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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라면 지붕이란게 없으니(혹은 옥상) 따로 청소할 일이 없겠지만, 호주의 많은 주택에서는 주기적으로 지붕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특히 집 근처에 큰 나무가 있거나 새들이 많다면 지붕에 낙엽이 쌓이고 배설물이 남겨져 더러워지는 것은 물론 바람 비 등으로 손상이 생기고 혹시라도 빗물이 새거나 하면 주택 전체에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렌트를 살던 집에서는 거의 10년 동안 주인이 한번도 청소를 해주지 않아, 초기에는 지붕 물받이(gutter)를 몇번 청소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그냥 넘어갔었는데(참고로 지붕 청소는 세입자가 아닌 주인의 의무 사항이다!) 이게 자신의 재산을 얼마나 관리하지 않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호주의 주택 지붕은 철제(colorbond)나 기와 등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슨 양철판으로 지붕을 얹냐고 하겠지만 칼라본드라고 부르는 이 철제 지붕은 호주의 회사에서 빛 비 바람 등에 강하게 페인트를 칠해서(특수 도료) 수십년을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그 회사 이름을 따서 일반적으로 칼라본드 재질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기왓장을 덮은 것 같은 구조의 지붕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형태이든 지붕은 빛과 바람, 비를 보호하며 거기서 발생하는 각종 오물과 물(비)을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으면 물받이(gutter) 부분에 쓰레기가 쌓여 배수가 막히거나 역류해서 지붕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일도 생기니 주기적 관리는 필수. (지붕 청소는 최소 3년에 한번 정도 권장)

요즘 유행하는 지붕 페인트는 검정 계통이라고 한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색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집은 빨간 벽돌에 빨간 지붕, 어떤 집은 짙은 녹색, 혹은 많은 집들이 검정이나 회색 계열을 쓰기도 하는데, 우리 집은 기존 것과 비슷한 ironstone이라는 색을 선택했다(. 이는 칼라본드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본색 중의 하나로 이런 기본 색은 페인트를 구하기 쉽고 색 선택도 용이하다. 지붕 색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지붕 페인트를 칠하는 첫 단계는 물론 견적을 내는 일이다. 한인 회사에서는 7500불을 원하고 외국 업체들의 경우 보통 1만불을 넘기는데, 업체마다 서비스 내용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페인트 전에 전체 청소를 하고 업체에 따라서는 보수까지 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보수는 제외하고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칼라본드의 경우는 구조목에 나사를 박아서 지붕을 고정하는데 이 나사가 오래되면 녹이 슬어서 이 나사를 전반적으로 교체하는 비용도 포함되어(약 수천개의 나사) 비용이 더 비싸진다. 기와형이라면 연결 부위가 터지거나 방수막이 있는 곳 등의 손상도 손봐야 하고 중간중간 깨지거나 하는 것들도 점검해야 하니, 지붕 페인트에 점검 서비스는 필수라 하겠다.

낙엽이 쌓이는 것을 막고자 가드 guard라는 것을 설치하기도 하는데, 한 곳에 견적을 냈더니 4만불이라는 답이 왔다. 아니 이렇게 비싸단 말이야? 일주일 후에 업체에서 다시 연락이 왔는데 견적을 잘못 냈다며 4천불이라 한다. 그 금액도 적지 않아 일단 다음에 하기로 하고 한 업체를 정해서 청소, 점검 및 수리, 페인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페인트의 과정은, 먼저 지붕 근처에 레일 rails이라는 철제 골조를 설치하여 안전대를 마련한다. 이는 집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이들이 떨어지거나 하지 않도록 집 전체를 둘러서 철제봉을 이용해 뼈대를 잡는 작업이다(외주 업체에서 진행). 그 후에 고압 세척기를 이용해 낙엽 등을 모두 청소하고 말린다(청소 업체). 마지막으로 페인터가 와서 프라이머(primer, 페인트 전 잘 칠해지도록 바르는 것)를 바르고 말린 후 두 번의 페인트를 칠해 마무리한다.

페인트는 붓이나 봉이 아닌 펌프를 이용한 분사식이고 시간은 하루 정도면 되지만 골조 설치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일정은 최소 3일에서 5일 정도를 잡아야 하는 일이다. 페인트 과정에서 철제봉을 설치한 곳을 분리하고 들어가며 빠짐없이 칠하고 또 골조를 제거할 때 혹시라도 지붕에 상처가 난 곳이 있으면 다시 칠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원칙적으로 알아서 칠해주도록 되어 있음). 흥미롭게도 이 1만불이 넘는 견적에서 대부분의 실제 업무는 골조 설치, 청소, 페인트 업체(하청업체들)가 하고 영업을 하는 주 계약 업체는 소개비 형태의 수익만 받는 식인데, 전체 견적의 30-40%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페인트는 빛 반사(anti heat 또는 reflection paint)라는 특수 페인트이기는 해도 보통 한 집에 20리터 한 통 정도를 쓰니(약 300불선) 전체 견적에서 인건비 비중이 얼마나 크고 또 업체의 수익이 얼마나 큰 지를 추정할 수 있다.

지붕에 페인트를 칠한 두 가지 이유는 첫째 비가 많이 오는 요즘에 물받이가 막혀 제대로 배수가 안되고 중간에 넘치는 일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 둘째는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 예정인데 일단 설치하고 나면 그 아래쪽은 페인트가 불가해서, 보통 10년 정도를 보는 페인트 주기에서 아직 어느 정도의 기간은 남아 있고 페인트 상태도 양호한 편이지만 미리 페인트를 해버린 것이다.

현재 집 구매후의 전략은 최대한 비용을 재투자해서 가치를 더 올리는 쪽으로 관리하고자 하니, 탑업(top up)을 하든 빚을 내든 돈을 모으든, 재투자를 통한 가치 상승이 결국에는 일종의 저축과도 같이 나중에 집값 상승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페인트 과정에서의 한 가지 문제는, 높은 지붕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는 것이라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작업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미끄럼 예방) 일정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지붕 페인트 후에 바로 비용을 지불했더니(완불) 철제 구조물을 떼어가기까지 연락이 힘들었다는 결론이다(날씨 탓하며 2주만에 떼어감). 비용은 반드시 모든 작업 완료 후,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지불하도록 하자.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다시 태어난(?) 지붕은 멀리서봐도 깔끔하다. 이제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하고 나면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물받이를 덮는 가드(gutter guard)를 따로 설치할 예정. 아마도 2-3년 정도 후에 그 즈음에 지붕 청소를 한번 더 하고 진행해야할 듯 싶다.

참고로 지붕 페인트 견적은 위와 같으니 대략 1만불 이하에 모든, 혹은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가격이라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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