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웬디 할머니가 사고를 내서 오래타던 차를 폐차시켰다는 내용을 올렸었다. 당시 급하게 차가 필요하다는 할머니 부탁에 따라 중고로 나온 매물을 알아보고 다음날 보러가기로 약속까지 잡았지만, 갑자기 몸이 안 좋다는 연락에 취소를 하고 결국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 시간내어 이것저것 알아보고 했는데 그 며칠 후에 갑자기 이미 차를 샀다는 연락을 받고 뭔가 좀 허전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게 부탁을 해놓고 또 아무런 사과나 말없이 대뜸 다른 곳에서 구입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도와드리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 시간내서 신경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사버렸다는? 진작 이야기라고 해주면 좋았을텐데...
지난주에 방문해서 대화를 해보니, 할머니는 차가 급하게 필요하긴 했나 보다. 몸이 아파서 차를 보러가지 못하게 된 다음날, 친구와 함께 집 근처 매장을 둘러보았고 거기서 소개 받은 차가 바로 다른 어떤 할머니가 타던 차였다. 일본차가 아니라 한국산 현대차 그것도 약간 커진 i30를 구입하셨단다. 원래 작은 차를 탔는데 약간 커진 셈이고, 조건도 매우 좋았다. 2017년에 대략 17000정도를 주고 샀는데 주행 거리도 17000 정도 밖에 안된다고? 원 주인이 거동이 불편해져서 이제 차를 거의 쓰지 않게 되어 가족이 대신해서 내놓은 것을 매장에서 소개받아 구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괜히 도와줬다가 애매하게 되어버렸던 내 입장은 소식을 듣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가격은 적당하고 연식이나 주행거리는 아주 좋은 것이니 앞으로 10년을 타도 될 상태가 아닌가 말이다.
시간이 되면(바쁘지 않으면) 거의 일주일에 한번 정도 들러서 쓰레기통을 내놓는 일을 도와드리는 정도지만 가족이 없는 할머니에게는 그것도 약간은 도움이 될 일이라 본다. 주위에서는 자녀도 가족도 없는 할머니가 안되었다고 하지만 그걸 떠나서 내 가족에게 너무 진짜 가족같이 잘 대해준 할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지만,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신경써보려 한다. 물론 내게 큰 도움을 기대하지도 않는 분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주위에서 사람들이 나이들고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또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 인생 참 짧다. 호주에 와서 산지도 벌써 10여년, 그나마 젊은, 많지 않은 나이에 왔다고 생각했지만 먹고 사느라 열심히 지내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도 다 커가고 인생이 거의 지나버린 느낌이다. 훨씬 더 훗날 좋은 기억을 가지고 떠날 수 있으려나. 할머니를 비롯해서 어른들도 짧았던 인생의 끝자락에서 바쁘게 지내온 기억들을 되돌아보며 어느새 나이들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다. 잠시라도 머무는 하루에 좀 더 의미있게 충실하게 지내야하는 이유다. *
Hello world!
Pic of the week: Sunset at margate beach
The first day’s journey was through the pink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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