하고 살지 못했음을 아쉽게 느끼기도 한다. 물론 지금부터 뭐든 해서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정작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거나 아니면 더 많은 시간이 있을 때 어떤 한 분야에 몰입해서 성취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분명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급적 “무조건 공부해”라고 교육하지는 않지만, 특별히 자신의 취미나 특기나 적성이 없다면 공부를 해야 할 때, 그리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에 맞춰 열심히 해보는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타고난 천재적인 기질과 두뇌, 어떤 분야에서의 적성이 맞아 타고난 특기를 발휘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학습과 배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간의 기회는 무한하고 그것은 분명 노력하고 도전해가는 과정에서만 알 수 있는 과정이다. 아무 것도 시도해보지 않았는데 자신에게 음악적 미술적 혹은 수학적 물리적 재능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고, 물리학의 기본 원칙을 배우고 나서야 그것을 응용할 수 있듯이 아무 것도 배우지 않고 나태하게 지낸 상태에서는 타고난 두뇌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을 성 싶다. 그래서 결론은 배움의 기회가 있을 때 분명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문명 사회를 이루고 살아온 시기는 그리 오래지 않고 여전히 탐구해야할 분야와 과제는 많기만 하다. 아직도 의학으로 정복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고 인간의 기본적 신체에 대한 탐구와 전 지구적 탐사, 그리고 우주의 기원과 한계는 물론이고 로봇과 IT에 있어서도 인간이 만들어온 것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그 모든 것들은 학습과 지식을 통해 전해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인간의 수명은 너무도 짧으니, 기회가 된다면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 이야기의 주제가 학습과 공부로 치우쳐 있지만, 그것이 꼭 공부여야할 필요는 없겠다.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많은가. 그들이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나 역시 혹은 누구든지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노력이라는 전제 하에.
아이들이 꼭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여유로운 시간이 주는 작은 행복에 만족하지 말고 좀 더 큰 꿈을 안고 미래를 준비하며 오늘 하루도 더 땀흘리고 도전하면서 사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