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지인으로부터 받아서 부분적으로 본 경험이 있는 닥터 하우스(House)를 넷플릭스로 감상중이다. 총 8기까지의 제법 긴 미국 드라마로, 2010년대 중반까지 방영된 탓에 조금은 오래된 느낌(예를 들어 구형 핸드폰 사용)이 들지만 컴퓨터 그래픽이나 시나리오는 그다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명작이다.
의학 드라마라는 것이 보통은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뛰어난 명의를 통한 치료나 진단, 그리고 각종 질병이나 증상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가는데,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제목으로도 알 수 있는 닥터 하우스 1인의 매우 독특한 성격을 통해 현대 사회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닥터 하우스는 매우 똑똑하고 상황판단이 빠른 유명 의사지만 인간적으로는 타인과의 관계에 매끄럽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사람에 대한 거리를 두고 인간 관계에 때로는 혐오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연애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자기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하며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가 있음으로 진통제를 달고 사는 덕분에 (일종의) 마약 중독자로 취급되기까지 한다.
소설이라 판단해도 특이하고 짜증나는 이 닥터 하우스의 매력은 아주 작은 계기를 통해 병을 키우는 환자들의 다양한 증상과 질병을 진단팀이 찾아가는 그 과정들이 흥미로운데다 하우스라는 1인의 성격과 그 주위를 둘러싼 지인들, 그리고 사회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현대 사회 대인 관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묘한 감정과 로맨스를 분위기 띄우는 듯 하다가도 금방 포기하고 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결국은 자기 성격과 중독자로서의 현실을 다시 내세우며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매 시즌의 종반에 이르러서는 지난 과정과 약간 다르게 때로는 스릴러 때로는 드라마 느낌을 주며 다양한 연출과 구성을 시도하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가장 친한 종양학과장(암 전문의) 제임스 윌슨과의 관계도 흔히들 말하는 브로맨스처럼 좌충우돌하며 끈끈하게 이어진다.
천재적인 능력으로 다양한 현상을 판단하고 추론하며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스스로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타인에게 직설적으로 퍼부으며 평가하고 다그치는 성격은 현실에서 보기 드물고 절대로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마음 속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진심을 겉으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 때 그를 따르던 천사표 캐머론이나 밀고 당기는 듯 하면서도 절대로 다가서지 않았던 커디 원장과의 관계는 뻔한 의학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연애 관계의 부족을 아쉽게 하지만, 전체적으로 절대로 지루하거나 뻔하게 끌고 가는 한 편 없이 한번 빠져들면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대단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멋진 드라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