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유닛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티스 mortice는 문 옆면으로 나무를 파고 거기에 잠금장치 lock의 본체를 넣는 구조를 가리키는 용어다. 다양한 방법으로 기능을 제어하거나 조절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일단 고장나면 처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 된다. 부동산에서 모티스 설치에 대해 문의를 해와서 견적을 주고 진행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세입자가 문제를 일으켜 문 자체를 교체했지만 일반 손잡이를 달아두고 떠났다는 것.
이런 경우에 그냥 있는 것을 떼고 설치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문이 닫히는 반대쪽(문틀)에 이미 스트라이커 strike 구멍이 나 있는데 이곳이 콘크리트와 철제로 되어 있어서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여기에 문이 닫히도록 모티스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신규 설치라면 몰라도 이렇게 뭔가를 수정하거나 바꾸는 작업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치수를 정확히 재어도 나중에 조금씩 오차가 생길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먼저 현재의 손잡이를 떼어낸다. 손잡이나 단순 잠금 장치는 54mm 큰 구멍을 뚫어서 쓰기 때문에 모티스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이 구멍난 부분은 부동산에서 페인터를 보내 메꾸고 다시 칠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나마 일을 덜었다. 만약 구멍까지 메꿔야 한다면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스트라이커 위치에 맞도록 모티스를 대고 추가 작업 위치를 표시한다. 모티스를 넣기 위해 모티스 지그 mortice jig를 이용해 위치를 잡고 전용 비트 bit를 조합해서 아래위로 긴 구멍을 파내야 한다. 보통 이 작업은 30분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문이 방화문이고 안쪽으로 철판이 있어서 쉽지 않았다. 비트도 철판에 닿아서 많이 마모된 상태, 아마 다음 번에는 새 비트를 사야 할 것이다.
구멍을 뚫고 나면 큰 작업은 마친 셈이지만, 앞 뒤로 손잡이와 실린더를 넣는 위치 등 추가로 구멍을 내야 한다. 심지어는 손잡이 체결용 나사 구멍도 정확히 뚫는다. 그 어떤 작업에서도 실수가 발생하면 구멍을 메꿔야 하기 때문에 항상 두번 확인해서 문제가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모티스 본체를 넣고 앞뒤로 손잡이를 연결하고 앞쪽은 실린더 뒷쪽은 문 열고 잠그기 위한 장치를 부착하고 나면 거의 모든 작업이 끝났다. 이제 문을 닫아서 제대로 잠기는지 확인하면 된다. 스트라이커가 아래위로 약간 닿으면 조금 잘라주거나 콘크리트 부분을 콘비트로 약간 파내어 정확히 동작하도록 맞춰 주면 된다.
작업 후의 사진을 부동산에 보내주고 마무리 한다. 2시간을 예상하고 작업을 시작했지만 중간에 의도하지 않았던 변수들이 있어 3시간에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새로운 세입자에게 열쇠를 전달하고 사용 방법을 알려준 후 마무리. 부동산에는 빠른 시간 내 페인터를 보내서 구멍을 메꾸고 새로 칠해야 한다고 요청해둔 상태다.
참고로 호주에서는 이 방화문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소방 점검 fire inspection을 할 때에도 방화문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어떤 곳은 문에 작은 상처가 생기거나 파손된 경우 문 전체를 갈도록 요구하기도 하고, 이 방화문은 주요 부위에 철판이 들어 있고(잠금 장치 근처) 안쪽으로는 돌가루같은 재료들이 채워져 있어서 상당히 무겁고 불에 타지 않는다. 문 하나에 수천불 하니 절대로 우습게 보고 대충 관리하면 안된다. 벌금이 상당히 세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