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하나둘씩 아프거나 고장나기 시작하는게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특히 어린 시절부터 소화기 계통으로 불편함을 겪어온 입장에서는 조금만 실수해도 쉽게 체하거나 소화불량을 겪는 상태가 요즘들어 특히 힘들게 느껴진다. 작년 2024년부터 따끔거리는 증상까지 생겨 계속 미루던 내시경을 하기로 했다.
호주에서의 내시경 검진 과정은,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어 사립 병원에 가서 돈을 내고 진행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받고자 하기에, GP 전문의 검진 이렇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GP는 동네 의원 정도에 해당하는 곳으로 일단 예약하고(이것도 오래 걸림, 길게는 한달 정도) 방문해서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그러나 내시경까지는 잘 안해주기도 한다. 내 경우는 이미 가족력도 있었고 지난번에 한 경험이 있어 3년만에 하기로 결정.
전문의는 말그대로 특정 분야만 보는 의사로, 제법 비싼(200-300불) 비용을 내고 잠깐 만나서 내시경 검사에 필요한 승인을 받는다. 그러고 나서 실제 검진이 있기까지 약 1년 정도를 기다리는데,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운이 좋으면 6개월 정도에 진행할 수도 있다.
지난번에 이미 내시경을 받으러 오라고 연락을 받았지만(거의 10개월 정도?) 같이갈 사람이 없어서 포기를 했었다. 호주에 살면서 친구나 지인이 없지는 않지만 평일 낮에, 아침부터 점심까지 혹은 오전에 가서 오후 늦게까지 같이 있어주거나 차로 동행을 해줄 사람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몇 분에게 물어 보았지만 애매한 답을 해서, 그냥 과감히 포기를 하고 있던 차에, 지난번 블번 집에 갔을 때 이번에는 2주 정도 미리 연락을 받았다.
물론 이번에도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기는 불가한 일이고 여러 고민 끝에 큰 딸과 동행하기로 결정. @.@ 수면 내시경이라 동행이 없으면 아예 진행 자체를 해주지 않는다. 갈 때는 우버를 타고 가서 동행인 없이 가능한지 물어보려 했지만 검진 후 수면 영향으로 제정신이 아닐 수 있으니 반드시 동행이 있어야 하는 관계로 포기…
준비는 별다른게 없다. 전날 늦게 저녁을 먹고 그 이후에는 음식은 불가, 검사 6시간 전까지만 물을 먹을 수 있다 해서 새벽에 잠시 물을 마시고는 끝. 차에서 짐을 내리고(같이 가기 위함) 오전 일찍 출발. 주차를 하고 들어가서 접수를 하면 바로 준비를 시켜준다. 동행인은 같이 있어도 되지만 그냥 집으로 가도 되고 밖에서 대기해도 된다.
준비랄게 특별하지 않고, 이번에는 위 내시경만 하는 관계로 겉옷에 환자복만 걸치고 그냥 침대 위에서 쉬면서 대기. 먼저 온 순서가 아니라 급한 사람부터 해준다 해서 일찍 갔음에도 당일 마지막 차례로 검사를 받았다. 차례가 되면 담당 간호사가 와서 이런저런 여러 가지를 한번더 물어본다. 그리고는 침대 자체를 밀어 검진실로 입장. 예전 기억과 달리, 여러 사람이 검진실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코에 호흡기도 붙여주고 마지막에 팔에 주사를 놓으면서 잠이 든다.
한 시간 정도 후에 잠에서 깨면 이미 끝나 있다. 결과도 바로 알려주는데 별 문제는 없고, 조직 검사는 나중에 결과를 알려준다고 하며 결과지를 준다. 4주 내에 GP와 전문의를 각각 만나야 한다고. 나중에 전문의에게 전화해보니 따로 방문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 GP만 예약해두고 종료.
검사를 받기까지 많이 복잡하고 오래 기다렸지만 검사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물론 당일 방문부터 종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몸이 약하거나 힘든 사람(노약자)부터 해주는 관계로 오래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은 있지만, 검사는 대략 15분 전후로 끝나니 크게 어렵지 않다(대장 내시경의 경우 준비가 힘든 것과 달리).
약 10일 후에 전문의로부터 문자 결과를 통보 받았다. 생전 처음들어보는 장상피화생, 검색을 해보니 위축성 위염 등으로 시작되어 진행되는 결과로, 무슨 암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 그러나 유튜브를 비롯 여러 정보를 분석해보면 실제로 장상피화생에서 암으로 진행되는 비율은 매우 낮고 장기간 지낸 후에 더 나아지거나 회복되는 경우도 있으며 잘 관리하면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
장상피화생은 단어 자체가 좀 어렵고 발음도 불편하지만, 의미 그대로는 위장의 세포가 위염, 헬리코박터 등 다양한 원인으로 소장 대장 같은 소화 기능이 없는 장의 세포처럼 변한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장의 상피 세포화(처럼) 된 증상”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여러 정보와 설명, 그리고 근거없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위의 기능이 약화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위가 좋지 않아왔다는 것. 앞으로는 좀 더 먹는 것과 시간에 신경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의 결론.
사실 바쁜 날은 굶고 다닌 경우가 많고 급하게 먹거나 대충 먹는 일이 많은데, 이런 것들이 모두 쌓여 위에는 부담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위장 계통은 약하고 약도 많이 먹었지만 호주에 와서도 불규칙적으로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나이들어감과 함께 노화, 기능 약화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최근에는 바빠도 가급적 집에 들어와 간단하게 점심을 먹거나 정 안되면 물이라도 중간에 먹어서 속이 쓰리지 않게 혹은 비어있지 않게 하려고 노력중이다. @.@
장상피화생이 심한 경우는 1년 주기, 그렇지 않으면 2-3년 주기 반복적 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 하니 앞으로 내시경은 거의 주기적인 과제가 될 듯… 다행이랄까. 속이 불편한 일이 많아 계속 미루기가 찜찜해서 이번에 억지로라도 시간 내어 검사를 받았는데 다른 큰 문제는 없고 이런 결과라도 받아서 한 가지 과제는 해결한 느낌…
일반적으로는 나이가 들어가면 술 담배를 겸하고 건강 관리를 제대로 안해 배도 나오고 머리는 벗겨지고 빠지고 피부는 늘어지고 계단을 오르기조차 힘들어질 때가 되어가는데, 그나마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거꾸로 몸에 좋은 것을 특별히 챙기는 편도 아니라, 크지는 않지만 건강은 조금씩 나빠지고 체력은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 하다. 살면서 깨닫는 것은, 단순히 어른들의 조언이 아닌, 실제로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가 건강이라는 것. 돈도 여행도 행복도 웃음도 모두 건강할 때나 의미있는 것들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