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했던 여러 가지 일을 정리해 본다. 매년 그랬듯이 2월은 신학기가 시작된 후로 그다지 바쁘지 않은 시간이고, 3월이 되면 약간 일이 많아지다가 4월에 다시 방학이 되면서 조용해지고 그 분위기는 6월까지 이어져 부동산 시장과 함께 비수기(침체기)가 된다. 그럼에도 전혀 일이 없지는 않으니, 오랜만에 만져본(?) 볼트를 포함하여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본다.
먼저 시티에서 볼트를 교체했던 일. 기존에 설치된 볼트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는 요청에 따라 방문해 보았다. 문제는, 이렇게 고장난 듯 하면서 가끔씩 동작이 되는 것이라면 아예 바꾸려고 결정을 하지 않는 이상 애매한 결과가 되어 버린다는 것. 무슨 말인가 하면, 점검 및 수리가 가능하면 교체가 아니라 점거해보자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전체를 분해하여 살펴보았지만 그다지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열쇠가 불편하다는 의견에 따라 실린더만 교체 후 돌아왔지만 며칠 후 다시 볼트가 안된다는 연락, 결국 재방문을 해야했다.
제품을 완전히 교체 설치한 경우라면 보증이 제공되고 필요하면 업체(도매)에 반품 처리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기존에 쓰던 것이 잘 안되면 원래는 다시 출장비를 받아야 하는 애매한 상황이 된다. 일단 비용은 최소로 해서 제품을 그냥 교체하기로 하고 재방문해서 처리했다. 처음부터 그냥 교체를 했더라면 훨씬 더 간단하고 깔끔한 일이었을 수 있다. 이 볼트는 내부적인 구성이 조금 정교한 편이라 약간의 미세한 틈이 있거나 혹은 작은 핀이 움직이는 경로(path)가 좁아지거나 손상되면 볼트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아주 튼튼하고 안전한 제품이지만 모든 것이 장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부동산에서 일을 받아서 하다 보면 비용 문제로 이야기가 길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자주는 아니고 가끔(거의 두 달에 한번?) 일을 주는 곳에서 점검 요청이 들어왔다. 고객과 통화해서 시간을 잡은 후 방문했더니 아예 고장이 난 듯 동작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제품이 꽤 비싼 편이라 출장비와 교체 비용을 합쳐서 상당한 금액이 된다는 것. 이렇게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면 아무리 부동산에서 승인한 일이라도 무조건 진행을 할 수 없다. 먼저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금액을 알려주니, 작업비와 재료비 등을 나누어 알려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집주인에게 확인해 보겠다는 결론. 만약 작업을 원하지 않으면 출장 및 점검비만 받고 돌아오면 되기는 하지만, 나중에라도 교체를 원하면 결국은 방문해야 한다.
세입자에게 상황을 알려주고 주인에게 소식이 오는대로 알려주기로 하고 돌아왔다. 그날 밤, 부동산 직원의 확인 문자. 그래서 며칠 후에 재방문해서 처리해 주었다. 새로 아파트가 생기거나 혹은 새로 생기는 동네에서는 대부분 잠금 장치 등도 매우 깔끔하고 오래되지 않은 것들이지만 내가 사는 곳을 포함해서 최소 20년 이상 오래된 동네에서는 집을 지을 때부터 설치해서 쓰던 것들을 볼 수 있고, 이는 단순히 보기가 흉하거나 지저분하다는 외에 기능적으로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들이 있다.
호주에서 대표적으로 흔히 쓰이는 데드래치 deadlatch는 블로그에서도 자주 소개했던 제품으로 가장 비싼 것 중의 하나다. 가끔 할인 이벤트를 통해 싸게 파는 경우도 있지만 100불 이하이던 가격이 지금은 비교적 저렴하게 파는 버닝스 Bunnings에서도 많이 오른 탓에 일반 소비자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닝스 가격을 표준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이 제품의 소매가는 250불을 넘는 수준이고 흥미롭게도 이 가격에 구입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왜? 정가를 주고 사는 것이 제대로된 보증 등을 지원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더웠던 날이지만 이미 예정된 일이라 고객을 방문해서 요청받은 일을 진행했다. 그 중 하나는 오래된 낡은 차고에서 볼 수 있는 차고 손잡이, 흔히 티 핸들 T handle이라고 부르는 잠금 장치다. 최근에는 많은 차고를 자동으로 바꿔 쓰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자동이 아닌 수동 상태의 집도 많고 오래된 집일수록 이 티 핸들이 흔하다. 아마도 예전에는 차고 문을 조금씩 접어서 열고 닫는 sectional 방식은 기술적으로 어려웠을테니 그냥 들어 올리는 tilt up 방식이 가장 흔하지 않았나 싶다.
이 제품의 문제는, 잠금 장치라고는 해도 너무 간단해서 보안성이 거의 없다는 것. 그러나 실은 이게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오래된 집에서 문틀이 움직이고 변형됨에 따라 이 잠금 장치가 달려 있음에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즉 제대로 잠기지 않는 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잠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닫혀 있을 뿐, 걸쇠에 걸려 제대로 잠겼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만약 잠금 장치를 교체하거나 손을 봤는데 문이 제대로 안 잠긴다면(!) 무조건 문틀에 붙은 걸쇠 부분까지도 확인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은 매우 어려운 편이다… @.@
문 양쪽이 모두 제대로 잠기지 않아 꽤 긴 시간을 고생했다. 원래 고객의 요청도 아니었고 이 일을 마무리할 의무나 계획도 없었지만, 단순히 열쇠를 바꿔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작업을 마치고 보니 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는다! 이 상태로 그냥 두고 오기에는 전문가의 양심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아 점검을 제안했고 기왕 일을 시작하고 보니 마치기까지 꽤 오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무료…였고.
요점만 정리하면, 차고문을 닫으면 양쪽에 있는 걸쇠가 문 양끝에 스프링과 줄로 연결된 금속판을 잡아주고 이것이 문을 잠궈주는 역할을 한다. 열쇠로 잠그면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고 열어두면 손잡이가 돌아가므로 줄을 당겨 금속판을 걸쇠로부터 분리하여 문을 열 수 있게 되는 원리다. 지금까지 꽤 많은 곳을 작업했지만 거의 한번도 제대로 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위치가 안 맞거나 안쪽의 판이 위치가 안 맞거나 줄의 느슨한 정도가 안 맞거나. 그래서 이 손잡이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일이지만 어느 정도의 비용을 추가로 청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점검 및 보정이 어려운 편이기 때문.
다행히 일은 잘 마무리 되었다.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티고 잘 동작할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일단 제대로 동작하게 만들어준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