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내 집에 수영장,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른 것이, 수영장을 많이 쓰든 아니든, 항상 청결하고 사용가능한 상태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주인의 몫이니만큼 이 수영장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드는 일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적당히 청소만 하면 되지 않겠냐 싶지만, 그 관리가 어려운 것은 몇번에 걸쳐 설명했듯이 예를 들어 나뭇잎이 떨어져 쌓인다거나 벌레가 끓거나 비가 와서 수질이 바뀌거나 오래 햇빛에 노출되어 이끼가 끼는 등 다양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을 잠시 비웠다 돌아오는 사이에 비가 많이 오고 또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면, 수영장처럼 고인 물에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정수용 모터와 필터가 있지만 너무 용량이 적고 이것마저 고장이 나거나 어떤 이유로 잠시 멈추면 그 상태는 심해진다. 3주 정도 집을 비우고 일주일 정도 모터가 멈춘 후 비까지 온 후의 수영장 물은 아래와 같이 변해 버린다.
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물을 어떻게 좋은 수질로 바꾸느냐다. 물론, 이걸 다 퍼내고 새로 수도물을 부으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수영장 물을 다 퍼내려면 양동이로 하루 종일 퍼도 안될 일이고 사실 이걸 퍼서 버릴 곳도 없는데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작업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방법은 딱 하나, 이 물을 씻어내서(?) 새 물처럼 바꿔주는 수 밖에.
투명한 물이 이끼가 끼고 연못처럼 된 것은 첫번째 찌꺼기와 쓰레기가 많아서이다. 눈에 보이면 걷어 내겠지만 일단 물 속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먼저 쇼크(shock)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 영어로 쇼킹하게 충격을 주듯이 수영장에 진한 농도의 염소(염산의 그 염소 맞다 영어로 클로린 chlorine)를 퍼부어주면 기본적으로 떠다니는 미생물(이끼 각종 세균 등등 포함)은 다 죽는다. 물론 녹색의 진한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 양을 부어주냐는 다르지만, 위의 사진에서는 15리터 3통을 퍼부었고 그 이상을 썼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버닝스 bunnings에서는 액체용 염소를 12.5리터 팔고 있고 더 큰 15리터도 싸게 판다. 먼저 15리터를 한 통 산 후에 통을 가져가면 가스처럼 다른 통으로 교환해주고 저렴하게 통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업체에 따라서는 가루형 고체형 등도 파는데, 가루형은 다른 그릇에 부어서 다 녹인 후에 다시 건더기를 걸러내고 부어야 하는 매우 번거로운 과정이 있는데다 그 효과도 그다지 좋지 않은 듯 하다. 만약 수영장이 녹색으로 변해서 쇼킹을 한다면 찐한 염소가 필요하니 액체형을 구입할 것을 권한다.
염소를 갖다 부으면 물이 완전 투명하게 바로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절대 아니고 물 속에는 이제 죽은 미생물과 다양한 찌꺼기들이 남게 된다. 이걸 제대로 걸러주지 않으면 다시 금방 녹색으로 변하니 퍼부은 돈이 아까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정수용 필터가 너무 오래된데다 물 속에 고체형 염소 찌꺼기 등 여러 가지 것들이 남아서 내 경우는 이 정수용 필터(용량에 따라 다름 50리터 100리터 등)를 매일같이 꺼내서 씻어주고 다시 넣고 반복했다. 무려 일주일 동안 이 짓을 해보면 수영장 관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깨닫게 된다. 참고로, 이 정수용 필터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보통 한 두달에 한번 정도 꺼내서 씻어주면 되고 2년 정도 교환 주기다.
시간이 가면서 찌꺼기가 걸러지고 염소를 부어주면 물이 점차 투명해지고 결국은 깨끗한 새 물로 바뀐다. 썩은 물이었는데 어떻게 수영을 다시 하냐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먹는 물도 결국은 정수를 거쳐 각종 잡균과 찌꺼기를 거른 것임을 생각하면, 연못 색깔을 투명하게 만든 공로가 대단하니 수영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겠다.
수영장의 수질은 투명도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염소의 수치 뿐 아니라 소금 농도, 물의 세기(산 염기 정도) 등 다양한 지표가 있어 이를 위해서는 전문 업체에 물을 떠가서 검사 받고 필요한 약품을 사다 넣거나 아니면 버닝스 등에서 지표를 위한 검사지(리트머스 용지와 비슷)를 사서 각종 농도를 보고 필요한 처치를 하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적인 일은 적당한 염소 수치를 위해 염소 생성기를 잘 돌려야 하고 찌꺼기를 거르기 위해 정수용 모터와 필터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 이 정도만 해도 투명한 상태의 물은 유지할 수 있다. 그 밖의 수치는 실제 수영을 하기 전에 추가로 맞추면 될 일이다.
2주 간의 여름 휴가 중 약 10일 정도를 이 수영장 물 관리에 할애했으니 많은 경험을 한 셈이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필터 교체, 소금 보충 등도 해주었다. 여름이라 수영장을 쓰는 이도 많고 수질 관리를 위해 저가 소금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브리즈번 쪽에서는 버닝스 전 매장에서 수영장 소금이 한동안 품절이었다는 후문…
자, 이제 깨끗하게 처리된 수영장을 즐겨보자… 눈으로 봐도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