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써서 낡은 자동차 리모트 쉘을 교체하는 일이다. 보통 버튼을 누르는 부분이 고무로 되어 있거나 플라스틱이 쉽게 깨지거나 해서 제대로 동작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이 때 교체하거나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결국 내부 기판의 버튼 부품이 떨어지거나 손상되어 리모컨 전체를 못 쓰게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낡은 상태라면 미리 케이스(영어로는 쉘, shell)를 교체하거나 적어도 버튼 부분만이라도 수리해야 한다.
자동차 관련 일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세상에 너무도 다양한 자동차 회사와 차종, 연식에 따른 다양한 제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 IT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기 바쁘다고 하는데, 이 자동차 분야도 비슷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칩(chip)이 새로 바뀌고 복제 기술이 달라지며, 다양한 회사의 차종 연식에 따라 다른 모양의, 다른 구조의 리모트와 열쇠가 쓰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적어도 1990년대부터 다룬다면 수백종 이상의 재료와 부품, 그리고 자동차 열쇠를 만드는 경우라면 다양한 경험과 장비, 그에 따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자동차 쉘 중에서 흔히 쓰이는 것들 몇가지는 재고로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현대 기아 전용 3버튼 모델이다. 고객이 두 개의 리모컨을 쓰고 있는데 모두 손상되어 교체 원한다 해서 작업해 주었다. 이 리모트 쉘을 교체하는 것은 간단한 공구와 장비가 있다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어 정리해 본다.
먼저, 정품과 비품(aftermarket)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똑같지 않다. 정품 회사에서 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어, 비품 회사는 똑같은 모양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내부가 약간 다르게 제조하고 현대 등의 스티커나 상표를 붙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블레이드(열쇠 날)를 연결하는 부분에 스프링이 들어가는데 이 구조도 약간 다르고, 리모컨 기판을 얹는 플라스틱의 내부도 약간 다르다. 전반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는 것. 열쇠 날 부분을 그대로 옮겨서 쓸 수 있다면 더 편하겠지만, 끝 부분(스프링 넣는 구조)이 달라서 그냥 열쇠를 새로 깎아서 넣는게 좋고, 그렇다면 전용 장비가 있어야 하니 개인이 직접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험이 없다면 폴딩형(접이형, 영어로 flip) 스프링을 장착하는 일도 쉽지 않다. 반대 방향으로 2바퀴 이상을 돌려서 끼워야 하는데 이 돌리는 과정에서 스프링이 빠지거나 다른 부품이 튀어 약간 짜증나는 일이 생긴다. 원본에서 칩을 꺼내서 옮기는 과정에서도 칩 주변의 플라스틱을 잘 제거하고 조심해서 꺼내야 한다. 칩에 손상이 생기면 시동이 걸리지 않으니 주의.
전체적으로는, (1) 배터리 커버를 연다 (2) 배터리 제거 후 전체 케이스를 연다. 일자 드라이버로 돌아가며 힘을 주는게 유리 (3) 기판을 꺼내어 새 부품에 끼운다 (4) 블레이드 부분과 스프링을 잘 조절해서 넣는다 (5)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해서 전체 커버를 덮는다 (6) 배터리 넣고 커버 덮는다 (7) 열쇠를 다시 깎으면 완료.
지난주에는 연이어 자동차 관련 일들이 좀 있었다. 새로운 리모컨 제작, 닳아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열쇠 다시 만들기, 그리고 리모컨 케이스(쉘) 교체 등이다. 집 근처에 사는 고객 요청에 따라 두 개의 기아 리모트 쉘을 교체하고 시동이 걸리는지, 열쇠가 잘 맞는지, 리모컨이 동작하는지 확인 후 작업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