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이 경찰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찰 관련 전화가 오면 최대한 친절하게 받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여러 번의 전화를 받았지만 대부분은 간단히 “도울 형편이 안된다”고 끊었지만 어제는 처음으로 제법 긴 시간 통화를 했다. 통화의 요지는, 경찰 단체 지원을 위해 모금을 하는데 몇 가지 종류가 있으니 그 중에서 형편에 맞는 항목을 선택하고, 지불은 한번에 아니고 매 주 단위로도 가능하니 부담없이 할 수 있다는 것.
바쁘지는 않지만 길게 통화하는 것도 불편하여 대충 듣고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니 이메일로 연락달라고 하고 끊었다. 모든 광고나 홍보 전화가 그렇듯이 대략적인 설명을 통해 뭔가를 얻으려는 것이기에, 한 50불 정도면 그냥 후원이라 생각하고 내줘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한 내용을 보니 경찰 (경력자) 스포츠 단체 행사가 있고 거기에 (아마도) 일부분을 할애하여 광고를 실어 주겠다는 내용인 듯. 이는 얼마전의 클럽 사건과도 유사한 사례다.
얼마전에 블번 집 근처 클럽에서 전화가 와서 거기 행사를 맡고 있는 업체인데 컵받침에 광고를 싣고 500개 조건으로 일부를 지불하겠냐고 연락이 와서 좀 고민하다 포기한 적이 있다. 물론 지역에 내 광고를 실으면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차라리 그 비용이면 꾸준하게 광고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낫지, 소비성 물품이나 상품을 판매하는게 아닌 나로서는 아무리 큰 행사라도 일회성 광고는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업체는 매우 예의바르고 신사적이어서 다음에 필요하면 연락하기로 했다는 정도?
이메일에는 자세한 내용 없이 럭비 클럽에서 2월경 행사를 하는데 거기에 550불을 내는 것으로 가장 낮은 비용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컵받침이라든지 뭔가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덧붙여서 이를 대행하는 업체 이름과 함께 담당자(통화한 자)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물론 이는 스캠이 아니고 정식으로 이루어지는 행사와 마케팅 대행사의 업무겠지만 일단은 비용이 생각보다 너무 높고(550불이 무슨 껌값도 아니고) 구체적 내용도 명시되어 있지 않아 그냥 취소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잠시 후 전화가 온다.
부담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지불할 수도 있다며 설득하려길래 마침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라 통화가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니 대뜸 그냥 끊는다. 이런 매너없는 X… @.@ 이런 정도의 예의도 안 지키는 이가 마케팅 직원이라면 사실 그 회사는 볼 것도 없다. 구글링을 해보니 내게만 그런게 아니라 제법 오랫동안 그 회사가 경찰 단체 지원 등을 운운하며 영업을 해온 듯 하다. 레딧reddit에는 대부분의 비용이 영업직 수당으로 나가지 실제 해당 단체에는 도움이 하나도 안되니 절대로 하지 말라는 권고 사항까지 나온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세상이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다양한 마케팅과 영업 방식이 나오고 있다. 거기에 스캠까지 더해져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파악도 쉽지 않은 요즘이다. 언젠가 일하러 갔더니 남을 잘 못 믿고 집안 곳곳에 카메라와 잠금 장치를 하는 중국 고객은 내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일하면서 거의 겪지 않는 일이다. 어떤 할머니는 은행으로 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이름과 계좌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꼼꼼하게 확인했다(이름을 변경한 탓). 그만큼 세상이 흉흉하고 가짜 허위 정보가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오래전, 처음으로 해본 아르바이트는 대학에서 출간된 책(전집)을 판매하는 사무실에서 배달을 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 책이 대학에서 출판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전화로 영업을 하는 상사는 그 대학 출신 졸업생들 특히 대기업 위주 과장 부장 이사 명단을 가지고 “대학 후배입니다 책이 나왔습니다”하는 식으로 일단 책을 보낸 후 결제를 기다렸고 거절된 경우 다시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직위의 권한을 틈새로 이용하여 아마도 “교양비” 정도로 기업에게 해당 책을 팔아 수수료를 챙기는 일을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 당시에도 참 특이한 틈새 시장도 있구나 싶었지만(당시 유명한 기업들 건물을 다 다녔고 그 때 부장 이사로 있던 이들이 사장을 거쳐 퇴직함) 융통성없는 나의 두뇌로는 “출신 대학이 아닌”데 마치 사실인양 영업하는 것이 많이 껄끄러웠던게 사실이다.
법적으로든 공식적으로든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정말 그들을 돕고 싶다면 최소한 실제로 도우면서 영업에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 그리고 좀 더 예의있게 일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길게 통화를 해주는 일은 없겠지만 또하나의 좋은 경험을 전해준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경찰을 돕는 행사”라는 말이면, 그냥 끊어라… 그런거 없다. *