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북부에서 내려온 싸이클론 알프레드 Alfred 이야기로 영향이 있는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그리고 NSW 북부 지역에 재해 경보가 내려져 있고 뉴스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들로 많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태풍(싸이클론)은 50년 만에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호주에 오기 전 들은 바로는 호주에는 태풍과 사자 호랑이 등의 큰 육식 동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실은 호주에도 작은 싸이클론이 자주 지나가지만(더운 지역에서 추운 지역까지 걸쳐있는 큰 섬나라) 이번처럼 직접 영향권에 들지도 않고 그 영향도 적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겠다.
전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더 심해지면서 당장은 물론 앞으로도 태풍이나 돌풍, 폭우나 눈 등에 관한 기사가 흔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능력도 안되지만) 이런 이유에서 바다나 강에 너무 가까운 지역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이번 태풍으로 해안 지역은 이미 큰 파도와 바람으로 어느 정도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고 호주 주택의 특성상 심한 바람에 지붕, 울타리, 나무 등에 피해가 예상되기도 한다. 영향이 있는 지역 뿐 아니라 브리즈번 전체에서는 휴교나 휴업 등의 소식도 들리고 도매 업체에서도 브리즈번 지점을 당분간 닫는다는 연락이 왔다.
보통 싸이클론은 바다에서 발생해서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에도 북쪽에서 내려오다 바다로 향하는가 싶더니 브리즈번 근처에서 육지로 상륙할 듯 말 듯 하다 드디어 위성 사진으로는 거의 QLD와 NSW 딱 중간 정도 지점에 상륙한(혹은 곧 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이번주 중반이후 주말까지 휴양지는 거의 개점 휴업 상태…
호주는 2019년에 너무 더운 날씨가 이어지며 특히 QLD 지역에서 자연 발화가 되어 많은 화재가 발생한 과거가 있다. 그 후 몇년이 지나 지금은 조금 되살아나고 있지만 자연 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비록 극복한다 해도 많은 상처를 남기는 무서운 현상이니, 평소에도 관심을 갖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혹은 피해가 적도록)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근처 동네 마트에서는 최소 며칠 정전이 되면 안되니 여러 가지 식음료와 생활용품들을 사재기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물건도 동났다는 소식이다. 이미 코비드 현상에서 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또 당시의 공포를 떠올리며 대비하는 것이다. 사실 현대 사회는 그 어떤 것으로부터 누군가가 혹은 국가가 나와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불확실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국가 간의 약속도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국가의 정책이나 전통도 언제든 달라질 수 있으며 결국 나 자신 외에는 믿을게 없는 신뢰 상실로 자기 보호가 필요한 시대다. 열심히 성실하게 그리고 공동의 규칙과 법에 따라 살아간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모두들 각자도생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한 편에서는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는 흐름이 있는가하면 여전히 고전적 보수적 가족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이도 있고, 그럼에도 성실한 자세가 예전처럼 밝은 미래와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 시대인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은 휴교 덕분에 집에서들 쉬는 중이다. 태풍이 오든 눈보라가 치든, 어릴 적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영향이 없다. 그러나 현실의 위험은 다가오는 중이다. 특히 호주의 특성상 나무가 많아 강한 바람으로 인한 피해는 커진다. 별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바랄 뿐, 자연 재해 앞에 약해지는 인간은 세기말을 보는 듯한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 인간의 문명과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는 없음을 너무도 분명하게 경험하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