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T Ads



꽤 오랫동안 현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을 해오며 이제는 거의 40% 정도가 현지인들 위주의 고객인지라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시장 확보) 다른 한편으로는 가끔 발생하는 전형적인 현지인의 사고 방식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은 그 한 가지 사례.

듀랄 Dural의 한 고객이 열쇠를 바꿔야 한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대화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연세가 지긋한 분으로 보인다. 주소를 받아 방문해보니 분명 “일반적인 잠금 장치”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오래된 구형 모티스 장치다. 최근에는 전혀 쓰이지 않는(신규 주택이나 문에서) 장치지만 여전히 제법 보급되어 있어 도매업체마다 저가형 중국산 브랜드를 통해서만 생산을 유지하고 있는 제품으로, 당연히 열쇠만 교체나 변경은 불가능한 장치다. 보통은 고객들로부터 작업 전 사진을 받아서 필요한 사항을 확인 후 방문하지만 나이가 많은 고객들이나 사진 촬영 등이 불편한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방문을 하는데 이번에도 시간만 낭비하고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열쇠 변경은 불가하고 모티스 자체를 교체해야하며 크기가 약간 달라서 필요에 따라 나무를 깎거나 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필요한 개수에 맞춰 최종 확인 후 재방문하기로 했다.

며칠 후 제품을 수령해서 다시 방문해서 작업을 진행하는데, 현관문에 달린 손잡이가 너무 무거워서 문제가 생겼다. 바깥쪽은 문제가 없지만 안쪽 손잡이 내부의 스프링이 부러져 자동으로 손잡이가 올려지지 않는 탓에 래치 latch라고 부르는 부품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 상태가 되어 문을 닫은 후 반드시 손잡이를 직접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예전 제품은 유럽산(영국)으로 품질이 좋아 스프링도 강해서 손잡이 스프링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는 올려줬는가 하면 요즘 제품은 중국산에 원가 절감을 위해 스프링 세기도 약해서 그렇게 안되는 것으로 설명을 해주었지만 뭔가 불만족스러워하는 고객. 물론 나로서는 최대한 해결을 해주고 싶지만 제품 자체가 그렇게 나오는 것은 해결이 안되는데다, 손잡이 스프링이 부러진 것은 현재 일과는 또 무관하게 고객 쪽에서 해결해야할 사항이라 마땅한 답이 없다.

위에 간단히 적었듯이 요즘은 전혀 쓰지 않는 장치다 보니 겉에 붙이는 손잡이만 따로 구하는 것도 불가능이고 특히 같은 모양은 구할 수가 없다. 비용이 들더라도 가능한 일이라면 진행을 하겠지만 불가능한 상황은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해결이 안되는 것. 상황을 설명해주고, 정문의 결과가 불만족 스럽거나 싫으면 더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모두 이해했고 나머지도 해달라고 해서 진행. 최초에는 7개의 모티스와 2개의 모티스를 각각 같은 열쇠로 해달라 해서 9개를 준비했지만 다시 살펴보더니 6개와 3개의 모티스를 같게 해야 한다고 해서 진행 불가. 그 중에서도 몇 개는 하지 않겠다 해서 결국 9개의 제품을 준비해 갔지만 3개만 진행하기로 했다. (주문한 제품은 어쩌누? @.@)

작업을 모두 마치고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다. 현관 손잡이가 올라가지 않아 문제가 되니 해결해 달라는 것. 이미 설명했는데? 스프링이 고장나서 안되는 문제라 방법이 없다고 하니 그래도 해결해 달라고 한다. 예전에는 훨씬 더 나았다는 것. 그러나 이번에 모티스 자체를 바꾼 것이라 예전에 잘 되었던 것과는 무관하게 현재는 안되고 그에 대해서는 설명을 했음에도 막무가내로 해결을 해달라고 한다. 음 마음이 불편해지네…

다시 며칠 후에 방문을 했다. 제품을 다시 분해하여 하나씩 확인하면서 조립해 보았지만 안쪽 손잡이의 스프링이 부러진 것은 해결이 안된다. 모티스 자체 스프링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손잡이의 스프링이 유지가 되는 바깥쪽은 손잡이를 내렸다 놓으면 자동으로 올라가는데 안쪽은 아무리 해도 안된다. 그 때 안쪽에서 뭔가 부품을 가져오는 고객. 자신이 오래전에 구입해 두었다 하면서 둥근 형태의 스프링을 보여준다. 그것을 장치에 끼우면 된다고. 무슨 말이지? 도저히 맞지 않는 그 부품을 모티스에 끼운다고?

확인을 위해 바깥쪽 손잡이를 완전 분해해서 살펴보던 중(스프링 교체 가능 여부 확인) 그 내부 스프링이 고객이 가져온 것과 같은 모양임을 발견, 실은 현재는 구입이 어려운 이 스프링을 이 고객이 오래전에(아마도 5-10년 이전) 구해 두었고 안쪽 손잡이를 수리할 수 있다고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귀가 잘 들리지 않고 기억력도 좀 쇠퇴한 상태의 아주 나이많은 서양 할아버지 고객이다. 어쨌든 모티스가 아니라 손잡이를 수리해보기로 하고 전체 분해 후 한참 만에 스프링 교체, 동작이 완벽하다. 이렇게 해서 고객의 불만 해결. 원칙적으로는 이렇게 손잡이를 수리해주는 수고비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그럼에도 세번이나 방문!!!) 애초에 손잡이 스프링이 있었으면 왜 지난번에 이야기를 안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부인의 말처럼 naughty boy인지 아니면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인지, 나로서는 시간을 내어 재방문해야만 했던 일이다.

모든 일의 결과가 만족스럽고 완벽하면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안되는 일들이 이다. 물론 전문가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안되는 일을 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번에도 고객이 보유하고 있던 스프링이 없었다면 사실 문제 해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애초에 계속 진행할건지 취소할건지를 묻고 진행했던 것이고 모두 동의했음에도 나중에 가서 불만을 제기하면 일을 사람으로서 참 당황스럽기도 하다. 운이 좋았던 일이지만, 이렇게 억지스럽게 불만을 제시하는 일들은 아예 시작을 하지 말라는 지인의 이야기가 어쩌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

TT Ad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