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이 글을 볼까 모르겠지만, 의외로 출중한 컴퓨터 실력을 가진 그 친구는 한 분야를 꾸준하게 했다면 한 기업을 세우고 성공했을 법한데, 연락을 안하고 지낸지 오래되어 한참만에 들은 소식은 선물 거래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도와줄 일도 없고 도와줄 수도 없는 처지에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그것도 이미 시간이 꽤 지난 과거의 일이라 지금은 자리잡고 잘 살기만 바랄 뿐이다.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지인의 지인으로 알고 있는 한 분은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사모아서 만불 정도를 투자해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코인 시세가 전반적으로 올랐던 시점에서 대략 5만불 정도를 벌었다는(평가익) 이야기를 들었다. 부러운 소식이지만, 나와는 직접 친분이 없는 사이라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절반은 팔지”라고 조언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코인 이야기다. 가상 화폐, 코인, (총칭) 비트코인 등으로 불리는 이 가상의 자산에 대해 나는 두 번 글을 올린 적이 있고, 그 때마다 부정적으로 결론을 지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이 달라졌냐 하면 그건 아니고,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이 가상 자산(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에 대해 부정적이다. 뉴로맨서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가상의 세계를 통신망으로 연결하여 실제로 사람과 연계되는 정도의 세상이 아닌 다음에야(이런 세상은 곧 올 것만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있어 가상 세계는 그저 단어 그대로 가상일 뿐이다. 사실, 이미 화폐는 그 실체 보다는 단순한 “숫자”로 현실에서 오가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금을 만질 수 있지만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수표 등 숫자만 가지고 모든 거래가 이루어지는 세상이 이미 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럽의 튤립 사태와 같은 현상이 지금 시대에도 발생하고 있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상 화폐라고는 하지만 실은 전세계적으로 실체가 없는 이 대상에 대해 자금이 몰리니 돈이 돈을 밀어올리는 수요와 공급이 발생하여 시장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거의 합법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정착 과정에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겠다. 이미 이와 비슷하게 주식 뿐 아니라 현물의 선물 거래도 실체는 없이 오르냐 내리냐에 (현물 헤지 수단이라는 이름으로) 합법적 제도적 투자 제도를 갖춘 것이니만큼 세상 많은 이들이 돈을 싸들고 참여하고 있는 소위 “쩐의 전쟁” 투기판 코인 시장을 없는 것이라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그 지인의 지인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그 후로는 알 수가 없지만 대략 5만불을 벌었다면 현재는 2만불 정도는 사라지고 3만이 조금 안되는 정도의 수익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인의 말을 빌자면 대략 만개 정도의 코인을 가지고 있고 이게 개당 백만원만 가도 수백억이 되어 따뜻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계획(?)에 따라 투자한 것이라 하니, 모든 투자가 기대한만큼이라면 이 세상에 가난한 이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유튜브를 뒤져보면 누구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코인 시세가 오르면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한 이들이 많다. 특히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내세워 어떤 코인이 얼마까지 간다며 부추기는 내용들도 너무 많고, 이는 한국 뿐 아니라 구글의 메인 화면에서도 코인 관련 뉴스를 취급하는 내용을 보면 특정 코인이 올해 안에 대박난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가진 자가 그렇지 않은 자를 꼬드겨 끌어들이는 것 밖에는 안되고,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렇게 대박인 코인 자기가 투자하면 되지 왜 소개하는가?이다. 같이 잘 살려고? 투자에 “함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위 사진을 보면, 주식이나 코인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부는 이렇게 비율적으로 등급이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최상위 부자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적당하게 가지고 있으며 그 아래 있는 사람도 많다는 것. 이것이 대표적인 인구 구성표는 아니지만, 실제로 많은 것들은 이런 식의 계급과 등급에 따라 나누어지고, 결과는 이런 최상위, 적어도 차상위에 속하는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중간에서, 혹은 아래에서 날고 뛰어봤자 물량이나 자산을 따라잡을 수 없기에 시장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또다른 지인의 말에 따르면 돈많은 누구는 수백억 자산가인데 코인에 수입억 투자했다가 수십억을 쉽게 벌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누구에게 1억은 큰 돈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돈인 동시에 쉽게 만들 수 있는 푼돈일 수도 있다는 것으로, 결국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과 수익은 자산의 규모가 좌우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더 많은 물량으로 시장을 흔들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세상에는 어떻게 하다 보니(!) 돈을 번 사람들도 있다. 지금에 와서는 고집스럽게 쥐고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자신을 능력자라 하겠지만 결국 이는 운이 좋았을 뿐, 실력이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분명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XRP, 소위 예전에 리플이라고 불렸던 코인은 한국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크게 시세가 움직이는데,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정착한다는 내용과 이전 정권에서의 법적 소송이 취하되면서 조만간 엄청나게 오를거라는 기대치로 급등한 종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식 시장의 오랜 전설은, 이미 알려진 호재는 호재가 아니라 했던가 5달러 근처까지 가던 종목은 현재 호주 달러 기준으로 3.6달러 정도이고, 지인은 다른 지인의 말을 듣고 좀 더 투자했는데 아마 30% 정도는 평가손 상태일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요즘 금 투자가 유행이라고 금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십년 전만 해도 돌반지 한돈에 얼마 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수십만원이라고 한다. 금은 실제로 산업용을 포함해서 소모가 되는 제한적 자원이기에 앞으로의 희귀성은 더해질 것이라는 소식이지만, 누가 알겠는가. 미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가 대규모 금광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걸 일부러 뉴스에 흘릴 이유도 없고 금의 가치를 떨어뜨릴 이유도 없다. 그들은 이미 가질대로 가지고 있기에 오르면 오를수록 더 이익을 보는 것이니, 지금에 와서 꼭지같은 가격에 금을 투자한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있는 행동은 아닐 듯 하고, 더구나 투자라면서 한 천만원 투자해서 그 가치가 2천만원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인데다, 그 천만원 벌어서 인생이 달라질 이유도 없으니, 세상의 다양한 소식에 너무 가볍게 휩쓸리는 것 자체가 다른 기회 비용의 상실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무엇에 투자를 하든, 잃어도 되는 없어도 되는, 그 투자금이 내 인생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라면 투자를 하라. 반면에 투자금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역시 내 인생을 바꿀 정도가 아니라면 크게 기대도 하지 말자.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의 힘든 마음 고생을 하고, 약간 오른 것에 가슴 설레며, 쉽게 일희일비하는 정도라면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정말 버려도 되는 정도의 투자를 하고 그것이 인생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과를 만들었다면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머니 게임을 즐기는 정도로, 좀 더 생산적인 다른 일에, 혹은 본인의 가치있는 인생에 열정을 쏟아봄이 어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